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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동 탄소 전체글ll조회 987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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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은, 하와이로 

 

 

 

 

 

w.화양동 탄소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기에, 그래서 더욱 더 믿고, 널 기다렸지. 

 

 

 

 

"정국아, 경찰대가서 훈련받다보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순 있겠지만 절대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그래. 약속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혼자 상상하고서는 울먹거리며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붙들고는 약속하자며 새끼손가락은 내미는 날.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약속을 해주었던 너. 

이런 일을 예감이라도 했던 건지 난 정국이의 입학 전 날까지도 했던 약속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어. 입학하는 그 날까지도 토끼 똥처럼 구슬 구슬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해 입으로는 말 못했지만 속으로 다치지만 않게 해달라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다릴 수 있다고 어디엔가 있을 신에게 기도를 했어. 

 

이윽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불안해하는 날 아는 건지 안부전화를 꼬박 꼬박 해주며 안정시켜주는 게 긴장의 끈을 놓게 했나봐.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넌 왜 그러고 있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에게 초능력이 발생한다란 말이 사실인 걸까. 5시간은 훌쩍 걸릴 거리를 3시간도 못 되서 병원에 도착을 했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듯이 황자명에 있을 전정국을 찾아 온 병원을 뒤지고 다녔어. 하지만, 찾은 너는 절대 안정이라고 간호사들은 지금 못 본다고 허가된 시간에 찾아오라 일렀지만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누워있는 너라도 봐야했어. 결국, 극구 말리는 간호사들을 뒤로 한채 창문 밖에서 상체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눈 감고 있는 에가 보였어.  

 

아주 잠시 보았던 거지만 그 짧은 순간 이후 불길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는 무슨 숨까지 쉬어지지 않는 게 느껴졌어. 곧이어, 너로 인해 밝아졌던 나의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며 눈이 감겨졌어. 

 

 

실신이냐고? 흠, 애매하긴 하지만 과호흡으로 인한 실신이었어..! 사람이 순간적으로 극심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로 뇌로 피가 안돌아서라고 알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정확히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럽겠어. 

 

 

아무튼,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정국이가 날 가만히 내려 보고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꿈같아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며 꿈이 깨 버릴까봐 어떤 말도 행동도 참고 있었지만 내 의지와 달리 흐르는 눈물만은 막지 못했지. 

자신이 앞에 와 있는 것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미동도 없는 내게 이상함을 느낀 정국이는 괜찮냐며 먼저 손을 뻗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서야 정국이의 큰 품을 단숨에 껴안아 펑펑 울었어. 오랜만에 보는 네 얼굴을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널 꽉 안고서는 소리 내어 울었던 거 정국이는 기억할까. 지금에야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다시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때, 정국이가 깨어내 못했더라면 난 지금 뭐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웃으며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살아있을까.. 

 

 

 

 

 

 

정국이의 사고 사유는 추락사였어. 본래 정국이의 추락사고는 아니었지. 옆줄에서 함께 훈련하면 동급생이 생명고리가 풀리며 떨어지려는 순간 동급생의 고리를 고정시켜주려다 더러 자신이 추락하게 된 거였어.  

 

(TMI) 정의, 좋지만 정국이가 자신의 생명도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생각은 지금도 해...  

 

다행히, 체력 좋고 훈련 전 낙법을 배웠던 터라 추락하는 그 순간 몸을 굴려 상체 부위에 심각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보호했고 정신을 읽었던 건 떨어질 때 매트에 머리를 부딛혀 잠시 정신을 잃었던 거라면서 멋있지 않냐며 웃는 정국이가 그런 정국이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밖에 안들었지. 덕분에, 겨우 멈췄던 눈물이 창백해진 볼을 타고 입술로 내려왔고 정신이 드니 약속 못 지킨 네가 미워 힘껏 널 마구 때렸지. 그런데, 정국이가 갑자기 때리는 나의 손목을 순간 잡고서는  

 

 

 

 

 

"보고싶었어. 내내 네가 그리웠어, 김탄소." 

 

"...뭐래. 넌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그래서 넌 내가 보고싶었다고, 아니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가 너 사고 나고 5시간 거리를 3시간만에 온 거 보면 설명 다 끝나잖아." 

