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온앤오프 성찬 엑소
gonna 전체글ll조회 517l

 

 

 

엑스트라를 여러명 쓰다보니 이름 헷갈리네요...

저번 편에서도 실수해놓고 나중에 알아차렸어요 ㅠㅠㅠ

오타 있어도 그러려니 해주세요 ㅠㅠ

 

 

 

 

07

 

 

 

 

 

 

 

그냥 잠깐 썸탄 거였는데, 뭐.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한 주제에 백현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하루 종일 일부러 더 까불거리던 백현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몰랐던 것은 찬열 역시 겪어본 적이 없는 감정을 백현이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미성숙하다는 것은 찬열도 인정하고 있었다. 일부러 더 공부에 집중하는 척도 해댔지만 백현은 가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10여 분간 같은 페이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백현이가 더 아까운데. 뭘 그렇게까지 매달렸는지 찬열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백현과 싸운 이후로 꾹 참고 그냥 지켜봐주는 게 득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진부한 연애 소설처럼 사랑이란 그런 거라는 대답이나 나오겠지. 물론 그 전에 백현이랑 더 크게 싸우고.

 

“백현아, 눈 온다.”

 

백현의 방 창문 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보고 찬열이 쿡, 멍하게 있던 백현을 찔렀다. 어?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인 백현이 멍하니 그것을 내다보았다. 떡볶이나 먹으러가자. 후식으로 베라도 먹고.

 

“... 공부는? 어, 나 오늘... 하나도 안 풀었어. 와, 이 책 좀 어렵네.”

“나도 그래. 나도 그건 어렵더라. 이거 봐. 문제 하나에 십분 걸렸어. 오늘은 공부 못하겠다, 지쳐서. 눈 오는데 그냥 떡볶이나 먹고 눈 쌓이면 눈싸움하자.”

“....... 돌멩이 넣지 마. 반칙하면 니킥 맞기.”


찬열의 말에 몸을 일으킨 백현이 씩 웃음을 지어보였다. 얼굴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게 억지로 웃긴.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라는 게 그러고 있으니 자꾸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평소의 백현이라면 보자마자 신나서 밖으로 튀어나갔을 텐데.

 

“나 튀김도.”

“그래, 시켜.”

“오뎅이랑, 음, 또 뭐 먹지.”

 

아무렇지 않은 척 열심히 씹어 먹는 백현을 두고 찬열이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천천히 먹어, 너 또 체하겠네.

 

“아, 매워. 킁. 콧물 봐. 어우.”
“휴지 여기. 이모, 여기 김밥 한 줄만 더 주세요.”

“올, 박찬열 센스. 아, 매워.”

“그냥 덜 맵게 해달라고 할 걸.”

“됐어, 매워야 맛이지.”

 

빨개진 입술을 연신 핥으며 고개를 흔들어대던 백현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이따 이러고 나가면 너 감기 걸리는데, 땀 식어서. 찬열의 말에 백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니 옷 뺏어 입을 건데.

 

“미끄럽다, 좀 조심해.”

 

빙판길에서 또 덜렁거리며 뛰어다닐 백현이 걱정되어 찬열이 말하기 무섭게 쾅, 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줄 알았어.

 

“아, 진짜 아파.”

 

주저앉아 일어나려고 몇 번을 버둥거리던 백현이 이내 힘을 풀고 자리에 드러누웠다. 집 근처 공원에는 초등학생 몇 명만이 저 구석에서 요란스럽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 진짜 아파.

 

“.. 진짜 아파. 아, 박찬열 나 진짜 아프다.”

 

입을 꾹 다문 백현의 눈이 이미 그렁그렁했다. 말없이 곁에 다가간 찬열이 어설프게 백현을 끌어안아 다독여주었다. 오그라들게 이게 뭐야, 사내새끼들 둘이서. 그 와중에도 백현이 투덜거렸다.

 

“그냥, 나도 춥다. 눈은 좋은데.”

“... 놀고 있네.”

“백현아, 넌 다 좋은데 입이 너무 험해.”

 

야, 박찬. 품에서 빼꼼 고개를 쳐든 백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너랑 친구라서 진짜 좋다.”

 

머리에 눈이 묻고, 얼굴은 허옇게 질린 주제에. 덜덜 떨면서도 환하게 웃는 백현을 보고선 찬열도 어느새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

 

 

 

모처럼 다가온 CC의 꿈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그것도 자신의 주사 덕분에. 백현은 굉장히 담담하게 고백을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안타까워 죽을 것만 같았다. 미팅도 안 들어오는 거, CC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 필요할 땐 연락도 안 되고 이건. 도움이 안 돼.”

