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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Rest in Peace - B | 인스티즈

 

 
 
 
 
 
 
 
 
 
 
 
 
지하에서 잠들다

[루한/시우민] Rest in Peace
written by. 피렌체
 
 
 
 
 
 
 
 
 
 
 
 
 
 
 
 
 
 
 
안녕. 또 보네. 나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야 나. 미련하기 짝이없는 루한이라는 놈이 하는 짝사랑에 대해서 막 이야기 하던. 오늘도 걔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왔어. 귀찮더라도 성의있게 봐줬으면 좋겠어. 그 미련한 새끼가 원하는 일이거든.
 
 
내가 그때 어디까지 말했었더라. 대학 졸업했을 때까지 이야기했지? 그 이후부터 또 얘기할게. 중간중간 과거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건 읽는 너희가 좀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야.
 
 
전에 말했듯이, 루한은 졸업 후 까지도 민석이한테 고백하지 못했어. 내가 왠만하면 좋게좋게 잘 이어주려고 중간 다리 역할도 자주해주고 그랬는데 고백을 못하더라. 늘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잘 된적은 한번도 없었어. 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김민석을 떠보기까지 했겠어. 근데 김민석은 여전히 모르는 눈치더라. 자기 옆에서 호구짓이란 호구짓은 다 해대는데 그걸 몰라. 내가 진짜 얼마나 답답했는지.
 
 
그런데 또 가만히 있자니까 루한 그 녀석이 불쌍한거야. 말은 안했어도 민석이 옆에 얼마나 서고 싶었겠어. 유치원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민석이를 좋아하고 있었으면서 연인이 아닌 친구로만 서 있었던거잖아. 얼마나 답답하겠어. 뭐라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어. 그만큼, 루한의 감정은 파도에 쉽게 쓰러져버리고 마는 모래성 같은 사랑이 아니었어. 내가 뭐라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그 크기는 방대했어.
 
 
그 녀석이 힘들거라는 게 눈에 훤히 보였어. 그런 상황에 내가 루한한테 뭘 해줄 수 있겠어. 그냥 나는 옆만 지키고 있었어. 근데 민석이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는게, 사실 그 친구라는 타이틀을 깨부순 건 민석이도 아니고 루한이잖아. 루한 입장에서 생각하면 민석이가 답답하게 보일 수 있지만, 민석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또 루한이 나쁘게 보이기도 한다는 거. 나는 루한이나 민석이나 내 친한 친구기 때문에 누구 편을 드는 것도 사실 좀 애매했어. 사실 ‘ 편 ’ 이라고 하는 것 부터 좀 웃긴 걸수도 있고. 루한이 들었으면 아마 콧방귀를 끼지 않을까싶다.
 
 
졸업식 날 하루 전까지 민석이한테 고백을 해볼까, 하고 밤까지 꼴딱 새면서 고민도 했대. 근데 역시나 자기는 용기를 못 내겠더라는거야. 나도 그날 학교 졸업식이라 전화통화로 그말을 듣는데 루한 그 놈이 그렇게 짠해보일 수가 없더라. 얘는 요새 왜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후에 민석이한테 전해들은 건데. 그 졸업식 날 있잖아. 그 민석이한테 겁나 달라붙던 여자애가 꽃다발 들고 찾아와서는 졸업 축하드린다고 인사했대. 민석이는 그 날 루한이 그렇게 화낸 이후로 그 여자애한테 좀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나봐. 루한이 그 날 그 여자애랑 다신 말 섞지 말라고 엄포를 뒀는데 뭐 마지막 졸업식이니까 좋게좋게 잘 마무리하려고 그랬었대. 그때 루한이 그랬던 건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뭐 이런 식의 대화였던 것 같아. 그때 루한은 다른 후배들한테 둘러싸여서 사진도 찍고, 졸업 선물도 받고 그랬던 모양이야. 그래서 루한 눈치보면서 대화를 한거지. 그 여자애랑.
 
 
근데 루한이 어떤 놈이야. 김민석 없으면 일상 생활부터 불가한 놈이잖아. 고새를 못 참고 민석이도 포함해서 다같이 사진찍자고 민석이 데리러 왔다가 둘이 같이 있는 걸 본거야. 루한 그 놈이 빡쳐 안 빡쳐? 그 여자애가 민석이한테 어떤 감정을 갖고 들이댔는지 다 아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루한이냐.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는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민석이 팔 붙잡고 그 여자애 겁나 노려봤대. 사과하려고 온거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라면서 민석이가 제 뒤에서 조잘조잘 떠드니까 루한이 말 자르고 화냈대. 내가 그때 얘랑 대화하지 말라고 했지 않냐고. 너는 왜 그렇게 내 말을 안듣냐고. 답답해 죽겠다고. 한숨까지 뻑뻑 쉬어대는데 민석이 고 놈 아무말도 못했대. 화만 냈으면 자기도 쏘아붙이기라도 했을텐데 표정이 너무 복잡해보여서 더이상 말 꺼내면 안될 것 같았다더라고.
 
