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는 학교에서 뭐 하룻밤 취업캠프에 간대..
너무 가기 싫은데.. 그래도 언니도 가고, 지수도 가고.. 윤기오빠, 석진오빠, 정국이도 간대서 나쁘지는 않았어.
금요일.. 공강이라 정국이랑 오늘 우리 집 주변에서 놀기로 했어
아, 마침 또 엄마도 없다고 했으니까! 집에도 같이 가보기로 했어.
같이 버스 타는데 애가 갑자기 막 내 목에 얼굴을 묻고 킁킁! 하는데
너무 소름이 돋아서 정국이를 올려다봤어
"??
"좋은 냄새 나."
"그래서 그렇게 개마냥 컹컹 거렸냐? 진짜.."
"뭔가 너한테 베이비파우더 냄새 나. 베이비 냄새."
"……"
"네가 베이비라서 그런가.."
"미쳤냐?..."
안웃긴척 했는데
사실 창밖에 보는척 하면서 웃었어
아.. 가끔 저러는데 너무 엉뚱해서 웃겨 난..
"너는 원대한 꿈을 남자친구는 어때? 막 부담스럽지는 않지?"
"이상한 소리 말고 좀."
"응."
"진짜 욕이 드글 드글 나오려는 거 참고있다."
"난 너에게 야망을 주입하고 싶단다."
"ㅋ.."
"왜 웃냐??"
"ㅋ...ㅋ.."
"웃음 참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국이가 이어폰 끼길래 자연스럽게 손 뻗었더니
한쪽을 나한테 건내줬어
우리는 항상 고딩때 어디 가면서 버스타면 서로 한쪽씩 들었거든
다시 사귀면서 좋은 게
서로 아는 것이 좀 있으니까.. 굳이 알아갈 필요가 없다는 거? 익숙해져야 할 게 별로 없으니까.
아 익숙해져야 할 거 있다.. 얘 얼굴..
"근데 너 나 뭐라고 저장했냐?"
"……."
"……?"
"……."
"왜?"
내 뺨을 엄청 세게 찹! 쳤어
전정국이 놀래서 날 놀란듯 쳐다보길래
대충 정신 차리고 말했어
"뭐라고?"
"…왜 뺨을 때려?"
또 얼굴을 보니까 정신을 못차리겠어서
또 뺨 때리니까 정국이가 막 진짜 심각한 표정 짓고 내 손을 잡고 말렸어
"왜 이래."
뭘 왜 이래.. 니 얼굴 보니까 정신을 못차리겠어서 그러지..
"아 그래 뭐라고 저장했냐고?"
당당하게 말을 하려다가
애가 은근 소심하고 잘삐져서 말하면 삐질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입 꾹 닫으니까
정국이가 갑자기 의심하는 눈을 하고 내 입술을 빤히 보고 말했어
"전정국으로 저장했지."
"……."
"말 안해?"
"……."
정국이가 손으로 막 내 입을 벌리려고 막 힘을 쓰는 거야
결국엔.. 프하- 하고 입이 벌려졌어
"뭐라 저장했어?"
"전정국."
"그럴줄 알았다."
"……."
"그래 뭐.. 저장하는 건 네 마음이니까."
조금은 서운해 하는 것 같았는데
이해를 해주려고 하는 것 같았어
'바꿀게!'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민망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정국이가 앤드라이브에 들어가더니
내 고딩때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ㅅㅂ.."
"이때가 더 예뻤어."
"지금은."
"아줌마같아."
"진짜 빡치게할래?"
"장난이지ㅋㅋㅋ"
내가 직접 막 화면 옆으로 넘겼어
정국이 사진도 있더라? 무려 고1때.. 완전 애기일 때인 거야.
"와.. 이때 볼살 엄청 쩔었다 그치."
"너무 어려보여. 남자같지 않아."
"지금은 좀 상남자같지. 예전에도 상남자이긴 했는데."
"지금은 좀 샹놈같아."
"?"
"미안."
개웃겨 시부럴 이젠 내가 미안하다 해
맨날 쟤가 미안하다 했는데..ㅋ
정국이랑 제일 먼저 우리가 다녔던 학교에 왔어
와 고작 몇개월 사이에 학교가 좀 달라진 게 신기해서 입 벌리고 구경하는데
막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니까 학생들이 우리를 힐끔 쳐다보는 거야
하기야 ㅋ 우리가 워낙 인물이 훤하니까.