 

"직접 듣고 싶어. 돌려 말하지 말고." 

 

 

 

 

 

 

진지하게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하는 너에 볼을 타고 굴러가던 눈물도 멈추고 흐릿했던 내 정신도 번뜩 돌아오더니 이성적인 본래 내가 되었지. 훅 들어온 네가, 너무 오랜만이라 당황했지만 이렇게 네게 당할 수 만은 없지. 정국이의 볼을 두 손을 감싸 당겨 말라있는 나의 입술을 부들하다 못해 촉촉한 네 입술에 부딪혔어.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 사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떨려서 입술을 찾기도 전에 눈을 감고는 무작정 들이 내밀었지. 처음에는 정국이가 흠칫 놀라는 듯 했지만 이내 오른 쪽 손으로 나의 뒷목을 감싸며 조금 더 깊이 달콤하게 밀고 들어오는 전정국이야.  

 

 

 

 

 

 

다들 많이 걱정했지? 지난 편, 후기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던데 우리 정국이가 그렇게 약한 남자가 아니니 걱정은 바지 주머니로 쏙 집어넣어~. 전치 2주가 나왔지만 입원한 지 5일이 지나자 몸은 이미 본래의 상태로 돌아와 금이 갔던 왼쪽 팔만 깁스를 한 채 온전히 우린 둘 만의 시간이 생겼지. 

 

행복이란 단어로 매일이 뒤덮혔어. 행복은 한 순간이라더니 정국이가 없던 하루는 내게 1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는데 어느 덧 꿈만 같던 2주가 지나가고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정국이에게 경찰대는 속히 복귀하라는 원칙에 맞춰진 냉정한 답을 내놓았고 아쉬워하는 내 모습에 미안해하는 정국이에게 웃으며 가벼운 협박과 함께 경찰대에 보내주었어. 

 

 

 

 

 

응? 무슨 협박했냐고? 아, 그게 말야.. 또 다시 다치면 경찰대에 가서 미친 듯이 울거라고. 너 쪽필려서라도 경찰대 못 다니게 하겠다고 했지ㅎㅎ 정국이가 식겁을 하더라고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 몰랐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 일이 지나고 3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어. 마침내, 내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거지(대학교까지 졸업했으니 더 이상 학교라는 감옥에 있지 않아도 되니깐!)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내가 한 얼굴 하거든. 전정국, 애가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아지자 머리 아픈 놈들이 내 미모에 꼬이기 시작하더라고;;."  

 

 

 

 

 

 

정국이 휴가 날, 오랜만에 편안하게 꽤 오랫동안 데이트를 하고 바래다준다는 정국이를 밀어내고 간만에 달빛향 나는 밤공기마시며 집으로 가던 중, 전화가 울려 받으려는 순간 누군가 날 뒤에서 덮치고는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가리려 했지. 온 힘을 다해 그 사람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보통내기의 힘이 아니었고 이대로 쥐도새도 모르게 죽는 건가. 부모님에게 죄송하지만 마지막 눈 감기기 직전까지 정국이 생각에, 그를 다시는 못 본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어. 그렇게 소리도 못 낸채 끌려가다 순간 정체불명의 사람이 내 뒤에 있던 이를 발로 차냈어. 때는 이때다 싶어 도망치려고 눈을 막고 있던 덮개를 떼자 눈 앞에 있던 사람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어깨를 들썩거리며 숨을 돌리고 있는 전정국이었어. 

 

어쩌면 죽을 뻔한 날 살려준 생명의 은인인 샘이지. 내가 괜찮은지만 눈으로 확인 후, 뒤에 나가 떨어져있던 그 인간에게 이성을 잃고 영혼 따위는 느껴지지 않은 초점 없는 눈으로 다가가는 정국이를 막고서는 정신차리라고 한참을 뒤에서 소리치며 끌어안아 다가가지 못하게 막았지. 범인도 발로 차이는 짧은 순간 느꼈던 힘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맞은 부위를 끙끙 붙잡고 주저 앉아있었어. 덕분에 정국이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차분히 경찰에 전화를 했어. 이성이 돌아오는 중인 정국이를 안고만 있다가 경찰이 오는 소리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고 힘 없이 미끄러지는 날 정국이는 부드럽게 받쳐주었어. 그 상태에서 고개를 들자 정국이와 눈을 마주쳤는데, 처음 보는 눈빛이라 깜짝놀랐었지. 정국이가 어땠는 줄 알아? 정국이의 눈에는 온기가 가득 차있었고 더불어 연애 기간동안 단 한번도 구경 못 했던 눈물이 가득 찬채 진심으로 두려움에 떠는 눈이었어.  