 
그 여자애가 오늘이 마지막이니까요. 하면서 민석이한테 꽃다발 건네주고 끝. 그리고 같은 과 후배들이랑 단체 사진도 찍고 그렇게 좋게 마무리. 그 날 얘기는 그냥 입 밖에 안 냈대. 루한도 그렇고 민석이도 그렇고 일이 더 복잡해지는 건 싫었대. 그냥 쉬쉬, 하고 넘어갔지.
 
 
근데 이제 김민석도 좀 이상한 기운을 알아차렸나봐. 어느 날 나한테 전화가 와서는 나 요새 고민이 있다고 그러는거야. 처음에 나는 루한 관련한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루한 얘기를 하더라. 그래, 이제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구나. 했지. 언제까지고 질질 끌 순 없잖아. 차라리 잘됐구나 싶기도 하고. 일단은 김민석이 무슨 말을 하나, 경청했어. 근데 또 김민석 고 놈도 병신짓을 하고 있더라.
 
 
 
 
 
 
‘ 내가 이상한건지, 아니면 루한이 이상한건지 잘 모르겠는데. 요새 루한이 좀 달라보여. ’
 
 
 
 
 
 
달라보인다고? 말이 좀 요상해서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 그러니까 예전부터 루한이 행해왔던 모든 것들이 이제 의심이 가기 시작했나봐. 하나하나 이야기 하는데 그걸 이제야 알았냐면서 속으로 안심했어.
 
 
 
 
 
 
‘ 예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나랑 여자랑 같이 있으면 엄청 열폭해. 이번 졸업식에도 좋은 취지에서 사과하려고 온 후배한테도 그렇게 구는 걸 보면, 내 옆에 여자가 서 있는게 싫나봐. 처음에는 루한이 내가 걱정되서 그러는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냐. 학교에서 만나는 애들은 하나같이 루한 보고 덤벼드는 애들이라 다른 학교 애들도 친구들한테 소개 받고 그랬는데 그것도 루한이 병적으로 싫어했어. 그렇게까지 하면서 여자를 만나야만 하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도 아는 여자애들 많을 거 아니냐고. 그렇게 마음에 안들면 네가 괜찮은 애로 소개시켜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건 또 싫대. 무슨 심보냐고 그러면 그냥 싫대. 뭔 놈의 이유도 없어. 완전 놀부 심보라니까. ’
 
 
‘ 나중에 같은 과 친구한테 전달받아 들은건데, 루한 아는 후배가 나 소개시켜달라고 그랬대. 그건 누가봐도 루한보고 덤벼든 건 아니잖아. 전부터 다른 애들한테도 나 소개시켜달라고 애교도 피우고 다니던 애래. 과 내에서는 엄청 유명한데 정작 당사자인 나는 몰랐어. 알고보니까 루한이 그 여자애랑 나랑 만날 수 있는 경로를 아예 차단시켜버린거야. 나랑 같은 강의라도 들으면 연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시간표도 조절하고 그랬는데 그럴때마다 루한이 그 여자애한테 헛 정보 흘리고 그랬대. 대단하지? 어떻게 그렇게 하고 다닐 수가 있지. 대단하다, 진짜. ’
 
 
‘ 내가 한번 그 얘기도 했어. 그때 왜 그랬냐고. 너 알지. 루한이 왠만한 일에는 잘 당황 안하는 거. 근데 그 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당황하더라니까. 내가 여자랑 있는 게 그렇게 싫냐고. 왜 내 연애사에 그렇게 간섭이냐고. 내가 막 머리 쥐어뜯으면서 짜증내니까 내 어깨 붙잡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말까지 더듬었어. 살면서 루한이 그렇게 당황스러워 하는 거 처음봤어. 그래서 진짜 이제부터 안 그러겠다는 다짐까지 받았잖아 내가. 와. 그때만 생각하면. ’
 
 
‘ 근데 집에 가면서 곱씹어보니까 이상해. 루한 걔는 자기 좋다고 덤벼드는 여자애도 많은데 왜 유독 내 주변에 있는 여자애들한테만 그러는건지. 처음에는 루한이 그 여자애들을 마음에 들어하는건가 싶었는데 아니었어. 걔가 늘 내 주변에 있는 여자애들한테는 늘 눈치를 줬거든. 내 옆에 있지말라고. 오죽하면 눈에 다시 띄지말라는 말까지 했겠어. 얼씬도 못하게 만들기도 했고 … 그런 일들을 생각해보면 또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닌 것 같고. 순전히 나한테 심술 부리는건가 싶기도 했는데 또 그것도 아니야. 루한 여자 관련된 일만 빼고선 나한테 늘 다정하고 잘해줬어. 솔직히 루한은 유치원 시절부터 그랬어. 알잖아. ’
 
 
 
 
 
 
맞는 말이잖아. 할 말이 없더라. 그래서 가만히 있었지.
 
