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대들 조팝나무입니다!
이번 편은 수열이었네요 흐흐 그럼 다음 편은 당연히! 야동이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 명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 미안하다..
그리고 축제 에피소드는 준비기간에서 생긴 에피 + 축제 중에 생긴 에피 + 후폭풍? 이런 식으로 다룰 계획이에요.
성규의 여장을 기대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으시던데 흐흐... 저도 사실 기대되욬ㅋㅋㅋㅋㅋㅋㅋㅋ는 뭐짘ㅋㅋㅋㅋㅋㅋㅋ
실은 성규의 여장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넣으리라 다짐했던 씬이랍니다 흡흡. 이렇게 자급자족이라도 해야죠 뭐.
항상 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아잌!
이번 편에서 쓰인 bgm은 FreeTEMPO - Melod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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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황이 꿈만 같이 느껴져서 성열은 자꾸 제 옆의 상대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눈이 가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옆태가 보였다. 버스 창문에 비친 다부진 입매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것 마냥 고상한 분위기를 문 채 다물어져 있었다. 벌써 10분 째 대화가 없었지만 사실 충분히 벅차올랐다. 아, 딱 설레서죽을 것 같다. 라고 성열이 생각했다. 아까 이 잘생긴 형아가 쪽지를 보낸게 맞긴 한건가? 데, 데, 데, 데이트라고 써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얼, 얼, 얼, 얼굴 보고! 아잌! 명느님, 이렇게 나를 들었다 놨다 하시면.. 아, 몰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최신 가요를 가사 없이 흥얼거리는 기사 아저씨의 노랫소리만이 전부인 한적한 버스 안에서, 성열은 고개를 푹 숙이고 뜨끈뜨끈하게 열이 느껴지는 제 얼굴을 애써 감추었다. 조, 존나 부끄러! 그래, 사실 아까 충동적으로 교실을 빠져나와 매점으로 달려갔을 때 부터였다. 뒤도 돌아볼 것 없이 무리하게 뜀박질을 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자신을 보며 명수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올 것을 당연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을 때부터, 바로 그 때 부터가 꿈의 연장선인 것 같았다. 현실성 없게 생겨먹은 얼굴에 자신을 향한 애정이 가득 샘솟아오르던 그 모양새를 성열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이 성종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챙겨보는 월화드라마 속의 잘생긴 남자 주인공처럼 혼을 빼놓을 듯이 멋드러져서 그저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거울이 없어도 제 얼굴이 얼마나 볼썽 사납게 시뻘개져있을지는 당연 알 수 있었다. 성열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디 고사라도 지내고 있는 것 처럼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명수의 눈매가 제법 따뜻하다. 예술의 예 자도 모르는 성열이 예술을 논하게 했던 그 잘생긴 입가에도 어느새 은은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성열아." "네,넷?"
금방이라도 탱탱볼 처럼 통통 하고 튕겨져나갈 것 같은 아이의 대꾸를 들은 명수의 입가가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듯이 실룩거렸다. 기대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참으로 생동감 있고 솔직한 반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느 한곳에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도로록 굴러가는 큰 눈 또한 명수를 즐겁게 했다. 성열이 매점을 안찾은 몇 일 동안 제가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냈는지 눈 앞의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상상 조차 못할거다. 아쉽게도 앞으로 제가 꺼낼 말은 이 달콤한 버스 데이트에 도움 조차 안될게 분명하지만 명수는 말을 계속 하기로 했다. 음, 그러니까. 중대발표를 하듯 입술을 살짝 혀로 축인 명수가 눈은 그대로 제 옆의 아이에게 맞춘 채 말을 이어갔다.
"다음 주부터 매점에 안나갈거야." "헐? 아... 이제 아줌마가 나오시는거에요?" "응, 원래 계획대로. 할아버지가 어느정도 기운 차리셨거든."
