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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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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서 춤 쪽으로 꽤나 알려져 있는 학생이었다.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남들이 얘기하고 웃을 때 나는 그게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말 한마디 할 시간에 연습하면 투덜거릴 일도 없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혼자여도 별로 상관 안 쓰였다.
근데 그런 나를 상관 쓰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택운이.. 맞지?"
내 앞에 의자를 끌고 와서 앉는 녀석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알고보니 같은 반이었지만 관심 조차도 없었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자길 기억 못하냐고 징징 거리는 게 시끄러워서 무시하고 반을 나왔다.
쾌할한 성격 때문인지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나에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고
나는 이런 소리를 왜 쟤 때문에 들어야 하는 건지 싶어 얼굴이 찌푸려졌다.
뒷문으로 본 그 애의 얼굴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말을 건 그 놈의 명찰을 살짝 쳐다보았다.
차학연.
크게 마음에 와닿지도 않았다. 곧 까먹을 이름이겠거니,
*
"아, 저기. 이거 좀 미술실에다가 갔다 놓고 오라고."
이어폰을 끼고 있다 아무래도 나를 부르는 소리인 것 같아 고개를 살짝 들었다.
내 표정에 처음 보는 사람이 몸을 쭈구리며 소심하게 책상에다 교과서를 올려 놓았다.
"내가 왜."
"쟤, 쟤가."
앞문 쪽을 바라보았다.
못생긴 머슴애가 기분 나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하자는 건지 교과서를 들고 그 남자애 앞으로 다가갔다.
머슴아는 어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키도 작은 주제에,
"너 책을 왜 나한테 줘."
"내가 팔이 아파서 말이다! 너가 우리반에서 가장 한가한 것 같은데 좀 해줘라~ 내 친구 거다, 야~"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런 짓을 하고 있는 놈인지 모르겠다.
들을 필요도 없이 나는 들고 있는 책을 던지려고 했다.
그 순간 나를 붙잡으며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복도에 던지듯이 나온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잡아끄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택운아. 쟤가 좀 그런 쪽으로 유명하니까 엮이면 안 좋아!"
낯이 익는 얼굴, 명찰을 확인했다.
"차학연."
"미술실 어딘지 모르지. 같이 가줄까?"
교복을 털면서 교실 안을 주시했다.
옆에서 싸움이 나면 나한테도 안 좋다는 소리를 듣고 어쩔수 없이 바닥에 던져진 책을 건져올렸다.
그리고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저 아이를 빤히 주시했다.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수업 때 보니 꽤 실력도 있는 듯 한데 뭣하러 쓸모없게 나를 챙겨주는지 이유를 몰랐다.
내가 바라보는 걸 눈치챈 녀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그, 말은 잘 안하는 편이지?"
"어."
"춤 엄청 잘 추더라. 저번에 연습하는 거 봤는데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였어."
옆에서 쫑알쫑알 시끄럽게 말하는 걸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어느새 내 시선은 차학연이 아닌 미술책에게 향해 있었다.
요상한 그림들과 화려한 교과서는 역시 미술 과목다웠다.
누구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빽빽한 낙서들도 구경거리였다.
끊긴 말소리에 미술책을 덮고 차학연을 쳐다봤다.
"내 말 안 들었구나. 너 춤 짱이라고 그랬어."
"미안,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
"그래? 나는 진짜 좋아하는데."
머쓱하게 웃는 차학연을 바라보다 멈춰섰다.
그동안 미술실이 같은 층에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이제 한 번 오고 어차피 다시 안 올 곳이기에 머뭇대는 차학연을 뒤로 하고 문을 열었다.
미술실 안에는 청소하던 한 남자가 있었다.
교복 와이셔츠만 입고 있는 남자는 내가 들고 있는 교과서를 보더니 나에게로 뛰어왔다.
"어! 내 교과서네! 대신 들고 와준거야? 고마워!"
대신 들고 와줬다라, 말이 매우 어긋난 것 같았지만 교과서를 건네주었다.
이제 된건가 싶어 차학연을 끌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교복 차림의 남학생이 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
"저기 미안한데, 걔한테 말 좀 전해주면 안 될까?"
"...싫어."
단호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차학연에게 툭툭 치며 빨리 나가라고 전했다.
뒤에 있던 남자가 다시 나를 붙잡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러곤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비행기를 만드는 놈이었다.
"이거, 이재환이 전해주라 했다고 말해줘. 이건 전해줄 수 있지?"
좁은 학교 안에서도 남들을 지 맘처럼 부려먹는 애들은 많다.
그러기에 지금껏 사람들과 등 돌리고 지냈는지 모른다.
나는 말 없이 종이비행기를 낚아채고 미술실 밖을 나섰다.
옆에서 따라오는 차학연이 멀어지는 미술실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아니, 지가 가면 될 것이지."
