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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태연] 누나 번외편 03 (完) | 인스티즈

 



누나 본편 06~08참고
날씨가 새벽 내내 좋지 않았다. 꼭 이런 날씨엔 악몽을 꿨던 사람. 또 이상한 꿈을 꾸고 혼자 불안에 휩쌓일 누나가 떠올랐다.


'누나 아무 일 없는거죠? 요즘 연락이 없어서 걱정돼요. 기다리다 먼저 연락해요. 꼭 답장해줘요 꼭.'


후, 큰 일을 해낸 것처럼 한숨이 나온다.


'걱정해준 덕분에 잘지내. 컴백 무대 잘하구, 다치지말구.'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문자를 썼을 누나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뭔가… 저릿한 느낌이다.


'누나랑 얘기하고싶은 게 너무 많아요. 출근하시면 꼭 한번 만나서 얘기해요. 또 걱정되게 아프지말고요.'


부담을 느낄 것 같다. 누나는 스스로가 마무리 지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피하고싶어하겠지. 누나가 책임져요, 하며 부담을 주려는게 아니다. 그냥 난,


'누나 생각많이 하는거 눈에 다보인다ㅎㅎ 답장안해도되고 걱정하지않아도 괜찮으니까 일단 만나요. 우리 얼굴 좀 봐요.'


누나가 너무 보고싶은 것, 그뿐이다.


'내일 사옥갈거야. 너도 내일 나오면 볼 수 있을거야. 미안해 백현아.'


미안해. 이 세글자에 누나의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다. 안다. 알아요. 그러니까 겁내지말고 저랑 같이 걸어요. 누나가 천천히 가고싶으면 천천히 가고 빨리 가고싶으면 빨리 갈게요. 그러니까, 내 손 잡아줘요.

-

"와, 누나다. 진짜 누나맞죠?"


오랜만에 만난 누나였다. 속상하게 살은 또 왜이렇게 많이 빠졌는지 모르겠다.


"왜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어?"


나보다 누나가 더, 더 많이 그래보이는데말이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건네온다.


"아, 요즘 입맛이 없어서그래요. 별거아니니까 또 걱정하지말아요."
"…안할 수가 없잖아."
"네?"
"걱정을 안할 수가 없어… 백현아."


누나의 한마디에 온 몸이 녹아내릴 것같은 기분이 든다. 누나도 내 걱정해주는구나. 나 혼자만 누나 생각하는거 아니구나.


"앉을래요?"


자리에 앉은 누나는 좀처럼 고개를 들 생각을 안한다. 이렇게 앞에 있는데, 얼굴도 못보는 건 진짜 싫다.


"그냥 이렇게 얼굴이라도 보여줘요. 응? 누나 고개 좀 들어봐."


그제서야 고개를 든 누나, 그토록 가까이서 마주하고싶었던 얼굴이다. 너무나도 예쁜. 우리 태연이누나.


"백현아, 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누나도 내가 좋잖아요. 숨기지 마요, …이제 누나한테 듣고싶어. 아니, 들을래. 말해줘요."


누나는 답이 없다. 괜히 답답해져 물을 들이켰다. 빈 듯 보이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있는 누나의 표정이 날 더 애타게만든다. 그냥, 내가 듣고싶은 말. 누나가 정말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생각하고 있는 그 말. 해주면 안돼요?


"나 티 안내지만… 지금,"
"미치겠어요."


하아, 깊은 한숨이 나온다. 착잡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감을 못잡겠다. 내가 더이상 어떤 말을 해야 누나가 알아줄까. 고민하던 그 때 작고 따뜻한 무언가 내 얼굴을 감싸오는게 느껴졌다. 그 작고 따뜻한 물체는 힘을 주어 숙여져있던 내 머리를 올려들었다. 마주치는, 눈. 누나의 눈. 얼굴을 포근히 감싸고있는, 누나의 손. 어안이 벙벙해 누나를 가만히 보았다.


"모질게 밀어내려고했어. …그런데 나는."
"나는 널 밀어낼 수 없어. 처음부터 불가능했어."
"가능했더라면,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있지도 않겠지."


우리? 누나의 입에서 처음으로 너와 나가 아닌 우리, 라고 묶여나온다. 아무 말이 나오지않는다. 지금 누나가 하는 말을 내멋대로 해석해도 되는건가? 볼이 점점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누나도 느꼈는지 살짝 손을 떼어냈다. 나도 모르게 떼어지는 누나의 손을 잡으려던걸 겨우 참았다.


"나때문에, 한순간느끼는 걸지도 모르는 감정때문에 너가 곤란해질까봐."
"하."
"한순간느끼는 감정이요? 누나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거였어요."
"난, 난, 한순간이 아니였는데. 누나는 그걸 그냥 한순간이라고 말해버리네…"


화낼만한 말이 아니였다. 누나가 그런 의도로 말한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서로의 감정을 알면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게 싫었던걸까? 아니면 이렇게하면 누나가 솔직하게 감정을 말해줄 것 같아서? 정말, 모르겠다.


"누나는 한순간이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저는…."
"백현아."
"누나는, 대체 절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려는거에요?"


못났다. 정말 못났어. 좀 더 부드럽게 말해줄 수 있었던건데. 누나가 항상 내게 그래왔던 것 처럼. 그런데 왜자꾸 마음과 다르게 말이 나가는지 모르겠다.


"너 지금 흥분했어. 이런 상태에서 너랑 더이상 말하고싶지않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있다. 이런거 정말 싫은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이제 누난 내가 필요하지않아요?"
"백현아."


누나는 내 말에 놀란 듯 내 이름을 부른다.


"이렇게 예쁘게 불러줄 수 있으면서."


서로 상처주지마요 우리.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감정이야. …그러니까,"
"날 미워하지만 말아줘."
"제가 누날, 어떻게 미워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를."


그제서야 확인했던 것같다. 누나도, 나도. 서로를.


"나한테도… 넌 그냥 한순간 지나가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야."
"알지? 백현아?"


그럼요.


"그러니까 정말 소중한 존재야 나한테."
"누가요?"


괜히 장난을 치고싶었다. 누나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알면서 왜묻냐고 한다. 그 모습이 귀엽고 확인받고싶은 마음에 빨리 말해달라고 투정을 부렸다. 누나가 웃는다.


"알면서 뭘 물어보고 그래."
"아 전혀 모르겠는데…."
"너가 좋아, 백현아."

길을 잃고 헤매던 두 손이, 만났다.

 

 

 

 

 

 

 

번외편까지 드디어 마쳤네요. 번외편에서는 현재의 이야기를 써볼까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말그대로 번외편이니까 같은 사건에서의 백현이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것같다는 판단 하에 현재의 이야기는 최소화하였습니다.

드디어 길었던 여정이 끝난 기분이네요. 중간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연재에 차질을 빚은 점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래도 끝까지 지켜봐주시는 독자님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총 9편의 본편과 3편의 번외편을 연재하며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다시 찾아올게요^ ^! 차기작을 들고 돌아올 때까지 잊지말고 기다려주세요..♡

요즘 날씨가 너무너무 춥죠? 이럴 때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그동안 [백현/태연] 누나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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