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ower Blood *** '바르작' 택운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밟히는 장미 꽃잎이 납작히 짓눌리며 소리를 울렸다. 제 앞에 놓여진 수 많은 양초들은 붉은 색을 띄며 타오르고 있었고, 방 중앙에 어둠을 밝히던 양초들 사이에는 원식이 방금 자신이 밟았던 꽃잎의 색과 같은 종류의 꽃다발을 든 상태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택운은 아무런 말 없이 동공을 이리저리 굴렸고, 점점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원식의 발걸음에 어깨를 떨며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형" 원식의 말에 택운은 뭔가에 홀린 듯 움찔, 몸을 떨며 고개를 푹 숙였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줍은 듯 자신의 몸을 감쌌다. "... 좋아해요" 이어서 열린 원식의 입술에 택운은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며 자신을 바라보는 원식과 눈을 맞추었다. "ㄴ, 난.. 나.. 아.. 나는.. 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좋아요." 말을 더듬으며 점점 뒷 걸음질을 치는 택운의 행동에 원식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절그럭' 이번엔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며, 팽팽히 늘어났을 때의 소리가 울렸다. 원식은 익숙하다는 몸짓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쇠를 잡고는 좌 우로 슬슬 흔들어댔고, 택운은 아직도 덜덜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원식의 몸을 피하려 최대한 걸음을 빠르게 했다. "형" 아까보다 조금 더 낮은 톤의 목소리로 원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택운에게 천천히 말을 꺼냈다. 여전히 택운은 입술을 잘근잘근 물며 자신의 등 뒤에 닿는 벽에 기대어 스르륵 주저 앉았다. 주저 앉을 때 흩날리는 머리결을 원식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사랑하다 미워지진 않아요." 욕실 안에 배치 되있던 작은 창가의 사이로 찬 가을 바람이 훅 끼치며, 붉은 색의 장미 꽃잎이 공중에 붕- 뜨는가 싶더니 택운의 몸 위로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