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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Vamps - Last Night

 

끈질기게 떠오른 태양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눈꺼풀은 아침 아홉시라는 한계에 다다랐다. 다시 잠에 들려는 노력의 부산물로 여러번 뒤척이기도 했으나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염치없게 콘센트를 밤새 차지한 보람이 있었는지 휴대폰 배터리는 상큼한 100%를 찍고 있었다. 1%라도 잃어 99%를 만들고 싶지 않아 밝게 빛나는 휴대폰을 얼른 덮었다. 성격 급한 배터리가 벌써부터 윙윙 돌아가며 방전을 부르고 있는것만 같아 다시 누워잠에 청하려다가, 빌어먹게도 말똥말똥한 두 눈에 다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요즘 스마트폰 없으면 불안해요. 없으면 주머니 속에 있는 거 같고… 사회 이슈에서 멀어진다는 게 껄끄럽고 그날의 화제를 모르면 사람들과 대화하기 어렵죠. 경수는 늦은 밤 알콜을 홀짝이던 아버지 곁에서 졸린눈을 깜박이며 보았던 다큐멘터리의 시민 인터뷰가 생각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소시민의 작게 일그러진 두 눈썹 새, 작게 내려간 입꼬리와 조잡한 눈동자 동세를 소유한 30대 직장인 남성의 얼굴을 또렷히 떠올리며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반이 육두문자인 세훈의 답장이 내 꼴 같았다.

 근처 음식집 알바를 잡아두었단 세훈의 요상한 문자가 괜시리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저 패기에 대책없이 집을 뛰쳐나온 청년의 아르바이트. 정말 볼품 없음에도 무언가 형용하지 못할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꼈다. 연봉이 5억을 능가하는 샐러리맨이 된 것 같기도 했고, 자발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한 진짜 사회인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알바천국 마스코트 꿀벌이 눈앞에서 윙윙 날아다니며 내 몸에 이상한 약을 투여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을 맞으면 기분이 좋고 아무생각이 들지 않고…  

나는 들뜨는 마음에 여편네들 앞에서 사우나복을 벗어던져 물에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겨우 누르고 급히 남탕으로 발길을 옮겼다. 흥분에 발바닥 땀구멍이 몸속 수분을 배출했다. 싼티나는 욕탕 바닥과 발바닥이 마찰하는 소리도 하나의 음계가 되어 머릿속에 징징 울려댔다. 갑갑한 옷가지를 모두 벗어내고 다짜고짜 안면에 물을 끼얹었을 때 나는 난생 처음 카타르시스를 정의내릴 수 있었다.  

신체 이곳저곳에 의도치 않게 붙어있을 땟국물들이 다 씻겼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대충 물을 끼얹엇다. 새로운 경험을 앞둔 사회 초년생 티를 내고 싶지 않아 부러 여유를 부렸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정말로 소용이 없었다. 나에게 관심과 시선을 두는 사람도 없었고. 채 남아있는 노폐물을 어거지로 밀어 닦았다, 그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사타구니를 문질렀다.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한 기분. 늦아침 꿉꿉한 바람조차 상쾌하게 느껴져 이프로 광고모델 마냥 매연을 감상했다. 마음만은 산토리니에 자리하고 있었다.  설레는 교통카드로 투어해온 첫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별로였고 당연하게 힘들고 고달팠지만 나는 그러지 않은 척 했다. 앞으로 이럴날이 많을텐데 첫 날부터 업무에 질렸다는 게 불행스러웠다.

앞으로의 미래가 굉장히 걱정되었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도 영화에서나 보던 여느 샐러리맨 같아 멋진감이 조금 있었다. 나는 최대한 고뇌하고 나의 고뇌를 위로했다.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사우나에 입성할 수 있었다. 아직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내 얼굴을 알아챈 주인 아줌마는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질적인 기계음을 크게 틀어놓고 인터넷 고스톱을 치고 계셨다. 찜질복과 캐비냇 열쇠를 건네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확실히 가출 청소년을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부모동정, 혐오스런 눈길이 섞여있는 복잡하고도 때탄 눈빛. 씨발. 아줌마 저 청소년 아닌데요. 1년 꿇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도 없었다. 나는 당혹스러워 도망치듯 남탕으로 향했다. 

오늘은 중년 남성들 새에서 빛나는 나의 젊음을 뽐낼 수 도 없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사회 패배자였다. 나는 짜여진 패배의식에 푹 잠겼다. 이 드넓은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만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 이외에도 나를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우리 김여사. 어머니. 엄마. 마덜. 우리 마마. 외로이 홀로 사우나 옷을 입었다.  

