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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었을 뻔한 적이 있었다. 물은 차가웠다. 너무나 차가워서 뼈가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물은 답답했고, 물속의 해초는 미친년 머리채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죽을 만큼 답답했다. 귀는 먹먹했고, 빛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 어둠만이 가득했다. 귀신이 자신의 목을 조이는 줄 알았다. 목을 조이지 않고서야 이런 답답함이 느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태민은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바다는 잠잠했다. 잠잠해서 무서웠다. 태민은 서서히, 서서히 침전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자신은 침전하고 있는 것일까?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뭐에 대해서? 모든 것에 대해서. 숙부, 어머니, 어깨의 아버지. 미친 현실. 더 미친 이상의 세계. 모르겠다. 답지 않게 감정적이 되어버린다. 태민은 자신이 왠지 비참한 여자 같아졌다. 원하지 않는 섹스를 하고, 혼자서 몸을 씻고. 그나마 화대는 받지 않았으니 다행인가. 다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뭐가 더 나은 건지, 태민은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손목이 너무 쓰렸다. 손목이 빨갰다. 남자는 짐승이었다. 정신도 몸도. 남자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었고, 자신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에게 붙어먹는 빌어먹을 기생충이다. 태민은 자신의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꿈틀꿈틀, 자신의 살을 썩히게 할 것 같았다.

 

이상하지. 남자는 섹스를 하고 나서 태민에게 다정하게 굴었다. 병원에 태워다줄까? 안 아파? 참 이상한 일이다. 남자는 착각을 하고 있다. 남자는 자신이 여자인줄 아는 걸까? 아니면 이 녹슨 관계를 깨끗한 연인사이로 착각한 것일까? 태민은 남자를 거절했다. 아니요. 혼자서 갈게요. 태민의 말이 끝나자 남자는 고민하더니 택시를 타고 가라며 몇 만원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자리를 떠났다. 태민은 지폐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기분이 묘했다. 태민은 묘한 기분을 가지고 묘한 발걸음으로 병원에 들어섰다. 병원은 여전히 깔끔하고, 하얗고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간호사는 태민의 얼굴을 알아봤다. 그리고 태민에게 지금 가면 될 거라며 태민의 등을 떠밀었다. 어느새 김종현 의사의 상담실 앞에 당도해있었다. 노크를 해야할까? 태민은 노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벌컥―. 갑자기 열려진 문에도 의사는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왔네요.”

 

“네.”

 

“그동안 잘 지냈어요?”

 

“모르겠어요.”

 

의사는 그제야 진료 차트에서 눈을 돌리고 태민의 얼굴을 쳐다봤다.

 

“피곤해보이네요.”

 

“그래요?”

 

“네.”

 

피곤한 것일까. 모르겠다. 태민은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따라 머리가 멍멍하니 말을 듣지 않는다. 의사는 태민에게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쥐어줬다. 토끼가 그려진 아기자기한 예쁜 머그컵.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다. 태민은 커피를 한모금 삼켰다.

 

“오늘은 어때요?”

 

“기분이요?”

 

“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태민은 오늘 고분고분 굴었다. 의사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처럼 재밌는 대화를 하고 싶기도 하지만 멍멍한 기운이 도무지 가시질 않아서 불가능했다. 그저 커피를 먹고, 대화를 하는 것이 태민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 거 같았다.

 

“어떻게 말하고 싶은데요?”

 

“구질구질해요.”

 

구질구질―. 태민은 의사를 만나고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내비쳤다. 그래 구질구질하다. 비오는 날의 습기처럼 구질구질하고 짜증이 난다.

 

“왜 구질구질해요.”

 

“그러게요. 왜 구질구질할까.”

 

의사의 물음에 태민 또한 물음으로 답했다. 의사는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오늘 뭐 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났어요.”

 

“그래서?”

 

“몰라요. 기억 안나.”

 

태민은 대답을 회피했다. 태민은 갈색의 커피를 바라봤다. 씁쓸하고 달콤하고.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는 달콤한 맛이 더 강했다. 태민은 그런 싸구려의 맛이 마음에 들었다. 꼭 자신 같았다. 커피를 와인처럼 입안에서 한번 굴렸다. 달콤하고 씁쓸한 싸구려의 맛이 더 강하게 난다.