 

폭풍 카톡을 보낸 백현이 아직도 1이 사라지지 않은 대화창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나름 과에서도 알아주는 친구 사인데 다른 동기들에게 찬열의 소식을 묻는 건 좀 자존심 상했다. 내가 얘 소식을 건너고 건너 수소문까지 해서 접해야 함? 아, 기분 상해. 빤히 액정만 들여다 보며 계단을 내려가던 백현이 발을 헛디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다리로 걸어오셨어요?”


그럼 또 굴러왔겠어요? 드립을 치려다 하도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의사 덕에 백현이 입을 다물었다. 백현은 그래도 일부러 간호사인 사촌 누나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왔건만 오히려 누나는 백현을 보자마자 아는 척도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백현이 또 욱하는 마음에 입을 앙 다물었다. 하루 종일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이다.

 

‘홍대’

 

깁스한 다리를 질질 끌며 간신히 택시를 잡으러 나왔는데 느닷없이 도경수에게서 카톡이 날아왔다. 이건 학교에서 봐도 아는 척도 잘 안하는 게 갑자기 또 왜 불러내고 난리야. 백현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두들겨 댔다.

 

‘뭐 어쩌라고.’

‘나오라고’

‘ㅗ’

 

도경수 때문에 택시를 두 대나 새치기 당했다. 불편한 손대신 후, 바람을 불어 앞머리를 치워낸 백현이 택시를 잡기 위해 목발을 붕붕 흔들어댔다. 간신히 택시를 잡고 올라타니 카톡! 발랄한 알림음이 조용한 택시 안에서 울려 퍼졌다.

 

‘미팅 튕겨서 짜증난 걸 왜 나한테 풀어.’

 

백현이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카톡을 훑어보았다. 얘는 참 카톡도 지 패션처럼 재미없게 한다. 마지막 점까지도 도경수스럽다. 엄청 재미없다는 얘기다. 백현이 쯧쯔, 혀를 차며 카톡을 이어갔다. 언제적 미팅을 아직도 얘기하고 난리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카톡에 백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늘은. 박찬열은 아까 봤는데.’

 

“아저씨!!!!!!! 홍대로 가주세요!!!”

 

백현의 외침에 택시는 끼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유턴을 해야만 했다.

 

 

 

*

 

 

 

실연의 아픔이 더 길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찬열 뿐만이 아니었다. 2학년이 되면서 정신이 없어진 탓도 적잖이 있었다. 저 성적이면 의대를 꿈꾸지 않으려나, 했던 백현의 생각과는 달리 찬열은 문과를 선택했다. 백현은 찬열의 수학 성적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그거야 음악 선생님이라면 찬열의 음악적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할 테고, 뭐. 모든 과목 선생님들이 다 저런 생각을 갖고 있을게 뻔했다. 모든 성적이 고만고만해서 이과와 문과 사이에서 고민하는 백현을두고 찬열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 혼자 이과 가려고? 대학도 같이 가자고 했잖아, 우리. 얼떨결에 당연한 것처럼 찬열의 말에 따랐지만 나중에야 백현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같은 대학은 가도 같은 학과까지 가겠단 소린 안 했다.

 

“아! 고2도 이렇게 힘든데 고3은 대체 어떻게 사는 거지?”

 

백현이 지친 표정으로 찬열의 등에 기댔다. 무거워. 찬열의 말에 아랑곳 않은 백현이 오히려 머리를 찬열의 어깨에 쿵쿵 찍어댔다.

 

“그래도 저번 사설 모의고사 성적은 좋았잖아.”

“어. 그래서 엄마가 너까지 데리고 외식 한번 하자고 하던데.”

 

상승곡선을 그리는 자신의 성적표를 따라 찬열을 향한 부모님의 신뢰는 더욱 더 높아져만 갔다. 백현은 무의식적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찬열의 손을 떼어내고 앙, 깨물어버렸다. 네가 날 백구 취급해대니 아주 진짜 백구처럼 굴어주마.

 

“그래도 고3 때는 동아리 활동 안 해도 되잖아. 여유 있을 거야.”
“그땐 또 본격적인 수험생이잖아, 장난하냐?”

 

책에만 시선을 박고 있던 찬열이 그 말에 빙글 몸을 돌려 백현의 목을 졸라댔다. 계속 공부 안하고 내 공부까지 방해할거냐, 변백? 찬열의 팔을 퍽퍽 내려치며 백현이 발버둥을 쳐댔다. 야, 야! 아파!!