 
 
 
 
 
‘ 요새 좀 의심이 가기 시작했어.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이러니까 … 해서는 안될 생각도 들고. ’
 
 
 
 
 
 
해서는 안될 생각? 그때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대충 알아챘구나.
 
 
 
 
 
 
‘ 루한이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
 
‘ 나 정말 진지하게 묻는 거야. 네 생각은 어때? ’
 
 
 
 
 
 
어떻긴 뭐 어때. 백프로지. 근데 그 자리에서 맞아, 루한이 너 좋아해. 라고 말할 순 없잖아. 김민석 뒷목 붙잡고 쓰러질 일 있나. 그래서 그냥 말 얼버무리고 너는 어떤데? 라고 물어봤어. 그러니까 김민석이 그러더라.
 
 
 
 
 
 
‘ 나랑 루한이랑 유치원때부터 같이 자랐어. 사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거 아는데 …… 만약, 루한이 날 좋아하는 거라면 그 마음 접으라고 하고 싶어. 나는 루한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 적 한번도 없어. 늘 소중한 친구였고, 없어서는 안될 친구였지 한번도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느낀 적 한번도 없어. 나는 평범하게 여자랑 연애할거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당연하다는 듯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릴거야. 너무,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 ’
 
‘ 난 … 루한이 날 정말 좋아하고 있는거라면 …… 난, 루한 얼굴 더이상 못 볼거야. 친구로써 지내온 세월만 20년이 다됐어. 그 시간 속에 루한이 나를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 얼마나 충격적일지, 넌 가늠이 가? ’
 
‘ 만에하나 정말 그런거라면 … 돌아갈 수 없을거야. 정말이야. ’
 
 
 
 
 

순간, 루한 그 놈이. 너무 불쌍해보였어. 루한이 고백하는 순간, 모두 끝나버리는 거잖아. 제 마음을 전달하게 되면 루한은 이때까지 지켜왔던 친구라는 타이틀로도 서있을 수 없어. 친구로써 김민석 옆에 계속 서 있느냐, 아니면 제 진심을 전달하고 더이상 마주할 수 없느냐의 문제잖아. 그건 내 멋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어. 순전히 루한과 민석이 간의 문제지. 한동안 말을 못했어. 나도, 김민석도.
 
 
사실 민석이를 탓할 순 없어. 틀린 말은 아니야. 우리 셋은 유치원때부터 쭉 같이 자라난 사이고, 서로를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함께 했어. 근데 어느 순간, 친구로만 생각했던 놈이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생각해봐. 그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일거라 생각했어. 차라리 남자와 여자간의 사이였다면 이렇게 복잡해지지는 않았을거야. 루한도 남자고, 민석이도 남자야. 서로 볼 거 안 볼거 다 보면서 살아왔던 사이인데, 갑자기 좋아한다니. 내가 민석이었어도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였을거야. 근데, 저렇게 단호하게 돌아갈 수 없을거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사실 나도 루한이 처음 민석이 좋아한다고 그랬을 때. 그냥 그 마음을 포기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 그냥 너도 평범하게 여자 만나고 다니라고. 왜 하필 민석이여야 하냐고. 편안한 미래를 내버려두고 왜 그렇게 힘든 길을 선택하냐고.
 
 
그러니까, 루한이 이런 말을 하더라.
 
 
 
 
 
 

‘ 난 한번도 민석이를 친구라는 틀에 가둬 본 적 없어. ’
 
‘ 민석이가 여자를 사귀고, 여느 남자들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 난 마음 편했던 날이 단 한번도 없었어. ’
 
‘ 나한테 김민석은 전부야 … 이 세상 어떤 것도 민석이를 대신 할 수 있는 건 없어. ’
 
‘ 23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
 
‘ 이제와서 너까지 그만두라고 그러면 …… 대체 나는 뭐가 되는거야 … ’
 
 
 
 
 
 
 
그렇게 말하는 루한의 모습이 세상을 다 잃은 것 처럼 암담해 보이더라.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 같았어.
 
 
 
 
 
 
 
‘ 그러니까 너까진 그러지마라. ’
 
‘ 응원 같은 거 안 바래. ’
 
‘ 민석이 포기하라는 소리만 하지마. ’
 
‘ … 부탁이야. ’
 
 
 
 

그 뒤부터였던 것 같아. 그 미련하기 짝이 없는 사랑을 응원하기 시작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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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마음이 좁혀 질 수 있을까요?
9년 전
독자4
헐ㅜㅜㅜㅜㅜㅜㅜㅜ제발 민석이가 루한마음 받아주기를ㅜㅜㅜㅜㅜㅜㅜ23년동안 대단하네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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