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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유 전체글ll조회 1125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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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친구        





1.

- 야, 뭐야?
- 어?
- 내가 모르는 친구가 왜 이렇게 많아. 누군데 누군데.
- 그냥 있어. 다른 과야!
- 우리 과면 내가 모르겠냐?
- 아 어, 친구 친구.

내가 나서서 소개해달라고 한 건 아니었다. 그 반대 역시 아니다. 그럼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다리 놓아진 사이냐고 하면, 슬프게도 그것도 아니다.
좋은 친구와 좋은 친구가 만나면 아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다나 뭐라나.





2.

- 내 친구도 고연대 가는데!

겨울방학 때부터, 그러니까 자기 입시가 끝나기도 전부터 예림이는 친구의 존재를 내게 전해왔다. 
의아한 내 얼굴에 처음엔 "그냥 그렇다고~"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로 나는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그 친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칭찬 비스무레한 말들과 함께 드문드문 그 애 얘기는 들려왔다. 이미 대학생이 되고도 한 달이 흐른 그날도 뜬금 없이 연락해와서는 하는 말이 친구 만들지 않겠느냐 하는 거였으니 나도 답답해졌다. 그래서 아 그래, 걔가 대체 누군데 그러느냐며 번호를 달라고 한 거다.

[안녕!! 나는 예림이 친구야]
[예림이가 계속 네 얘기 하길래 궁금해서 번호 달라고 했어ㅋㅋ]

약간의 오기마저 생겨버린 상태였다. 아무렇게나 쓴 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와 초조함이 밀려왔다. 침대에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댔다. 채팅창을 다시 한번 뚫어지게 보다가 황급히 꺼버렸다. 그리고 다시 차분하게.....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존재도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서로 아는 친구가 꽤 됐다. 잘생겼다는 거 하나는 알 수 있었다. 베개를 품에 끌어안고 몇 장 되지도 않는 사진들을 늘였다 줄였다 꼼꼼히도 들여다 봤다. 그때 답장이 도착했다.

[미안, 과제 하느라 핸드폰을 못 봤어 ㅠㅠ]

잠시 망설였지만 바로 답하기로 했다. 대화는 생각보다 편하게 풀려 이어졌다. 나는 어느새 다시 엎드려 있었다.

웬만한 호구조사는 끝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에―나는 사진은 봤지만― 나눌 얘기거리가 조금씩 떨어져갔다. 아쉬웠다. 얘도 나처럼 그냥 기숙사에 있는 것 같은데 만나면 안 되나? 너무 친한 척 하는 건 아닌가 고민도 됐지만 친구로 소개 받은 사이인데 안 만나고 연락만 하는 것도 이상하고. 소개팅도 아닌데 오히려 오버하는 것 같아 질러보기로 했다. 잘생긴 남자라는 점은 차치하고, 내가 직접 번호를 달라고 했는데 흐지부지 어색해지는 건 민망했다.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렉 걸린 것 마냥 삐걱대다 받은 전화를 끊고 나자 룸메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침대에서 내려와 매무새를 살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른 건물에 사는 우리는 기숙사 매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과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슬리퍼를 끌었다. 얼마 가지 않아 편의점 문 앞에 혼자 서있는 남자애가 보였다. 슬금슬금 다가가 얼굴을 살폈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재민은 짐짓 친근하게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내가 집어드는 아이스크림을 가져가길래 뭐하는 건가 하고 같은 걸 다시 집어들었더니 자기가 사주겠단다. 그 뒤를 따라가선 점원이 계산을 마치고 돌려주는 학생증을 뺏어 들고 나왔다. 나재민 맞네. 한참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걸 도로 뺏겼다.

- 아이스크림 녹아. 나중에 봐.





3.

