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우린 어떻게 됐냐고? ..ㅎㅎ 뭘 물어. 당연히 거절했지.
내가 정신 나간 것도 아니고 무슨 팬이 가수랑 연애를 해, 연애를. 나한테 김지원은 친구보단 아직 가수였단 말이야.
어쨌든 고백을 거절했을 때 김지원의 그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싫어."
타종이 끝난 후었고 시끄러운 소리에 휩쓸려서 내 목소리가 제대로 들릴까 했지만 김지원의 표정을 보아하니 제대로 전달된 모양이야.
"왜? 내가 싫어?"
"네가 싫은 게 아니라 바비가 좋아서."
"내가 바비고 바비가 나야."
"무대 위에 있을 때 넌 내 우상이고 동경의 대상이지만 친구 김지원은 말 그대로 친구잖아."
김지원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이해가 안 간다는 말투로 운을 뗐어.
"틀려. 김지원이랑 바비는 같은 사람이야."
"그건 바보야.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김지원의 표정이 내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알쏭달쏭 해졌고 어느 정도 인파가 해산 될 때까지도 서로 눈만 보고 있었어.
꽤나 당황하긴 했나보더라ㅋㅋ 하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긴 해.
그렇게 좋다고, 좋다고 한 사람이 딱 잘라 싫다니. 그때는 지금이랑 상황이 좀 많이 달랐었단 말이야.
"집에 데려다 줄게."
"됐네요."
실 없이 웃으면서 거절하니까 그제야 슬쩍 고개를 끄덕거리며 살포시 웃어.
뽀얀 입김이 흩어지는데 그림이야, 그림. 그리고 지하철 역까지 나를 데려다 주더라.
"잘 가.'"
"너도. 근데 이름 불러주면 안 돼?"
"뭘?"
"팬싸인회 같은 데서는 지원아, 김지원. 잘만 부르면서."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ㅋㅋㅋㅋ 엑하는 표정으로 대충 이름을 불러주니까 신 나서 손을 흔드는데 앤 줄ㅋㅋㅋ
근데 그게 또 너무 예뻐서 타오르는 덕심을 눌렀지. 나는 여기 덕후로 온 게 아니라고 엄청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ㅋㅋㅋㅋㅋ
잘 들어갔어?
집에 와서 씻고 나오니까 김지원한테 먼저 문자가 와 있더라.
머리를 말리면서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할까 생각하다 그냥 간결하게 보냈어.
응. 너는?
나도. 감기 안 거리게 따뜻하게 자.
너야말로.
답장이 참 빠릿빠릿해. 첫 문자가 오고 약 이십분 뒤에 보낸 답장이었는데 폰만 잡고 있었던건지ㅋㅋㅋㅋ
나중에서야 그때 답장 빠르더라 폰 보고 있었어? 물어보니까 걱정돼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여자 많이 꼬이겠거니 했지.
하하하... 실제로도 그렇고. 육두문자가 나오는구려.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
네가 친구하자며ㅋㅋㅋ 못 볼 건 뭐람.
나 이제 앨범 준비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돼.
빨리 팬들이랑 만나고 싶다. 무대에 서고 싶어.
활동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 무대에 서 있을 때가 제일 짜릿해. 너도. 어. 바비가 더 좋다며!
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귀여울 일? 김지원이나 바비나 같다고 한 게 누구신데ㅋㅋㅋㅋ
김지원이랑 하던 문자를 마무리 짓고 침대에 멍하니 누워서 깜깜하게 깔린 어둠 속에서 문득 아까 찍은 사진이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보는데 뭐라고 해야 되지. 어쩌면 그런 생각도 들었어.
친구 김지원이 훨씬 더 좋아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리고 당분간은 김지원을 보지 못했어. 간간이 연락은 했지만 그마저도 딱히 많이 한 건 아니었고.
걔가 한창 더위가 기승인 8월 중순에 컴백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5월 말인가 6월 초였나 그랬거든.
연말에 보고 다음으로 본 건 컴백하고 무대에서 였어. 물론 가수랑 팬으로ㅋㅋㅋ
나야 뭐, 늘 그렇듯이 밥덕으로 간 자리였지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이야. 나 보고 싶었지!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어. 사전녹화 중이었거든ㅋㅋ 언제 봐도 무대 위에서는 팔랑팔랑 잘도 날아다니더라.
이때까지만 해도 참 좋았지. 이 활동은 여러 가지로 참 다사다난 했는데.
팬들에게는 최악으로 기억되는 활동일거고, 김지원한테는 억울한 활동 이었으려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금의 김지원을 만든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
아, 나한테는 뭐냐고? 나한테는... 글쎄, 뭘까.
관계 정리를 함과 동시에. 아, 으아아아아아 정리가 안 돼. 그냥 차차 쓰면서 생각해 볼게.
to B continued |
이번 편은 뭐라고 할까. 조금 길었던 한 파트의 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그토록 궁금해 하시던 지원이의 지금의 키 포인트가 되는 편이 다음부터 나올 것 같습니다 :) 그럼 다음에 또 봬요! 김밥 님 ^ㅅ^ 시계 님 ^ㅅ^ 고데기 님 ^ㅅ^ 바나나 님 ^ㅅ^ 암호닉 고마워요. 늘 피드백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