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잠깐의 침묵. 그 침묵을 깬건 나였다.
"백현아."
이미 내가 할 말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아이는 연분홍색 입술을 질끈깨물고는 다시 슬프게 웃는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젖은 목소리로, 그 아이는 말했다.
"괜찮아요, 미안해하지마요."
나는 살짝 웃었다. 이렇게 웃지라도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참고서 아이를 등지고 멀어진 후에야 힘들게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미안해, 미안해…
ㅡ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모르겠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다. 상처받았겠지. 많이 아프겠지. 대체 왜 말한거야. 너도 알았을텐데말이다. 이렇게 될거라는 것을…
"아, 미치겠다…."
정신을 차리고보면 또 깜깜한 밤. 어두운 밤에 정신을 차리면 항상 조용한 숙소에 나 혼자다. 나를 제외한 우리 멤버들은 요즘 누구 하나라고 말할 수 없을만큼 모두 바쁘다. 나는 이렇게 혼자 있으면 우울함이 깊숙히 파고들어 혼자 엉엉 울고, 또 운다. 회사 측에서는 부쩍 우울해보이는 내게 나름의 배려를 해주고자 스케쥴을 잡아주지 않는 것일테지만,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요즈음에는 도통 분간이 가질 않는다.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일주일동안 그 아이와 마주치지 않으려 그렇게 애썼지만 결국 이럴 때 찾는건 그 아이다. 참, 나쁘다. 난 언제나, 그 아이가 없으면 혼자다. 외롭다. 미치도록 외롭다.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백현아…"
"누나?"
"…보고싶어."
이기적인, 참으로 이기적인 나다. 난 너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또다시 내 손으로, 내 입으로 그 아이를 찾는다.
"갈게요."
결국 내 욕심이, 내 욕망이 너를 불러버렸다. 내가 더 이상 네게 이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나의 이기심이 앞질러 너를 괴롭히는걸까. 참 이기적이다. 너는 결국 또 내 앞에 나타나 웃어주겠지.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넌 지금 달려와 날 안아주겠지만 난 널 안아줄 수 없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