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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리플 전체글ll조회 1417l 6

 


어쩐지 멍하고 가슴은 뛰고 할 말이 많이 생겨버린 기분이야. 그런데 아무 문장도 떠오르지 않아. 그건 아마, 내가 알 수 없는 나라의 언어인 것 같아.

 


[오백] 수취인불명 05
 W. 리플(Riffle)

 


-B
목덜미가 축축했다. 가림막 하나없이 태양의 빛을 받아내는 게 괴로운 듯 온 몸에선 눈물을 쏟아져내렸다.
종이 위에 우둘투둘하게 박힌 점자를 읽어내는 건 지루한 일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아주머니를 배웅하던 손을 내려놓고 방으로 넘어가는 문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딱딱한 대리석을 밟고 여섯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다보면 허리춤에 걸리는 창틀. 나는 매끄러운 창문의 결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며 슬쩍 엉덩이를 걸쳤다.
서있던 자리에서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숨결이 나를 휘감았다. 뭐랄까, 아래에서의 것보다는 눅눅하지 않고 먼지도 섞여있지 않은 것 같은.
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장 큰 창문이라고 했다. 땅거미가 진 이른 저녁의 공기나 이슬이 내리는 새벽녘의 차가움을 유일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나의 공간.   
자박자박한 햇볕이 창가에 앉아있던 내 손등 위로 스며들었다.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자잘하게 부서진 바람의 알갱이가 입안에서 톡 터졌다. 집 앞에 있다던 숲에서 밀려온 바람이 분명했다. 여리지 않은 잎이 토해낸 숨결을 싣고 내 방까지 밀려들어와 머리칼을 헤집어 놓았다. 결코 습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것에도 기분이 묘하게 들떠있었다.
오랜만의 느끼는 여유였다. 그릇끼리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없고, 대리석과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도 없고, 이 집에서 움직이는 것이란 오직 나 뿐이었다.
창가에는 위험하니까 앉으면 안돼. 종종 내 방에 올라와 손을 이끌며 따뜻함이라고 없는 그늘 속으로 나를 숨기던 아주머니도 마을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나간지 오래였다.

그러니까, 세상 모든 소리는 나른하게 가라앉은 채였다.
 
