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18편이 이름처럼 18색히가 되어 저번에 날라간 이후로
똑같은 내용을 두번 썼네욬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곸ㅋㅋㅋㅋㅋ
하지만 저는 꿋꿋한 한 그루의 조팝나무입니다.
오늘은 달달하게 쓰려고 노력한 야동이었으니까 .. 음...
다음편은 ㅋㅋㅋㅋㅋㅋ 축제 준비하는 우리 생김 아가들 + 멘붕을 선사하는 야동! 으로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bgm은 캔디맨 - 5월의 boyfriend입니다!
원래 5월달에 넣으려고 한 음악이었는데 아잌ㅋㅋㅋㅋㅋ 이렇게 6월달에.. 그래도 용서해주시규..
항상 제 소설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모든 그대들께 너무 감사드리구요
제가 그대들 사랑하는거 아시죠? 아잌아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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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핰핰핰핰! 호원아, 이거 봐. 이거 봐." "응, 동우야. 니가 말 안해도 뚫어져라 보고 있어."
아오 씬나! 펌프 발판 위에서 신나게 발을 놀려대는 동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신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최고난이도로 플레이 하는 주제에 노래가 벌써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는데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니. 펌프계의 진정한 고수가 바로 이 곳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아핰핰핰핰! 정체불명의 웃음소리와 동시에 귀신 같은 움직임을 자랑하고 있는 동우의 두 다리를 멍하니 쳐다보던 호원은 입까지 벌린 채였다. 이제는 저게 문어 다리인지 사람 다리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쉴새없이 올라가는 콤보 횟수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그 역동적인 발놀림을 번갈아보고 있을 수 밖에. 멋있다, 짱똥! 마지막으로 힘차게 발을 구른 동우가 씨익 웃으며 돌아보며 브이를 그려보였다. 그에 순수한 감탄으로 물들어있는 표정을 하고 있던 호원이 묘기를 부리는 물개처럼 박수를 쳐 화답해주었다. 장동우, 너는 내가 평생 살면서 본 사람 중에서 과연 최고야! 펌프계의 신! 3분 35초의 시간동안 동우에게 잔뜩 매료되어있던 호원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짱똥교의 신자라도 된 것 마냥 오글거리는 칭찬폭탄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샤바샤바 모드로 돌입한 제 친구가 싫지는 않았는지 동우가 아핰핰! 하고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며 호원의 등을 팡팡 내리친다. 아, see bird. 존나 아파. 등이 내 몸에서 분리되는 줄 알았네. 아부의 대가로 태권도 유단자이자 지역구 일진느님의 손바닥 세례를 하사받은 호원이 쓰라린 등을 문지르며 애써 미소 지었다. 동우야, 왜 너의 사전에 힘 조절이라는 단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거니? 호원은 제 등에 손바닥 모양으로 시뻘건 자국이 한동안 남아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호원, 우리 이제 뭐할까?" "총 게임 하자." "콜!"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게임 기계가 있는 곳으로 쏜살 같이 달려가는 동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호원은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모의고사가 끝나고 스트레스 풀이 겸 오락실에 들어온지 벌써 2시간 째. 이런저런 게임을 다 섭렵하며 다닌 덕분에 심신이 피로해지다 못해 이대로 있다가는 피골이 상접해지는 기분을 실시간으로 느낄 기세였다. 펌프로 인해 격렬한 발 스트레칭을 했을게 분명한 동우인데, 어째 이 곳에 발을 들인 처음보다 더 원기가 충전 되어있는 느낌이다. 호원은 게임 기계 앞에서 동전을 들고 머뭇거리던 남고생 두 명이 동우에게 자의로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훈훈한 모습을 목격했다. (말은 자의이지만, 실은 반강제) 의자까지 탈탈 털어주며 에스코트해주는 그 친절함에 감동을 받은 동우가 그 둘에게 이름을 묻는 것까지 들었다. 동우야, 이름을 묻는건 말이야. 음, 뭐랄까. 그 아이들을 두번 죽이는거야.. 오늘도 입 밖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호원이 동정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남고생들을 응시하였다. 