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지애 : 천년의 사랑]
여느 때와 같이 화창한 날씨는 오늘도 화사히 경수를 맞이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맑은 날씨가 기분까지 좋게 만들었다.
푸르른 하늘에 살랑이는 바람이,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긋한 꽃내음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나갈 채비를 마친 경수가 마루에 나와 바람을 맞고 있으니 마당을 쓸던 삼식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도련님, 오늘 어디 가신답니까?"
"아, 오늘 종인이 사냥 훈련에 같이 가기로 했어."
"사냥 훈련이요?"
"응. 또 왜~"
"아, 아무 것도 아니여라~ 그럼 몸 조심히 갔다오셔유~"
삼식이는 고개를 갸웃해보이고는 쓸던 마당을 마저 쓸었다.
마루에 앉아 대문 쪽을 바라보던 경수를 흘끗 보고는 삼식이가 조심스레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한창 밥을 짓던 박 씨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박 씨, 그 종인 도련님이란 분 말이오."
"뭐, 왜 또."
"아, 아니여라! 하던 일 마저 하쇼."
경수는 부르던 콧노래를 멈추고 저 멀리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벌떡 일어나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도련님, 나와 계셨네요."
"그럼! 약조를 했으니 그에 맞는 도리를 지켜야지!"
"잊으신 줄 알고 모시러 왔습니다. 자, 올라오십시오."
"응? 거기에?"
"타셔야 같이 갈 것 아닙니까."
경수가 말 앞에 서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말 갈기만 만지작 거리자 종인이 웃음을 흘리며 말에서 뛰어 내렸다.
"어휴, 우리 작은 도련님. 말도 못 타시면 어찌합니까."
"아냐!! 나 탈 줄 알아! 놔아- 내가 탈거야!"
종인이 받쳐주려 하자 온 몸으로 거부를 하고는 고사리 손으로 말에 둘러진 띠를 부여잡고 낑낑 거리며 발을 올렸다.
역시, 택도 없을터.
경수가 한 다리를 올린 채로 아둥바둥 대니 말 역시 불편했는지 앞 발을 들고는 부르르 떨었다.
놀란 경수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보였지만 종인은 그저 방관을 일삼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을 테지.
"종, 종인아!"
"네, 도련님."
"흐잉.. 도와줘어-"
"도련님이 타신다면서요. 올라가 보시죠."
"야아! 너 그러기야?"
"제가 뭘요."
"아아, 나 떨어지겠어!"
"올라가 보시라니까요?"
"너어! 으앗!"
씩씩거리던 경수가 종인을 내려다 보다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발 빠른 종인이 아니었다면 돌바닥에 엉덩이를 부딪혔을 게 분명했을 것이고.
"우리 작은 도련님, 저랑 같이 승마연습도 하셔야겠네요."
"그러니까 도와달라할 때 도와주지 그랬어!"
"언젠 혼자 올라가보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몰라!"
"하하, 이러다 늦겠습니다. 얼른 올라타시죠."
종인이 먼저 말에 오르고 이어 경수가 종인의 손을 잡고 말에 올랐다.
종인은 경수가 떨어지지 않게 자신의 앞으로 앉히고 경수의 허리쪽으로 손을 내어 고삐를 잡았다.
이랴-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인이 발을 구르자 빠른 속도로 말이 달려나갔다.
흠칫 놀란 경수가 몸을 움츠리자 단단한 종인의 팔이 허리를 감싸왔다.
무언가 모르게 부끄러워진 경수는 헛기침을 하며 바람에 얼굴을 식히려 했으나 빨개진 귀는 마저 숨길 수 없었다.
그런 경수를 본 종인이 살풋 웃어보였고 말이다.
.
.
.
나무들이 우거진 틈 사이에 말을 세워둔 종인은 먼저 내려 내리는 경수를 도왔다.
품에 안기다 시피 내려온 경수는 머쓱했는지 연신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쾌하다. 여기에서 사냥을 하는거야?"
"그렇습니다."
"이게 활이고 이게 화살이지?"
"그렇죠."