아무도 없고, 내가 뭘하든 보는 사람도 없을 테고.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막지 않았다. 개미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자꾸만 간지럽고 안쪽 깊은 곳이 간질거리고.
나는 쭉 기지개를 켰다. 창문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이끌려 흔들거리는 다리에서부터 허한 기운이 밀려올라왔다. 이 곳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나 혼자.
나는 머리를 기대고 앉아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구깃구깃해진 편지봉투를 매만졌다. 이번에는 우리 백현이처럼 하얀 편지네. 어딘가에서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고개를 푹 수그렸다.
내가 그렇게…. 나는 조심스레 내 볼을 만지작거렸다. 손바닥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올라와 쭉 잡아늘이던 볼에 안착했다. 그냥 말랑말랑하고, 아무런 느낌도 없고.
자꾸 뒤척이려니 딱딱한 창가에 기대있어서 그런지 자세가 영 불편했다. 나는 애써 손을 짚으며 딱딱한 창문의 결을 알아차리려 애썼다.
손바닥에서 땀이 비질비질 새어나왔다.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증폭된 불안감이 가슴을 두방망이질치게 했다.
나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아마 하얀 찔레꽃처럼 질려있을 내 손가락과 내 얼굴. 무릎을 천천히 피면서 바짓춤에 손을 닦았다. 느낌이 영 이상했다.
내려 가야겠다. 나는 조용히 웅얼거리며 발을 바닥을 딛으려 숨을 죽이고 있던 공기들을 잔뜩 헤집어놓았다. 아래에서 저들끼리 뭉쳐져있던 것들이 흩어지면서 풀썩 먼지를 일으켰다. 나는 두 발 모두 딱딱한 대리석에 닿는 걸 느끼고서야 고르지 못했던 숨을 끄집어냈다. 역시, 아주머니 말은 잘 들어야 할 이유가 있다니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선 어딘가에 떨어져있을 편지봉투를 찾았다. 떨어지는 소리는 없었는데. 이 어디쯤에 있겠지. 허리를 숙여 손을 더듬는데 손에 걸리는 게 없었다. 까맣던 시야가 울긋불긋한 빛들로 점멸했다. 순간, 아찔해졌다. 이게, 어디로 갔지. 나는 허둥지둥 손을 허우적거렸다.
침대 옆 딱딱한 협탁에 부딪혀 팔목이 얼얼해져와도 손가락에 무언가라도 걸리긴 빌었다. 나는 배가 뒤집힌 무당벌레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등에서 주륵, 식은 땀이 흘렀다.
으,흐아,아아… 입에서 걸러지지 않은 조각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턱 아래서부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딨, 어딨어! 어딨어!! 긁히듯 토해낸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마에 두툼한 핏줄이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허둥대다가 순간, 발이 꼬여 앞으로 고꾸라졌다. 느낌이 목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나는 문이 있을 방향으로 무릎을 질질 끌며 기어갔다. 일어설 힘도, 두 손으로 상체를 지탱할 힘도 없었다.
"여기, 여기 편지 좀 찾아주세요. 제발. 아주머니,아주머니! 나,나 좀, 어떡해. 흐으…"
차가운 대리석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비에 흠뻑 젖어 축축한 아스팔트 위에 홀로 버려진 것만 같았다. 나는 가까스로 방문을 열고 계단 옆 난간을 붙들었다. 공허한 외침이 적막 속으로 파고들었다. 내 목소리는 공기 중에 녹아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득하게 멀어졌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귓가에 웅웅 거렸다. 얇은 내피가 접혀 올라가듯 나는 느리게 눈꺼풀을 밀어올렸다. 속눈썹이 자잘하게 여닫혔다.
굴곡이 진 허리를 따라 부드러운 이불이 감겨들었다. 내 침대구나. 얼핏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나는 분명, 차가운 빗속에 있었는데.
나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내가 지금 깨어있는 게 맞나. 어떻게 된거지. 수렁에 빠진건가. 가슴팍이 작게 흔들렸다. 잉크를 풀어 넣은 듯 잔잔하게 물결치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괜찮아요?"
