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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스프링 썸머(SPRING SUMMER) 01 | 인스티즈

 

 
 

 ※ 스프링썸머(Spring Summer)는 민석이가 루한에게 남긴 일기장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역순행적 구조를 토대로 쓰여진 글 입니다. 읽으시면서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봄과 같고, 여름을 닮은. … 나는 나의 사랑스런 연인을 만났다.​

 

[루한/시우민] 스프링 썸머(SPRING SUMMER)

written by. 피렌체







 

 

 

 

 

 

「 04년 6월 03일.」

 

 

5교시 체육 시간에 축구를 했다. 반 대항으로 아이스크림을 걸고 하는 축구전이었는데 날도 덥고 그래서 루한에게 투정을 부렸다. 축구를 좋아하고, 한때 축구 선수를 꿈꿨던 걸 아는 루한이 나에게 왜 그러냐고 그랬다. 왜긴 왜야, 날이 얼마나 더운데. 게다가 5교시라니! 햇빛이 가장 쨍쨍해질때라 엄청 더울텐데! 예전에 일사병에 걸려 쓰러진 적이 한번 있은 후로는 여름에는 오래 걷는다거나 뛰는 것 등의 유동성이 높은 행동은 왠만하면 피했었는데. 오늘 할 종목이 하필이면! 내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축구라니. 머리가 띵했다.

 

쉬는시간 10분 동안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백현이, 경수, 루한을 뒤로하고 한참동안 고민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고 쉴까, 아니면 모른 척하고 그냥 운동장을 뛸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쉬자는 쪽이였다. 스탠드석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선생님께 정중히 쉬고싶다고 얘기했다.

 

경기 시작 1분 전. 쉬겠다는 내 말에도 루한은 넌 나랑 같은 팀으로 같이 뛰어야 한다며 강경하게 내 의견을 묵살했다. 내가 있던 없던 무슨 상관이야 … 체육 선생님에게 양해까지 구하면서 쉬려고 했던 내 바램은 루한 덕분에 와장창, 무너졌다. 어휴, 네 성격을 아니까 그렇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넌 한대 맞고도 남았어 인마.

 

20분 정도를 막 뛰어다녔는데 더워서 숨도 안 쉬어졌다. 그래도 눈 앞에 공이 왔길래 루한이 있는 곳으로 뻥, 찼다. 그 공을 유연하게 받은 루한이 제법 먼 거리에 있는 골대를 향해 슛을 넣었다. 아싸 골!! 상대편 골대에 공을 골을 집어넣은 루한은 백현이, 경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분 좋은 세리머니를 날렸다. 나와 기쁨을 나누고 싶었는지 내가 있는 쪽으로 루한이 달려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자리에 주저앉는 나를 보며 루한이 기겁을 하며 어깨를 붙잡고 왜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내 상태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백현이랑 경수한테 들어보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것이 정말 아파보였다고 했다.

 

아까까지만해도 심각한 얼굴로 안부를 묻던 루한은 평소처럼 장난을 걸었다. 빠오즈 익겠다.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던 루한이 나를 그늘 쪽으로 데려갔다. 겉으로는 웃어도 걱정한다는 걸 알았다. 경기가 재개되었는데도 루한은 경기장에 나가지 않았다. 안 들어가냐고 그러니까 이미 한 골 넣었으니 됐다고 했다. 무슨 자신감이래? 내 말에 루한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김민석 너는 여름엔 뛰어다니면 안되겠다. 라고 했던 것도 같다.