 

“공부하자, 백현아. 우리 좀 있으면 축제도 있고, 2학기 땐 수학여행도 가잖아.”

 

그 말에 벌떡 일어난 백현이 책상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너 어제도 목표량 반도 안 풀었잖아. 찬열의 말에 움찔한 백현이 대꾸했다.

 

“그래도 그 부분만큼은 열심히 했어. 난 양보단 질이야.”

“말이라도 못하면.”

“잘해도 안 밉지 않냐?”

“아니, 너랑 게임 한 번만 하면 진짜 얄미워. 아, 진짜 이겨도 찝찝하고 지면 잠을 못 자.”

“니가 속이 좁아서 그런 거지, 어딜 날 걸고 넘어져?”

 

다들 찬열이 활발하고, 착하고, 쿨한 줄 알지만 백현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찬열은 사실 속도 좁고 승부욕만 강하다고. 진짜 쿨한 건 내 쪽인데. 백현이 안타까움에 입맛만 다셨다. 일전에 이런 소릴 했더니 찬열은 그렇게 쿨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단다. 게임을 이겨도 쿨하게 인정하고 손을 떼는 게 더 얄밉다고. 아니, 얘처럼 까다로운 애를 대체 왜 좋아하는 거야? 백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찬열을 훑어보았다.

 

“축제 때 공연 전에 너희 반 갈게.”

“왜, 나 바빠.”

 

2학년 때는 같은 반이 되려나 싶었는데 찬열과 백현은 또 반이 갈리고 말았다. 매번 붙어 다닐 때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둘은 서로의 반에 찾아가는 것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쉬는 시간동안 다녀오는 것도 꽤 번거로웠으니까.

 

“뭐라도 먹고 공연 준비 해야지. 너 굶고 할 거야? 내가 쏘려고 했는데.”

“뭘 또 맨날 니가 사.”

“사주면 제일 많이 먹는 게.”

“그러니까 나만 사주라고.”

 

뻔뻔스런 백현의 대답에 찬열의 웃어댔다. 야, 양심 좀 있어봐, 변백.

 

“근데, 나 진짜 안 돼.”
“왜?”

“김종대 여장하는 거 도와주기로 함. 웃기는 걸로 인기상 타야지.”

 

풉, 백현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찬열이 책상 위로 엎드려 눈을 감았다. 야, 박찬. 졸리냐? 쿡쿡 펜 끝으로 찬열의 팔뚝 언저리를 찌르던 백현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찬열에 그냥 마주 엎드렸다. 그러나 똥강아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백현은 채 오 분도 버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엉덩이를 쓱쓱 옮겨 찬열의 옆에 다가앉은 백현이 찬열을 빤히 쳐다보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1, 2... 3! 쿡쿡 반대쪽 어깨를 찌른 백현이 입가를 파들파들 떨어가며 웃음을 억눌렀다. 박찬열 놀라면 완전 웃기겠지.

 

“... 백현아.”

 

자는 줄 알았던 찬열이 스르르 눈을 떴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는 찬열 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백현이었다. 어, 어...? 말까지 더듬거리며 대답한 백현이 움찔거리며 몸을 펴려고 할 때 찬열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야, 백현아.

 

“... 종대도 은근히 귀염성 있어서 여장 예쁠걸. 안 웃길지도 몰라.”

“..... 걔가 예쁘긴. 눈이 삐었냐?”

“근데 백현이 네가 더 예쁠 거 같긴 하다.”

“..... 이 새끼 진짜 눈이 삐었네. 자다 일어나서 그런가.”

 

괜히 민망함에 발로 찬열을 퍽퍽 밀친 백현이 헛기침을 해댔다. 아, 아파. 찬열이 백현의 다리를 잡아끌며 외쳤다. 니가 자꾸 오그라드는 소릴 하잖아! 귀까지 벌겋게 물든 백현이 대꾸했다.

 

“못생겼다고 하면 화내고, 예쁘다고 해줘도 난리고. 이건 뭐 어떻게 맞춰줘야 해.”

 

찬열이 백현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야, 아프다. 놔라? 백현이 버둥거리며 말했다.

 

“네가 더 계집애 같이 생겼거든?”

“고마워.”

“..... 아, 너 나랑 게임해서 이겼을 때, 이런 기분이었냐.”

