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 빛은 나만 비추지 않는 거야 왜 나만 사랑하지 않는 거야 왜 외간 것들에게도 웃어주는 거야 왜 따뜻한 거야 왜 모두에게 다정한 거야 김선우, 해괴한 달밤 中 저는 쓰지 않는 타자기를 꺼내어 종이를 끼워 넣었습니다. 깊게 눌러야 새겨지는 타자기의 소음이 좋았거든요. 손 글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다릅니다. 삐뚤거리는 손 글씨를 못 써서 남이 반듯하게 쓰는 글씨를 보면 괜히 마음이 위축되거든요. 그래서 늘 편지를 적어줄 때에는 타자기를 꺼냅니다. 당신도 타자기 소음을 좋아하나요, 이 타자기 소리가 당신에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적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딱 한 줄만을 적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이렇게 글자를 적어내리게 되네요. 제가 하고픈 말은 늘 많습니다. 여름 햇살에 부딪쳐 그림자가 진 버드나무에 대해서, 익어가는 아스팔트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일개미에 대해서, 지나가다 당신이 알려주었던 구두방에 어떤 손님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 말을 전부 할 수 없는 속상한 마음을 언제쯤 알아줄런지, 저는 계속 기다리려고 합니다. 여름밤은 짧으니까요, 하루가 금방 지나가니까요. 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신이 말했었죠. 노동을 하던 사람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밤이라고 말예요. 당신은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밤을 나누어 주고 싶다고 말했었죠. 자신은 낮에 잠들면 되니까 더 긴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면서요. 그래서 당신은 여름보다 밤이 긴 겨울을 더 좋아했지요. 저도 당신과 같이 밤을 참 좋아합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쨋던 밤을 좋아해요. 밤에는요, 무엇이던 이루어주게 해주거든요. 저는 이걸 달밤의 기적이라고 불러요. 기적 같은 일이잖아요, 이룬다는 것은요. 전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당신처럼 좋아하는 밤을 남들에게 나누어 줄 수 없어요. 기적을 이루려면 욕심은 꼭 필요하다고,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당신은 욕심이 없을까요. 남에게 늘 친절한 당신은 참 욕심이 없어 보이네요. 공평한 사랑은 좋은 것일까요, 남들에게 똑같이 배분해서 주는 당신은 어쩌면 철저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한치의 오차도 없는 당신을 왜 저는 그토록 선망하며 바라봤던 걸까요. 왜 이토록 선망하는데 지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걸까요.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당신이 괴이하게 느껴지는 건 그저 제 생각 뿐인 걸까요. 당신에게 공평한 사람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전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들도 저와 같다면, 틀린 것 없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신을 떠올리며 야릇한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나요, 밤을 퍼다주는 당신. 손 그릇에 사랑을 담아 뿌려주는 당신. 내가 이루고픈 기적 한 가운데에 서있는 당신. 당신은 밤을 좋아하니까, 저는 당신을 위해 달밤에 촛불을 켜놓고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습니다. 고롱한 숨소리가 들리는 건 제가 이룰 수 있다던 기적 중에 하나이기도 해요. 당신의 숨소리가 들린다는 것. 보이지는 않지만 저와 같은 공간 속에, 아니면 제가 잠들 수 있는 침대 위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타자기를 꺼내지 않고서야 이 밤을 넘길 수 없잖아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방 안에는 온통 타자기 소음이 - - -하고 울렸다. - - - - 끊길 새 없이 계속, 계속. 당신은 나에게도 밤을 공평하게 나누어 준 것인지, 여름 밤이 겨울 밤이 되어버린 것인지. 새벽이, 아침이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해를 몰래 감추어 놓은 것일까, 이것 참 해괴한 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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