 

됐으니까 빨리 경기장에 들어가라며 손으로 루한의 등을 밀었다. 루한은 그 이후로 한 골을 더 넣었다. 뭐랬더라. 나 진짜 축구선수 해도 될 듯. 이라고 했었나. 어휴 루한. 넌 나부터 따라잡으라니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는 꿈에도 모르겠지. 」

 

 

 

 

 

 

 

 

*

 

 

 

 

 

 

 

첫 입학식 날. 나는 루한을 처음 봤다. 중학교 때부터 징그럽게 붙어다녔던 백현이와 경수가 함께였다. 하지만 백현이와 경수와는 다른 반에 배정되어 쓴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위로를 한답시고 변백현이 ‘ 자주 찾아갈게. ’ 라고 얘기했다. 왜 너희 둘만 붙고 나만 따로 떨어진거야 … 차라리 경수랑 나랑 붙고 친화력 좋은 변백현이 떨어졌으면 좋았을 걸.

 

반끼리 줄을 서달라는 교장선생님의 목소리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이리저리 방황했다. 차라리 바로 옆 반이었으면 나란히라도 섰을텐데 두반이나 건너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굴리던 민석의 머리 위로 누군가의 손이 올라갔다. 야.

 

 

 

 

 

‘ 너 3반이야? ’

 

 

 

 

 

뭐라고 설명하긴 그런데. 어 … 굉장히 잘생긴 아이였다. 사실 이목구비를 요목조목 따져보자면 잘생겼다기 보다는 예쁘장한 편이었다. 3반이냐고 물어오는 목소리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 얘도 3반인가?

 

 

 

 

 

‘ 친구 없어? ’

 

 

 

 

 

정곡을 찔러왔다. 유일한 친구였던 백현과 경수도 다른 반에 배정되었으니. 민석이 슬픈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반에 배정이 되서 …… 웅얼거리듯 중얼거리는 민석의 목소리를 용케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 나도 3반. 나도 친구없어. ’
‘ 아, 정말? ’
‘ 루한. 중국계 혼혈아야. ’
‘ 아, ’
‘ 넌? ’
‘ 아, 김민석이야. ’

 

 

 

 

 

입학식 날 처음보았던 루한의 첫인상은 굉장히 좋게 남았다. 혼자라는 기분이 우물쭈물 거리기만 하는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줬다. 그것도 훤칠하고 잘생긴 애가! 민석은 입학식만 끝나면 바로 백현과 경수에게 달려가 자랑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루하기만 한 교장 선생님의 말씀도 즐겁기만 했다. 뒤에 서 있던 루한이 민석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이러저리 장난을 쳐왔다.

 

강당에서의 조회가 끝나고, 학생 주임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몇가지 교칙을 설명했다. 그리고 교실로 내려왔다. 반으로 가는 길에 백현과 경수를 만나 자랑을 할 예정이었는데 다짜고짜 반으로 올라가자며 팔을 잡아끄는 루한 때문에 그렇게 하고싶어했던 자랑은 하지 못했다. 그럼 집에 가는 길에 자랑해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했지만 집에 같이 가자고 하는 루한 덕분에 그러지도 못했다. 정신이 없어서 휴대폰을 못 봤는데 백현이와 경수가 나를 찾는다고 학교에서 30분을 헤맸단다. 미안하게.

 

약속했던대로 경수와 백현은 민석과 루한이 있는 반으로 곧잘 찾아왔다. 민석의 옆에만 찰떡처럼 달라붙어있던 루한도 백현의 어마어마한 친화력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둘 씩 따로 먹던 급식도 넷이서 같이 먹었다. 서로 농담도 하고, 이래저래 떠들어대기도 하고. 루한도 경수와 백현이 싫지는 않아보였다.

 

2학년이 되고 네 사람은 같은 반이 되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놀았다. 야자를 째고 학교 근처에 있던 PC방에 가서 돈을 걸고 내기도 했다. 주로 지는 건 내가 아니면 백현이었다. 억울해서 바락바락 소리치는 백현이를 보며 루한과 경수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돈이나 빨리 내놓으라고. 딱히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나도 늘 꼴등 아니면 3등이었지만 저렇게 억울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컴퓨터 게임에 딱히 흥미가 없었을 뿐이니까.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백현은 또 야자시간에 몰래 도망쳐 PC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어제 진 게 그렇게 억울했는지 씩씩거리는 모습에 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 오늘 담임한테 불려갔어, 안돼. 경수의 말에 루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걸렸어.