그날 같이 산책하면서 깨달은 건 두 가지였다. 내가 이미 나재민에게 반한 거 같다는 것과, 그 나재민은 나와 친구가 되기에는 어색하다는 것. 전공도 달라, 사는 건물도 달라, 수업 듣는 건물도 달라, 자기 강아지 때문에 매주 꼬박꼬박 집에 간다 하질 않나, 심지어 나재민은 든 동아리도 없다고 했다. 게다가 같이 아는 친구들이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다른 학교에 다니니 다른 누구를 핑계 삼아 나재민을 보기도 쉽지 않을 거였다. 친구라 하기엔 아직 뭐한, 친구의 친구인 나와 달랑 둘이서 만나자고 주문하는 건 상당히 어색한 일이 될 듯했다. 

그래서 그날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 용기를 냈다.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는 말을 겨우 뱉어낸 거다. 그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강아지를 보러 두 시간은 걸릴 너네 집에 가자고 할 수도 없으니까.


[지금 뭐해?]

난데 없이 연락이 왔다. 아침이었다. 뭐하자는 거지? 

[수업 가야지]
[왜?]

[점심 같이 먹자]


그렇게 나는 나재민과 식당에 앉아있게 되었다. 전공 수업이 끝난 직후였다. 약간 민망하게 떨어낸 동기들 역시 멀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으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동기들의 시선도 신경 쓰였지만 무엇보다 나재민의 차림새가 찝찝했다.

- 츄리닝 입었네?
- 아, 운동하고 왔어.

순간 수십 가지 생각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얘 정말 나한테 이미지 관리 안 하는구나. 
그치만 '우리 이제부터 친구하자'는 선언 하에 만난지 사흘도 안 된 내가 기분 나빠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금세 만나자고 한 걸 반겨야 마땅했다. '친구' 하자고 한 거였으니까.

- 갈아입고 와?

나도 모르게 말을 안 하고 있었다. 화들짝 놀랄 뻔한 몸을 겨우 뻣뻣하게 다스리며 고개를 들었다.

- 아니! 무슨 운동 했는데?
그냥 헬스.
- 아 너 그런 거 좋아하지.
- 응... 수업 있길래 들었어. 근데 어떻게 알았어?
- 아...

망했다. 





4.

죽고 싶은 시간도 흘러는 갔고, 속을 알 수 없는 나재민과는 형용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도저도 아닌 사이였다는 거다.

나재민은 나를 가끔씩 불러냈다. 그리고 의미부여조차 할 수 없이 사소한 것들을 사줬다.
둘만 있기엔 어색한 사이였다. 그런데 그 어색한 조합이 자꾸 있었다.
난데없이 전화해서 나오라 하더니 정말 음료수 하나 마시고 헤어지고, 내가 더 놀자고 눈치를 주고 때로는 술 마시자고 대놓고 말해도 나재민은 반응이 시원찮았다.
아 사람 심심풀이로 본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는데도 얼굴 보고 좋아한 거라 싫어지지가 않았다.
심지어는 혹시의 혹시의 혹시 하는 마음을 품게 되기도 했다. 

우리 어색하지 않나? 이렇게 어색한데 왜 자꾸 만나야 하는 거지?
내가 나재민을 좋아해서 나 혼자 어색해하는 건가?





5.

축제 날이었다. 
금요일, 시간은 열 시 반 정도. 같이 놀던 동기와 같이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나재민한테 전화가 왔다.
난 확 밝아진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응, 응, 대답을 잘도 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어이 없어하는 동기를 봐야 했다.

- 미안미안미안미안. 나 다른 친구 보러 다시 학교 가야 할 거 같아.
내가 아는 애야?
- 아니...?
- 남자야?
- 응...
- 그럼 나중에 다 말해야 돼. 배신한 대가야.
잘 되면 말할게! 잘가!


그런데 헤헤실실 하며 뛰어간 보람이 없게 나재민과 나는 또 어색했다.
심지어 사이에는 모르는 친구도 하나 있었다.
당연히 떼어놓고 혼자 오는 줄 알았는데.

