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남녀
w. 고구머니나
이씽과 선물을 사고 간단하게 햄버거로 점심을 떼우고 캠퍼스로 돌아왔다.
이씽이 퇴근시간까지 기다려 준다며 중앙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간다고 했고 나도 다음 수업이 있어서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
"쏜쌩님, 그로묜 이따가 여섯 시에 앞에서 만날까요?"
"그래요, 그럼 이따가 제가 도서관 앞으로 갈게요."
"네. 욜씸히 하고 오세요-"
사무실로 돌아가 책상 위에 루한의 선물이 든 쇼핑백을 올려놓으니 종대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쇼핑백을 쳐다봤다.
"뭐 사왔냐?"
"우리 반 학생 선물. 생일이라고 소고기 사준다고 그래서 고마워서 주려고."
"혹시 아침에 그... 너의 썸남?"
"지랄."
내 반응에 종대가 킥킥 웃었다. '울 액희~ 뭘 쑥스러워 해~' 하며 능글맞게 말하는 종대의 등짝을 한 대 갈겨주었다.
"아오! 기집애, 손 겁나 매워."
"니가 맞을 짓을 하니까 그러지. 찐따 새끼야."
"아이고... 너의 그 썸남도 너가 이러는 걸 알아야 될텐데."
뭐래- 하며 종대의 말을 무시하곤 다음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옆에서 종대가 'OOO 내숭잼.' , '내가 나중에 다 까발릴 거야.' 하며 약을 올려서 종대의 정강이를 한 대 까주었다.
종대가 성격 한 번 사납다고 찡찡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
"준면 씨, 저 그럼 이만 퇴근할게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봐요, OO 씨."
"올ㅋ OOO 오늘도 연애사업 열심히!"
"어? OO 씨 연애해요?"
"아니요, 김종대 너 죽을래?"
종대와 또 한바탕 투닥거리고 준면 씨와 강사 분들한테 인사를 하곤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데 화단에서 갑자기 '왁!'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으아아!!!"
"썬쌩님! 타어가 데리러 왔어여!"
화단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타오였다. 순간 욕을 내뱉을 뻔 했지만 착한 한국인 코스프레를 하며 '노..놀랬잖아요...'하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
"루한은 같이 안 왔어요?"
"루한 지금 고기칩 가 있어여. 이씽 어딨어여? 얼른 데리고 가여. 타어 배 마니 고파여."
"아, 이씽 학생이랑, 아니 이씽이랑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얼른 가요. 기다리겠다."
이씽을 도서관 앞에서 만나서 타오와 셋이 학교 근처에 식당이 많은 골목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 구석에서 루한이 혼자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루한! 오래 키다렸치?"
"야, 넌 거기 왜 껴있냐?"
타오가 루한에게 인사하자 루한이 또 떽떽거렸다. 타오는 루한의 말을 무시하곤 루한의 옆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어 밑반찬을 집어 먹었다.
루한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인사한 뒤 아까 샀던 선물을 건넸다.
"어! 이거 여권케이스! 완전 고마워요. 월요일날 여권에 껴서 인증할게요."
"썬쌩님 배고프시져? 얼른 코기 시켜! 타어도 배 마니 고프니카."
루한이 타오를 한 번 째려보곤 지나가던 점원을 불러 고기를 주문했다.
"소주는 참이슬로 주세요, 잔은 두 개.. 아, 선생님도 소주 마실거죠?"
"네."
"그럼 잔은 세 개 주세요."
"어? 잔 네 개 해야되는 거 아니에요?"
옆에서 이씽이 '죠는 술 잘 못 마쇼소.. 술 안 마쇼요..' 라고 답했다. 왜 술을 못 마시냐고 물으려고 했으나 왠지 못 마시게 생겨서 묻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유창하게 주문하는 루한이 되게 신기했다. 발음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고 가끔은 말하는 것도 되게 한국인스러웠다.
"루한 완전 한국 사람 같아요. 되게 신기하다."
내가 칭찬하자 루한이 우쭐한 표정으로 웃었다.
"저 원래 한국말 잘 해요. 저번 학기 때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느라 출석일수 못 채워서 초급2반 인 거에요."
"루한, 되게 나픈 학생! 완전 일친이야!"
고기를 굽던 루한이 '발음고자, 일친이 아니라 일진이겠지. 그리고 나 일진 아니거든 이 찐따놈아.' 하며 대꾸했다.
대체 저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지.
고기가 어느정도 익자 타오가 소주의 뚜껑을 땄다.
"썬쌩님 먼저 드릴게여, 잔 주세요. 잔!"
쌈을 싸먹던 내가 잔을 들어 타오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고기를 구우며 '첫 잔은 원샷인 거 알죠?'하며 말하는 루한의 눈치를 한 번 보곤 술을 마셨다.
"쏜쌩님. 술 잘 마셔요."
이씽이 신기한 듯이 말했다.
"저 많이 못 마셔요, 반 병정도?"
"에이, 그 정도면 뭐. 이씽이 얘는 한 잔만 마셔도 얼굴 완전 빨개져요."
"이씽 완전 애기? 타어보다도 못 마시네."
"그러게요. 다시 보이네."