 

 

 

 

 

“ 너도 걸렸어? ”
“ 응, 말 안하고 야자 째면 이제 가만 안 있겠다고 그러더라. ”

 

 

 

 

 

나는 안 걸렸는데? 민석이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경수가 아, 그거. 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루한이 경수의 입을 막았다. 경수의 귀에 무어라 작게 속삭이던 루한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 뭔데? 민석의 물음에 경수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루한도 손을 휘휘 저으며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백현이 짜증난다는 듯 발을 버둥거렸다. 아이씨 PC방 가려고 일부러 돈도 좀 가져왔는데.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 백현에 민석과 경수가 눈빛을 교환하는가 싶더니 일제히 백현에게로 덤벼들었다. 오늘 PC방도 못 갈 것 같은데 그 돈 친구들한테 좀 써라!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려는 손길에 백현이 몸을 있는 힘껏 움직이며 필사적으로 민석과 경수를 막았다. 야! 하지마! 이거 동생 저금통 깨서 가져온 거라고!!! 백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썼다.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장난을 치는 민석을 말없이 바라보던 루한이 피식 웃었다.

 

 

 

 

 

“ 그래 변백현. 쪼잔하게 굴지말고 돈 좀 써라! ”

 

 

 

 

 

루한도 백현의 주머니에 슬쩍, 손을 대었다. 아 진짜! 얘네가 단체로 약을 빨았나! 백현이 울부짖었다.

 

 

 

 

 

 

 

*

 

 

 

 

 

 

 

“ 아, 5교시에 무슨 축구야! 더워죽겠는데! ”
“ 점심 먹은 거 다 소화되겠네. ”
“ 왜, 이긴 반에는 아이스크림 돌린다는데. ”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오늘 일기 예보에서도 오후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왜냐고? 물론 햇빛이 너무 세니까. 그래서 당연히 대강당에나 가서 배드민턴이나 여유롭게 칠 줄 알았는데. 백현과 경수가 엉켜붙어선 벌써부터 덥다고 징징거렸다. 맞다. 오늘 햇빛이 세긴 하다. 벌써부터 더워지는 느낌에 민석이 한숨을 쉬었다.

 

민석은 더위에 굉장히 취약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말 여름. 별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일사병에 걸려 훅, 쓰러진 전적이 있은 후로부터는 땡볕에서 오랜시간 걷는다거나, 뛰는 것 따위를 꺼려했다. 과거 축구 선수가 되는 건 어떨까, 하고 민석이 진지하게 고민까지 해본 적이 있다는 걸 백현과 경수는 물론, 루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퇴양난. 민석이 예전에 일사병에 걸려 쓰러진 적이 있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분명 저를 아이 취급하면서 절대 뛰지 못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일단 민석은 체육 선생님이 계신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했다. 더위에 워낙 취약해서 그러니 이번 축구 경기에서는 저를 빼달라고. 체육 선생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그늘에 가서 쉬어.

 

경기 시작 1분 전, 루한이 민석에게로 다가왔다. 루한, 나는 좀 쉴게. 민석의 말에 루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너 축구 잘하잖아.

 

 

 

 

 

“ 아후, 오늘은 너무 덥고 … ”
“ 안돼, 너 오늘 나랑 같이 뛰어야 해. ”
“ 야, 루한 … 나 진짜 더 … ”
“ 가자, 경기 시작해. ”

 

 

 

 

 

