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짤이 많으니 새로고침을 2번 정도 해주세요!*
이태용과 A to Z; 봄날의 크리스마스
A.
1반 반장 김여주,
1반 꼴통 이태용,
어울리지 않는 두 이름은 늘 따라다녔다.
전교 1,2등을 놓친 적이 없는 두 사람이니까.
김여주는 이태용을 이기려 발악하다 보니 전교 1등이 되어있었고
이태용은 맨날 처 자면서도 시험만큼은 늘 전교 5등 안이었다.
그러면 김여주는 나태한 이태용을 욕했다.
존나 재수없어.
다른 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입 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그저 속으로 염불외듯, 저주를 퍼부었다.
B.
존나 재수없어.
고2의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개의 그림자 외엔 아무것도 없는 길에서만
김여주는 이태용의 뒷통수에 대고 중얼거렸다.
“존나 재수없어.”
“존나 짜증나.”
“존나 싫어.”
“...재수없어도 괜찮고, 짜증나도 괜찮은데.”
이태용이 뒤를 돌았다.
“싫어하진 마.”
그러면 김여주는 입을 다물었다.
자존심 상 알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재수없는 새끼.
C.
“주번, 간단히 청소만 하면 될 것 같고...
나머지 아이들은 집으로 가도 좋다.”
크리스마스 이브.
세상의 모든 이름들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지기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갔다.
“아 그리고 여주랑 태용이는 선생님 잠깐 보자.”
“네.”
못된 김여주는 내가 왜 저런 새끼랑 같이 가야하냐며
드러누워 떼를 쓰고 싶었지만 애써 웃으면서
어김없이 처 자고 있던 이태용에게 다가갔다.
“태용아, 선생님이 잠깐 보자셔. 같이 가자.”
C.
선생의 플랜을 들었다.
대놓고 잠만 자는 이태용에 대한 다른 교사들의 평이 거지같다며, 이태용더러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선생님 그럼 저는 왜..”
김여주는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애써 말아가며 물었다.
이태용이 나가면 선생은 대답했다.
“전에도 반성문 쓰게 했는데, 영 쓰질 않더라고.
미안하지만 여주 네가 옆에서 기다리면 그것 때문이라도 쓰지 않을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반장.”
미안하다, 반장.
미안하다, 반장.
반장, 반장, 반장.
거지같게도 김여주는 반장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거절할 권리같은 건 없단 소리였다.
D.
반장과 꼴통.
조용한 교실에 둘 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하교를 하며 반장은 꼴통에게 욕을 하고,
꼴통은 반장의 욕을 아무말 없이 들을 시간이었다.
“...쌤이 뭐라셔?”
“네가 반성문 쓸때까지 같이 있으래.
그래야 네가 한 줄이라도 쓴다고.”
“선생 참, 머리 한 번 잘 굴리지.”
이태용은 대답이 없었다.
김여주의 욕을 들을 때처럼.
E.
“야, 너 소원이 뭐야.”
“응?”
“소원이 뭐냐고, 크리스마스 소원.”
이태용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늘 욕을 달고 살면서도 크리스마스엔 꼭 소원을 가져야 한다는 한 소녀 때문이었다.
“음... 몰라. 소원 빌어본 적 없어.”
“넌 뭔데?”
“내 소원은, 다음 시험 땐 내가 널 압도적으로 이기는 거?”
김여주의 입에서 다시 곱지 않은 대답이 나왔다.
이태용은 대답이 없었다.
F.
“빨리 좀 쓰지?”
“네가 반성문을 다 써야 내가 집을 가거든.”
“...계속 안 쓰면?”
“그럼 이대로 크리스마스가 와버릴지도 몰라. 시발, 거지같다.”
이태용은 속으로 생각했다.
“...난 좋은데.”
“뭐?”
아 실수, 이태용은 입을 틀어막았다.
얼어버린 두 사람 뒤로 조용히 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G.
똑똑한 줄 알았던 선생은 꼴통이 반장을 좋아한단 사실까진 알지 못했고, 그 덕에 이태용은 아무도 모르게 크리스마스 소원을 이뤘다.
크리스마스 소원은,
김여주랑 함께 있는 거에요.
...욕 들어도 좋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이브’여도 괜찮은 것 같아요. 산타 할아버지.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Epilogue.
2학년 1반 반장과 꼴통에서
3학년 3반 회장과 꼴통이 되어 몇 개월이 지났다.
정신차리니 봄이었고,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이었다.
선생은 꼴통을 불렀다.
전교 2등이 전교 30등이 된 것 때문이었다.
교실 밖에서 혼나는 꼴통은 앉아서 공부하는 회장을 힐끔거렸다.
이태용은 다시 반성하는 척 하며 김여주의 말을 떠올렸다.
‘내 소원은, 다음 시험 땐 내가 널 압도적으로 이기는 거?’
늦었지만 산타 대신, 이태용이 직접 김여주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서로가 서로의 산타 클로스가 된 셈이었다.
이태용은 꼭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잎들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뭐?”
아 실수, 이태용은 입을 틀어막았다.
멍청한 선생 앞에서 웃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태용은 처음으로 자는 것 외에 꼴통 짓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웃음도 흘러나오게 내버려 뒀다.
교실 안 학생들의 눈이 교실 밖 꼴통에게 돌아갔다.
멍청한 선생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했고
회장은 꼴통을 쳐다보며 키득거렸다.
회장도 작게 소리냈다.
"그래, 너도 메리 크리스마스."
실수가 아니었다.
봄날이었고, 눈도 없었지만
완벽한 크리스마스였다.
둘만의 크리스마스였다.
오랜만에 온 우디문 |
안녕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잘 지내셨나요ㅠㅠㅠㅠㅠ 한 달 정도 안 온 것 같아용,,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글 소재는 많은데 잘 안 써져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보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ㅠㅠ 또 요새 갑자기 바빠져서 처음 글을 올리기 시작한 때 만큼 자주 오진 못할 것 같아요 그치만 독자님들께서 신청해주신 소재나 마무리지어야하는 이야기가 많으니까 최대한 자주 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다ㅠㅠ 또 중요한 사실은 제가 올렸던 여러 글들 중 몇 개는 삭제될 것이라는 겁니다! 뭐가 삭제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갑자기 없어지면 놀라실까봐 이렇게 작가의 말에 짧게 적어둡니당 제가 하고싶은 말은 여기까지입니당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한 해의 마무리도 잘 하시길 빌어용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