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http://instiz.net/writing/8183
으윽, 속 아파. 새벽 4시쯤 잔 것 같은데 2시간도 못자고 일어났다. 술 때문에 속이 말이 아니었다. 종인과 밥 먹고 술 먹고 그렇게 술이 한잔 두잔 늘어나고 나이트가서 광란의 밤을 보내고. 태민은 빠르게 침대 옆을 훑었다. 다행히 여자든 남자든 없었다. 저번에 일어났더니 여자 한명이 옆에 누워있어서 얼마나 식겁했던지.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병원은 일주일에 두 번 가는데, 화요일과 금요일으로 정했다. 원래 싹싹 다 갈아치우듯이 월요일과 화요일로 정하고 싶었는데, 상담은 속성으로 하는 게 아니란다. 태민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머리는 뚜렷한데 아직도 몸은 술기운에 취해있나보다. 항상 종인과 태민이 술을 마시면 고생하는 건 태민이었다. 둘 다 주량이 만만찮았지만 종인은 꽤나 숙취가 없는 편이고 태민은 숙취로 엄청난 고생을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우웩. 태민은 욕실로 달려갔다. 속이 요동치고 뜨끈했다. 얼른 목구멍까지 올라온 토사물이 불쾌감으로 태민을 뒤덮었다. 태민은 달려간 후 변기를 잡고 요란하게 구토했다. 우웨에에엑. 웩, 우웩. 씨발. 장기가 다 뽑힐 거 같았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토사물에서 불쾌한 냄새가 얼굴까지 올라왔다. 제기랄. 하여간 되는 게 없어. 드르르륵―. 드르르륵―. 누가 새벽에 전화질이야. 태민은 진동이 울리는 게 핸드폰인지 자기의 머리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태민은 전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어제.] “……네.” 태민은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도망간 거.] “도망 안 갔는데요.” [무서웠어? 들킬까봐.] 아니 전혀. 남자는 자신이 최소한의 엄마에게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이 있는지 알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전혀 오산이다. 짚었다면 제대로 잘못 짚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태민은 엄마에게 미안함을 가져야할 이유는 있지만 의무는 없다. 그리고 태민의 어미도 자신의 아비를 밟아놓고 잘 살아있지 않은가. 머리가 안 좋아서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오늘 만나.] 용건은 이거셨구만. 태민은 테이블에 있는 담배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좋았어요?” 태민이 놀리는 듯이 말했다. [지금 시간 되지?] “네.” 태민의 놀림에도 남자의 목소리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태민은 남자를 그만 놀리기로 했다. 남자는 태민의 대답을 듣고는 전화를 끊었다. 태민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욱. 태민은 볼이 홀쭉해지도록 담배를 삼켰다. 드르르륵―. 여전히 성가진 핸드폰 진동이 한차례 울린다. [00모텔. 당장 와.] 개새끼. 누구를 물건 취급하는 건가. 태민은 담배를 씹어 먹고 싶어졌다. 속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태민은 나갈 채비를 했다. 술기운이 조금 깼는지 아까보다 어지러움은 덜 한 기분이었다. 씻는 건 모텔에서 씻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괜찮냐. 너 숙취 장난 아니잖아. 해장국 사서갈까?] 하여간 김종인. 이거나 저거나 새벽에 문자하는 버릇은 어디서 배운 건지. 그래도 문자에는 걱정이 잔뜩 묻어나서 봐주기로 했다. 태민은 아까보다 나은 표정으로 답문을 보냈다. [나 지금 나갈 거야.] 보내자마자 무섭게 핸드폰에 진동이 온다. 아예 전화다. 하여간 김종인. 손 빠른 것 봐. “여보세요.” [지금 어딜 나가? 이 새벽에?] “그냥. 나갈 일이 있네.” [그냥 집에 있어. 너 지금 몸 상태도 안 좋잖아.] “견딜만해. 누굴 중증환자 취급 하냐.” [그럼 나랑 같이가.] “뭐래 김종인.” [왜? 같이 가면 되지. 니가 아는 사람들 내가 거의 다 아는데.] “넌 모르는 사람이야.” [누군데. 그게.] “너 오늘따라 왜 그러냐. 평소처럼 해.” 태민이 종인을 한차례 다그쳤다. 그러자 종인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몇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종인이 말했다. [여자 만나냐?] “아니 남자.” 그래. 이상하게 종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아침이라 그런가. 태민은 대수롭지 않게 종인에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더보기
드르르륵―. 다시 한 번 성가신 핸드폰이 울린다. 작작 좀 보내지. 태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문자를 확인했다.
너무 오랜만이져
준면목이 없네여;ㅁ;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