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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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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그리 길지 않던 봄 날의 오후 2시에서부터 시작이였다.
그와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게 행복한 커플이였고, 무척이나 사랑을 하고 있었다.
너도 나를 생각하고, 나도 너를 생각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커플.
남들과 굳이 다르다고 말을 해야겠다면, 우리 둘은 남녀가 아닌. 남남이라 해야 할까.
그래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어.
평생, 항상, 계속, 영원히, 언제나, 함께, 시간이 지나도, 누가 뭐라 해도, 손가락질 해도, 눈살을 찌푸려도.
우리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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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운의 품 안엔 과일이 한 아름 들린 박스 포장지가 있었고,
자신의 코 끝을 간질이는 묘한 과일의 향긋함에 평소에 잘 웃지도 않던 표정까지 바꿔
살짝 눈에 띌 만큼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갑자기 제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에 놀라 그만 뒷 걸음질을 쳤고,
그 행동에 의해 자신의 품 안에 있던 과일 몇 개가 바닥에 하나, 둘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놀란 마음을 추스리는 것도 잠시. 도로로 나가려는 과일을 얼른 주우려 어, 어 거리는 바보 같은 소리와 함께
택운은 과일을 주우려 얼른 뛰어갔다.
마지막으로 굴러 떨어진 복숭아를 손아귀 안으로 쥐어 올린 택운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숙였던 몸을 일으켰고, 다시끔 길을 걸으려던 찰나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큰 체구의 형태에 그만 이마를 박았고,
자전거가 지나가도 넘어지지 않던 몸이 기울어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 아, 진짜 아파.. 흐.. 씨"
택운은 놀람 반, 짜증 반의 심정으로 아직까지 자신의 품에 얌전히 있는 과일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 앞에 있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자
미소를 띈 표정을 한 순간에 정색으로 바꿔 숙였던 고개를 들어
자신과 몸을 충돌한 사람의 얼굴을 보려 고개를 들었다.
" .. 아니, 씨.. 아.. 사과를 하셔야죠. 누가 그리 멀뚱하게 서 있습니ㄲ.. "
택운은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했고, 눈을 그 사람의 얼굴에 두자마자
열었던 입을 꾹 다물고 아랫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사람이 자신의 옛 애인이기 때문.
택운은 순간 새하얘지는 자신의 머리와 열려지지 않는 입술을 원망했고,
미동도 하지 않는 채 저를 쳐다보고 있는 옛 애인을 제대로 보지 못 했다.
" .. 너.. 너.. 김원식.. 김원식.."
"형."
"너... "
"보고 싶었어요."
"..."
남자는 전보다 더 마른 듯한 택운의 몸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저를 원망의 눈초리로 보는 택운의 눈을 계속 쳐다보다 팔을 뻗어 택운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힘 없이 제 쪽으로 끌려오는 택운을 그대로 품에 꽉 껴안았다.
"왜 이리 말랐어요."
"미안해요."
"나.. 기다렸어요..?"
원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택운의 행동에 눈을 감고, 조용히 택운의 노란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감싸 잡아
품에 더 꽉 껴안아 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둘은 서로 사랑했습니다.
걱정 하지 마세요. 2편도 있으니까요.
갑자기 생각난 스토리를 구성하여 1편부터 쭉 쓰려 합니다.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짧은 이유는 제 머리 속의 한계라 할까요..
정말 갑자기 생각난 거라서 얼른 쓰지 않으면, 잊어 버릴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