나는 투덜거리는 차학연 옆에서 접힌 종이비행기를 펴보았다.
옆에 있던 차학연이 더 당황한 눈치였다.
"태, 택운아. 그거 막 맘대로 읽으면.."
[교과서 말고 빌려간 만화책이나 내놔ㅋㅋㅋㅋ 새끼ㅋㅋㅋㅋ]
중요한 내용도 아니라는 사실에 대충 비행기를 다시 접었다.
궁금해하는 차학연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지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이재환이 전해달랬어."
실없는 종이쪼가리를 던지며 자리로 향했다.
그 무리는 내 행동보단 자신에게 온 비행기를 펴 읽으며 웃기에 바빴다.
한심한 짓들이었다.
나는 다시 이어폰을 꼽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조용함에 순간 어색함을 느껴 교실에 차학연이 있는 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학연도 어느새 자기 친구들에게 가 재밌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평소로 돌아왔다, 나는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
몇 일이 지나고 몇 개월이 흘렀다.
나에게로 오던 저 아이들의 관심은 그새 다른 아이에게로 가 있었다.
그것도 못 느끼던 나이지만 최근 이상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학연아. 뭐해!"
처음엔 친해졌거니 생각했다.
"어, 어..? 뭐하긴, 시험기간이잖아."
"너가 무슨 공부야! 같이 매점가자."
매점에 따라가는 차학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 무리 속에 섞힌 차학연은 내가 느끼기에도 어색했고
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불안하게만큼 흔들렸다.
너는 몸을 풀듯이 어깨를 움직였다.
처음으로 매점에 갈 생각이었다.
"택운이다."
매점이 도대체 어딨는거야 하면서 몇 분을 두리번거리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혼자 터벅터벅 걸어오는 차학연이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머리를 긁적이다 말을 걸었다.
"안녕."
"교실 밖에서 보는 건 처음인 거 같네? 그치."
차학연은 내 등을 두들기며 이렇게 된거 같이 교실에 가자며 웃어보였다.
차학연을 바라보다 얘기를 꺼냈다.
"이번엔 너가 당하고 사는 지 몰랐다."
내 말에 앞장 서던 차학연이 뒤를 돌아보았다.
축 쳐진 모습으로 웃던 차학연이 대답했다.
"그거 때문에 나온 거구나?"
"아닌데."
푸흐흐 웃던 차학연이 웃음을 빵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웃긴 얘기라고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차학연은 아직 견딜만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
"되게 웃긴게 하나 표적이 되니까 다른 애들도 점점 피하더라고."
"그래서 내 옆에 왔냐."
나는 결국 차학연 옆에 있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옆에 많던 친구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와중에 하필 내 옆에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한테 처음 말 건 것도 그저 춤을 멋지게 춰서 걸었다고 했는데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도 이래나 저래나 처음으로 같이 다닌 친구였다.
처음으로 내 춤이 어떻다라는 소리를 들어보고
같이 연습하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
*
"그 놈들 그냥 한 번 날 잡아서 팰까."
얼굴에 멍이 든 차학연에게 연고를 발라주며 한 소리 했다.
"미쳤나 봐. 싸움은 잘 하세요?"
"너보단."
차학연은 바보같이 그 쪽 싸움하는 데에 따라 갔다가 한껏 얻어 맞고 왔다.
도대체 이런 애를 왜 데려가가지곤 다치게 하고 오는 건지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이재환이라는 애가 싸움 진짜 잘하더라. 걔 말리다가 한 대 맞은거야."
"이재환?"
"그 저번에 미술실 걔 있잖아. 같이 다니는 앤데 화내는 건 처음 봤어."
아아 미술실 걔.
저번에 종이비행기 접던 특이한 남자애라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알아차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우리 반 미친 놈 있잖아. 친한 줄 알았는데 걔를 반 죽여놓더라고."
"미쳤네."
구급상자를 연습실 의자 위에 놓으며 반응을 했다.
차학연이 거울로 자기 얼굴을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쪽 애들이랑 싸웠나봐. 아야야, 그냥 노는 앤줄 알았는데 막상 그건 아닌 것 같고."
나는 아픈데 만지지 말라고 발로 차학연을 툭툭 쳤다.
몸을 움직이며 피아노 의자에 걸터 앉았다.
하품을 들이켰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연습실 거울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때 문이 살짝 열리면서 고개를 내미는 남자가 보였다.
"저기 미안한데, 보건실에서 구급상자를 여기로 가져갔다고."
흰 교복 와이셔츠만 입고 있던 그 학생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내가 낯이 익는다는 건 어디서 꽤 기억에 남게 마주쳤다는 건데,
차학연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교복에 박힌 그 남자의 명찰을 확인했다.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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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가 끝나면 스토리 정리로 뵙시당 여러분@.@
항상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