기억에는 없는 것. 나는 낯선 목소리에 간헐적으로 손을 떨었다. 이건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인데. 나는 내 주변으로 손을 더듬어보았다. 늘 손을 잡아주던 따뜻함이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부터의 불안감. 이불자락을 그러쥐는 내 손 위로 단단한 무언가가 덮혔다. 까슬까슬하지 않고, 그렇다고 두툼하니 무겁지도 않고.
누구가의 손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온기는 나를 겁먹게 만들었다. 나는 흠칫 몸을 떨다가 조심스레 손을 밀어냈다. 누구지, 누굴까. 움츠러드는 손에서 무언가 가볍게 떨어져나가는 느낌에 작게 탄식이 흘렀다.
"누구세요.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목울대가 크게 울렁이고 나는 떨려오는 목소리를 잠재우려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깜깜한 어둠이 애써 깨어있던 내 생각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듯 했다. 말랑말랑하게 씹히던 아랫입술에 아릿한 통증이 일었다.
"창문에서 하얀 게 떨어지는데 뒤따라서 떨어질 것만 같더라고요"
"네?"
"떨어뜨렸잖아요. 편지"
어쩐지 없더라니, 창 밖으로 떨어졌었구나. 소맷자락과 마찰하는지 무언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내 손에는 모서리가 잔뜩 구겨진 편지봉투가 들렸다.
빛처럼 사라진 손의 온기에 나는 살며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감사합니다… 가만히 내 인사소리를 듣고 있다가 별안간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부르튼 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입술 깨물지 마요. 자꾸 그러면 상처나요.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어깨에 와닿았다. 어느새 내 입술에 가만히 손가락을 올려 잇자국이 난 곳을 살살 쓸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 조급해졌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언젠가 제 기억에 스며들었던 것만 같은 기분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저기.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 아는 사람 같아서"
"제가 많이 찾아왔었잖아요"
"언제요?"
"백현씨도 저 찾아왔었고"
장난을 치려는 건지 저를 놀리는 듯한 말투에 울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다. 나는 무언가 답답해져 가슴팍을 탁탁 내리쳤다. 가까워졌던 숨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어디 가려는 거지. 나도 모르게 손을 더듬어 단단한 무언가를 짚었다. 옆에 앉은 이의 다리 쯤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손에 힘을 꽉 쥐고 놓치지 않으려 바짓춤을 꽉 어그러뜨렸다. 
저 멀리서 버스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하게 들려오는 뱃고동같은 거였다. 곧 멎을 듯, 멎지 않을 듯 울퉁불퉁한 자갈과 바퀴가 마찰하는 소리가 숲을 지나 내 방까지 건너왔다.
"몰라요. 모르겠어, 모르겠어요"
"진짜 몰라요?"
에이. 실망인데. 내 손에 들려있던 편지를 툭툭 치며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웃음을 머금은 채 나를 향해 대답을 재촉해왔다. 내가 누구냐면…
욱신거리는 콧잔등을 툭 건들이다 오므렸던 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기 시작했다. 말갛게 드러난 내 손바닥을 두어번 문지르다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천천히 선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나는 생경한 느낌에 움찔거리며 속으로 선을 따라 그렸다. 한 획이 그어질수록 내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곧게 그어진 선의 가장자리에 기다란 막대기를 내리고 점이 만들어진 곳에 처음의 그것처럼 곧은 선을 그리면, ㄷ이 완성되고.
나는 곧이어 희미하게 사라지는 그것들을 되뇌이며 손가락의 끝에 모든 감각을 곧추세웠다. 한 글자가 완성될 때마다 흔적을 지우려는 듯 가볍게 손바닥을 쓸었다.
내 손등을 받들고 있는 손이 불처럼 뜨거웠다. 아니, 지금 내가 뜨거운 건지도 모르겠어.
"…도경수"

