힐링남녀
w. 고구머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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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모태솔로다.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철벽+공부 외길인생을 걸은 데다가 대학에 와서도 소개팅? 미팅? 그런 거 귀찮아서 안 나가고 나 좋다는 남자는 내가 싫었다. 친구들은 '너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연애따위 모르고 대학생활을 해서 그런가. 대학 졸업도 슈슈슉샤샤샥- 빠르게 진행됐고 교수님의 추천을 받고 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터라 대학교 어학당 강사로 취직이 되었다. ** 첫 수업 전 강사들의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이루어졌다. "OO씨는 초급2반 담당이시구 이건 학생들 명단이에요. 항상 출석체크 하시면 되구요." 고급1반 강사인 김준면 씨가 이것저것 서류를 넘겨줬다. "OO씨 반은 학생들 다 중국인이에요. 수업시간에 한국어 사용은 필수고 저번 학기까지 한글은 다 마쳤고 간단한 대화정도 되는 수준이에요. 종대 씨 반은 한글부터 시작하는 반이구요." 준면 씨의 말에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종대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종대는 몇 안 되는 극소수의 내 남사친 중에 하나다. 같은 과 동기였다. "세상에.. 돌았나봐. 우리 반은 졸라 다국적이야. 캐나다, 미국, 호주? 세상에.." "야, 영어로 대화하면 되겠네. 나는 중국인들이라고. 대화도 못해. 너가 낫다, 야." "이 가시나가 뭐래? 너네 반은 간단대화 가능이라며. 아놔, 나 졸업할 때 토익도 턱걸이였는데. 미쳤네." 종대는 준면 씨가 나눠준 서류를 들춰보며 제 머리를 쥐어 뜯었다. ** 오늘은 대망의 첫 수업날이다. 학생들에게 밝고 깔끔한 첫 인상을 위해 집안행사 때나 입는 흰 블라우스에 평소 즐겨입는 스키니진을 입었다. 작은 키를 커버해 줄 힐도 신고 아빠한테 선물받은 가방까지 들고 집을 나서려다 현관 벽에 붙은 거울로 머리를 묶을까말까 고민하다 출근시간까지 빠듯해서 그냥 집을 나섰다. 봄은 봄이었다. 바람도 선선하고 날씨도 좋고. 좋은 일이 생길 거 같기는 무슨- 지하철을 타기 위해 조금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걷는데 누군가 발을 턱-하고 잡는 느낌이 들어 내려다보니 하수구에 구두 굽이 끼어버렸다. 시발... "아...어떡해..." 발에 힘을 주어 움직여도 굽이 빠지지 않았다. 길거리 한 복판이라 사람들이 나를 힐끗힐끗 보면서 지나갔다. 이게 웬 봉변이냐고... "어? 혹시 요기에 발 끼셨쏘요?" 왠 남자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묻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내 옆에 쭈그리고 앉는다. "신발 한 번만 벗어볼래요?" 남자의 말에 발을 구두에서 뺐다. 한 쪽 발만 들고 있는 내 꼴이 얼마나 추할까...☆★ 남자는 내 구두를 하수구에서 낑낑거리면서 뺐다. 내가 할 땐 안 빠지더니 남자가 조금만 힘을 주니까 금방 빠졌다. "오!! 빠죴따! 발 주세여! 발!" 남자는 계속 쭈그리고 앉아 내게 발을 내밀라며 손짓했다. 그냥 구두 주고 갈 것이지...? 내가 머뭇거리며 발을 슬쩍 내밀자 남자가 조심스럽게 구두를 신겨 주었다. "신데렐라 같지 않아요?" "네??" 난희골혜..? ㅇㅅㅇ;; 나는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문득 출근시간이 생각나 허둥지둥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헐! 어뜩해! 제가 지금 급해서요... 아 오늘 일은 진짜 감사했어요.. 저 그럼 이만!" 나는 남자를 뒤로 한 채 지하철 역으로 달려가 우다다다 계단을 내려갔다. 뒤에서 어렴풋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뛰묜 넘어죠요.." 더이상의 흑역사는 Naver..라고 외쳤지만 레이 빙의글 읽고 싶어서 또 똥을 싸지르네요..ㅠ 제목과 내용은 별 연관성 없는듯.... 오타발견하면 알려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