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김종인] 우리오빠 2
단 한마디도.
단 한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오빠를 알게된 육년 전 그날 부터 미국에서부터 입국해 돌아온, 오늘까지. 일방적인 무시와 욕을 들어왔던 나였다.
오빠와 나의 관계는 철저하게 가족이라는 이름안에 충실히 존재하는, 남남.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었다.
입국하고, 집에 돌아오고.
아무리 생각해도 피곤함 만을 이유로 굳이 내 방까지 들어와 잠을 잘리가 없는데.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떠봐도 여전히 침대위에 누워있는 건 김종인이 맞았다.
내가 지금 당장 해야하는 건, 무엇일까.
차라리 이불을 덮어주려던 내 손을 멈추지 말았어야 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셀 수도 없이 많을테지만, 그 중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 하나도 없었다.
그저 몇분새에 더 강해진것만 같은 햇빛을 당장이라도 막을 수 있게 되기만을 바라는 것 뿐이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이 공간에서 최대한 빠르게 도망치는 것 이었다.
오빠와 내가 담겨 있는 이 공간은 내 방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6년 동안 이렇게 낯설고 불편했던 적은 없었다.
괜히 나만 또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오빠가 깨버리면. 그러면 오히려 나빠질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과는 반대로. 혹시나 오빠가 내 움직임에 깨버릴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걷어내는 손도 수전증을 앓는 사람처럼 떨려왔다.
답답한 기분. 어서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는데.
나를 붙잡는 목소리가, 차분하게 방을 감쌌다. 아니, 감싼다기 보다는 방의 바닥을 쓸어내렸다.
"너. 어디가. 움직이지마."
도둑질을 하다 걸린 것 마냥 심장이 뛰었다. 큰 잘못을 하다 들켜버린 기분.
스물둘, 내 인생에서 내가 잘못을 하거나 큰 실수를 저질러 본적도 없었으며 당연히 누구에게 나의 잘못을 들켜본 적도 없었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의 잘못을 타인에게 약점 잡히듯 보이게 되면 이런 기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더 빨리 뛰어온다.
침대에서부터 바닥까지 조심스럽게 겨우 빼냈던 다리가 오빠의 목소리에, 저절로 멈춰버렸다.
"움직이지 말라고. 여전히 넌 말귀를 못알아쳐들어."
오빠도 좋은 소리 한번 하지 못하는 것도 여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 방을 나갔더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다.
오빠가 언젠가 나한테 했던 '병신'이라는 말 처럼 멍청하게 움직임을 멈춘 지금.
순간. 김종인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오빠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치고
처음으로 눈을 제대로 쳐다본 순간이었다.
얼른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버리면 끝이지만, 왜인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냥 정말 멈춰버렸다.
머리로 앉는 햇살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오빠도 알수없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한다. 제발 먼저 돌려주길.
그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오빠였다.
"오, 오빠......"
"잘 다녀왔냐느니 뭐 이런 인사할거면 집어치워. 어쩌면 이렇게 변한게 없어"
"........."
눈은 여전히 마주한 채였다.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번 털어냈다. 한숨을 작게 내쉬는 오빠에게서
알수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냥 한없이 어색하고 무서웠다.
곧, 오빠가 정수리에서부터 셔츠의 목부분까지 손을 내린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잠긴 목소리.
"나한테서 눈 떼지마. 너"
목소리는 아까와 다를 것 없이 낮고 잠겨있는 톤이었지만. 어투는 금세 달라졌다. 한없이 강압적인 말.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면 당장이라도 욕을 퍼부을 것 같았다.
사서 욕먹는 일도 이제는 지치는 탓에, 그저 바라보았다.
오빠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구김이 눈에 한눈에 보이는 검정 셔츠의 맨 윗단추를 단 몇초만에 풀어버린다.
"어어...."
"쉿"
쉿이라는 한마디에는 조용히 하라는 의미와 함께 눈 돌리지말라는 강제가 섞여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오빠가 계속해서 단추를 풀어나간다.
여유롭고, 느릿하게.
잠깐 놓은 정신을 차렸더니 어느새 배꼽 위까지 셔츠 단추를 풀어버렸다. 고개를 숙여버리고 싶었다.
나는 충분히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뛰어 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도 왜 이러는지 알 수없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이었다.
그렇게 모든 단추를 다 풀어낸다. 까만 피부에 드러나는 잔근육은 오빠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강한 선으로 남은 치골이 오빠가 몸이좋다는걸 증명해주고있었다.
오빠를 닮아 거만해보이기까지 했다.
"눈에 다 보여. 당황하지 좀 마."
벙쪄 있는 나를 놀리듯 한쪽 입고리만 올려 웃는다.
내가 이상황에서 어떻게 당황을 안해. 밖으로 나가라고 지금 바로 소리치고싶었는데, 얼어붙은 것처럼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떨리던 손도 어느샌가 멈춰있다.
내 등뒤에 있는 벽에 크게 위치한 창문이 이제는 나를 넘어 오빠에게 까지도 닿고 있었다.
은은한 햇빛이 오빠의 머리를 하얗게 보이도록 했다.
"....어..... 어!"
순간, 짧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거리를 빠르게 좁히며 오빠가 나에게로 걸어온다.
꽤 큰 키가 나를 내려다 본다. 눈은 아직도 마주쳐지고 있었다.
이게 나의 의지인지, 아니면 오빠의 강제로인한 마주침인지 점점 햇갈리기시작한다.
허리를 살짝 굽혀 내 볼쪽으로 얼굴을 갑자기 들이미는 오빠였다.
고개를 한번 더 틀어 나에게 속삭이듯 오빠가 말한다. 훅하고 오빠의 체취가 코에 스쳐 들어온다.
"....하.... 그래도 못 본 사이에 말야. 내 동생이 귀여워 지기는 한 것 같아.
아까 하나도 안변했단 말. 취소할께."
단추를 풀어나가던 손처럼 느릿하다. 그 속에는 능글거림도 다분히 존재하고 있음에 틀림이없다.
푸흐흐, 하고 웃어버리며 다시 거릴 두어 떨어지는 오빠가 몸을 돌려 나에게 등을 보인다.
그대로, 셔츠를 완전히 벗어 내린다.
툭, 하고 내 방 바닥으로 검은 셔츠가 떨어진다.
오빠는 그대로 걸음을 떼고 절도 없는 걸음으로 온갖 여유로움을 방에 남겨두고 내 방을 나가버린다.
"내 셔츠 좀 빨래통에 넣어줘, 응?"
휘파람을 불며 나에게 남겨둔 말이 내 머리를 때린다.
내가 방금까지 본게 무엇일까. 꿈은 아닌가. 당황의 연속에 할 말을 전부 잊어버린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