아, 그렇구나. 잘됐네요.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성열이 두어번 고개를 주억거리며 진정한 언행불일치를 선보였다. 형이 애초에 매점에 나오기 시작한 것도 아줌마 대신이었으니까. 간병인들의 수발이 필요없을 정도로 형네 할아버지의 건강이 회복된게 틀림없었다. 이제 매점에 가도 명수를 볼 수 없을거라는 생각에 쓰나미 같이 서운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분명히 기뻐해야할 일이 맞는건데 나는 왜. 성열은 이기적인 자신의 속내를 애써 감추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형은 이제 다시 학교 다녀요? 그래야지, 군휴학 기간도 조금 있으면 끝나니까. 아, 그렇구나.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인 성열이 고개를 다시 끄덕거렸다. 한 눈에도 딱 보이게 축 쳐져있는 성열의 어깨를 명수가 힐끗 쳐다본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이의 속내에 명수의 눈에 웃음기가 서렸다.
"이제 학교에서 못보니까 섭섭해?" "아, 네.. 뭐, 아무래도 쪼..금은 그, 그, 그러겠..죠?" "이런. 우리 할아버지가 더 아프셨으면 했구나." "헐. 형, 대박! 절대 그건 아니죠! 아니, 뭐, 저를 그동안 그런 놈으로 밖에 안보셨던거에요? 헐, 대박. 진짜 대박. 헐이네요. 진심 헐. 형 할아버지가 건강해지신거랑 제가 섭섭한건 완전 별개의 문제죠. 와, 완전 한순간에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네. 와, 모는 실력이 장난 아니시네요? 이호원 분신인 줄." "하하하하하!"
보기 드물게 크게 빵 터진 명수의 웃음소리가 버스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처음에는 말도 잘 안하더니 이제는 자신을 놀리기까지 한다. 정말 유쾌하다는 듯이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는 명수를 보던 성열은 저 얄미운 명느님이 일부러 자신을 들었다 놨다 했다는걸 그제서야 눈치챘다. 아직도 웃음기가 다 가시지 않은 명수가 동글동글 귀여운 눈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아이의 코를 검지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삐졌어?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놀라 크게 몸을 움찔거린 성열이 대답했다. 아뇨, 제가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거 가지고 삐지겠어요? 이런거 가지고 삐지지 않았다는 아이의 목소리가 제법 매서웠다. 아, 그래도 이호원 분신이라고 한건 좀 심했나? 아잌, 몰라. 조그만 입을 잔뜩 빼놓은 채 중얼거리는 성열이 보였다. 정말 귀엽다. 품에 안고 놔주고 싶지 않다고 제가 봐도 닭살스러운 생각을 하며 명수가 말했다. 내가 매점에 없다고 해서 우리가 아예 못보게 되는건 아니잖아? 그럼요? 자신이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심기가 불편했던 성열의 태도가 한 순간에 누그러졌다.
"그만큼 밖에서 많이 보면 되지." "아.." "잊었어?" "뭐, 뭘요?"
얼굴 보면서 데이트 하자는 말 아직도 유효하거든. 너 이제 큰일 났다. 내가 질릴 때 까지 계속 해야 돼. 아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하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너한테 질릴 일 따위는 없을 거라는 듯 안심이라도 시키는 것 처럼 그림 같이 잘생긴 입술이 거짓말처럼 말려올라갔다. 방금 굉장한 말을 들은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다. 쪽지에 써있는 죽은 활자로 보는 것과 직접 제 귀로 듣는 것은 차이가 많았다. 성열은 금방이라도 살과 뼈를 뚫고 나올 것 처럼 빠르게 뜀박질을 하는 제 심장을 느꼈다. 아, 이 형도 참. 이미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잘생겨먹은 주제에 말로도 저렇게 사람을 홀려먹는건 정말 반칙이다. 성열의 얼굴이 펑 하고 터질 것 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흔들림 없이 아이를 응시하고 있던 명수가 성열과 시선을 더욱 진득하게 맞춰오며 다가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정식으로 연ㅇ... 바로 그 때 였다. 너갱이를 태평양 건너 먼 대륙에 팔아먹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성열이 어? 어? 하며 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났다. 아씨, 우리 집 지나갔네! 아저씨, 내려주세요! 빨리요! 빠른 손놀림으로 벨을 연타하는 성열을 쳐다보는 명수의 얼굴이 멍하다. 내려주느니 마느니 하며 기사 아저씨와 계속 실랑이를 하던 성열이 겨우 명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이었다.