 

그토록 염원하던, 나의 K가 왔다.

 


-K
끊임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달달거리는 마을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했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걸으며 욱식거리는 발바닥에 신경이 곤두섰다. 어스름한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초행길이었다. 늘상 버스 시간표를 확인할 때 눈에 스쳐지나가는 자리에만 올곧이 박혀있던 그 곳, 정(正)자로 외로운 곳. 나는 표가 땀에 젖도록 손에 쥐고서 버스에 올라탔다. 회색의 높은 빌딩숲을 지나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쯤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가방을 꼭 끌어안은 채 나는 멍청하게 차창 밖을 쳐다보고있었다.
이렇게 먼 곳에서, 내가 있었던 곳까지.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울컥 치밀어오르는 속을 달랬다.
어느새 나는 걸음을 멈추고 노을이 드리운 숲을 옆에 둔 채 덩그러니 서있는 집을 쳐다보았다. 마을과는 동떨어진 곳이었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꾸깃하게 접혀있던 노란 편지봉투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정갈하게 적혀있는 주소를 읊으며 마당에 우체통을 확인했다.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이렇게 큰 집에, 사람들로 북적거리진 않을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허한 느낌이었다.
사실 누구의 허락도 없었다. 물처럼 이곳까지 스며든 거였다. 이유 없는 확신에 사로잡힌 채, 그냥 그렇게.
나는 집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가장 큰 창문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나는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양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파열된 윤곽을 더듬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흔들리며 바람꽃처럼 홀로 빛나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모습이 꽤 위태로웠다. 실례합니다. 나는 조심스레 잠기지 않은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눈을 마주하길 바랬다. 나는 무언가 갈구하는 듯이, 하염없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공허한 눈빛 속에 싱그러운 설레임이 가득했다.
변백현. 그가 틀림 없었다. 머릿속으로 항상 그려보던 사람. 저가 생각했던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볼을 만져보면 보송보송한 솜털이 있을 것만 같아서. 입에서 작게 신음이 튀어나왔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멍청하게 그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숲에서부터 솔잎향이 가득한 바람이 불었다.
뭔가 불편한 듯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곧이어 하얀 무언가가 이리저리 팔랑거리며 떨어지고 하얗던 그 사람도 모습을 감췄다. 나는 급하게 눈으로 뒷모습을 쫓으려 했다.
곧이어 쿵, 하고 무언가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짐 가방을 내팽겨치고 헐레벌떡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내 모든 행동은 무의식에서 발현되었다.

