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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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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은 원래 드라마틱한 법이지]


홍빈은 재환과 중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동네는 옆이었지만 그 중간에 위치한 학교에 함께 다니면서 겨우 안면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마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홍빈이 재환이 속해 있었던 학생부에 같이 들면서 안면을 틀 뿐만 아니라 인생까지 같이 트게 되었다. 아니 홍빈만 재환의 인생에 끼어들게 되었다. 홍빈은 재환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 개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코드와 유독 맞는 개그덕에 홍빈의 볼우물은 마를날이 없었다.

 

그리고 재환 역시 홍빈이 마음에 들었다. 뭐, 그저 부담스러울 뿐. 맹목적으로 자신을 향해 눈빛을 보내는 홍빈은 재환으로써 조금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마치 자신에게 엄청난 개그를 원한다는 듯한 그 눈은 홍빈으로부터 자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잠시 홍빈에게서 벗어나려 노력한 적이 있었다.

 

 


홍빈이 고2였고 재환이 고3이었을 때였다. 재환이 홍빈의 개그기대에 부담을 이기지 못해 공부라는 허울로 학생부를 나간적이 있었다. 물론 시기상으로 그만 둘 때가 다되긴 했었다. 그래도 한 서너달은 남아 있었지만 재환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재환은 확실히 전교에서 노는 편이긴 했다.

 


그러나 홍빈은 재환의 갑작스런 학생부 탈퇴와 자신을 피하는 듯한 태도까지 파악해선 일부러 재환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아주 사소해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큰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가령 갑자기 급식당번이었던 친구를 대신해 급식을 나눠주면서 꼭 재환에겐 국 건더기만 준다던지(재환은 국물을 아주 좋아한다. 건더기는 잘 먹지 않는다.)


콩밥이 나오는 날 재환이 가리는 콩만 모아서 밥보다 콩을 더 많이 준다던지 재환의 핸드폰을 몰래 훔쳐 알람을 꺼둔 뒤 지각을 한 재환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걸 눈앞에서 보면서 교문을 잠군다던지 하는 악행들을 저질렀다. 또 어느날은 재환이 아끼던 쵸파 필통에 엉망으로 그린 쵸파가 재환을 향해 섬뜩하게 웃고 있었는데(홍빈은 나름 화해의 의미로 그린 그림이었다) 진심으로 소름이 돋은 재환은 그 다음날 바로 홍빈을 찾았다. 울상을 지으며 그만하라는 재환에 대고 홍빈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었다.

 

 

 

 "내가 몰 쟐못한고야."

 

 

 

잉잉 거리며 징징대는 재환을 보며 홍빈은 웃음을 참기위해 노력해야했다. 홍빈은 유독 재환의 징징거림이나 어눌한 말투에 약했다.

 

 

 

 "왜 저 피해요?"
 "내가 언뎨!!"

 

 

 

재환이 억울한 척 똑같이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홍빈의 한쪽 눈썹이 씰룩였다. 순간 재환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커다란 키와 덩치가 아까운 순간이었다. 게다가 재환은 오랫동안 운동을 해온 유단자이기도 했다.

 

 

 

 "나 되게 무서운 사람이다? 때리면 나도 너 때릴거야!!"

 

 

 

미안해서 한대도 못때릴 거 같은 사람이 그런말을 하자 조금 우스웠다. 게다가 귀엽다. 역시 학생부 대표 귀요미답다. 아니 3학년 대표 귀요미던가. 여기저기 말을 몰고 다니는 재환은 이미 유명했다. 덩치에 맞지 않은 귀여운 언사 덕분이었다. 몰래 좋아하는 사람도 꽤많고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홍빈이 다른 곳으로 빠진 생각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재환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것이 위협이 되었는지 재환이 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런 재환을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무의식에 가까운 홍빈을 순간 눈치 챈 재환이 냅따 달아났다. 또 어떻게 괴롭힐지는 모르겠는데 우선 벗어나야게따!!

 

저 멀리 재환이 작게 보이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홍빈이 분한 마음에 발을 굴렀다. 아니 왜 저 형은 갑자기 피하고 난리야!! 기분 나쁘게, 진짜.

 

 

 


그후로도 상상도 못한 괴롭힘이 재환을 슬쩍슬쩍 티도 안나게 건드렸다. 뭐 가령 안경을 쓰려고 꺼냈더니 지문과 뿌연 자국이 가득했다거나 그 뿌연 자국을 지우기위해 침을 묻혀 문질렀더니 미끌거리는가 싶더니 거품이 나오는 비누였다거나 아니면 의자에 앉았더니 미묘하게 높이가 달라 덜컥 거려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거나 체육시간에 체육복을 꺼냈더니 체육복에서 땅콩버터냄새가 뿜어져나와 다른애들의 이상한 눈총을 받아야 했다거나 하는 아주 쓸모없는 괴롭힘들이 재환을 미묘하게 툭툭 건드려댔다.

 

그래서 재환은 2차로 홍빈을 불러냈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 재환도 조금 화가 났다. 자신이 견과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그럴수는 없는 거였다. 그러나 불러낸 홍빈의 얼굴을 본 순간 재환은 할말을 잊곤 어버버 거렸다. 아예 겉으로 드러내는 홍빈의 서운한 감정을 쉬이 읽은 탓이었다. 유독 자신을 잘 따르던 아이의 얼굴에 떠오른 서운한 기색은 재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부담스럽다고 피하는 건 정말 못할 짓이다. 그래도 홍빈과는 중학교때부터 안면을 알 던 사이였고 고등학교 들어와선 심지어 친하게 지낸 사이가 아니던가.