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 이미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바라보다가 코를 훌쩍이는 아이를 보던 명수가 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대로 분위기를 타서 고백 테크까지 탑승하려고 했던 자신의 계획이 산산조각 나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명수가 민망해져서 큼큼거리며 목을 괜히 가다듬었다. 집, 어느 방향이야? 저 쪽이요. 가자. 네! 그런 제 명느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열은 해사하게 웃으며 발랄한 손짓발짓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옆에서 조잘거리는 아이의 목소리를 그렇게 몇 분을 듣고 있었을까. 크지 않은 반응에도 신이 난 듯 입을 멈추지 않던 성열이 갑자기 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 코코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던 곳에는 왠 시꺼먼 강아지가 한 마리 서있었다. 크기가 꽤 커서 개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코코야! 개 주제에 늠름한 풍채를 자랑하며 '나는 여기에 가만히 있을테니 니가 움직여라'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코코를 향해 성열이 발랄한 폼으로 뛰어갔다. 명수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꼬리를 느리게 살랑살랑거리며 성열의 앞에 배를 까고 드러누운 코코가 자신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것 같았다. 개과의 포유류 주제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을 대하는 눈매가 꽤 서늘했다. 저 개새끼가 제법이네. 명수는 강아지에서 개, 개에서 개새끼로 코코를 비하시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코코와 성열이 연출하는 훈훈한 모습에 왠지 배알이 꼴려옴을 느꼈다. 그러던 중에 성열이 기분이 좋은 듯 눈까지 감고 있는 코코의 목을 살살 긁다가 제가 흠모하는 형이 어색하게 장승처럼 서있는 것을 목격했다. 형, 이리 와봐요! 코코 귀엽죠? 저 쪽에 슈퍼집 개에요. 아! 그리고 코코는 얘가 새끼일 때 제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지금은 이렇게 커버렸지만. 아니, 니가 훨씬 더 귀여운데.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명수는 그냥 미소만 지어보였다. 제가 그렇게 말하면 또 파드득 부산을 떨게 분명하다.
"코코야, 손! 아이, 귀여워라. 형, 형도 한번 해봐요. 워낙 착하고 순한 애라서 처음 보는 사람 말도 다 들어요." "아."
그 워낙 착하고 순한 애가 으르릉거리지만 않았지 명수를 죽일듯이 야려보고 있었다. 빨리요, 형. 성열의 재촉에 못이겨 명수가 별로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코코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 줘봐. 그런데 코코가 고개까지 돌리며 명수의 손을 외면하는게 아닌가? 제가 할 때와는 너무 다른 광경에 놀란 성열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코코야, 왜 그래. 얘가 오늘 기분이 안좋은가봐요. 소세지 먹고 싶어서 그래? 민망해진 자신의 오른손을 다시 거둬들이던 명수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악하네. 사람도 가리고. 그에 코코를 우쭈쭈 거리며 달래고 있던 성열이 눈까지 크게 뜨며 (명수에게는) 저 요망한 개새끼를 두둔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우리 코코가 얼마나 순진하고 깜찍한 애인데. 그런 소리 농담으로도 하지 마세요! 언제는 명느님이라고 추앙까지 하더니 지금은 저 시꺼먼 개 때문에 자신을 지하실에 5년동안 묵은 먼지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던 명수는 어이가 없어져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어색한 정적 속에서 그 순진하고 깜찍하다는 애가 갑자기 성열의 다리를 부여잡더니 민망하게도 자신의 분신을 정신없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헐... 코, 코, 코, 코코야, 왜 이래! 너... 바, 바, 발정기..? 자신의 밑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 처럼 헥헥거리며 추삽질을 하는 코코를 멍청하게 쳐다보던 성열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에 붉어졌다. 명수 또한 그 역동적인 광경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어졌다. 저게 어딜 봐서 순진하고 깜찍한 애라는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털 색깔만큼 음흉한 속내를 가진 개새끼라고 하면 모를까..
"코코야, 빨리 집에 가! 빨랑! 훠이훠이!" "잘 생각했어."