 

 

1시간 전, 경찰대행 버스에 정국이를 태워주고 움직이는 버스를 천천히 따라가며 손인사를 나누는 데 나와 버스가 각자의 방향으로 트는 순간 내 뒤를 따라가는 수상한 남자를 봤던 거야. 차가 막차인만큼 지금 버스에서 내리면 학교 기숙사에 오늘 입사를 못하고 무단 외박을 하면 작지 않은 피해가 생길 수 있어 함부로 결정하지 못하며 짧은 시간 동안 수 만 가지 생각을 했던 거야. 

불안한 마음에 내게 전화를 걸었고 받지 않은 나에 온갖 흉흉한 사건들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더 이상 참고 기다리는 건 불가능했대. 이성의 끈이 풀린 채 앞 뒤 안보고 내가 가던 방향으로 뛰어 왔던 거지. 그러다 저항하며 끌려가는 날 발견하고 한 치의 망설임없이 뒤의 남자를 밀쳐냈고 내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참고 있던 화가 났는데, 그 화가 해코지한 남자에게 난 것도 맞지만 여자친구를 안전하게 바래다 주지 않은 채 가버린 이기적인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 위에 말했듯이 때리려는 정국이를 내가 막고 경찰이 오면서 이후 이 상황은 종결됐어. 

 

아, 이후 구급차 안에서 했던 정국이의 말이 명대사지.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만 생각하면 났던 화도 풀릴 정도니깐..!(웃음)(웃음) 

 

 

 

 

 

 

정국이가 했던 말은 바로, 

 

 

 

 

 

"김탄소, 너 다쳤으며 나 저 사람 죽였을 거야. 나 살인자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런 늦은 시간에는 밝은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다녀," 

 

 

 

뭐, 생각보다 별로라고? 이 사람들이. 그 당시의 정국이 표정 봤으면 다들 내 마음을 공감할텐데, 아쉽지만 어차피 정국이는 내 남자니깐 나만 웃으며 지내지 뭐. 

 

나도 자기도 한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자고 다짐했지. 그랬더니 연애하는 6년 내내 석회암보다도 딱딱하던 그의 행동이며 맕투며 보이는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어. 음, 예를 들자며 예전에는 전화를 걸면 

 

 

 

"어, 여보세요. 왜 전화했어." 

 

 

가 평소 말투였다며 바뀐 이후에는 

 

 

"여보세요? 보고싶어, 김탄소." 

 

 

전화 받자마자 보고싶다니 좀 뜬금없지만 정국이 입장으로서는 서툴은 자신의 표현이었으니깐.  

 

 

"..나도." 

 

"곧, 너 매일 볼 수 있을 것 같아." 

 

"응? 무슨 말이야?" 

 

"지금은 나도 몰라. 그냥 그럴 것 같다고." 

 

 

 

그때 당시, 변한 전정국이 어색하고 사귄지 오래지만 새로운 모습에 썸 탈때처럼 매 순간이 설레서 저 말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사실, 정국이는 경찰대 수석으로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고 일단 경찰대를 나오면 출근과 퇴근이 생기니깐 날 자주 본다고 생각했겠지. 자주는 무슨, 졸업하고 막상 경위가 되니 나이도 어린데 높은 자리에 앉게 되어 생기는 압박과 부담감, 이런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는 정국이에게 순간 순간 반하며 지냈어. 

 

 

 

"..여보세요..?" 

 

"정국아, 뭐해? 오늘 만난기로 했잖아. 몇 시에 볼래?" 

 

"아... 하, 탄소야 내가 얼마 전에 큰 사건 맡아서 잠을 못 잤ㅇ,," 

 

"그래서, 그러면 오늘 못 만나?" 