집 제대로 못 들어갈 각오까지 하고 온 건데 재민이와 친구는 주점에서 오는 동안 그냥 기숙사에 가기로 결정했단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 어쩌나. 나재민 얼굴 보면 그냥 또 좋았다. 기분 더럽다고 갑분싸 시킬 수도 없었고. 내가 나 안 챙겨줬다고 삐칠 자격이 있어야 말이지. 서러웠다.

처음 본 나재민 친구와도 어찌저찌 잘 떠들면서 기숙사에 가까워졌다. 셋이서 그놈의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문 채였다.
핸드폰을 좀 만지작거리더니 나재민 친구는 갑자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곤 뛰어갔다.
엥 하고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재민을 바라봤다.

- 여자친구 만나러.
- 이 시간에?
- 좋을 땐가보지.

좆같다는 게 이런 건가. 좋아하는 나재민과 같이 있고, 그 나재민한테는 여자친구도 없는데, 아마 다른 좋아하는 애도 없을 텐데.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보탰다. 내 맘 좀 알아줬으면 해서 일부러 더 처지게 무겁게.

- 부럽다.
- 나도.

뭐?

- 부럽다고?
부럽지~

이런 대사는 괄호 안에 그래서 너랑 연애하고 싶다는 뉘앙스를 잔뜩 담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게 허공만 보고 말하면.. 정말 네 연애랑 나는 무관한 사람 같잖아.
연애하고 싶어하는 남자한테도 나는 매력이 안 보이는 여자인가. 기분이 땅에 꽂혔다.

내가 계속 말이 없자 나재민은 티나게 어색해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눈치 보면서라도 히히거리면 나재민은 편안했던 거구나. 이렇게 어색함을 못 숨기는 줄 몰랐네.
둘 사이의 어색함에 신경 쓴 것도 나 혼자였겠고, 나재민은 정말 내가 편하고 만만해서 심심할 때마다 부른 거였겠구나. 내가 여자고 자긴 남자고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우린 그 날 이후로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6. 


 

학교가 이렇게 넓은 곳인지 몰랐다. 

나재민과는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처음부터 알았던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기분이 그만큼 허무했단 거지, 난 눈 떠서부터 잘 때까지 틈만 나면 나재민 생각을 했다. 


 

SNS도 뜸하니 도대체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두다가는 내 상상 속 가상의 인물을 좋아하는 꼴이 될 것 같았다.  

이미 내게 나재민은 좋아하는 애였고 좋아하는 애는 나재민이었으니 나재민을 현실로 불러오는 수밖에 없었다. 

쪽팔려서 제대로 누구에게 상담 받아본 적도 없었지만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치는 0이었고 그냥 차여야 단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난 정말 노답이다. 목소리를 들으니 얼굴에 곧장 웃음이 퍼졌다. 웃으면서도 슬펐다.  


 - 바로 받았네? 

 - 오랜만. 왜? 

- 아.. 할 말 있어서. 지금 볼 수 있어? 

- .....나 샤워 중이라, 중요한 거야? 


 

하하. 망하려면 이렇게 망할 수도 있는 건가?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어도 되는 거야? 고백각 안 느껴져 넌? 


- 응. 나와. 


 

누구한테 뭐라고 화를 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화가 나서, 그 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7.  


 

예상치 못한 전개에 분노인지 억울함인지 서러움인지 그런 게 미친듯이 올라왔다. 

결국 그새를 못 참고 편의점에 가서 캔맥주를 샀다. 걸으면서 무슨 이온음료처럼 들이붓고 후드 주머니에 캔을 숨겼다. 

벤치에 앉아있으니 나재민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어디냐길래 설명해주고 기다리는데. 그 생각만 들었다. 이런데 고백 해도 되는 걸까. 


 

머리가 젖은 나재민이 나타났다.  


- 할 말이 뭐야?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지? 20년째 살면서 고백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당연히 실행해본 적도 없었다.  

분명히 다 포기하고 차이러 나온 건데도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 ...... 뭘 거 같아?

 

그래서 이런 무리수를 던졌다. 

지금껏 떠본 적도 없으니까 괜찮지 않나. 


