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_4] 내가 좋아하는 건 황민현이었는데 자꾸 강동호가 거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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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강동호가 우리 부서로 한 달 동안 인턴근무를 하던 그 겨울이었다.
"이번 인턴들은 좀 괜찮으려나?"
"그래봤자 우리팀엔 고작 한 달 있을 애들인데 뭘 기대해"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이번엔 우리팀으로 발령 내줄지"
"우리회사가 퍽이나…사고나 안쳤으면 좋겠다"
내 동기이자 같은 팀인 옹성우 대리와 순환근무 중인 인턴들 얘기를 나누던 그 날,
"안녕하세요. 강동호입니다"
강동호가 왔다.
당시 나에게 인턴들의 존재란
어차피 우리 부서로는 올 인연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 한 달간 체험 삶의 현장처럼 시간이나 보내다 가는 친구들.
뭐 그런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나와 달리 옹대리는 아직 신입 발령에 대한 기대를 못 버리고 있어서인지
인턴들을 대하는게 나랑은 좀 달랐지만
(↑매의 눈으로 인턴 관찰중)
난 그간 기대했다 반복된 실망감에 언젠가부터는 누가 오든
"안녕하세요"
인사나 나누고
"회의 자료 5부씩 복사해서 세팅해놔주세요"
정도의 간단 업무 지시만 부탁할 뿐이어서
새로운 인턴들이 올 때마다 '무서운 이름대리님'이 돼 있었고
이번 인턴들 사이에서도 역시나 나는 '무서운 이름대리님'이 돼 있었다.
"인턴 애들이 너 되게 무서워한대"
"말도 잘 안하는데 무서워할 게 뭐있어"
"말을 잘 안하니까 무섭지"
"…아?"
"우리이름이 허당인걸 다들 알아야할텐데"
"죽.는.다"
(이름이 놀리는 재미로 회사 다니는 옹대리)
뭐 그런 평범한 인턴들 중 한명일 줄 알았던 강동호였는데,
그 짧은 한 달 사이에 사고를 참 열심히 친거다.
우리팀으로 출근한 지 겨우 3일째 되던 날
"이름아, 오늘 인턴 나만 못 봤니?"
"아니? 나도 못봤는데?"
"…?"
"설마 지각?"
"…ㅋ"
"하…내가 전화해볼게"
무려 3일째만에 두 시간이나 늦게 오신거다.
강동호 인턴님께서^^
옹은 노발대발 난리가 나서 애를 죽일듯이 갈궈댔지만
사실 난 내가 (자주;;;) 1~2분씩 지각을…하는 상습범이라^^그냥 저냥 넘어갔는데
문제는…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동호씨, 제가 지금 갑자기 외근 가야되서 그런데 부탁 좀 하나 할게요.
제가 보낸 메일에 첨부된 파일 열어보면 행사장 물품 사이즈 적혀져있는데요
그 리스트에 있는 품목들 이번년도 행사장 가서 사이즈 새로 확인하고,
올해 버전 파일로 업체에 좀 보내주세요."
"아, 네!"
사내 연말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던 그 때
행사장에 필요한 현수막, 배너 등의 물품들을 주문하던 그 날!
우리 동호인턴님이!
우리 동호! 인턴!님!께서!!!
리스트에 있는 물품들 하나 하나 열심히 사이즈 다 재놓고선,
업체에 보내는 메일에 작년 파일을 첨부해서 제작을 의뢰했던거다ㅋ
"…대리님…제가 주문을 잘못…넣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우리는 행사 전 날 리허설 과정에서야 알게 됐고,
멘탈붕괴가 심각하게 왔던 덕분에 내가 어떻게 해결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내 기억대로라면,
나는 그 잘못에 대해 그 자리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거래처 사장님께 전화를 걸며 내 자리로 돌아와
긴급 건으로 사정 사정 해서 올해 행사장 사이즈에 맞는 파일로 다시 보냈고
제작 물품이 내 품으로 올 때까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며
새벽이 다 되가는 시간까지 퇴근도 못했다.
"이름, 진짜 혼자 남아 있을거야?"
"응, 괜찮아. 옹대리님은 내일 진행이나 잘 해주세요"
"아…좀 그런데"
"아냐. 내일 무리없게 얼른 들어가"
"참…인턴이 사고쳐서 우리 이름이 뭔 고생이야"
"됐네요. 얼른 동호씨 같이 데리고 퇴근이나 해. 내가 가라해도 말 안들어"
"알았어. 내일 내가 좀 더 일찍 와서 체크하고 있을테니까 한 30분이라도 더 자고 와. 알았지?"
"알겠어, 알겠어"
그렇게 날 걱정하는 옹대리를 보내고,
강동호도 옹대리편에 같이 보내놓고,
하염없이 물건 배달만 기다리며 깜박 졸고 있었는데
똑똑-
누군가 자리 책상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대리님…"
완전 기 죽어있는 강동호가 다시 나타났었다.
"…이거…드실래요?"
비몽사몽에 어리둥절한 내 앞에 나타나서는
커피를 건네던 강동호.
"고마워요. 근데 진짜 집에 가도 되는데…"
"제 잘못이잖아요"
"…제 책임이 없는것도 아니예요.
동호씨한테 시켰으면 메일 보낼 때 저도 참조로 걸라고 하든,
그때 돌아와서라도 확인 했어야 됐는데 안 했잖아요"
"…아니예요. 제가 제대로 했어야 할 일인데…죄송합니다."
"…이런 말 꼰대같이 들릴 건 아는데
사실 그동안 동호씨 태도 보면서 업무의 중요도와 관계없이
그냥 대충 홍보팀에서 떼워야하는 시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별로 기대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크게 놀랍지도 않고,
왜 내가 그냥 믿고 가만히 손 놓고 있었나, 이런생각이 더 컸는데…
그래도 이렇게 이 시간에 다시 돌아와서까지 신경쓰는거보니까
책임감은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거면 됐어요.
다른팀으로 발령받아서 갈 땐 이런 실수 하지마요"
"…네. 감사합니다"
잠결이었는지 뭔지 모를 기분에 팩폭을 너~무 날려버렸던 그 날 이후에도
나와 강동호는 보통
"동호씨"
“네"
"제가 오늘까지 크로스체크 해달라고 했던 파일 확인 완료 됐나요?"
"네"
"그럼 그거 3시까지 회의자료로 쓸 수 있게 총 10부로 준비해주세요"
"네"
뭐 이런 업무 대화나 나누거나
"대리님 물이요"
"고마워요"
점심시간에 서로 수저나 놔주고, 물 떠서 나눠주고
흔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나누는 대화 정도만 나누는 사이에 불과했다.
그렇게 사소한 실수(라 부르고 사고라 읽는)들을 하는 강동호와의 한 달이 끝났을 때
솔직히 후련할 정도로 속 시원했고,
다시 그를 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 강동호가 우리팀으로 발령이 난 것도 모자라서
"이름 대리님 안녕하세요"
그 강동호가 클럽에서 나를 보며
싱긋!
웃고 있다니!!!!!!!!!!!!!!!!!!!!!!!!!!!!!!!!
악!!!!!!!!!!!!!!!!!!
+안녕하세요.
여주가 탐낸 민현을 뺏어간, 여주의 동기는 '옹성우 대리' 였습니다.
여주가 민현의 사수가 될 수 없었던 이유가 이번화에서 설명됐으리라 믿습니다...ㅎㅎ
클럽에서 동호와 마주친 다음 내용은 다음화에서 전개됩니다.
어느정도 얘기가 전개되고 나면 민현과 동호 번외도 쓸 예정입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