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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우주가 만개할 때 | 인스티즈 

 

 

저물어 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낮게 깔린 공기, 그 아래를 비추는 햇빛은 마치 죄악과도 같으니. 잊지 못할 기억은 지울 수밖에 없으니, 지난 시간에 후회는 없다. 이미 시간은 흐르고, 낡은 상자에는 녹이 가득 슨 회중시계뿐. 더는 째깍이지 않는 초침과 잊힌 세상, 그 깊은 곳에서 다시 마주하는 세상에 작은 손짓을 건네 본다. 

 

유약한 꽃잎은 시들기만 하였다. 저물어 가던 유월의 꽃잎은 네 숨결을 따라 익사해 버리고 마니, 나는 끝을 볼 수밖에 없던 것인가. 자신을 퇴색이라 칭하며 점점 형태를 잃어가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좀먹은 목소리로 아리아를 전하는 게 최선이었다.  

 

문드러진 계절 속에 물든 책장을 찢어 그를 감싸 안는다. 마치 이제 막 공전을 시작한 여름별처럼, 그는 늙푸른 잔디에 물든다. 뒤이어 붉은 햇볕에 그을렸고, 하얀 천을 감았다. 그렇게 한참을 물들고, 그을렸고, 감았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그의 향이 메마른 나뭇가지마냥 코끝을 쑤신다. 그리 달가운 인사는 아니었다. 짧은 안부를 통보하며 그의 유약함을 다시금 문지르고 되새겼다. 달갑지 않은 건 그의 인사가 아닌 끝, 결과였던 것일까. 

 

생각만이 만개한 새벽에 온몸을 던진 채, 그는 아주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조용히 만발한 그의 한 송이가 우주를 뒤흔들었다. 

 

 

 

 

- 본문 복사해서 다시 업로드하지 마세요. 사진도 같이 올리시는 분 있는데, 왜 그러시는지 의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글도 아니라 아무런 흔적이 없으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생각합니다. 찾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직접 가서 내리라고 하고 사과문 역시 받을 예정이오니, 출처 남길 생각이 아니시라면 애초부터 복사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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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댓글
퍼가도 될ㅋ가요?
6년 전
글쓴이
아니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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