 

- 나야 모르지.
 

진짜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 네가 어떻게 내 맘을 알겠니. 


- 아냐. 됐어.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데, 나재민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 뭔데 그래. 힘든 일 있어? 

 

순진하게 물어오는 나재민의 얼굴이 귀여웠다. 어차피 망한 거 간만에 얼굴이나 감상할까. 어이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냥 포기하고 신발을 벗고 벤치 위에 편히 앉았다. 

 

- 나 사실, 좋아하는 애 있어. 


 

잠시 말이 없던 나재민은,
 

- 잘생겼어? 


 

갑자기 내 눈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뭐야 ㅋㅋㅋㅋ 

 

역시 웃어넘기는 수밖에 없겠지. 언제나처럼 선택지는 하나였다. 

나재민은 눈길을 거두고 같이 웃었지만 왜- 하며 대답을 한 번 더 재촉했다. 

내가 웃으니까 그제야 분위기가 풀어졌다. 한 톨 두 톨 쌓아올린 그 어색한 우정이 돌아온 것 같네. 방금까지는 그것마저 없어진 것 같았거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느라. 

지금도 장구 열심히 치고 있긴 한데, 어쨌든 티 안 내고 참으면 된다는 게 자꾸 이렇게 증명되잖아. 


 

- 네가 좋아할 만한 애면 당연히 괜찮은 애겠지.  

- 오, 내 안목 신뢰해주는 거야? 

- 그렇지. 그리고 너도 좋은 애니까.
 


 

그게 무슨 뜻인데? 

- 음... 너 착하잖아. 예쁘고, 똑똑하고. 

- 취했어? 

- 취한 건 너잖아.
 

티나? 

- 응. 

 

당황해서 아무 소리나 했는데 역공 당했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 당황했다. 

좀 고민을 하긴 했지만, 착하다가 첫 번째긴 했지만, 이미 뱉은 말에 대한 설명이긴 했지만, 예쁘대. 나재민이. 나한테. 


 

세워 안은 무릎에 턱을 기대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나재민은 의미 부여를 하면 '굳이'가 되는 딱 그만큼의 호의를 보였다.   

그래서 순간 얼어붙어 설레도 최대한 잊어버리려 노력했다. 

이번에도 그냥 빨리 까먹고 털어버리려고 했는데. 

 

- 어쨌든... 나도 짝사랑 해봤거든? 짝사랑은 짧을수록 좋은 거 같아. 누구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빨리 끝내. 고백하든가 다른 사람 찾든가.

 

그게 결국에 무슨 뜻인 줄도 모르면서 말은 잘하네. 

 
 

- 재민아. 

- 왜. 

- 나 너 좋아해. 


 


 


 


 


 

8.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나도 모르겠다.


- 뭐?
- 아니....... 좋다고.. 너.

일단 뱉긴 했는데 당황이 돌아오니까 없었던 일로 하고 싶었다.

우리 사이엔 잠시 침묵이 돌았고, 안색을 살피는 것도 무서워서 주절주절 말을 쏟아냈다.

- 빨리 끝내라며. 짝사랑.
- ..... 잘했어.
- 응.

어색했다.
다시 어색해졌다.

- 술 깨고 얘기할까?
그래.

지금 하나도 안 취했는데.

라고 하고 싶었지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사실 뭐 이번만은 아니었다.
나재민 앞에선 난 정말 고분고분했다.
눈치 보느라 결정도 잘 못하고. 
이런 게 나재민이 말한 내 '착함'일까?


- 데려다 줄게.

한 번도 데려다 준 적 없으면서. 
취했다고 그러는 거야, 아니면 다정한 의도가 있는 거야?
매번 이렇게 헷갈리는 사람만 바보 되는 그만큼 잘해주면
널 좋아하는 나는 어떡하라고.






기숙사 건물까지 걸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고.

나재민이 후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길래 나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랬더니 잡히는 맥주캔.

내가 술을 안 마셨으면 나재민은 뭐라고 답했을까?