 

 

 

 

뭐? 익들아 내가 이기적인 게 아니야. 정국이, 전경위가 된 후로 경찰청 바로 본사로 들어가서 뉴스에 나오는 크고 유명한 사건은 다 맡게 되었고 데이트는 무슨 전화나 문자 한 것도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어서 여자친구로서 속상하기도 밉기도 해서 저랬지. 

 

 

"하, 미안해. 내가 다음 주는 꼭 시간 낼게. 오늘은 만나도 금방 다시 출동해야할 지도 몰라서 그래. 너 괜히 먼걸음할까봐." 

 

 

감기에 걸린 건지, 네가 아픈지 어쩐지도 모르는 내가 참 미웠어. 난 너와 만나는 그 순간이 좋았는데, 그 걸이가 멀든 가깝든, 시간이 길고 짧든 상관없었는데 잠시만 사건을 핑계로 만남을 피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어. 

 

 

"매일, 매일 만날 수 있다면서. 다 거짓말이었어. 내가 언제까지 너만 바라보고 너만 기다려야 해?" 

 

"갑자기 왜그래, 난 네가 힘들까봐.. 너 생각해서 그ㄹ"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평소에 시간있을 때 나랑 만나지 그랬어. 친구들 만나고 술 마식 시간은 있어도 나랑 있을 시간은 없었던 거지." 

 

"..무슨 말이야. 지금 술 마실 생각이 어딨고, 친구 만날 시간이 어딨어. 너 왜 자꾸 네 생각만 해." 

 

"너 지난 주에 태형이 만나거 알아. 산소가 봤다고 알려줬어. 그때도 사건 맡아서 참도, 퇴근도 못해서 피곤하다면서 이래도 내가 내 생각만 하는 거야?" 

 

"그건, 태형이가 경찰고시 준비한다길래 잠깐 만난거야. 그 술자리, 내 술자리 아니었고 지나가는 길에 들렸던 거였어." 

 

"지금 어디야? 경찰청이라면서, 그것도 진짜야...?!" 

 

"뭔 소리야, 지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단거야? 갑자기 왜 그래.." 

 

"의심하게 만든 건 전정국, 너야. 내가 널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기다리는 거 너무 힘들어 정국아. 우리 언제쯤 마음껏 만날 수 있어.." 

 

"하...누군 안 보고싶대? 오늘 너무 힘드ㄹ.. 아니다, 그만 끊자. 더 이상 말해봤자 싸우기는 것 밖에 더하겠어. 우리 둘다 흥분한 거 다 가라앉히고 나중에 전화하자." 

 

"뭐하자는 거야. 하던 얘기 마저하ㄱ..ㅗ" 

 

뚝. 

 

 

 

 

화가 난게 아니었는데 자꾸 정국이가 힘빠지는 소리만 하니 나도 모르게 그동안 마음 속에 묶혀뒀던 게 다 튀어나와버렸지 뭐야. 속상했어. 미운데 또 보고싶은 마음에 나만 좋아하나 불안하기도 하고 온갖 감정과 수 만가지 생각에 휩싸여 오랜만에 펑펑 울었던 것 같애. 그래도 울고 나니깐 화는 무슨 보고싶은 마음이 지금 가장 급한거라 느껴졌고, 그때 당시에는 바로 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그만큼 보고 싶었다는 거 이해하지?) 경찰에 무서운 이미지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이만을 생각하며 어쩌면 민폐일지 모르지만 정국이가 일하고 있던 경찰청에 찾아갔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갔는데, 심지어 이때 얼마나 급했는지 슬리퍼도 짝짝이로 신고갔는데.. 

아,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네. 글 읽고 있는 모든 릐더들 미안, 글 쓸때 최대한 감정 안 쓸려고 노력하는 데 이 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 아무튼, 경찰청에 택시를 타고 가서 입구에서 내려 정국이에게 전화를 했어.  

 

전화 신호는 갔고, 발걸음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멀지 않은 거리에 전정국이 서 있었어. 울었던 터라 자꾸 눈의 초점이 흐려져서 정국이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혼자가 서 있는 게 아니더라고. 아침에 힘들다고 쉰 목소리에 떠올렸던 그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토끼같은 초롱초롱한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밝은 초승달이 된 눈으로 웃으며, 혼자가 아니라 여자와 함께 있더라. 당장이라도 정국이에게 다가가 앞에 서있는 여자분에게 여자친구라며 인사도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옷도, 머리도 급하게 온 터라 내 모습이 창피해 쉬이 다가가지 못한채 발만 동동 굴렸어.  