타오와 내가 합심해서 놀리자 이씽이 부끄러운지 볼을 긁적였다.
타오는 배가 고팠는지 쌈을 와구와구 싸 먹더니 밥도 먹고 싶다며 김치찌개와 계란찜을 주문했다.
루한이 제 멋대로 주문하는 타오의 뒷통수를 한 대 갈기며 '너 돌았냐? 왜 자꾸 시켜?' 하며 또 투닥거렸다.
*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언체카지 어캐 춤을 추게 할 커야~"
"불타는 금요일! 오늘밤 파뤼 투나잇!"
"오또케... 쏜쌩님, 마니 취해쏘요..."
고기를 안주 삼아 타오와 술을 부어라 마셨다. 오늘이 금요일이라 다음날 숙취걱정이 없어 정줄을 놓았는지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이 마셨다.
취기가 돌아 눈 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너무 어지러워서 테이블에 엎드렸다. 이씽은 잔뜩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쏜쌩님! 정신 차료봐요..' 하며 내 등을 쓸었다.
"타어 오늘 키분 져아! 고기도 먹코 술도 먹코!"
타오가 헛소리를 하며 루한에게 찰싹 붙자 루한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타오를 밀쳤다.
타오가 계속해서 달라붙자 루한이 타오를 다시 세게 밀치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이씽과 루한이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더니 루한은 타오를 일으켜 세워 식당을 빠져나갔다.
"쏜쌩님..."
이씽이 내 등을 두드렸다. 나는 엎드린 채로 고개를 돌려 이씽을 올려다봤다.
"집에 가야돼요. 얼른 일어나여.."
"나 어지러워."
나의 말에 이씽이 당황하며 '어떡해! 쏜쌩님, 아프묜 안 돼요!' 하며 내 가방을 챙겨들곤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리에 잔뜩 힘이 풀린 채로 이씽에게 기댄 채로 식당을 나왔다.
"쏜생님, 집 오디에요?"
"몰라."
식당 앞 계단에 거의 눕다시피 앉은 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씽은 들고 있던 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와 잠깐 통화를 하더니 이씽이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쏜쌩님. 내가 어부바 해 줄게요."
"나 대빵 무거운데."
"나 힘 마니 쎄요-"
쪼그리고 앉아 있는 이씽의 등짝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씽의 목에 팔을 둘렀다.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떴다.
"이씽 학생 힘 쎄다. 나 몸무게 백키론데!!"
"이씽 학생 말고 다른 거로 부르라고 했짜나요."
이씽이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해요. 씽씽이! 씽씽이 힘 쎄다. 씽씽- 부릉부릉- 삐뽀삐뽀-!"
내 주정에 이씽이 소리내서 웃었다.
"쏜쌩님, 완죤 기여운 거 아라요?"
"알아요. 난 알아Yo!"
*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하얀 천장. 익숙한 풍경. 내 방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대 거울을 보니 상태가 말도 아니다. 자는동안 눈을 비볐는지 아이라인은 죄다 번져 있고 머리는 귀신산발이었다.
보글보글 뭔가 끓이는 소리에 방을 나서자 수정이가 앞치마를 두르고 콩나물국을 끓이고 있었다.
"일어났.. 아! 깜짝이야. 너 지금 완전 도깨비야.."
"나도 알아."
수정이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곤 그릇에 국을 담아 식탁에 내려놓곤 와서 먹어- 하며 자리에 앉았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자리에 앉아 국을 한 입 떠 먹었다.
"아... 시원하다-"
"지금 시원하고 뜨겁고 할 때가 아니야."
수정이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나 어제 뭐 실수했어?' 하며 묻자 수정이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단호하게 '응. 완전 대형사고.' 하며 나에게 겁을 줬다.
"뭐..뭔데? 나 필름 끊겼어."
"어제 내가 퇴근하고 혼자 치킨 시켜 먹는데 너한테 전화가 온 거야. 받았더니 왠 남자가, 외국인 같더라고. 내 생각엔 그 남자가 그 때 너가 말한 신데렐라 같은데.
아무튼 그 남자가 너랑 신촌에 있는데 취했다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거야. 그래서 버스 몇 번 타고 오면 된다고 얘기했지.. 그러고 내가 너 집 앞으로 마중 나갔는데 남자가 너 끌고 버스 내리는 거야."
천둥 번개 치는 비 오는 날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긴장감에 숟가락을 쥔 손에 땀이 찼다.
"그 남자한테 앵겨있는 너, 내가 데려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니가 갑자기 나 뿌리치더니 그 남자한테 뛰어가는 거야.
그래서 나는 저 년 제대로 취했네- 했거든."
수정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더니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너가 그 남자한테 '씽씽이! 내가 선물 줄게요!' 하더니 너 그 남자 끌어안고 그 남자 옷에다가 토했어. 이 미친년아."
아, 좆됐다.
어떡해? OOO 봄날 다 날라갔다.
☆암호닉★
뽀조개 / 히링 / 힐링힐링 / 파파야 / 원주민♥ / 헤운
암호닉 감쟈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미천한 글에 댓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암호닉도 감쟈감쟈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해주신 분들도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