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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신인 전체글ll조회 1039l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릴 수 밖에 없었고, 만약 가능하다면 최대한 빨리 1층으로 뛰어내려가, 내 차를 몰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조차 갈 수도 없었다.  

 

 

 

내가 다니는 W그룹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S그룹과의 계약을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했고, 난 그 가운데에서 충실한 오작교 역할을 해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반드시 답을 내려야만 했다.한숨을 쉬면서 답을 내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비서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띠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제 이름을 벌써 회장님께 전해 들으셨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이름이 제대로 잘 불리지 않는 직업인데, 그런 것 까지 배려해주셔서요." 

 

 

 

"일단 제 차로 가시죠. 회장님." 

 

 

 

스테인리스 문에 비친 그 아이, 아니 회장님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갔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나는 호텔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내 차만을 주시하며 똑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차 뒷문을 열려는 그 순간, 

 

 

 

회장님이 나의 손을 잡아오며 말했다. 

 

 

 

 

"난, 조수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조수석에 타고 싶은데." 

 

 

 

 

넌, 정말 변한 게 없구나. 짜증나게도. 

 

 

 

 

하지만 어쩌겠어. 을인 내가 참아야지. 참고 또 참아야지. 

 

 

 

결국, 난 그 아이, 아니 회장님을 조수석에 태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한 손에 들려있던 카페 라떼와 와플을 회장님께 드리고 나서, 안전벨트를 가지런히 매었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순간, 회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진급이, 꽤 빠른 편이네." 

 

"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놓을 생각은 없는거야?" 

 

"저는 회장님이 누군지 모릅니다. 말을 놓는 것은 자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식적인 관계에서는 공식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나는 시동을 건 채, 회사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운전을 한다는 건 나에게 크나큰 정신적 스트레스였지만,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부드럽게 운전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30분을 달리고 난 뒤에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회장님과 함께 회사에 들어왔고, 1층 로비에서부터 때아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저 분이 그 유명한 벨기에 회장님이야?" 

 

"헐...장난 아니다." 

 

"회장 아니고 귀족 집안 자제 아냐?" 

 

 

 

 

 

"근데, 왜 급 떨어지게 저런 사람이랑 붙어 다닌대?" 

 

 

당황스러웠다. 다시 머리가 새하애지는 순간이었다. 

 

그 때, 따뜻한 인상만큼이나 따뜻한 손이, 내 차가운 손을 잡은 채, 수군거리던 그 사람들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놓으려 했지만, 너무도 세게 손을 잡아온 탓에 그저 끌려갈 수 밨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수군거리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정확히 그 사람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이 사람은, 이 그룹 회장님의 비서지만, 내 비서이기도 한데." 

 

 

"당신들이 그런 식으로 내 비서를 모욕한다면-" 

 

 

 

 

 

"나에 대한 모욕으로 알아듣도록 하지." 

 

 

 

당황스러웠다. 9년 전 끝났던 관계가 다시 시작되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회장님이 아닌, 11년 전 그 때의 내 남자, '줄리안'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와 줄리안은 이미 끝난 관계였다. 

 

그래서 나는, 내 손을 잡은 회장님의 손을 뿌리친 채, 

 

회장님의 얼굴을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이런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따뜻해지려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냉기가 휩쓸고 지나가 버려, 소생 불가능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엘리베이터는 꿋꿋이 작동하는 중이었고, 나는 가볍게 8 버튼을 눌러 회장실에 도착했다. 

 

 

 

회장실 문 앞에 선 나는 세 번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몇 초간의 정적을 깨고 문을 연 사람은 나에게 카톡을 보낸 김진희 비서였다. 김 비서는 나와 S그룹 회장님을 응시하다가 눈치를 보며 회장님께 이야기를 전달했다. 

 

 

 

"회장님, S그룹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러자, 회장님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S그룹 회장님의 손을 잡아왔다. 

 

 

 

" S그룹에서 저희 측에 마케팅 의뢰를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시죠." 

 

" 김 비서는 가서 커피 두 잔 타오게." 

 

"아닙니다. 비서 실장님이 사주셔서 방금 마시고 오는 길입니다. 회장님이 비서 실장님을 아주 잘 두신 것 같습니다. 커피가 정말 제 취향에 잘 맞더군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럼, 두 사람은 어서 비서실에 가 있게. 그리고 내가 따로 연락하기 전까지 잠시 대기하고 있고." 

 

"네, 알겠습니다." 

 

 

 

나는 김진희 비서와 함께 회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 뒤, 6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 비서는 내게 말을 건네왔다. 

 

 

 

 

"실장님, 저는 회장님이라 해서 나이가 엄청 많으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으셔서 깜짝 놀랐어요." 