ㅈㅅ
아니.. 우리가 사복을 입고 들어오니까 쳐다볼만도 했어
딱 교무실 들어가려고 하니까
저 멀리 복도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이랑 얘기 하면서 걸어오고 계시는 거야
정국이가 '쌤!'하고 막 손을 흔들었어
그리고 쌤이 어!? 얘들아!! 하고 우리쪽으로 빠르게 오셨G..
"어머! 정국이도 정국인데.. 도담이 너도 올줄 몰랐어. 전학가서 연락 한 번도 안하더니."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도담이 원래 엄마 카톡도 이틀만에 보잖아요."
"그래 그건 인정한다 쌤이... 근데 너희.."
딱 봐도 둘이... 다시 사귀니..? 하려는 것 같길래
어색하게 썩소 지었더니 쌤이 대충 눈치 채시고 하하하! 웃으면서 옆에 학생들에게 말했어
"쌤 제자야! 잘생겼지! 예쁘지!!"
뿌듯한지 막 콧구멍이 엄청 넓어지신 거야
딱 쌤 옆에 있던 남학생 둘이랑 여학생 둘이 우릴 보고 오오오..! 하고 설레하는데
남학생이 날 보고 말했어
"누나 예뻐요!!"
"내 거야."
"아..넵... 형도 잘생ㄱ.."
정국이가 질투는 또 심해서
눈에서 불이 나오니까
쌤이 당황해서 하 ! 하! 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셨어
아 전정국 짜식 귀엽네. 왜 또 심장이 붤렁붤뤙하니.. 나대지마..
쌤이 우리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어
나중에 또 놀러오라고 하셔서 정국이가 막 구십도로 인사하길래
고개 저으면서 목례를 했어
"안녕히계세요."
하고서 정국이랑 쭈쭈바 입에 물고서 운동장에 나오는데
정국이가 갑자기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바꿔먹자."
"그러던지."
초코바가 먹고싶었는지 입에 물고있던 쭈쭈바를 가져가더니 입에 물고
지꺼를 내 입에 물려줬어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체육수업을 하는지 발야구를 하는 애들을 봤어
생각해보니.. 나 저 발야구 할때마다 아프다고 뻥치고 보건실 갔었는데..
그래도 후회는 안 해.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
"…오 쟤 잘찼다."
정말 뜬금없는데
나 너한테 좋아한다 말하길 잘한 것 같아.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거야
그래서 전정국이랑 밥이나 먹을겸 우리집에 왔어
이사 온 집에 또 처음 오는 거라
전정국이 내 방을 먼저 구경을 했어
크흠.. 뭔가 진짜로 내 집에 얘 오니까 느낌이 왜 이렇게 이상하냐
방 구경을 대충 하고 나온 정국이가 거실에서 티비를 키던 나한테 다가와서는
뒤에서 끌어안는 거야
"뭔데."
사실 좋았는데
난 왜 저렇게밖에 대답을 못하는 걸까.
"그냥.. 밖에서 너무 안고싶었는데 사람들 많아서 못했어."
"……."
"내가 네 요정 해줄게."
"마이 팅커벨?"
"네 요괴도 해줄게."
"마이 몬스터?"
"돌았냐?"
"ㅋㅋㅋ."
정국이가 '뽀뽀?'하면서 입술을 내밀길래
고개 돌려서 전정국 얼굴을 봤더니
애가 뽀뽀를 해달라는듯이 입술을 계속 내미는 거야
그래서 조금 웃겨서 웃으면서 딱 뽀뽀를 하려는데
삑삑삑삑- 하고 막 번호치는 소리가 들려서 허겁지겁 정국이를 떼어내고 현관문을 봤더니
"뭐야... 너 남자친구 생겼냐?"
진짜 언니가 귀찮은듯이 들어와서는 내쪽으로 걸어오더라?
그리고 정국이가 안녕하세여.. 하고 인사하니까
그제서야 눈이 커진 언니년이 소리쳤어
"너 정국이야!?!?!?!?!?!?!?!"
"하하..네에.."
"어머 어머 어머!! 웬일이니!!! 너네 다시 만나? 아니! 너 왜 이렇게 더 잘생겨졌어!!"
"아, 아닙니다. 누나가 더 예뻐지셨어요. 잘지내셨어요..? 살빼신다더니 진짜 많이 빠지셨는데.."
"너는 어쩜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니??? 어우 야 도담이랑 왜 다시 사귀냐?? 너같은 성격은 얘랑 안어울려."