시중에서 절판리에 판매되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 핫식스를 한 박스를 쟁여놓고 먹은 것 같이 과하게 반짝거리는 동우의 두 눈에 주눅이 잔뜩 들어버린 아이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 이름들을 읊어내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숨이 멎는 개일진의 포스에 찌들어버린 불쌍한 영혼들 같으니라고. 동우와 자주 붙어다니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축 쳐진 어깨들을 바라보던 호원이 문득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아니, 제 옆에서 쭈그려 앉아 동전을 하나하나 투입시키고 있는 동우에게 유난히 집중되어있는 것 같다면 나의 착각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빛의 속도로 생기 넘치는 오락실의 풍경을 훑던 호원이 고목 나무의 매미 코스프레라도 하고 있는지 벽에 우루루 붙어있는 여자아이 세 명을 발견했다. 뭐야, 저건. 벽과 동화 되고 싶어하는 새로운 행위 예술인가? 남들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은지 얼굴을 빈틈 없이 가리고 벽에 달라붙어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눈을 사로잡는 효과를 낳았다. 그 중에서 가장 직설적이고 강렬한 눈빛을 가진 여자와 눈이 마주친 호원은 왠지 모르게 익숙한 한기를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미래형 아이라인을 추구하는 눈화장에 살기로 사람을 한 큐에 옥황상제와 미팅을 시켜줄 것 같은 저 눈매.......는 장꽃잎? 장꽃잎이 틀림없다! 그 옆의 여학생들도 교복 치마를 팬티 가리개로 만들어버린 패기를 보니 같은 일진 친구들이라도 되나보다. 얘네가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야? 호원아, 너 500원짜리 하나 있어? 제 쪽으로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시선들에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저런 생각 속에 빠져있던 호원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어, 잠깐만. 그리고 지갑을 뒤적거리는 동시에 깨달았다. 아이씨, 저 미친 장동우 빠순이들. 쟤네 지금 짱똥 스토킹 하는거야 뭐야? 호원은 제가 머릿 속으로 내던진 질문에 대답하는 짱똥빠 모음집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응, 우리는 너 따위가 아니고 위대하신 장동우님 보러옴. 그니까 너는 껒. 동전 하나를 동우에게 건네주며 호원은 자신의 친구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학교 끝나고 바로 왔는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지 친구들까지 끌고오는 대담함까지. 반도의 절대 흔하지않은 중3 여학생의 오빠 사랑에 호원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징글징글한 지지배. 땡땡땡, 장소는 무한 남자고등학교 근처의 시내에 위치한 오락실 안, 장동우 쟁탈전 제 2라운드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와, 진짜 재밌다. 한판 더 할래? 아까 오락실에 가자며 방방 뛰며 제안할 때와는 다르게 피곤한 기색이 얼굴에 완연한 호원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냐, 동우야. 우리 가서 밥이나 먹자. 그래! 음, 뭐 먹지? 아까 모의고사를 볼 때 답을 3번으로 올인해버리는 뚝심 있는 전략을 실행시켜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기운이 펄펄 넘치는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동우가 인간의 3대 욕구 의식주 중 식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음, 짬짜면 먹을까? 거기다가 탕수육 소 하나 시키자! 성규의 영혼이 빙의라도 한건지 무기력한 얼굴로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호원이 보이기는 한건지 동우는 아직도 신이 잔뜩 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한 오락실 한 가운데에 마주보고 선 채 저녁 메뉴를 고르고 있는 두 남학생들의 귓 속을 파고 들어오는 맑고 경쾌한 목소리들이 있었다.
"어머, 동우 오빠! 여기서 뭐해?" "어? 꽃잎아. 아핰핰핰, 너야 말로! 아아아, 친구들이랑 놀러 온거야?" "안녕하세요, 오빠." "아핰핰핰핰, 수정이랑 지선이구나. 자주 우리 집에 놀러와!" "다, 당연하죠! 오늘 당장 갈까요?"