 

이후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그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어. 신호가 끊기며 초가 세지고 정국이 목소리가 들려왔어. 

 

 

"여보세요? 탄소야? 이제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전정국이 너무 싫었어. 이런 네가 뭐가 좋다고 택시로 40분 거리인 이 곳까지 그렇게 급하게 왔는지 내가 다 한심해 보였어. 뒤에 네가 덧붙인 말들은 더 이상 들리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어. 급하게 혼자 생각한 것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지칠대로 지쳐있는 나에게 여자(경찰청분이라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모습이었어. 힐에 짧은 치마등 딱 봐도 꾸민 모습.)와 주먹 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너의 모습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어. 

 

더이상 봤다간 소리 없는 아우성만 치는 날 네가 볼까. 급히, 전화를 끊고 떠나는 택시를 붙잡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차 있는 눈물을 온갖방법을 사용해 겨우 다시 올라탄 뒤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가주세요라고 했어. 날 본 건지 뒤늦게 택시 쪽으로 뛰어오는 네가 보였지만 그때만큼은 네 얼굴이 보고싶지 않더라. 아무리, 경찰대 수석이라지만 택시를 따라잡기는 무리수였던지 도착할 때까지 연신 쉬지 않고 울리던 정국이의 전화를 단 한통도 받지 않았어. 지나보니 눈물이 나지도 않았어. 단 한번도 날 실망시키거나 의심하지 않게 했던 너라, 더욱 그런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아 그랬나봐. 그래도 본 게 있으니 그냥 넘어 갈 순 없었어. 불꺼진 집창문이 보이며 혼자 있을 내가 상상이 되어 울컥했어.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짧은 골목에서 요새 눈에 띄게 소홀해진 정국이가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스쳐 지나가며 감정이 격해진 터라 과장되게 생각하고 느낀 게 있다는 거 인정해. 그러나, 확실한 건 그 며칠 새 정국이와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 40분 내내 단 한 방울도 나지 않던 눈물이 갈 곳 잃어 방황 중인 손등으로 뚝뚝 떨어졌어. 

 

우는 내가 더 비참해보일까 눈물방울들이 모여 흐르려는 눈물 겨우 막고서는 현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집 앞 어두운 골목 어귀에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전정국이었어. 

 

 

 

 

 

__ 

안녕하세요. 작가 화양동 탄소입니다. 

급히 글을 쓴게 티가 나는 것 같아 제 글에 자신 없는 건 또 처음이네요. 그래도 짜 놓은 틀에 맞춰 글을 썼으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주시는 응원과 관심 정말 감사해요. 크기와 양에 관계없이 도움이 많이 돼요.(하다 못해 .이라도 응원이 될 판이예요.)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애아빠(?)시리즈와 달리 굉장히 오랜시간을 붙잡고 있는 글이네요. 그것도 잠시 이제 마지막 3화로 그 긴 시간을 정리하려고 해요. 

기대해주시는 만큼 부흥이 되지 못하더라도 언제까지나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오늘도 해피데이 독자님들. 

 

+학생 독자님들 시험 화이팅 "먼미해, 지나가는 우리의 시간들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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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3.253
잘보고갑니당 ㅠㅠ 다음편에서 제발 사이다 장면 있기를 ㅠㅠㅠㅜ 고구마지만 이런 장르 넘 조아요8ㅅ8
5년 전
화양동 탄소
뚫어뻥으로 뻥 뚫어드릴게요!
5년 전
독자1
아ㅠㅠㅠ 정국이 뭐야ㅠㅠ 언제 집에는 온거야ㅠㅠㅠ 먼저 도착할라고 엄청 마음 조급햇겠다ㅜㅜㅜ 엉엉 근데 저 싸우는상황이면 다른 사람같았으며뉴너 왜그래? 이ㅓㄴ식으로 나올텐데 정국이는 달라서 거기서 심쿵하면서도 탄소에게 몰입...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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