"우와아-"
종인의 활을 감상하던 경수가 입을 벌려 웃어보이자 이번엔 종인의 귀가 발갛게 물이 들었다.
그런 자신이 어색한 듯 큼큼 목을 가다듬은 종인은 경수에게서 활을 뺏어들곤 화살을 꺼내 활에 꽃았다.
"조금만 더 구경하고 싶은데.."
"저도 연습해야죠, 도련님."
"치이.."
종인이 사냥을 위해 나무 뒤에 숨어 숨을 죽이자 경수도 조용히 숨을 죽였다.
종인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겠지.
두 눈만 깜빡인 채 종인을 보고 있던 경수가 조심히 몸을 돌려 종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시선 끝엔 노루 한 마리가 있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핥아먹는 노루였다.
종인은 그 노루를 노리는 것이 분명했다. 경수는 날카로운 눈을 한 종인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노루는 이슬을 받아먹고 풀을 뜯어먹을 채비를 했다. 조심히 활 시위를 당긴 종인이 그것을 향해 정확히 겨냥했다.
그리곤 활을 놓았다. 화살촉은 노루의 다리를 향해 날아갔고 정확히 꽃혔다.
헙 소리를 낸 경수가 종인을 뚫어져라 보기만 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화살이 꽃힌 다리가 꽤나 아픈지 노루는 낑낑대며 신음을 흘렸다.
종인은 그 노루에게로 다가갔고 그걸 본 경수도 뒤따랐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얇은 천 하나를 꺼내 다리에 동여매주었다.
"이, 이거 잡아먹으려고 쏜 것 아니었어?"
"잡아먹으려고 쏘았다면 몸통을 쏘았을테죠."
"아, 그렇구나. 그런데.. 얘 아프겠다."
"그래서 매번 사냥훈련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상처치료를 해 준답니다. 저 참 못 됐죠?"
"아, 아니야! 어쩔 수 없는거지 뭐.."
종인이 다리를 동여매주고 있을 때 아픔에 쓰러져있는 노루를 어루만지는 경수가 안타까운듯이 말했다.
"노루야. 많이 아팠지. 얼른 나아."
어린아이가 된 듯한 경수는 연신 노루의 머리만 쓰다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종인은 참으로 티없이 맑은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덧나지 않게 꼭 상처를 봉한 종인이 노루의 배를 몇 번 쓰다듬어주자 절뚝이며 일어난 노루가 깊은 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종인과 경수가 몸을 일으켰다. 종인이 일어나 경수를 내려다 보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 창백해져버린 그가 보였다.
"많이 놀라셨죠, 도련님."
"응? 뭐.. 조금."
"오늘은 그만 하고 돌아가는게 좋겠습니다."
"...왜? 더 해도 좋아. 기다릴게."
"아닙니다.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다시 별당채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나 정말 괜찮아! 네 훈련이 더 중요한걸."
종인의 손이 경수의 얼굴에 닿았다. 그리곤 동그란 눈과 시선을 맞추었다.
볼에 닿은 손이 곧이어 입술에 닿았다. 그리곤 종인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입술이 새파랗습니다. 많이 놀라셨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이런 줄 알았으면 데려오지 말 걸 그랬나봅니다."
"아, 그게.. 정말 괜찮은데.."
"무턱대고 도련님께 같이 가달라 했던 제가 무례했습니다. 얼른 말에 타시지요."
"어.. 그래, 그러자."
괜스레 마음 한켠이 미어지는 종인이었다.
[♥암호닉♥]
독
고러쥐
트로피카나
안알랴줌
비버
파랑새
비비디바비디부
하리보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 데크레센도입니다!
정말 오랫만이죠ㅠㅠ 죄송해요! 공지에도 올려드렸지만 앞으로는 꾸준한 연재 약속하겠습니다!
오랫만에 돌아오는 글인데 불구하고 너무 짧지는 않은 건가 한편으로 걱정이 되네요.
앞으로는 길게 길게 가져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암호닉 계속 받아용! 신청 많이 해주세요~
답댓 열심히 달아드리려 노력하는 데크레센도 되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