제 다리를 붙잡고 욕정을 채우고 있던 코코를 겨우 떼어낸 성열이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예전에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것 처럼 귀여웠는데.. 새끼, 많이 컸구나. 저런 짓도.. 할 줄 알고.. 형 품을 떠나 여자친구도 많이 만나렴. 때에 맞지 않은 감상에 젖어 손까지 흔들며 '세굿바'를 외치는 아이를 쳐다보던 명수가 눈을 돌려 코코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드디어 갔구나. 그대로 멀리멀리 가버려라. 동시에 하는 작별인사였지만 그 느낌만은 확연히 달랐다. 네 발 달린 짐승 주제에 감히 내 귀여운 고딩을 넘봐? 자기 것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소유욕을 발휘하는 것 때문에 몇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집착명수'라고 불리우는 명수가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대범하게 성열의 손을 잡았다. 일종의 영역표시. 갑작스러운 명느님의 손길에 김명수 빠돌이는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제 손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손을 느끼며 미소를 지은 명수의 깊은 눈이 이채를 띄웠다. 성열의 앞에서 처음으로 '집착명수'의 봉인이 해제되는 순간이었다.
"형, 저기 빨간 지붕 보이세요? 어두워서 잘 안보일 수도 있지만 예쁜 빨간색이에요. 저기가 우리 집이에요!" "이성열" "네...?"
이번엔 또 어떤 말로 내 정신을 냉큼 삼켜드시려고 이 명느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는지 모르겠다. 명수의 깊은 눈매와 마주한 성열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거센 심장박동에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앙 깨물었다. 마주잡고 있는 손이 제 땀 때문에 축축해진 것 같기도 했다. 혹시 제가 흠모하는 상대가 찝찝해하지는 않는지 성열은 눈을 들어 명수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 주말에. 네? 이번 주말에 내 오피스텔에 놀러와. 거짓말처럼 제 고막을 파고드는 그 특유의 높낮이가 적은 말소리에 아이는 왠지 부끄러워져 괜시리 발로 땅을 툭툭 건드렸다. 아....가, 가도 되요? 묘하게 끝을 느리게 끄는 말을 듣고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맛있는거 해줄게. 음식 이야기에 순진하게 눈을 반짝거리는 제 앞의 고등학생 남자애를 보던 명수가 새삼스럽게 죄책감을 느꼈다. 왠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를 원조교제 하자고 꼬드기는 늙고 배나온 아저씨가 된 기분이다. 애써 그 찝찝한 생각을 다른 차원으로 치워버린 명수의 시야에 성열이 자꾸 입술을 혀로 축이는 모습이 잡혔다. 아무것도 모르기는 개뿔! 저런 식으로 유혹하고 있는데.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고 누군가 말했듯이, 명수도 별 고민 하지 않고 자신의 입술을 들이밀었다. 아니, 들이밀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자신의 왼쪽 엉덩이에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악! 하고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혀, 형, 왜 이래요! 조금 전까지 저에게 다가오고 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땅으로 푹 꺼진 명수에게 급히 다가간 성열이 깜짝 놀라 제 명느님을 살피기 시작했다. 형, 괜찮아요?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성열이 주위를 살펴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뭐야, 저건. 왠 까맣고 파란게 하늘거리는게 보였다. 저게 대체 뭘까? 성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 정체불명의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쳐다보았다. 어? 틀림없는 코코였다. 가로등 불빛에 제 몸을 드러낸 채 꼬리를 기분 좋게 살랑살랑거리며 걸어가는 코코의 입에는 이상한 파란색 천이 물려있었다. 그러다가 무의식 중에 성열이 아까보다 나아진 얼굴로 일어서려하는 명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고, 안색이 마하의 속도로 시퍼래진 것은 바로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가 명수의 왼쪽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혀, 형! 팬티 보여요!"
아까 코코가 물고가던 파란 천은 바로 명수의 바지의 일부였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왼쪽 엉덩이 부근. 아까부터 이상하게 엉덩이가 시원한 것을 느끼던 명수가 어울리지 않는 어벙한 표정으로 성열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몸을 더듬어보았다. 아, 확실히 다른 곳보다 허전한 부분이 매만져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당한 봉변에 멍청한 얼굴로 서있는 명수를 보던 성열이 당황스러움에 잘 벌어지지도 않는 입을 겨우 벌려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하.하.하... 코, 코, 코코가 물어뜯었나봐요.. 그 말에 바로 분노에 차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지는 제 명느님을 발견한 아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노력했다. 하.하.하.... 그래도 패, 팬티는 안찢어져서 다행이에요! 맨 엉덩이를 까고 있는거보다는 낫잖아요. 하.하.하! 명수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매만지며 눈을 감았다. 퍽이나 위로가 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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