 

"경수씨"
한참이나 말이 없던 식탁 위로 푸근한 목소리가 깔렸다. 나는 무심코 찻잔을 들었던 손을 내려 식탁에 올려두었다. 편히 있으라고 했지만 자꾸만 몸이 뻣뻣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힘드셨을텐데"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버스가 여기까지는 오더라고요"
긴장감이 배어들어 더듬거리는 목소리에도 그저 나를 향해 미소만 짓고 있는 아주머니의 얼굴에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원두의 진한 향이 그윽하게 깔린 주방은 여러모로 깔끔했다. 그냥, 이 하얀 집이 그랬다. 심플한 벽지와 날카롭지 않은 모서리의 가구들의 짜임새 잘 잡혀서. 그리고 무엇보다 적막이 흐르지 않았다. 소박한 일상의 소리가 항상 들려왔다. 나는 쭈뼛거리며 아주머니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집을 힐끔거리며 둘러보기 바빴다.
쓰러져 있는 백현을 침대에 옮기고 내 이름을 부르는 나즈막한 목소리에 멍하니 작은 손만 쥐고 있었더랬다. 아주머니를 마주한 건 그 때였다. 아주머니는 식은 땀을 흘리는 백현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다가 알약 몇 알과 물을 함께 건넸다. 나는 두 손으로 컵을 쥐고 물을 넘기는 백현의 목덜미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원래 백현이가 편지를 읽어야 하지만…. 항상 내가 읽어줘요. 본의 아니게, 미안하네요"
"아, 아닙니다"
아주머니는 싱긋 웃다가 다시금 내게 커피를 권했다. 따뜻했다. 모처럼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이 곳 사람들도, 분위기도. 들뜨거나 침체된 기분을 녹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이며, 학교며. 나에 대해 간간히 궁금한 것을 물어오다 쉬어야 하지 않겠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 안내를 해주겠다며 앞장을 서려는 뒷모습에 나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기…"
"네"
저한테 왜 여기 왔느냐고 물어보지 않으세요. 나는 결국 눌러왔던 말을 꺼내고서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무리 편지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집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인데.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한숨이 튀어나오려는 걸 참으며 나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마주했다. 여전히 미소가 어린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누군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이 집은, 백현이 집이예요. 나는 단지 백현이가 다른 사람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줄 뿐이고.
요즘 들어서 전에 없이 백현이가 밝아졌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편지를 받은 이후부터 쭉 그렇더라구요. 나는 너무 고마웠어요, 경수씨가"
나는 할 수 없는 걸 경수씨가 해준 거니까. 그렇게 예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요.
아주머니는 하얀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리지 않게 조심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듯 먹먹한 기분이 나를 휩쓸었다. 지금 내게 남은 잔해는 형용할 수 없는 단어로 이루어진 구름조각들 뿐이었다.
언제든, 언제까지든. 어떤 이유로 이 집을 찾아왔던 상관없어요. 무엇보다,
"이집 주인은 경수씨가 이 집에 남아주길 바랄껄요. 항상 궁금하다고 했거든. 나도 그렇고"
아주머니는 나를 지나쳐 의자에 올려두었던 내 짐 가방을 들며 성큼성큼 계단에 올라섰다. 작게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리다가 계단 앞에서 멎었다.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나는 한 발자국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가 잠들어있는 이 곳에 내가 있다니. 나는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B와 K의 만남은 섬세하고 따뜻한 돌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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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수취인불명이 드디어 이렇게 끝을 맺네요. 불안한듯, 비뚤어진듯 가파르게 시작한것과 반대되게도 종이를 나누며 점점 따스함을 찾아가고있어요. 수취인불명을 읽으니까요, 편지를 쓰고싶어집니다. 노란 백현이의 편지나, 경수의 분홍 편지나, 여의치않으면 공책 귀퉁이를 찢어 보내는 편지라도요. 리플님, 수고하셨고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새벽인데 좋은꿈 꾸세요. 됴블리.
11년 전
리플
됴블리님! 새벽이네요. 어둠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제 앞은 왜 이렇게 밝은 걸까요. 첫 댓글로 됴블리님이 남겨주신 것을 보니까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수취인불명 2편의 시작을 보면, '마이너의 감정선. 약한 존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불안과 경계심.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안에는 늘 마이너리티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요. 불안한 듯, 비뚤어진 듯 가파르게 시작되는 것도 둘이 가진 마이너리티로부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눈이 보이지 않는 백현이와 자신의 삶을 버거워하는 경수. 하지만 백현이의 편지나 경수의 편지가 서로에게 전달됨에 따라 각자의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게 해주잖아요. 점점 따스함을 찾아간다는 됴블리님의 말이 정말 좋네요. 됴블리님이 남겨주시는 말을 읽으면 정말 편지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저 역시 편지 참 좋아해요. 답장을 바라지 않아도 제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를 사랑합니다.
새벽인데 제 글을 읽어주시고..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됴블리님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래요. 하트

