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생긴 인상처럼 말투도 어쩜 저렇게 깔끔한지.
너는 꽤나 괜찮은 사람이 나온 거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아.
괜찮은 사람이 나왔다는 건, 너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거니까.
흠이라면,
"아, 예..."
저 말을 끝으로 자꾸 정수리만 내보이고 말이 없다는 거.
너는 역시 너한테 과분한 사람이였다고 생각을 하고는 에프터는 생각도 안하고 음식이나 열심히 먹고 있었어.
정택운이라는 남자는 입맛에 맞았는지 볼에 한가득 넣은채로 오물거리며 먹다가 꿀꺽 삼키곤 대뜸 너에게 제 휴대폰을 내밀어.
"번호는 직접 받는게 나을 거 같아서요."
"아, 네..."
너는 어버버하다가 폰을 받아들어 번호를 찬찬히 찍어.
"금요일 저녁인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주말에 바쁘지 않으면 영화나 한 편 보죠."
"네, 네? 아, 네에..."
그리고 매너있게 집 앞까지 택운이의 차를 타고 와서 내린 너는 방방 뛰며 재환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환 씨!"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그럼요- 나 완전 땡잡았어요."
"헐, 잘생겼어요?"
"당연하죠- 그리고 애프터도 받았어요!"
"오모오모, 웬일이야. 별빛 씨 나한테 맛있는 거 쏴요."
"뭐 먹고 싶은데요?"
조잘조잘 얘기하다보니 벌써 열한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어.
너는 마저 봐야 할 서류도 있었고 해서 급하게 전화를 끊고는 서재로 달려가 노트북을 켜고 한참 작업만 하고 있었어.
아까 배불리 먹긴 했지만 머리를 써서인지,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는 너야.
"아, 배고파..."
중얼중얼거리며 노트북 화면만 보던 너는 결국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들어.
뭐라도 먹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휴대폰이 불이 나게 울렸어.
재환이랑 통화가 끝나고도 한참이나 폰을 안 봤으니...
[별빛 씨]
[별빛 씨ㅠㅠㅠㅠㅠ]
[배고파...]
학연이의 문자가 세통,
[주말에 뭐해]
딱딱하지만 딱 저다운 말투인 홍빈이의 문자 하나.
너는 먼저 학연이의 문자에 답을 해.
[나도 출출해요]
그리고 홍빈이에게 답장을 보내려는데, 폰만 보고 있던건지 바로 전화가 걸려와.
"네 학연씨."
"별빛 씨 집이예요?"
"네."
"아, 그렇구나. 우리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캔 할래요?"
"음... 학연 씨 어딘데요."
"저도 집이죠."
"그럼 나 서류 보고 있던 거만 얼른 보고 나갈게요."
"십분이면 되죠?"
"네, 십분 뒤에 봐요-"
너는 바로 다시 서재로 뛰어들어와 눈에 불을 켜고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일을 끝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는 티에 짧은 추리닝 바지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와.
홍빈이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고.
[나 주말에 약속 있어 왜?]
천천히 걷다보니 학연이가 보여.
위 아래 다 검은 색 옷을 입고는 뭐가 좋은지 손을 마구 흔들다가 네 앞에 와 서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
"선...은, 잘 보고 왔어요?"
"아, 네. 학연 씨도 그 회사 가입해요. 진짜 좋던데?"
타들어가는 학연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는 종알종알거리며 편의점으로 들어가 컵라면과 맥주 한캔을 사.
너와 비슷하게 산 학연이도 네 뒤를 졸졸 따라오더니 편의점 앞 벤치에 앉자마자 다시 들이대며 묻는 학연이였어.
"아, 그렇게 잘생겼어요? 직업은요? 키도 커요? 어떻던데?"
다다다 물어오는 학연이에 너는 혼이 빠져나가는 듯 했지만 결국 푸스스 웃으며 하나씩 대답해줘.
"꽤 잘생겼어요. 직업은 회사 경영직이랬고, 키는 학연씨보다는 커 보였어요."
"아..."
경영직이라는 말에 학연이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키 얘기에 고개를 툭 떨어뜨려.
"왜 그래요-"
"아, 몰라요..."
"오늘 피곤하구나?"
"..., 네 조금."
속도 모르고 피곤하니 어쩌니 하는 너에 학연이는 한숨만 폭폭 쉬어.
말없이 가버려서 기다린 것도 몇년인데, 이렇게 또 뺏기나 싶어서 학연이는 입술까지 꼭 깨물어.
"에이, 그러면 입술 상해요-"
"네에..."
"학연 씨도 해 보라니까요?"
쐐기를 박는 마지막 말에, 학연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널 봐.
"별빛씨, 나 할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