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짤이 많으니 새로고침 한 뒤 봐주세요*
이제노와 A to END; 아름다운 죽음을 향하여
A.
그런 말이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일개 조직원과 보스의 여자.
이제노와 김여주.
아무 접점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B.
보스가 자리를 비우는 날.
짤랑, 하고 보스의 이름이 새겨진 옥상 열쇠를 김여주가 챙겨 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노가 고개를 든다.
옥상 문이 김여주의 손에 한 번, 이제노의 손에 한 번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나면 김여주와 이제노는 서로의 목과 허리를 감싸고 입을 맞췄다.
C.
언뜻 잔디처럼 보이는 삭막한 옥상의 초록 바닥에 누워 김여주는 킥킥거렸다.
“우리가 이러는 거, 저 멍청이들은 알고 있을까?”
김여주가 회색빛 세상을 비웃으면,
“... 글쎄요.”
이제노는 애매한 대답만 내뱉었다.
“재미없게 굴어, 또.”
김여주가 지루하다는 듯 눈을 감아버리면
“죄송해요.”
이제노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듯, 사과를 하고 다시 입을 맞췄다.
D.
김여주가 초록 바닥에 누워 이제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이 더러운 곳에 오게 된 이유, 이 더러운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이 더러운 곳에서...
김여주는 이야기를 하다가 울어버렸다.
‘이 더러운 곳.’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이 더러운 곳’에 묶여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거지같아. 나는 정말, 정말, 정말로...”
“...너랑만 살고 싶어.”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너랑만...”
E.
이제노는 우는 김여주를 등지고 달려갔다.
몇 분을 울던 김여주가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화장을 고치고 있을 때쯤, 이제노가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그리고 김여주에게 카페 로고가 그려진 갈색 휴지와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그런 이제노를 흘겨보며 김여주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이미 다 울었는데?”
한동안 말이 없던 이제노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또 틀렸네요, 저.”
"넌 이 더러운 곳에서 쓸데없이 순수해서 좋아."
김여주가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했다.
F.
이제노가 사온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리면서, 김여주가 물었다.
“너, 지금 내가 같이 도망가서 둘이서 살자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
이제노는 대답이 없었다.
“무섭구나?”
이제노는 정곡을 찔릴 때면 대답이 없었다.
“그럼 같이 도망가서... 죽는 건?”
이제노는 김여주를 쳐다봤다.
“넌 죽는 게 무서워?”
“아니요.”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도. 난 너랑 함께하지 못하는 게 더 무서워.”
“저도요.”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G.
김여주와 이제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김여주가 손에 들린 테이크 아웃 잔의 뚜껑을 열어 아메리카노를 비워냈다.
이제노는 그런 김여주를 가만히 쳐다봤다.
“가자, 죽으러.”
이제노는 앞장서는 김여주의 손을 잡아 돌려세우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가요, 행복해지러.”
H.
김여주는 쇼핑을 명분으로 이제노와 현금을 챙겨 차에 올랐다. 그리고 보스의 차 안 블랙박스 카메라를 자신에게 돌렸다.
“뭐 하십니까?”
“키스해.”
이제노는 카메라를 한 번, 김여주를 한 번 쳐다보고 웃더니 입을 맞췄다.
“이거 보면, 보스 약 좀 오르겠지?”
김여주는 킥킥거렸다.
그런 순간에서조차 김여주는 김여주스러웠다.
그리고 둘은 서울역 앞에 차를 세워두고는, 냅다 뛰었다.
뛰지 않아도 됐지만 그냥 그랬다.
그냥 얼른 죽음을 향해, 행복을 향해 가고 싶어 뛰었다.
I.
저녁이 되어서야 부산에 도착한 둘은 바닷가가 보이는 높은 빌딩에 갔다.
둘은 스카이라운지로 가 메뉴 이름보다 ‘여기서 제일 비싼 걸로, 두개요. 와인도.” 라는 말로 주문을 대신했다. 마지막 만찬인데, 싼티나면 안 되지 하면서.
“안 어울려.”
스테이크를 썰던 손을 멈추고 김여주가 말했다.
“뭐가요?”
김여주가 현금 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스테이크를 썰던 이제노의 손을 잡아끌었다.
J.
김여주는 그 길로 옥상으로 향했다.
초록 잔디같은 초록 바닥의 옥상에 올라 둘은 다시 입맞췄다.
마지막 와인의 향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쌌다.
"그렇지, 이게 우리야."
이제노는 문득 김여주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었다.
둘은 한참을 웃고 입을 맞추면서 마지막 밤하늘과, 마지막 밤바다를 봤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서, 그저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 정말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면 김여주가 물었다.
“제노야, 우리가 정말 저기서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겁은 나지 않았지만 이유 모를 눈물은 났다.
김여주는 마지막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했다.
“...글쎄요.”
죽어도 거짓말은 못했다. 이제노는 원래 그랬다.
그런 순간에서조차 이제노는 이제노스러웠다.
그러면 김여주는 더 울어댔다.
이제노는 아무 말 없이 김여주의 눈물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가요, 행복해지러.”
“그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Z.
둘은 마지막 밤바다를 향하여,
행복을 향하여,
아름다운 죽음을 향하여
몸을 던졌다.
안녕하세요 |
크리스마스에 왔었으니 거의 세 달만에 온 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이죠 ㅠㅠ
크리스마스에 이어 오늘은 삼일절이네요.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다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으니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네용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감사한 분들을 기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독립운동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하다가 제 글솜씨가 아직 글로 중요한 일을 언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글로 대신했습니당 다른 내용을 기대하신 독자님이 계시다면 죄송해용 ㅜㅜ
오늘 쓴 글은 사의 찬미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생각나서 소재만 적어둔 글인데 꽤 오래 고민하며 완성했네요! 재밌게 보셨을 지 모르겠어요...?
음 전에 쓴 글에서도 자주 오겠다 말했었는데 잘 지키진 못했네요 어흑,,, 이번에도 다음 글이 올라올 시기를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아요. 어쩌면 3개월보다 더 긴 텀을 두고 올 수도 있구요ㅜㅅㅜ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여튼, 저에게 하고싶은 말씀이나 삼일절을 보내는 독자님들의 방식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오랜만에 왔으니 답글 꼭 달고 대화도 하고싶네용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새해인사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온 김에 할게요
2019 한 해 행복으로 가득 채우시길 바랄게요!
안뇽히 계세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