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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벤치멤버이자 비공식 매니저 닝과 시바야마는 쭈그려 앉아서 열심히 노트를 적는 중이다. 실은 선수들의 실적같은 것들의 대부분은 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경기를 보는 시바야마가 작성했다. 역시 오늘은 쿠로오상이 실적이 높아! 아까 보쿠토 선수 일인 블록은 정말 대단했어. 대신 리에프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봐. 계속 먼저 뛴다고 쿠로오상한테 혼나네. 조잘 거리는 시바야마와 고개를 그저 끄덕이는 닝.
시바야마가 경기에 관심이 있는 반면, 닝은 인물들을 구경하는 중이다.
분명 방금 전에 수건을 갖다 줬음에도 다시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켄마가 부드럽게 에이패스로 오는 공을 세팅한다. 성의없어 보이지만 섬세하게 손끝까지 신경을 써 공을 보내는 켄마 그리고 옆에서 공을 받아치는 쿠로오. 점프를 하니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눈에 띄게 수축 돼 갈라져 보인다. 점수를 내는데 성공하면 만족했다는 듯이 입고리를 올리는 쿠로오와 순순히 하이파이브 받아주는 켄마. 상대팀을 보면 블로킹이 이리 저리 흩어져 무너져 있었고 그에 똑똑한 켄마의 지략이 통했다는 것이 들어난다.
누군가가 공을 받아내고 신중하게 공을 올리면 모든 이의 시선이 공과 스파이커로 몰린다. 그 중 영롱한 눈을 번뜩이며 공의 예상 궤도를 예상해내 스파이커와 직면하는 야쿠. 보쿠토가 공을 치려던 때 야쿠가 홀연히 나타나 공을 깔끔하게 받아내자 보쿠토의 표정에 쾌감과 분함이 가득 묻어난다. 그에 그린 듯이 깔끔 한 웃음을 보인 야쿠. 옆에서 리에프가 야쿠상 멋있습니다!! 라며 코트 안에서 흥분하자 쿡쿡 웃은 닝은 진짜 멋있긴 해 라며 옆에 있는 시바야마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또 다시 공이 올라간다. 이번 리시브는 흔들려 상대팀 세터가 직접 움직여 공을 세팅한다. 발소리가 가득한 체육관에 그의 에이스를 지목하는 또렷한 목소리가 울린다. 씨익 웃으며 높게 뛴 보쿠토가 넓은 가슴을 폈다가 수축하며 공을 쳐내고 쿠로오가 핏줄과 마디마디가 튀어나와 올록볼록한 손을 쭉 뻗으며 블로킹을 하러 따라 붙는다. 보쿠토의 공이 굉음과 함께 안테나 옆으로 아슬아슬하고 날카롭게 꽂치자 질린다며 눈을 가늘게 뜨는 쿠로오. 헤이헤이헤이! 웃는 얼굴의 보쿠토와 아카아시가 하이파이브를 하니 짝 하는 소리가 벤치까지 울린다.
세트의 마지막은 올라온 공을 순식간에 내리쳐내는 리에프의 환호성으로 끝이 난다. 리에프가 한참 큰 몸으로 켄마를 내려다 보며 우리가 해냈어요! 라며 크게 웃자 쿠로오는 드디어 성공했네 라며 뿌듯하다는 얼굴로 켄마와 리에프의 등을 친다.
세트가 끝나 선수들이 코트에서 내려오자 걸레로 바닥을 깔끔하게 닦아내는 이누오카와 다른 일학년학생들. 저 큰 몸들을 접어 코트를 닦아내면 코트 바닥이 번들번들하다. 코트에서 내려온 선수들의 얼굴빛이 땀을 흘린 후라 어느때보다 빛난다. 닝이 자리에서 일어나 품에 안은 물병들과 팔에 건 수건들을 건내주자 그것들을 선뜻 받아들은 선수들이 웃으며 감사인사를 한다.
배구가 그리 좋은가. 닝은 방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