두 눈을 아이라인으로 테두리를 친 것도 모잘라 검은 색으로 인조적인 애교살까지 그려넣은 꽃잎의 친구 1이 동우를 꿈꾸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이라도 동우의 집에 침낭을 질질 이끌고 올 것만 같은 기세였다. 그에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꽃잎이 이수정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제 친구의 발목을 빠른 속도로 차고 빠지는 것을 본의 아니게 목격하게 된 호원이 코웃음을 쳤다. 여전하시구만. 같은 또래의 여중생들이 시내에서 마주치면 0.1초만에 눈을 바닥으로 내리꽂고 다닐 것 같은 포스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꽃잎에게는 안되는지 수정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번복했다. 아니에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그냥 해본 말 치고는 강한 미련이 눈에 남아있었다. 아, 아쉽네! 다음에 놀러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오빠를 바라보는 제 친구들의 촉촉한 시선에 눈을 세모꼴로 뜬 꽃잎이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아, 수정이랑 지선이 오늘 과외 있댔지? 잘가! 짧은 치마를 펄럭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등 떠밀려나가는 여중생 1과 2를 바라보던 호원이 고개를 비스듬이 꺾은 채 꽃잎에게 말했다. 꽃잎이, 너는? 자신의 절친들에게 강제 귀가를 친히 선물해주고 돌아온 꽃잎이 보람에 가득찬 얼굴로 동우에게 슬쩍 팔짱을 끼며 호원에게 눈을 맞췄다. 나 오빠들이랑 놀면 안돼? 응? 나 혼자 집에 가기 싫단 말이야. 그 칭얼거림에 가까운 소리에 동우가 오케이 사인을 보낸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당연한 사실. 호원은 지끈지끈해오는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말했다. 맘대로 해. 속으로는 저 발칙한 중딩을 향해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말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꽃잎의 등살에 떠밀려 들어온 스티커 사진 부스 안에서 호원은 남자다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어리버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옆에서 어색한 고개짓으로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던 동우도 마찬가지였다. 스티커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두 남학생들을 뒤로 한 채 꽃잎은 꿋꿋한 손놀림으로 지폐를 투입하고 있었다.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왠지 모르게 주눅이 잔뜩 들어있는 오빠들을 향해 꽃잎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빨리 빨리! 배경 골라야 돼. 시간 없어. 20초. 17초. 압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쉴새없이 줄어드는 숫자에 추격자에게 쫒기듯이 배경을 고른 셋이 다음으로 넘어가는 화면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에 동시에 부스 안을 울려퍼지는 세 사람의 웃음소리에 동우는 이 밀폐된 공간 안에 들어온 이래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한 가득 띄웠다. 찰칵. 찰칵. 찰칵. 때로는 폼도 잡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짓기도 하고 즐겁게 포즈를 취하던 셋에게 딱 마지막 사진 한 장이 남았을 때 였다. 하나. 둘. 셋. 과장된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꽃잎이 엄청난 순발력을 자랑하며 정체불명의 긴 웨이브머리 가발을 동우의 머리에 씌웠다.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동우가 눈을 크게 뜨고 맹한 표정으로 제 동생을 쳐다봤고 꽃잎은 그런 장난을 한 주제에 카메라를 보며 완벽하게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다. 제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기 위해 눈알을 굴리던 호원까지 포함해서 아주 찰나의 시간에 벌어진 이 모든 일들이, 나중에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이 짧은 순간의 잊지못할 즐거움이 손바닥보다도 작은 스티커 사진 한 장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장남매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계속 태클을 걸어오는 꽃잎의 요망한 발을 피하는 육체 노동을 해야만 했던 호원이 자신의 침대에 지친 몸을 뉘였다. 운동으로 한 평생을 보내서 그런지 건방진 이파리년의 공격은 절대 허투루 볼게 아니었다. 