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23.
Je ne regrette rien. 분류모자를 속이는 마법.
제네리그레뜨리앙.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분류모자에게 거는 마법 치고는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이는 지금의 결정에 대해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써 분류모자를 속일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었다.
이 주문은 로운의 할아버지가 만들어 낸 주문이었다. 마법주문에 관한 책을 집필했던 할아버지는 당신의 저서에 그 주문을 써 넣었지만 워낙 오래 된 일인데다 이제는 몇 권 안 남아 할머니와 로운만 아는 주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안녕.”
“어, 안녕.”
“여기 앉아도 될까?”
태형은 그 주문을 썼고, 로운은 알아들었다. 정확히는 로운‘만’ 알아들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로운은 그 입술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 이후로 태형과의 접점이 아예 없었으므로 어디서 어떻게 그 주문을 알게 되었고 어느 기숙사를, 왜 피하고 싶어서 그 주문을 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태형은 매 과제와 시험마다 최고점을 받고 비행실력이 좋아 퀴디치 몰이꾼으로 발탁되면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마법사라며 단번에 호그와트 인재의 반열에 올라 로운은 태형의 존재를 수면 위에 띄워놓듯이 인식하고 있었다. 잘생긴 외모와 사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태형은 교수들 사이에서는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도 우상이었으며 같은 기숙사라도 로운에게 태형은 먼 존재였기에.
“어어?”
그러니까, 분류모자를 속인 아이. 태형은 로운에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 된다고 해도 앉을 거라서. 미안.”
그런데.
“안녕.”
왜 자꾸.
“또 여기 앉았네.”
여기저기서.
“저녁 안 먹으려고?”
마주치는 거야?
“아, 으응.”
“왜?”
“그냥……”
태형은 로운이 큰 반응을 하지 않음에도 꽤나 자주, 로운에게 다가왔다. 길 가다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거나, 약초학 수업 때마다 정해진 것처럼 옆 자리에 앉는다거나. 모르는 사이에서 아는 사이가 되었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로운은 그런 태형이 신경 쓰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태형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태형이라서, 쎄하다고.
연예인이라 해도 될 정도의 능력과 인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잘한 인연에 연연하는 것이 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태형에게 저는 그저 약초학 과제를 한 번 함께 한 사람일 뿐이니까. 길 가다 인사를 하거나 약초학 수업에서 같이 앉는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의도한 것처럼 종종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는 게, 로운은 쎄했다. 지금도 이렇게. 안 먹으려던 저녁을 함께 먹고 있으니.
로운은 묻고 싶었다.
무슨 의도로, 이렇게 다가오는 거야?
“덕분에 고마웠어.”
“……뭐가?”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라고는 분류모자를 속이는 주문을 안다는 것이고.
“약초학 상점. 우리만 받았더라.”
그마저도 너는 사용을 했지만, 나는 사용하지 않았는데.
“아, 진짜? 하긴 그게 찾기 어렵긴 해. 우리도 그때 꽤 고생했었으니까.”
또 너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잖아.
“응.”
태형은 말수가 적었으며, 필요한 말만 전하면서도 그 감정과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게 했다. 남에게 과하게 친절하지도, 과하게 싸늘하지도 않았다. 그래, 생각해보면 로운과 태형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진하게 마음을 나눈 친구가 없다는 것. 하지만 로운은 그것에서 오히려 또 이질감을 느꼈다. 다른 것에는 과하게 재능을 발휘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꼭 짜 맞춘 듯이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저를 제외하고는.
아니면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걸까. 내게도 똑같이 대하고 있는 건데.
“그래서 말인데.”
“으응.”
“호그스미드, 갈래?”
“어엉? ……거긴 왜?”
“……기념. 기념이라고 하자.”
“뭘…… 기념하는 건데?”
“약초학 상점 받은 기념.”
그리고 로운은 또 생각했다.
“언제 가려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나에게만 그 적정선을 넘는 거라면?
“저녁 먹고. 지금.”
대체.
왜?
다들 저를 좋아하니 나도 저를 좋아할 거라는, 잘난 친구들이 흔히 하는 착각.
이라고.
결론지었다.
“탕후루.”
“…….”