 

“말해줘요.”

 

“뭘요?”

 

의사가 태민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무엇인가를 파헤치고 싶어 하는 연구가의 눈빛이다.

 

“숨기고 있잖아요.”

 

“숨기고 있다뇨?”

 

“알고 있어요.”

 

“뭘요?”

 

“………….”

 

의사는 말이 없다. 그냥 찔러본 것이 분명하다. 의사는 저에 대해 아는 게 있을 턱이 없었다. 태민이 말해 준 것도 없거니와 태민은 특이한 점이 별로 없어 보이는 평범한 남자니까. 그런데도.

“태민씨.”

 

 

그런데도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눈빛인지 모르겠다. 뭐든지 다 아는듯한, 뭐든지 다 알아차릴법한 그런 자신만만한 눈빛.

“왜요.”

 

태민은 그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항상.”

 

“항상?”

 

“항상 피곤해보여요. 항상 외로워 보이고, 항상 뭐라고 해야 할지. 세상을 홀로 살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태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을 비주류로 정립하려는 그 말투가 지독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 세상은 혼자 살아가요. 내 세상은 내가 살아가고, 혼자 살아가요.”

 

“아니에요.”

 

의사는 확고하게 태민의 말을 부정했다.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표정인지. 정말이지 뭘 믿고.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눈치이다. 건방져.

 

“뭐가 아니에요.”

 

“태민 씨 세상이 아니잖아요.”

 

정말이지 뭘 믿고.

 

분명히 찔러보는 주제에 저렇게 다 아는 어조라니.

 

“아는 척 하지 말아요.”

 

태민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분명하고 명확한 얼음과 같은 어조였다. 하지만 의사는 개의치않고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무기력해요?”

 

“아는 척 하지 말라고요.”

 

“왜 그렇게 꽁꽁 싸매요?”

 

“그만해요.”

 

“왜 항상 웃으면서도 불안 불안해해요?”

 

“…….”

 

“왜 그렇게……….”

 

“그만해요―!!”

 

콰지직. 책상에 힘껏 내려쳐진 머그컵이 깨진다. 손에 사기조각이 박혔다. 피가 난다. 핏속에 갈색의 커피가 들어간다. 싸구려와 싸구려의 만남이다. 참으로 웃긴다. 싸구려와 싸구려가 만나면 이제 갱생할 수 없을 정도의 싸구려가 되는 것인가? 갈색의 커피가 자신의 피처럼 흘러내린다. 자신의 피가 빨간색인지, 갈색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다. 정말이지, 피곤해. 의사는 태민의 반응에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당신 마음에 안 들어.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그렇게 말하지 마. 태민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상하게 몸이 떨렸다. 분노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이 떨렸다.

 

그거 치료하고 가요. 의사는 태민의 손을 보며 말했다. 태민은 의사의 방을 나섰다. 의사는 태민의 뒤에서 중얼거렸다. 문이 닫혔다. 씨발―! 태민은 고막을 닫아버리고 싶었다.

 

‘왜 그렇게 두려워해요?’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나는 몸을 떨었을까.

 

 

 

 

*********************************************************

 

원래 처녀작은 풋풋한 맛이 있어야하는겁니다........

물론 미완성의 습작은 많지만.......

어쨌든 이 주저리의 요지는 못써도 그냥 이해해달란뜻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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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니뮤ㅠ!!!!!!!!!!!!!
11년 전
독자2
기다렸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이새벽에 컴이하고싶더라ㅜ
11년 전
독자3
작가님글기다리면서이런거그리구있었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으아아악
헐...........나 막 이런거 처음이예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이거 뭐예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꼭 다음편 본문에 넣을거예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허렇렇러 저두처음이에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넣으셔두되는데;ㅁ; 이런 허접한그림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작가님스릉해여
11년 전
독자4
ㅇ,아ㅠ태민이손아파ㅠㅠㅠ작가님스릉해여
11년 전
독자5
기다리고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태민아 아프겠다....우리 태미니.......어서 종인이가 와서 치료해줘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제 응원받고 힘내세요! 파이팅! 이게 처녀작이라니....대박..
11년 전
독자7
정주행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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