11년 전
독자2
ㅠㅠㅠㅠ지금입니다ㅠㅠ드디어둘이만났네요..ㅠㅠ 백현이랑 경수랑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건가요?ㅠㅠ 앞으로는 둘이서 행쇼 겠죠?ㅠㅠ 진짜 이런 먹먹한 거 너무 좋아요ㅠㅠ 자까님 글 분위기 진짜 제 취향이에요ㅠㅠ 오늘 진짜 피곤했는데 늦게 까지인티한보람이ㅋㅋㅋ있네요!항상 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신알신쪽지와있나확인해요ㅎㅎ 완전 작가님 덕후ㅋㅋㅋㅋㅋ 글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굿밤!하세요ㅎㅎ굿밤! 하트.
11년 전
리플
지금님! 피곤하신데 제 글까지 읽어주시고ㅠㅠ 얼른 주무세요! 5편에서 백현이와 경수가 만났지만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음.. 비밀에 부쳐두는 걸로 하죠! 제 글 항상 읽어주시고 예쁜 댓글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인티에 들어온 보람이 있네요ㅎㅎ 지금님의 칭찬에 저는 마냥 부끄럽습니다. 지금님도 굿밤! 하트
11년 전
독자3
이 편만 덜렁 봐서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둘의 만남으로 끝나고 있네요.....마지막 문장이 좋네요 둘 다 부드러운 분위기 이지만 같이 쓰이지는 않는 문장이라서 그런가봐요-아 정말 곱씹을수록 전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겠어요 나중에 읽으려고 했는데 지금 읽고와야겠어요!
11년 전
독자4
뭐라고 해야할까요.....음...잘 읽고 왔어요 백현이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와 편지를 그렇게 애타게 찾은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네요.....우울하다기에는 희망의 끈이 보이고 아련하다기에는 아직 초입부분인 것 같아서 잘 모르겠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뭔가가 좀 찡하게 느껴지는 그런....되게 오랜만에 진지하게 읽은 작품인 듯 해요 다음편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신알신 해 두고 갈께요
11년 전
리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둘이 어떻게 만났는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백현이와 경수의 몫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마지막 문장이 참 좋았어요. 돌발이라는게 어쩌면 둘 사이를 정의해줄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어서요. 편지라는 소재에 독자님께서 말씀해주신 희망의 끈이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네요. 저도 다시 한번 읽고와야겠어요. 댓글보고 저까지 진지해졌네요! 이런 댓글 사랑합니다. 신알신에 정주행까지 해주시다니 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트
11년 전
독자5
아, 백현이가 앞이 안보인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안타깝기 그지 없어요. 공양미 삼백석으로 백현이눈이 뜨일 순 없는건가요ㅠㅠ 심청이라도 되고프다...드디어 경수와 직접 대면하게 됬는데. 어찌나 설레이던지, 또 백현이가 편지를 놓치고 나서는 괜시리 제 마음이 아픈건지ㅠㅠ.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아, 저도 마지막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당분간은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기분 좋게 읽고 갑니다. 헤줍이에요, 하트하트!
11년 전
리플
제가 공양미 삼백석을 조공하고 싶습니다. 이번편을 쓰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큰 장벽인 지 새삼 느꼈어요. 주변 사람이 없으면 참 힘들꺼라는, 어쩌면 자그마한 돌뿌리 하나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돌발상황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수취인불명을 쓰다보면 제가 백현이가 되고 제가 경수가 되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요, 그냥 애착이 가요. 앞으로의 전개도 제가 백현이의 눈이 되어 써야겠죠! 예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헤줍님!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 하트하트.
11년 전
독자6
수취인불명은 제목에 이끌려서 클릭했던건데, 그게 이렇게 좋은글을 만나게해줄줄 누가 알았겠어요..ㅠㅠ 저 계속 정주행 달리고 있는 큥크림이예요ㅎㅎ 글을읽다가 조곤조곤이라는 단어가 마음에들어서 계속 쳐다보다가 내렸는데 경수와 백현이의 만남이였군요! 큥이가 편지찾으려고 막 헤맬때는 저도 같이 안절부절 했는데 경수가 발견해서 집으로 들어갔다니 참 다행이예요. 수취인불명은 봄에 읽기 참 좋은글 같아요.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괜히 기운빠지고 그랬는데 수취인불명을 읽고있으면 나른한게 뭔가 그래도 월요일에 대한 달램?ㅎㅎ 이 되는것같아요. 음.. 박카스가 달달한 알사탕이였다면, 수취인불명은 뭔가 더 진한 초콜릿같아요! 오백이들의 따뜻한 만남 기대해도 될까요?ㅎㅎ 수취인불명 보면서 조용히 위로받고가요. 박카스랑 수취인불명만으로도 작가님한테 믿음이가요.. 리플님 신알신울리면 제목확인 안 하고 바로 와서 쭉쭉 읽어내릴 수 있을것같아요. 저는 내일을 위해 머리감으러 갑니다..리플님 사랑해요! 저는 큥크림이였어욯ㅎ 하트!
11년 전
리플
아아 그대는 내 박카스네요. 댓글보면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좋은 글이라는 말은 리플을 힘내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조곤조곤. 그 단어를 격하게 아끼는 사람으로써 가끔 보면 경수의 말투를 표현할 때 자주 쓰곤해요. 간지럽기도 하고 비밀스럽기도 한 기분이 듭니다. 오백이들의 따뜻한 만남을 기약해주신다면 저는 내일이라도 당장 수취불을 들고올 자신이 있어요. 믿음이 간다니, 세상에. 든든해지네요. 한 건한 기분입니다. 헿헿. 열두시 안으로 글 하나를 올릴텐데 분위기가 좀 어두침침해서 걱정이네요. 밝은 글만 읽게 해드리고 싶은데 하엑컴기념 글 하나를 싸지르고 있자니 뭔가 죄를 짓는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글 올리고 큥크림님 댓글을 기다려야겠어요. 큥크림님의 댓글은 월요병을 치료해주는 치료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예쁜 댓글을 다는 분이라면 분명 징어가 아니라 인어일게 분명해요. 오래 기다리지 않게 좋은 글 꼭 들고올게요. 사랑합니다. 하트
11년 전
독자7
아! 오늘 글이 올라온다고 그러시니까 컴퓨터 부둥켜 안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려야겠어요! 그렇게 글에대해서 잘 아는것도 아니라 리플님한테 좋은 피드백이 될 수는 없을것같지만 그래도 글은 꼼꼼히 열심히 읽어서 댓글 달아야겠어요! 꼬박꼬박 긴답글 달아주시는 리플님한테 감사해서 눈물이나네요 ㅠ 그래도 글은 쓰고싶다고 술술 써지는건 아니니까, 언제까지든 기다릴 수있어요!ㅎㅎ 제가 월요병에 치료제가 된다니까 글을 읽고 댓글을 단것뿐인데 뭔가 되게 뿌듯하네요 . 저 앞에 예고 해 놓으신 카백 개늑시도 기대되요! 하지만 너무 심하게 기대하거나 해서 부담가지시게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는 어느장르든 거의다 좋아하니까 어두침침하다고 걱정하실 필요없어요! 리플님이 쓰고싶은 좋은글 예쁜글 마음껏 쓰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자리지키고 있다가 신알신 울리면 바로 달려올게요! 리플님 하트하트
11년 전
독자8
맨첫줄의 문장... 딱 지금의 제 감정인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마음이 막 벅차올라서 막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사하나 문장하나 문단하나 읽고 다시 돌아가서 또 읽고 저도모르게 두세번씩 꼭꼭 새겨놓는것 같아요 ㅋㅋㅋㅋ 경수가 백현이를 처음봤을때처럼, 보송보송한 느낌이 가슴에 한가득입니다 XD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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