 

"아...그런가?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영 안 좋아 보이시는데..." 

 

"아니야, 난 화장실 갔다 갈 테니, 먼저 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나는 다리를 조금씩 떨며 화장실에 들어와, 파우더 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거울 속 나를 멍하니 응시하다가, 마른세수를 하며 또 다시 그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때의 과거는... 정확히 말하자면 2004년 5월 3일이었다. 

 

 

 

그 때의 난, 줄리안과 몹시 친한 사이였고, 한국말을 하기 힘들어하는 줄리안 곁에서 붙어다니며 어려운 한국말을 몸소 가르쳐주었다. 

 

 

 

얼룩말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줄 때는 흰 연습장에 검은 볼펜으로 줄울 죽죽 그어가며, "얼룩말은 이런 무늬의 동물이야!" 라고 말하면, 줄리안은 알아듣고 웃으며 "이렇게 생긴 거야? 이렇게?" 하면서 특유의 그 웃음소리로 깔깔 웃어댔었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던 과 사람들도 나를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그러던 중, 과 회장님이 우리를 보고서는, 

 

 

 

 

"너네 둘이 혹시 CC야?" 라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그 때 난, 몹시 당황하며 "아니에요! 저흰 그냥 정~말! 친한 친구에요." 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를 자취방에 데려다 주던 줄리안이 평소처럼 자취방으로 들어가려던 나를 붙잡으며, 자취방 앞 가로등불 밑에서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나 너 좋아해. 우리 연애하지 않을래?" 라고. 

 

 

 

 

나는 그 순간 너무나도 가슴이 뛰어와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줄리안에게 이런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기습 뽀뽀를 잠깐 하고 바로 입술을 떼려 했었다. 

 

 

 

 

 

그 때, 줄리안이 내 허리를 살짝 당겨왔다. 잠깐인 줄 알았던 뽀뽀가 농도 짙은 키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때의 키스는,  

 

 

 

 

 

나의 첫 키스이기도 했다. 

 

 

그렇게 과거를 조금씩 떠올려 가던 순간, 나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회장님이었다. 

 

 

"네 회장님." 

 

"S그룹 회장님이 우리와의 계약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셨네. 고마워. 이 모든 게 아침에 열심히 에스코트를 해 준 자네 덕분이야." 

 

"과찬이십니다." 

 

"계약 사항을 다시 한 번 자네가 꼼꼼히 전달해 드리고, 우리 회사 홍보도 열심히 해 주게. 재계약도 우리 회사에서 하도록 말야." 

 

"네 알겠습니다." 

 

 

 

나는 6층 화장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회장님을 기다렸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두 회장님이 내렸고, 나는 줄리안, 아니 S그룹 회장님을 나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따라오시죠. 제 사무실은 저 쪽입니다." 

 

 

내 사무실에 들어온 나는 회장님을 상석에 앉힌 채 말했다.  

 

"커피는 마시고 오는 길이니, 녹차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됐어." 

 

"그럼, 한국을 관광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는데, 가고 싶은 곳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경복궁,남산타워,피카디리극장." 

 

저 세 곳은, 나와 줄리안이 아주 뜨겁게 연애를 하던 시절, 이별이란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시절, 그런 시절에 함께 여행을 했던 곳이었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자꾸만 찾아오는건지. 

 

 

 

너를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 또 다시 만나게 되는 건지. 

 

 

 

그리고, 왜 자꾸 눈물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지. 

 

 

 

나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나는 멍하니 내 책상 위에 올려진 가방을 응시하다가, 책상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끊어진 쇳덩이 하나를 줄리안의 바로 앞에 있는 유리 탁자에 그대로 집어 던져버렸다. 

 

 

 

"넌, 왜 그렇게 하나도 변한 게 없니?" 

 

 

 

그 끊어진 쇳덩이는 바로, 너와 내가 연애한 지 100일이 되었을 때 함께 맞추었던, 커플링이었다. 

 

 

 

그리고 나는 줄리안에게, 

 

 

 

9년 간 쌓아오기만 했던 복잡 다단한 감정들을  

 

 

 

아주 짧은 말로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우리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 말 뜻 알아들었으면, 내 눈 앞에서 당장-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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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무슨 사연이 있을까 궁금하다... 다음 화 기대할게!!
9년 전
독자2
헣헐 과거네 무슨 일이있었길랴ㅠㅠㅠㅠㅠㅠ 근데 즐랸 먼저 나서주는거 설랜당
9년 전
독자3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여주가 저러는 것 보면 줄리안이 잘못한 것 같은데..
9년 전
독자4
과거가 넘 궁금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미쳤어.....갑과을을 뛰어넘다니...............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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