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이 나의 볼 위로 내려앉았다.
겨울이, 찾아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너를 찾는다.
창가 바로 옆인 나의 자리와는 정반대인 복도와 가까운 네 자리로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레 눈이 간다.
작은 체구에 허리까지 오는 까만 생머리, 동글동글한 너의 그 뒷모습을 보는 내 기분은 마냥 좋았다.
이렇게 너를 내 눈에 담고, 입에 물들이고, 마음에 새길 수 있어 행복했다.
혹여 네 뒷모습만 보던 나의 고집스러운 눈과 너의 맑고 투명한 눈이 마주치게 된다면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릴 듯하다.
계속 보고 있던 것이 들킨 것 같아 마냥 부끄러워지면 고개를 숙여 애꿎은 교과서 모퉁이만 괴롭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살짝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면 너의 무심한 뒷모습이 다시 나를 반긴다.
너와 눈이 마주친, 아주 사소한 일 마저 기뻤고,
너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의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 시절의 너는 나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