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간신히 정신차려서 학교에 갔더니 오전에 강의하시고 오후에 또 다른 과목 강의하시는 같은 교수님이 나를 쿠사리먹이시길 시작했지. 난 쪽팔려서 죄송함돠...만 계속 했고 ㅋㅋㅋ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들었는지 수업 듣고 나오니까 전화가 오더라. 놀라서 받지도 못하고 울리는거만 계속 보고 있었어. 누가 어깨를 툭툭 치는거야. 더 놀라서 고개를 휙 돌렸더니 그 사람이 있는거야. 어제랑은 다르게 반팔에 청바지 차림이었어. 누가봐도 대학생인데, 성숙한 대학생..?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절로 나올 모습. “아..안녕하세요...” 에베베거리면서 인사하니 그 사람이 또 씩 웃더라고. 두근거렸어. 정말 나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이 나한테 웃어주니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 “밥 먹었어요?” “아니요..점심은 먹었는데 저녁은 아직...” “피곤해보이네요. 더운데 물냉면 먹을래요?” “네..” 누가보면 약속이라도 하고 밥 먹으러 가는 줄 알 정도로 학생회관 앞에서 대화중이었어. 그 때 지나가던 선배들이 그 사람한테 다가왔어. “형! 어제도 오고 오늘은 뭐야?” “야, 심은. 뭐하냐?” 나하고 그 사람은 전혀 접점이 없는데 같이 있으니 이상했는지 선배들이 물어보기 시작했어. 근데 그 사람이 “교수님이 같은 지도학생이니까 뭐 좀 알려주라고 해서. 은아, 가자” 하는거야. 그 목소리로 은아. 하니까 또 미치는 줄. 그 사람 따라서 고기냉면 집에 갔어. 덥긴 정말 더워서 물냉면 시켰더니 그럼 난 비냉! 하면서 시키는데 내가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보니까 나눠먹자고 하는거야 ㅋㅋㅋㅋ 웃겨서 네~ 하고 웃으니까 “이제야 좀 긴장 풀렸나봐요.” “아..네..” 그러고 내가 불편해서 말 놓으라고하니까 그럴까? 하면서 놓는데 다시 은아, 하고 부르는거야. “네?!” “나 어때?” “...사실 세번째로 뵙는거라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철벽 쩔지 ㅋㅋㅋㅋㅋ 연애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라... “그럼 만나보면서 어떤지 생각해볼래?” 거기에 대고 뭐라고 말할지 몰라서 입을 앙 다물고 있었더니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민망한데, 꽤 괜찮지 않아?” 하는거야. 근데 내가 다른 선배들이 그런 말 장난으로 할 때 하던 말이 나와버린거야. “정말 괜찮은 사람은 자기 입으로 그런말 못해요.” 하고...굴러온 복을 발로 차는 말을 하는 나를 보고도 웃었어. 그 때 천만다행으로 냉면이 나왔어. 고기도 함께... 냉면을 놓고 덜어서 먹는데 숟가락에 면을 얹으니까 고기를 얹어주는거야. 아마 나는 여기에서 이 사람한테 넘어간 거 같아. ㅋㅋㅋ 저 다정함에 홀랑..... 아무튼 고기를 얹어줘서 쳐다보니까 많이 먹어. 라고 말하고 냉면을 덜었어. 냉면을 후루룩 하면서 먹는데 “CPA 볼거지?” 하고 묻더라고, 근데 그 때 내가 좀 어려운 상황에 있어서 독립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거든. 그래서 공무원 준비를 하려고 맘을 먹었었는데 이제 막 세번 만난 사람한테 말하기엔 좀 그래서 얼버무렸거든. 자기 공부하면서 좋은 거 나쁜 거 이야기 해주는데 같은 시험이 아니라도 좋은 얘기들이 많았어. 처음에 느꼈던 것처럼 인간적으로 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지. 평생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그 때 결심했던 것 같아. 만나보고 싶다고. 냉면도 다 먹고 그 사람이 후배 사주는 거라고 자기가 돈을 내버려서 내가 커피를 사기로 하고 별다방에 가는 길이었어. 내가 결심한건 빨리 해야하는 성격이라서 한 오분 걸리는 거리에서 내가 “만나요.” 세글자를 내뱉었어 ㅋㅋㅋㅋ 그 사람 놀란 사슴처럼 눈을 크게 뜨고 음?! 하면서 우뚝 멈추더라 ㅋㅋㅋㅋ 너무 웃겼어. 이 사람 만나고 나서부터 즐겁기만 했던 거 같아. “정말?! 진짜지?! 와..진짜 맘 졸였다. 안만나주면 어쩌지.. 했는데 고마워! 진짜!” 그 차분한 모습 어디가고 거리 한복판에서 내 손 붙잡고 쎄쎄쎄하는 것 마냥 입이 찢어지도록 웃더라 ㅋㅋㅋㅋㅋㅋ 별다방에 들어가서도 정신 못차리고 나만 졸졸졸 따라다니는데 얼마나 웃긴지 ㅋㅋㅋ 그 때부터 나도 말 놓았던거 같아 ㅋㅋ 자리에 앉고 나서 내가 어디가 좋냐고 물어봤더니 “그 때, 교수님 연구실에서 너 상담할 때 교수님한테 예의바르게 말하면서 웃는 모습에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세미나실에서 맨 뒷자리 앉아 있으면서도 나 쳐다봐주는 거에 고마웠고, 고기 먹으러 왔을 때 어려운 자리인데도 싹싹하게 하는 거에 또 반했고, 마지막에 교수님 보내드리고 웃는 모습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어.” 장난을 진지로 받아들였는데 눈물이 나는 이유가 뭔지 ㅋㅋㅋㅋ 나 저 말 듣고 울었어... 사랑받는 느낌이 좋으면서도 벅찬거야.. “회사 들어가면 정말 바쁠거야. 알다시피 1,2월에는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할거고, 3년차 되기 전까지는 여유도 많이 안날거야. 그래도 만나줘.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너 만나는 시간은 어떻게든 낼거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 행복해서 자꾸 벅찬 느낌이어서 눈물이 뚝뚝 흐르는데 둘 다 웃고 있어서 좀 이상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별다방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데 나랑 많은 공통점이 있더라. LP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나, CD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그 사람. 음악 장르도 발라드, 뮤지컬. 운동은 둘 다 싫어하고, 하지만 해야하는 걸 알고 있긴 하고. 여행도 혼자가는 여행을 더 좋아하지만 둘이 가는 걸 이제는 더 기대하게 되고. 맛집보다는 그냥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먹어도 맛있고. 둘이 눈만 마주쳐도 쑥쓰럽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막 그랬어...ㅎㅎ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