언니년보고 '꺼져라'하고 작게 말하니까 언니가 개얄밉게 표정 짓고서 정국이한테 말했어
"진짜 너무 잘생겨졌어.. 너 인기 많지! 그치!!"
"아니요!.. 절대요."
"아닌데? 너 진짜 인기 많게 생겼어. 혹시라도 도담이보다 더 글래머하고, 예쁜 애 사귀고 싶으면
누나한테 말해? 누나가 소개 시켜줄게."
"아닙니다.. 도담이보다 예쁜 여자 없어요."
"너 진짜 도담이한테 몇대 맞고 들어왔지."
"아니욬ㅋㅋㅋㅋ."
"넌 한결같이 착하구나.. 정국아.."
또 삑삑삑삑-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들어오대?? 엄마도 처음에 장바구니 딱 내려놓고서
우릴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곧 놀래서는 정국이한테 달려와서 소리쳤어
"정국이니?!???!?!?!?!!!?!?!?!"
"아,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어머 어머 어머 어쩜 좋니!.. 너 정국이랑 다시 만나니? 언제부터! 엄마한테 말을 했어야지!
정국아 너무 보고싶었어!! 어머 어쩜 좋아!!!!"
정국이가 말할 틈도 없이 막 혼자 소리치는 엄마에 나는 한숨을 쉬었어
정국이는 또 착해서 엄마가 하는 말에 굽신굽신 허리 숙이고 말이야..
엄마가 고기를 사준대서 결국 다같이 고깃집에 왔어
먼저 정국이랑 나랑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나는 정국이한테 말했어
"미안.."
"응? 뭐가."
"다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어."
"난 좋은데? 미안해 하지 마. 어머님이랑 누나랑 친해지면 나야 이득 아니야?"
"뭔 이득?"
"결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기분."
"미친..."
"그럼 뭐 다른 여자랑 결혼할까?"
"뒤질래?"
"미안."
"미안하면 손가락 하나 잘라."
"그건 안 돼."
"왜."
"나중에 우리가 결혼해서 태어날 아이에게 손가락 하나 없는 아빠가 되기 싫어."
"존나 웃기네.. 감수성 폭발 하는척."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언니년이 와서 우리 맞은편에 앉았는데
엄마가 진짜 너무 좋아하는 표정으로 자꾸 정국이를 보는 거야
그리고 사장님이 뭐 드릴까요? 하고 오는데
우리랑 좀 아는 사장니미라.. 막 '숨겨진 아드님이신가!'하고 장난치는데
엄마가 또 거기다
"우리 사위에용 호호호호."
미치겠다... 왜 저래 진짜
딱 정국이 보니까
정국이는 또
"네 사위입니다!"
지랄한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기 먹는데 고기를 다 정국이 밥 위에 올려주고
언니는 자꾸 쌈싸서 정국이한테 주고...
나는 뻘쭘히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어.. 진짜 왜 저럴까... 에휴..
다 먹고서 정국이가 먼저 신발을 신고있길래
따라 신으려고 했더니
언니가 내 옆으로 오더니 귓속말로 말했어
"헤어질 거면 말해라. 내가 사귀게."
"지랄 좀 하지 마."
"왜. 너같은 성격이랑 사귈바엔 나랑 사귀는 게 나아."
"지랄."
"에에에 할말 없으니까~~"
"닥쳐라?"
엄마가 둘이 또 싸운다면서 나랑 언니 등을 팍! 때렸어
정국이가 웃으면서 우릴 보다가 곧 신발을 다 신기 편하게 돌려놨어
엄마랑 언니는 또 좋다고 난리지 뭐...
이제 집에 가려고 막 택시 타려는데
엄마가 막 진짜 나 자취한다고 했을 때보다 더 슬퍼하는 거야
다음에 또 오라고~~~ 안오면 서운할 거라고~~~.. 어휴 진짜..
언니는 여자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저 미친년...
겨우 둘 떼어놓고 택시를 탔어
타자마자 정국이가 엄마 따라서 술 몇잔 마시더니 힘이 빠지는지
한숨을 작게 내쉬었어
그리고 난 정국이 길고 예쁜 손가락만 한참 빤히 보다가..
"……."
손을 먼저 잡았어.
"……."
정국이가 놀래서 쳐다보길래 바로 창밖을 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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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금은 밤 열한띄!! 새벽 두시까지
두편을 더 쓸 수 있겠져?? 저는 믿습니다 저를!!!
(항상 쓰면서 다른 짓 해서 늦게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