재환의 눈꼬리가 금세 축 쳐졌다. 이제 피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겠고 미안한것도 알겠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몰랐다. 재환이 사람을 불러놓고도 아무말도 안하자 홍빈이 툭 말을 내뱉었다.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하세요."

 

 

 

재환에게 흔하게 날리곤 했던 일침이었다. 재환은 눈썹을 한번 씰룩이면서도 별다른 할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저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될 일을 질질 끌고 있는 중이었다. 홍빈은 답답함에 제 가슴을 약하게 툭툭 치면서 답답한 것을 어필하곤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잘못했죠?"
 "..응. 미안."

 

 


홍빈은 마음을 굳게 먹고 온 것이 무색하게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그건 재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둘의 말씨름은 의미가 없었지만 그 사실을 둘은 알지 못했다. 역시 머저리들 다웠다.


홍빈은 서운한 감정을, 재환은 자신이 화났음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왜 자꾸 피하는 건데요?"
 "그러는 너는, 내가 견과류 싫어하는 거 알면서 너무하는 거 아니야?"
 "형이 자꾸 피하니까 그러죠."
 "그것도 그래, 안경 쓰는 사람한테 지문이 얼마나 예민한 건데!!"
 "제가 얼마나 서운하면 그랬겠어요. 저는 오죽 했겠어요?"
 "그게 뭐가 서운해!"
 "..아, 그래요?"

 

 

 

갑작스레 굳어진 홍빈의 얼굴에 재환의 얼굴에 낭패감이 서렸다. 어.. 망한거 같은데.. 오, 오또카지.

 

 

 

 "좋아요. 알겠어요."
 "아, 아니. 빈아. 그게..!"

 

 

 

그러나 이미 홍빈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저만치 걸어가버렸다. 재환은 미처 그런 홍빈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그래도 착하고 좋은 동생이었다. 이대로 놓치기엔 아까울거야. 안돼!!

 

재환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재환으로썬 나름 큰 결심을 한 것이었다. 재환이 남의 감정을 돌리기 위해 애쓴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재환은 그저 미움받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 직접 미움을 사서 그것을 풀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재환이 와다다 달려 급하게 홍빈의 허리를 팔로 감싸안았다. 발을 헛디뎠는지 어느새 꿇고 있는 무릎덕에 누가봐도 찌질하게 매달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재환은 그것을 자각치도 못한 채 잉잉거렸다.

 

 

 

 "미아내!! 잘못했어."
 "그쵸? 형이 잘못했죠?"
 "..어?"

 

 

 

재환은 잠시 멍하니 고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다시 일이 틀어질까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홍빈이 시원스레 웃어보였다. 그 웃음이 재환은 조금쯤 마음이 놓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다. 홍빈의 허리를 감고있던 재환의 팔이 스륵 풀렸다.

 

 

 

 "맛있는 거나 사줘요."
 "그럴까? 뭐 먹을래?"
 "팝콘 먹고 싶어요."
 "팝콘?"
 "그러니까 영화도 봐요."
 "음.. 그래!"

 

 

 

끙차 소리를 내며 일어나는 재환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홍빈이 조심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학생부는 어쩔거에요?"
 "나도 몰라! 근데 어차피 거의 끝났었어."

 

 

 

홍빈이 괜히 재환을 째릿 쳐다봤다. 그러자 움칠 놀란 재환이 슬쩍 눈을 피했다. 그러다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당당하게 홍빈을 내려다봤다.

 

 

 

 "모야! 화해했쟈나!!"
 "전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그 눈빛이 불경해."
 "흥!"
 "오모오모!! 세상에나!"

 

 

 

재환의 어눌한 말투에 홍빈이 평소처럼 눈에 사라지게 웃었다.

 

 

 

 

 


*

홍빈이 눈을 접어 웃다말고 급 정색에 돌입했다. 앞에서 신나게 먹어대는 재환 때문이었다. 좋다고 마구 먹어대는 건 보기가 좋은데 이 멍청이가 자꾸 여기저기 흘려대면서 먹고 있었다. 홍빈이 신나게 학식을 먹어대는 재환을 째려봤다. 그걸 용케 느낀 재환이 고개를 들더니 잠시 갸웃 해보였다. 왱?


아 진짜. 홍빈은 순간 제가 무엇 때문에 재환을 째려봤는지도 까먹은 채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벅벅 긁어댔다. 그러자 속없이 재환이 홍빈의 속을 긁었다.

 

 

 

 "빈아 그러지 말고 머리를 감아."

 

 

 

그러면서 자신이 먹고 있던 식판을 슥 당겨 홍빈을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더 정확하게는 홍빈의 머리를. 뭐가 떨어질지 모르쟈나! 홍빈은 울컥 오르려는 화를 참고 밥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런 홍빈을 힐끔 보던 재환이 입안에 음식물을 급하게 씹어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이따가 도서관 갈거야?"
 "자리 없을걸요?"
 "으아, 공부하기 싫다!"

 

 

 

홍빈이 꾸깃 표정을 구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에 배알이 꼬였다.

 

 

 

 "그럼 하지말고 놀까요?"
 "중간고사 얼마 안남았는데? 나 교양 하나도 안했단 말이야."
 "교양이 중요한가요? 전공이 중요하지. 전공은 거의 다 했잖아요. 그쵸?"

 

 

 

재환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재환이 마음역시 갈대마냥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홍빈은 그걸 아주 쉽게 알아챘다. 홍빈이 재환몰래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날짜도 다시한번 확인했다. 분명 오늘은 재환의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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