아니다.
그럼 애초에 내가 고백을 안 했겠지.

그래..... 이렇게 쫄면서 좋아한 내 탓이지.





9.

다음날 저녁 때쯤 나재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매점 갈래?

또 아이스크림?


또 아이스크림을 물고 가로등 밑에 앉아있었다.

- ... 잘 잤어?

나도 모르게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남자들은 다 저러더라. 나재민도 똑같구나.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표정을 힐끔 살핀다는 게 눈이 마주쳐버렸다.
똑같다는 말은 취소. 그래도 짜증난다.

- 잘 잤겠냐?

몰라. 이제 좀 있으면 방학인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려니 너무 허무해서 말이 되려 편하게 나왔다.


- 나랑 사귈래?
- 어?
- 채원아. 지금도 나 좋아해?

놀라서 다시 살핀 나재민은 땅바닥을 보고 있었다.

- 어.

그래서 이게 뭐하자는 건데.
나 나재민이랑 사귀는 건가? 

 

이렇게?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사귀자는 말을 들으면서도 엎드려 절 받는 기분.

- 재민아.
- .....
- 너는 나 좋아해?
- 응.

내가 좋아하는 애가 좋아한다는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멈칫거려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나 혼자 좋아하며 삽질 한 시간은 넘쳤다 
사귀면서도 그렇게 거지 같은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았다.

- 나 진짜 보고 싶어지면 다시 얘기하자. 아이스크림 고마워.

1학기를 통째로 나재민에게 부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내게는 다른 남자도 다른 고민도 없었다.

끝나면 끝나는 거고. 
애초에 그렇게 맘 먹고 시작한 거였잖아.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며 다시 열람실로 들어갔다.

괜한 감상에 빠질 땐 그냥 할 일 하는 게 최고지. 그래. 딱 이럴 때 통계를 하는 거야..................





10.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쓸 데 없이 시간을 많이 들여 몇 문제 풀고 나니 집중력이 바닥 났다. 이 문제까지만...! 하던 게 탁 풀리니까 오히려 더 멍하고 싱숭생숭했다.

그때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보고싶어]


나재민은 아까 그 벤치에 그대로 있었다.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냥 거기로 간 건데 다행이었다.
부르기도 민망해서 앞 벤치에 앉아서 나재민이 다리 떠는 걸 지켜봤다.

- 나재민. 할 말 있어?

고개를 든 나재민은 나를 발견하고 씩 웃어보였다.

- 보고 싶었어.



더보기 

원래 약간 어색해도 사귀는 데는 전혀 문제 없는 거 아시져... 오히려 어색한 사이가 더 설렘ㅎ 

 

여주가 중요한 순간에서는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것과 

 

재민이가 결국엔 엥 설마 스럽지 않게 분명하게 표현했다는 것..! 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그렇습니다 다들 소심해서 나름대로 티를 낸 그 정도로는 뭐... 자기 자신만 아는 거죠... 

 

이번 글은 여기서 끝내고 좀 더 다정하고 본격적인 재민이는 다른 이야기로 만나보아요~ 재민아 사랑해 존재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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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악 둘은 결국 사귀는 거죠... 맞죠... 흐그극 작가님 사랑해요 존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ㅠㅠㅠ❤️💚
5년 전
김유유
네 사귑니다 새내기 CC 탄생~~ 다음에는 헷갈릴 일 없게 빼박 달달하고 빼박 연애하는 걸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ㅎ.ㅎ💚
5년 전
독자2
흐엉엉엉엉 이게 뭐예요ㅠㅠㅠㅠㅠㅠㅠ 아놔 진짜 입틀막 하고 봤잖아요 작가밈..... 아 놔 아 놔 정말 두근두근 여운 남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웅 사랑해여 작가님 다음 글에서 봐요 기다릴게요 ㅠㅠㅠㅠ 으ㄱ아드으강읃ㅇ .. 💚💚💚
5년 전
김유유
헐랭.... 너무 감사해요.... 꼭 돌아올게용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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