“중국과자래. 과일로 만드는.”
“아……얼마야? 돈 줄게.”
“이미 계산한 건데.”
과하다. 과한 친절이다. 로운은 이런 과한 친절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결국 어딜 향해 달려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지독하게 앓아온 것이었고, 동시에 지독하게 무시해온 것 중 하나였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한 거야?”
“뭐가?”
“약초학 과제.”
“‘왜’냐니? 상점이 15점이나 걸려 있으니까 당연하지.”
“작년에 래번클로가 1등을 못해서?”
“아니, 그거랑은 별개로……”
로운이 교육원을 졸업하자마자 결심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큰 상점은 얻기 힘드니까.”
“그러니까…… 그냥, ‘상점’은 좋은 거라서?”
달려가지 말자. 남들이 베푼 친절을 향해.
그 친절이 향하는 곳은, 낭떠러지니까.
“……그러는 너는.”
그렇게 해서 로운은 적당한 친구들 사이에서 적당히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고, 과하게 경계하지도 과하게 저를 보여주지도 않는 적당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다.
“왜.”
그러니까.
“왜 나한테 잘해줘?”
너도 계속 그렇게 적당히 해.
호그스미드의 중심부. 작은 분수대 앞에서 태형이 사온 딸기 탕후루를 들고 로운이 말했다.
“내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야. 너 같은 애.”
“……그래?”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는 태형에 로운은 어쩐지 화가 났다. 무슨 말을 하든 저 흥미로운 표정에 잡아먹혀 제 구실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로운은 늦기 전에 이 과함 속에서 벗어나야 했다.
“나 같은 애가 뭔데?”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 말이야.”
“근데 맞잖아, 나 잘난 거.”
로운은 인상을 구겼다.
“너는 다 네 뜻대로 될 것 같지? 모든 사람들이 널 좋아할 것 같고,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해야만 하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급을 나누잖아. 뭐든 손익을 따지고, 입맛대로, 색안경에 갇혀서는.”
“…….”
“난 알고 있어. 네가 어떻게 래번클로로 오게 됐는지.”
“어떻게 했는데? 궁금하네.”
“속였지? 분류모자를.”
“모자를 어떻게 속여?”
“Je ne regrette rien.”
“…….”
“분류모자에게만 쓸 수 있는 마법이잖아.”
“꽤 똑똑하네. 그런데 말이야.”
“…….”
“뭐든 색안경 쓰고 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뭐?”
“왜 그런 마법을 썼겠어?”
“…….”
“색안경이나 쓰는 사람이었다면 원래대로 슬리데린에 갔겠지.”
태형은 탕후루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겉은 이가 부러질 것 같이 딱딱하고, 입안에 넣으면 베일 듯이 날카롭지만.
“난 그게 싫어서 마법을 쓴 거고.”
속은 아주 달다.
“그래서 그런 거야.”
로운은 탕후루를 먹지 않고 들고만 있었지만 알 수 있었다. 과하다. 과하게 단단하고 과하게 날카롭다. 그리고 로운은 깨달았다.
“이제 네가 날 싫어할 구실 하나는 없어진 건가?”
속이 과하지 않다는 건 입 안에 넣어 봐야 알 수 있는 것임을.
폰에 있는 움짤들 좀 옮기니 새롭고 짜릿한 짤들이 많아져서 기분이가 좋습니다
위에 왜 여기저기서 자꾸 마주치는 거야 하는 부분은 각기 다른 상황인데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이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만화였다면 쉽게 이해 됐겠지만... 이것이 저의 한계입니다(눈물)
소장본 수요조사가 끝났어요! 말 그대로 가볍게 수요조사만 하는 거라 빨리 끝냈는데, 아마 3월중으로 입금폼을 들고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소장본을 1부부터 판매하는 이유는 후에 2부, 3부까지 소장본을 제작했을 때 한꺼번에 판매하면 높은 금액으로 부담되실까 봐ㅠ인데요,
2부 소장본 판매 때도 1부 재판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3부 소장본 판매 때도 1,2부 재판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소장본 제작이 이뤄질 것 같아요
더 좋은 의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ଘ(੭*ˊᵕˋ)੭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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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생일 축하해애애애애애애애애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