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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후드를 뒤집어 쓴 너가 눈 앞에 보이는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구워지는 고기를 보다 반팔만 입은 상혁이를 바라보았다.
상혁이는 고기를 뒤집으며 너에게 한 소리 했다.
"무슨 애가 비 맞고 싶었다고 비를 맞고 다녀. 미친 사람인줄."
고깃집에 찾아온 너와 상혁이는 한 테이블에 가 자리를 잡았다.
너는 눈 앞에 놓여진 술잔을 보며 상혁이의 눈치를 보았다.
평소같으면 먹지 말라고 했을 한상혁이지만 오늘만큼은 너가 신경쓰인 모양이였다.
상혁이가 말 없이 술을 건네 따라주었다.
"그래서, 뭔 일이냐."
너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넙죽 술을 받아 마셨다.
"...... 나 차였다."
한상혁이 놀란 눈으로 너를 쳐다보았다.
너는 여태까지 남자에게 고백한 적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너는 그런 한상혁의 반응에 예상이라도 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나 혼자 좋아하고!"
"야."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취한 너를 상혁이 곤란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너는 아랑곳 않고 생각 나는 말들을 생각 없이 내뱉었다.
"나 혼자 앵기고.... 혼자 설레다...."
"미쳤나, 가시내가! 아후, 괜히 먹였어."
너는 흐릿한 앞을 곧게 쳐다보았다.
또다시 눈물샘이 터질 것 같았다.
"바보같이 차인거야...."
"너가 무슨 바보같이 차여. 니가 뭐 꿀린다고! 누구야, 옆 집 그 남자야?"
너가 고개를 숙여 훌쩍였다.
이재환 때문에 몇 년 울 거 다 우는 구나,
설렜던 기억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너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웅얼거렸다.
"이재환 개새끼야..."
"이재환?"
너가 반쯤 눈을 뜬 듯한 얼굴로 한상혁을 쳐다보았다.
상혁이는 살짝 눈을 찡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설마 그 옆집 남자가 이재환이야? 아니라며!"
꽤 화나 보이는 한상혁 얼굴에 너가 심통이 났다.
지가 뭔데 나보다 더 화난 표정을 하고 있어.
이재환한테 왜 그래.
"야! 너가 이름 물어봤어? 물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니라고 막 그러더니까 막 그러고 막..."
"진짜, 미친 놈 아니야, 그거?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가지 마..."
한상혁은 너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지갑을 챙겼다.
너는 가지말라고 되말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제발 나 더 쪽팔리게 하지 마....."
한상혁이 멈칫하고 몸을 돌렸다.
너가 힘없는 장난감처럼 소리없이 울다 몸을 엎드렸다.
상혁은 그런 너에게 다가왔다.
"...화장은 다 번져서."
축 뻗은 너를 일으켜세우던 한상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너 덕분인지 주위 손님들이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한상혁은 머리를 긁적이다 바라보고 있던 한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 얘 좀 업게 도와주시겠어요."
*
눈을 떠보니 햇빛이 눈 앞을 비추고 있었다.
밝은 하늘에 너가 적응을 못하고 끙끙대었다.
푹신푹신한 감촉이 들어 살짝 몸을 일으키니 너의 집 침대였다.
너가 상황 파악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 밖에선 지나가던 참새소리가 들렸다.
"좋은 아침?"
문 밖으로 키 큰 사내가 건강음료를 마시며 너의 눈앞에 나타났다.
한상혁이 후줄근한 자태로 너를 맞이하고 있었다.
"뭐냐."
"야, 벌써 여름인가봐. 너 이사 올 때만 해도 꽤 쌀쌀했는데 덥다."
한상혁은 손부채질을 하며 방을 나갔다.
너는 이불을 치우고 일어나 상혁이를 쫓아갔다.
너는 어제 입은 그 차림 그대로를 확인한 후에 한상혁 앞에 멈춰섰다.
"뭐냐고 묻잖아요. 한상혁 씨."
"기억 안나나봐요? 누군 너 집열쇠 찾으려고 되게 힘들었는데?"
너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파에 앉았다.
아, 술 마셨구나.
고깃집에서 추태 부렸던 기억이 떠올라 너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한상혁은 실실 웃다가 너 앞에 섰다.
그리곤 뭔가 떠올랐는지 손바닥을 탁 쳤다.
너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한상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 창문 열어놓고 집 나갔더라?"
아,
종이비행기 기다리는 게 습관이 되서.
너가 한숨을 쉬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여기 3층이여도 위험해. 뭘 달든가! 방충망이라도 달랬지. 여름에 모기 들어와서,"
또 잔소리가 시작됬다.
너는 귀를 막고 한상혁을 바라보았다.
방충망을 달면 종이비행기를 못 날리니까 안 달았,
"아냐. 쇠창살 같은거 달자."
"뭐?"
너는 왜 지금 종이비행기 따위를 생각하고 있냐고 자책했다.
너는 그런 자신을 후회하며 아예 더 심하게 쇠창살을 달자고 했다.
한상혁은 어이없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라, 그럼.."
너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의 집에 뭐 속 풀만한 것이 있겠냐만은 소득 없이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셔서 그나마 속이 진정된 것 같았다.
한상혁은 티비를 틀더니 어느새 재밌게 보고 있었다.
너는 그런 한상혁의 모습에 이재환이 겹쳐 보임을 느꼈다.
아니, 왜 이래.
"야, 집에나 가. 이제."
"오늘부터 방학이거든요~"
어느새 벌써 시간이 흘렀나.
어느새 개강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낀 너가 달력을 바라보았다.
너가 달력에 날짜 계산에, 심취해있을 때 한상혁이 덤덤하게 말했다.
"야, 그럼 어제 저녁은 너가 내는거지? 돈 내놔."
너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상혁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생각해보니 용돈 두둑히 받고 서울 온 너보다 알바하며 뼈빠지게 공부중인 상혁이가 안쓰러워 보이긴 했다.
너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지갑 좀 갖고 오면 생각해볼게."
흔한 정택운 말투를 빌려 말해보았다.
입질이 오는 듯 한상혁이 기뻐서 바로 너의 방으로 달려갔다.
너가 내심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한상혁이었다.
"지갑 어딨는데?"
"어디긴 어딨어. 어제 가방 그대로 안에 있지."
"너 어제 가방 없었는데?"
너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
어딨는 지 알 것만 같았다.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너의 손엔 핸드폰이 전부,
머리를 부여 잡는 너를 한상혁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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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올려서 기분 좋음 ^=^)
요즘 댓글 보는 재미에 살아요ㅠㅠ 어쩌다가 점점 편수가 늘어날수록 보시는 사람들도 많아지다니 큽
그만큼 열심히 쓰고 빨리 찾아올테니까 재밌게만 봐주세요!!ㅠㅠ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