결국 사실대로 말하지는 못하고 민석이 경기에 참가했다. 루한과 민석의 패스는 제법 환상적이었다. 경기시작 20분 쯤 되었을 때 민석의 공을 전달받은 루한이 골대로 길게 슛을 넣었다. 아싸 골인!!! 루한이 아싸, 하며 공중으로 붕, 뛰었고 그에 백현과 경수가 루한에게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 짝, 하고 맞닿은 손이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김민석! 루한이 소리쳤다. 이미 땀을 흘릴대로 흘린 민석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웃으며 신나게 뛰어오던 루한이 눈을 크게 뜨고 민석의 앞으로 다가왔다. 왜그래? 루한이 민석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살폈다. 더워 … 작게 중얼거리는 민석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조만간 터질 것처럼 위태로워보였다. 민석이 바닥에 주저앉음에 따라 체육 선생님이 휘슬을 불었다. 잠깐 경기 중지!

 

루한이 힘없이 늘어지는 민석을 부축했다. 괜찮아? 중간중간 계속해서 물어오는 루한에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 빠오즈 익겠다. ”
“ … 그래, 더워서 돌아가시기 일보직전이야. ”

 

 

 

 

 

민석의 대답에 루한이 웃었다. 입이 산 걸 보니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가보다. 장난스레 말을 건넨 루한이 그늘이 진 스탠드 석으로 민석을 앉혔다.

 

 

 

 

 

“ 그래도 할만큼 했어 너. 덕분에 골도 넣었으니까. ”
“ 네 덕분이잖아. ”

“ 네가 나한테 패스 안했으면 못 넣었어. ”

 

 

 

 

 

그냥 눈에 보이는 게 루한 뿐이라 패스했던 것 뿐인데. 민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휘슬 소리가 들렸다. 경기 재개였다. 공이 다시 운동장 위를 굴렀다. 안 가? 민석의 물음에 루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가. 너랑 여기서 구경이나 할래. 루한의 말에 민석이 고개를 저었다. 나 생각할 거 없어, 그냥 가.

 

 

 

 

 

“ 됐어. 아까 한 골 넣어서 괜찮아. ”
“ 무슨 자신감이래? ”

 

 

 

 

 

민석의 말에 루한이 소리내어 웃었다. 뭐 어때. 루한의 손이 뜨끈뜨끈하게 달구어진 민석의 머리 위로 향했다. 그러고나서 슥슥. 땀 묻어 바보야. 민석이 제 머리 위로 올려진 루한의 손을 쳐냈다.

 

 

 

 

 

“ 성수네 성수. ”
“ 헛소리 한다 자꾸. ”
“ 뭐, 어때. ”

 

 

 

 

 

민석이 한숨을 쉬었다. 너 이러고 있을 동안 골 먹으면 어쩔거야. 나 더워, 아이스크림 먹게 해달라고. 빨리 들어가. 민석이 루한의 등을 떠밀었다. 아, 안 갈거라니까! 버티고 서는 루한을 더욱 힘을 주어 밀었다. 그래도 끝까지 안간다고 버티길래 민석이 손짓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루한! 골 먹히잖아! 빨리 가!

 

평소에 승부욕이 강한 루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 빨리 가라니까. ”
“ 김민석. ”
“ 왜. ”
“ 너 여름엔 왠만하면 뛰어다니면 안되겠다. ”
“ 갑자기 무슨 소리야, 또. ”

 

 

 

 

 

너 얼굴 빨개진 거, 되게 ㄱ …

 

그 순간, 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꽥 소리쳤다. 골 먹힌다 먹힌다!!

 

 

 

 

 

“ 빨리 들어가라니까! 골 먹히겠어! ”
“ 아이씨, 알았어. ”

 

 

 

 

 

루한이 운동장으로 뛰어가며 크게 손짓했다. 아, 거기 아니야! 이리저리 제스처를 취하던 루한이 제 팀 쪽으로 굴러오는 공을 막아냈다. 아, 다행이다. 탄식을 내뱉은 민석이 그제야 안도하며 자리에 앉았다. 와, 진짜 골 먹힐 뻔했네 …

 

근데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한거야? 민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10분 뒤, 루한은 두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시합은 2:0로 우리 반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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