암울히 불가마 바닥에 누웠다. 스트레스를 남자답게 해소하고 싶은 작은 욕망이랄까. 답지않은 중2병에 작게 웃었어도 사우나 바닥에 딱 붙어버린 등판을 뗄 줄 몰랐다. 고개를 돌리니 이마로 계란을 깨어 억척스럽게도 거무죽죽한 흰자를 베어무는 아줌마가 보이고, 엄마와 겹쳐 보였다. 그녀가 우리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어.. 울엄마면 날 먼저 먹이겠지. 집에 가고싶다, 가고싶다. 그렇게 정신없이 잠에 들었다. 숨이 막힌다. 땀이 흐른다. 엄마. 엄마. 대답않는 그녀를 나는 수없이 불렀다.

"병신아 여기서 쳐자면 어떡해!"  

뜨거운 뺨 위로 축축하고 기분나쁜 살덩이가 뜨겁게 내리쳐졌다.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눈을 떴다. 영롱한 전과를 지닌 소년이 그 누구도 아닌 내 뺨다구를 우렁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화를 낼 기력도 없었고, 나는 그대로 질질 끌려와 안정적인 실내의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트이는 숨통에 가슴팍이 발딱발딱 솟아오르며 급한 숨을 내쉬었다. 살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죽을 뻔 했었나?

나는 그제야 겨우 실눈을 뜰 수 있었다. 하얀 천장.. 약냄새.. 싫다.. 여긴 어디지? 따위의 인소스러운 대사를 뱉어야 할 것 같아 준비운동 셈 치고 가차없이 홍채를 가격해오는 형광등 빛에 멋있게 인상을 찌푸리며 하얀빛을 가렸다. 짧은 손가락 사이로 퍼지는 빛줄기도 멋있었다. 결국 얻은건 얻어맞은 복부 뿐 이였다.  

"야, 정신들어? 야! 야!"
"..컥, 작작, 좀,"
"내말 들려? 간 떨어질 뻔 했잖아! 사우나 안에서 쳐자는 새끼가 어디있어!"
"..어디있긴 어디있어 병신아 니 눈앞에 있네."
"개새끼야 나랑 지금 말장난해? 어디 더 아픈 곳 없어? 병원 안 가도 돼?"    

욕지기가 가득 섞인 대화길을 따라 사우나 두 소년이 다다른 곳은 두근두근 첫만남의 카운터였다. 양파링은 여전히 섹시 큐티 뷰티풀 했지만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 머리가 띵하고 골이 울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지근한 마루 바닥에 누워 하릴없이 몸을 뒤척이며 고통을 참아낼 뿐이였다. 숨통은 트였을지 몰라도 마음은 아직도 불가마안에서 타오르는 기분이였다. 엄마 잘못했어. 이제 착하게 살게요. 엄마가 콩 남기면 지옥 간다고 했는데. 나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이렇다할 고통이 크지도 않았음에도 그 눈꼬리를 축 내린 소년을 더욱 걱정에 차게 하고 싶고, 더 풀죽게 만들고 어.. 아무튼, 나는 그러고 싶었다. 전혀 멀쩡한 배를 붙잡고 뒹굴뒹굴 구르고도 싶었다.

소년의 앞 어울리지 않는 큰 모니터엔 철지난 공포영화가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안색도 파리해져 갔다. 파란색 인 것 같기도, 모니터 색을 반사해 약간 붉어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꾀병 진행중인것도 잊고 감독의 창작 의도대로 충실히 깜짝깜짝 놀라주는 유리심장 소년을 코미디 프로 보듯 우습게 감상했다. 한쪽에선 호러, 한쪽에선 코미디라니. 이 상황 자체가 코미디였다.

나는 문득 그 흔들리는 머리통을 쓰다듬고 싶어졌다. 알 수 없는 기분에 반쯤 남아있어 미지근한 식혜를 벌컥벌컥 삼켰다.  모니터가 어둑해지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지만 그는 아직 엔딩까진 멀었나본지 작게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멋지게 겉옷이라도 벗고 싶었지만 내가 입는 겉옷이라곤 오백 사우나가 대문짝만하게 써 있는 티셔츠 밖에 없었다. 이것을 입으면 바깥 세상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폐쇠적인 나의 속살이 있었다.

설마 사내새끼가 자기 혼자 잘 자겠지. 시계는 벌써 새벽 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주책떠는 아줌마도 덩치 큰 아저씨도 남녀노소 잠든 시각, 나도 그 남녀노소에 포함되고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어나려는데, 손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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