자신이 계속 시달렸던 그 정확히 목표물을 정하고 치고 빠지는 매서운 발놀림을 생각하던 호원이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진작에 자신이 슛돌이 남우현이랑 어울리며 축구 경기에서의 사내 녀석들의 거친 태클에 익숙해지지 않았더라면 유동 인구가 많은 시내에서 얼굴을 땅에 박는 개쪽을 당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희빈보다 독한 애새끼. 같은 장씨 핏줄이라 그런지 물려받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아니, see bird, 더욱 진보한 형태의 21세기 독종이다. 침대에 온몸을 맡기고 있던 호원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벌떡 일어났다. 지갑 속에서 아까 찍은 스티커 사진을 꺼내든 호원의 시선은 자신과 동우, 꽃잎의 얼굴이 새겨진 여러 개의 사진들 중에서 한 사진에 꽂혀 한참동안 움직일 줄을 몰랐다. 알고 보니 그 치렁치렁한 웨이브 머리 가발은 가게에 걸려있는 색색의 가발 중 하나로 밝혀졌다. 안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멍하게 벌리고 있는 동우의 얼굴을 긴 시간 동안 바라보던 호원이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이 생동감 있는 표정이었다. 비록 내가 눈을 옆으로 돌리다 찍혀서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흰자 부자로 나오긴 했지만, 이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을까? 물론 옆에서 꼴에 예쁜 척 하고 있는 장꽃잎도 심하게 꼴불견이었지만. 많이 해보지를 못해서 그런지 서툰 가위질로 그 작은 부분만을 오려낸 호원이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머뭇거렸다. 핸드폰에 딱 붙이자! 하고 충동적으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역시 좀 낯간지럽고 쑥스럽다. 이윽고 고민이 내려앉아 찌푸려진 미간이 펴지고 호원이 해결책이라도 얻은 듯 아! 하고 소리를 냈다. 보라색의 깔끔한 케이스를 벗기는 호원의 손길이 제법 분주하다. 반질반질한 맨살을 드러낸 제 핸드폰과 손에 들려있는 제 엄지 손톱보다 약간 큰 스티커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던 호원이 결국 그 망설임을 멈추고 제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방금 전과는 달리 핸드폰의 하얀 등판에 사진을 붙이는 손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혹시라도 떼어질까봐 엄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내는 손길은 조심스럽기도 했다. 새하얗기만 했던 제 핸드폰 위에 자리잡은 다양한 표정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는 호원의 눈빛은 따스한 기운이 가득했다. 아, see bird. 아무리 생각해도 장꽃잎은 이 완벽한 사진에 유일한 오점이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꽃잎을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아댄 호원이 이제는 눈 감고도 그려낼 것 같은 동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귀엽다, 진짜. 다시 또 키득키득.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다. 아, 맞다. 수학 숙제. 체력을 다 소진할 정도로 신나게 놀았던 오후의 여운 속에서 호원이 그제서야 학생으로서의 제 신분을 자각했다. 빌어먹을. 아랍인 같이 생긴 얼굴로 제 허벅지를 몽둥이로 신나게 두드려댈 탈레반의 비정한 얼굴을 머릿 속으로 그려대던 호원이 속으로는 계속 시벌세벌네벌이라고 외치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사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무거나라도 끄적여놔야겠다. 그래야 덜 맞지. 고대의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씨들로 빽빽한 공책 속의 빈 공간을 찾아 넘기던 호원의 눈알이 다시 제 핸드폰 쪽으로 굴러간다. 누가 볼까봐 빠른 속도로 핸드폰에 보라색 케이스를 씌운 호원의 얼굴색이 살짝 달아올라있었다. 그냥 단순하게 친구랑 찍은 사진을 붙여놓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쑥스럽고 남사스러운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핸드폰 위에서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동우를 생각하면 후회는 없었다. 그렇게 제 앞에 수학 공책을 펼쳐두고 열심히 샤프를 움직이는 동안에도 호원의 머릿 속에는 계속 발랄한 동우의 표정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또 키득키득. 탈레반의 무력이 무서워 수학과 함께 하는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동우 덕분에 제 입꼬리만큼은 훈훈한 미소를 계속 머금고 있었다는걸 호원이 알긴 하려나? 사실 이건 호원도, 동우도, 그리고 그 시간에 열심히 동우를 구워 삶고 있었을 꽃잎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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