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황자님 지금 뭐하세요..?"
"탄소씨~! 이게 요즘 유행하는 인싸춤이래~!"
"탄소씨도 와서 같이 춰~!"
(그런 춤이 아닌 거 같은데)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말씀을 갑자기 편하게...?"
이에 황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공석뚜 아닌데 무슨 꼬박꼬박 존대를 해!
탄소씨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그냥 친구해! "
하시는 거 있죠ㅎ
하지만 장차 세계 최고 비서관이 될 김탄소는 상관을 보좌함에 있어 사석과 공석의 구분없이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황자님께선 기어코 야, 너를 하셔야겠다며 고집을 부리셨고, 장장 2시간의 기나긴 언쟁 끝에 동궁전에 한해 황자님은 반말을, 저는 존댓말을 쓰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하여튼 탄소씨는 사람이 그렇게 빡빡하냐.."
"사석에서는 쫌 그래뚜 엉? 친구처럼 편하게 좀 어? 아후(쭝얼)"
합의는 저 혼자만 본 거 같네요.
<황자로운 생활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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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제가 관찰한 황자님의 생활은 대강 이러합니다.
아침 6시경, 황자님은 따스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기상하세요.
그리곤 이 자세로 한 시간동안 본인의 짧은 생애를 회고하시곤 합니다.
"다음 생엔 돌멩이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대체 왜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이러시는지 모를 일이에요.
7시경 정신을 차리시면 용모를 단정히 하시고,
강녕전과 교태전을 차례로 들며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께 문안인사를 드리십니다.
이후 8시 부터는 황자님이 업무를 보시는 시간이에요.
(장관들을 이끌고 회의장으로 가는 민황자. gif)
(의원들의 안일한 태도에 심기가 불편해진 민황자.gif)
(인재를 찾아낸 민황자. gif)
말씀드렸다시피 업무를 보실 때 황자님은 그 누구보다 진중하고 신중하신 분입니다. 놀고먹는 다른 황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시죠. 저는 언제나 이런 황자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존경해왔습니다.
문제는 퇴근 후
일이 많지 않을 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퇴근하신 황자님은
한동안 춤을 추십니다.
춤을 왜 이렇게 좋아하시는지 모를 일이에요.
"탄소씨 이 춤 끝내주는데~?"
동궁전으로 드신 이후에는 황자라는 신분을 벗어던지시고 오롯이 본인의 시간을 즐기십니다.
좀 과하게 즐기시는 면이 없지 않지만요.
걱정되는 건 황자님이 점점 친구를 넘어서서
"탄소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김탄소!!!!!!!!!!!!!!!!!!"
"왜요!!!!! 무슨 일이에요 황자님!!!"
"불 좀 끄고 가. 잘자ㅎ"
저를 가'족'같이 여기신다는 거예요.
남동생 같아서 머리를 쥐어박을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답니다.
그렇지만 황자님도 아주 가끔 외로워 보이실 때가 있어요.
황자님은 가끔 너른 경회루에 홀로 앉아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시다가
자조적인 웃음을 툭하고 내뱉곤 하세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요. 아니면 황자라는 신분에 대한 부담과 회의가 엄습해오신걸까요. 저는 나름 가장 가까이에서 황자님을 봐왔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이런 순간에는 저도 황자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기분이신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내심 무력해집니다.
"황자님, 무슨 생각하세요?"
"탄소씨한테 어떻게 말해야하나 생각중이야."
"뭐를 말씀이세요?"
"아니 내가"
".....?"
"탄소씨 방 비번을 뭘로 바꿨는지 기억이 안 나."
방금 한 말은 취소할게요.
무력함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