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잡아 타고 문자로 받은 주소지로 향했다.
가는 내내 주디의 꿍얼거리는 소리를 달래주느라 쩔쩔맨 로빈은 도착하면 줄리안에게 택시비를 바가지 씌워 받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몇 분 안 되어서 도착한 회사는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중견기업쯤은 돼 보이는 건물에 떡하니 크게 'BIDAM : 비담' 이라고 쓰여 있었다.
로빈은 본인이 쓰던 샴푸를 떠올렸다. 비담, 요즘 잘 나가는 생활용품 회사였다. 자신이 자주 쓰는 상품을 기획하는 줄리안을 생각하니 어쩐지 어색한 로빈이었다.
"주디, 오빠회사 여기 맞지?"
"맞아요! 저번에 왔었어!"
"그래, 이제 들어갈까?"
해사하게 웃어보인 주디가 응! 하고 로빈의 손을 꼭 잡았다.
회사에 들어가자 안내 데스크에 예쁜 미소를 가진 안내원이 자리했고, 줄리안이 알려준 대로 말했더니 쉽게 들여보내 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인 5층으로 올라가니 기획 2팀이라고 쓰여있는 곳의 불이 환히 켜져있었다.
'똑똑'
예의상 문을 두어 번 두드린 로빈이 실례합니다- 작게 말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홀로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잔뜩 펼친 채 골똘히 생각하는 줄리안이 보였다.
못 들었나 싶어 흠흠, 헛기침을 한 로빈을 줄리안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로빈! 왔어요?"
로빈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그 옆의 주디가 삐친 듯 새침하게 로빈을 끌어당기며 줄리안에게 외쳤다.
"오늘부터 오빠랑 안 놀거야. 주디 옆에 오지 마! 로빈 선생님이랑 주디랑 둘이 놀거야 오빠 미워!"
줄리안은 자신의 큰 실수를 잘 알고 있었기에 주디에게 눈높이를 맞추려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러곤 주디의 째려보는 눈을 고개를 돌려 맞추고 사근사근 이야기했다.
"주디, 오빠가 너무너무 바빠서 주디를 데리러 갈 수 없었어. 주디도 해야할 일이 많으면 너무너무 힘이 들지?"
다정한 말투에 조금 풀어진 듯 주디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줄리안은 살짝 웃고 주디를 품에 안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빠가 오늘은 정말 미안해, 대신 다음부터는 절대 주디와 한 약속은 어기지 않을게. 자, 약속?"
주디는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지, 라는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을 걸어 정말이야?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아내고서야 줄리안의 품에 폭 들어갔다.
그렇게 둘이 화해하는 사이 로빈은 신기한 듯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이 예전에 일했었던 회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뭐, 업종이 다르니까.
곳곳에 놓여진 출시 예정인 듯한 시제품과 향료병들이 매혹적인 디자인을 입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기획을 준비하는 줄리안의 부서로 넘어온 걸 보면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달한 듯 했다.
찬찬히 둘러보던 로빈이 이제 가야겠다. 생각했다.
"줄리안,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벌써요? 잠시만 기다려요 한 삼십분만. 제가 데려다줄게요."
"괜찮아요. 어차피 집도 근처고 뭐."
"택시비는 받아야죠. 삼십분만 주디 데리고 있어주면 택시비 확실하게 드릴게요."
"아, 일하셔야 하지. 그러면 딱 삼십분, 삼십분이예요."
"넵! 금방 끝낼테니 여기 잠깐 앉아요."
옆자리를 내어준 줄리안에게 알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한숨을 살짝 내쉰 로빈이 이내 밝은 표정으로 주디에게 말을 걸었다.
주디, 우리 뭐 하고 놀까?
"오빠 일 하는 거 구경하고 싶어요!"
"그러면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로빈의 머릿속에서는 떙큐 메흐씨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주디! 가 연신 울려퍼졌다.
가만히 있어준다면 나야 편하지!
주디가 작은 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 없었다.
"할 수 있어요! 할래요!"
"정말? 그럼 선생님이랑 같이 오빠 일 하는 거 볼까?"
"응!"
주디를 들어 안아 무릎에 앉히고 줄리안이 시제품의 향기와 관련한 마인드맵을 살피며 제품 홍보의 방향을 정하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글자들은 '어린아이같은 순수함', '5월의 향기' 등이 쓰여있었다.
곧 오는 봄의 여왕, 5월에 맞추어서 은은한 장미향에 더불어 포근한 향을 더한 제품인 듯 했다.
무언가 도움이 될까 해서 로빈이 줄리안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아이디어 때문이라면 주디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요? 아이다운 참신함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오, 로빈. 오."
"왜요?"
"진짜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요."
푸스스 웃은 줄리안이 주디에게 시제품의 향을 담은 작은 병을 쥐어주며 주디, 이 향 어떤 느낌이야? 라고 물었다.
주디는 거침없이 마시멜로우! 공주님같아! 예뻐! 라며 연신 외쳐댔다.
줄리안은 놓치지 않으려 주디의 말을 하나하나 적었고, 그 결과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날 듯 했다.
줄리안이 고민하며 내세울 슬로건을 생각하는 모습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로빈은 생각했다. ..진짜 잘생기긴 했구나.. 좀 멋있네.
"로빈, 이거 어때요?"
완성된 기획안을 펼쳐 슬로건을 보인 줄리안이 잔뜩 기대에 찬 어린 아이의 눈빛으로 로빈을 바라보았다.
'5월의 향기는 당신을 향해. 아름다운 꽃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당신.', '설레는 향기, 사랑에 빠지다.'
로빈은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고는 생각했다.
여심공략에 출중하구나. 내가 여자라도 살 것 같아.
줄리안은 가만히 자신이 건네준 기획안을 바라보는 로빈을 보며 이번 시제품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5월 한 가운데에 핀 장미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여자였다면 틀림없이 반했을테니까.
"괜찮네요. 진짜 괜찮아요. 특히 이거 마음에 들어요."
로빈이 가리킨 곳에는 그와 꼭 닮은 장미의 일러스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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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오늘 좀 많이 쓴 거 같아요. 아닌가? 아닌가...ㅋ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 선물을 계획중인데 번외를 쓸거예요..ㅎㅎㅎ 미리번외ㅋㅋㅋㅋㅋ
불맠썰 쪄올거니까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세요 여러분ㅋㅋㅋㅋㅋ
아 빨리 얘네가 진도를 나가던 사귀던 해야 할 텐데 으어으윽 답답해 빨리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엔 아직 진행이 느려서,..열심히 연재해야죠..ㅎㅎㅎ 항상 감사해요
사랑합니당 독자님들 ㅎㅎ
암호닉
마늘 연줄 네시반 일곱시 남순욱 구루구루 로벨라
++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왜냐구요? 여러분이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