 

아, 뭔가 오히려 당한 기분인데. 찝찝한 표정으로 백현이 중얼거렸다. 얘도 여장 대회 꽤 나갔을 법한데, 이번엔 안 나가나?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백현이 덧붙였다. 야, 박찬.

 

“넌 이번에 너희 반대표로 안 나가?”

“난 우리 동아리로 벅차다고 했지.”

“추천은 받았나보네.”

 

백현이 입을 삐죽거렸다. 뭐지, 자꾸 지는 기분이 든다.

 

 

 

*

 

 

 

“야, 박찬열은.”

 

헐레벌떡, 아니 절뚝절뚝 걸어 들어온 백현이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경수에게 물었다. 한심한 듯, 백현을 빤히 쳐다보던 경수가 고개를 돌려 구석 쪽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백현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기 시작했다.

 

“미팅에 한 맺혔어? 박찬열만 나갔단 얘기에 바로 반응하네.”

“야, 다리 안 보이냐?”

“가뜩이나 병신이 드디어 다리병신까지,”

“박찬열 죽이고 도경수까지 죽여야겠군.”

 

죽일 수나 있으면. 이죽거리던 경수가 빈 잔에 술을 채워줬다. 벌써 반 쯤 비어버린 술병을 보고 백현이 의욕적으로 눈을 빛냈다. 야, 도갱.

 

“나 취하면 박찬열한테 던져주고 가.”

“그럼 나한테 책임지게 하려고 했냐?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그래, 이게 도경수지. 고갤 끄덕인 백현이 경수가 순식간에 말아준 소맥을 들이켰다. 아, 술 참 잘 들어간다. 저 멀리서 수줍은 척 머리를 다듬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찬열이 보였다. 빠르게 문자를 써내려간 백현이 눈에 불을 켜고 찬열을 노려보았다. 배신자, 마지막 경고다.

 

“... 저거 폰 확인하고도 대답을 안 해.”

“너도 미팅만 나가면 문자고 전화고 다 씹으면서 박찬열은 그러면 짜증나냐? 이건 진짜 지밖에 몰라.”

 

경수의 말에 백현이 대꾸했다. 야, 내가 그래도 너한테 그런 말은 안 듣고 싶다. 어? 칼로 잘라내듯 매번 매정하게 잘라내면서 꼭 백현에게는 이런 구박을 일삼았다.

 

“와, 진짜 박찬열. 저거 여자한테 눈웃음치는 거 봐라.”

“눈웃음은 맨날 니가 치지.”

 

조용하게 경수의 독설이 이어졌다. 하여간 이건 도움이 안 된다. 백현이 뚱한 표정으로 경수를 흘겨봤다. 위로를 해주겠다고 불러놓고 오히려 구박하는 건 어느 나라 매너야.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기에 시선을 돌렸더니 술 게임이 한창이었다. 아, 열 받아.

 

“여기 소주 한 병, ... 아니, 세 병만 더 주세요.”

 

띵동, 벨을 누르기 무섭게 다가온 알바생을 향해, 백현이 남은 술은 한 번에 털어 넣고서 말했다.

 

 

 

*

 

 

 

책상에 앉아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며 백현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른 아침부터 주문한 반티로 일찍이 갈아입고서 사탕을 입에 문 백현은 여기저기 쏘다니기 바빴다. 다른 반은 어떻게 돌아가나 염탐하고 오고, 뭐, 김종대를 위한 여장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고. 평범하게 카페를 차린 반 덕분에 바쁠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박찬열만 있었으면 우리 반 매상은 걱정 안 해도 됐는데. 반장의 말에 백현은 욱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박찬열 있었으면 너도 반장 못했거든. 분명 밴드의 얼굴은 보컬이라고 했는데 왜 자꾸 박찬열 위주가 되는지 모르겠다.

 

“옷도 찾아왔고, 메이크업 준비도 됐고... 야, 근데 김종대 어디 갔어?”

“아까 화장실 간다고 했지 않아? 전화 해봐.”

 

박찬열 반은 귀신의 집을 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그거 완전 귀찮을 텐데. 백현의 말에 정작 반장인 찬열이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어때. 축젠데 며칠 피곤해도 재밌으면 좋지. 백현은 쯧 혀를 차며 생각했다. 얜 진짜 타고난 반장인가보다. 이래도 성적이 안 떨어지니까 저런 여유가 나오지. 그러나 백현은 매번 공부를 하던 찬열의 곁에서 노닥거리던 자신의 모습은 잊고 있었다.

 

“... 아, 대박. 김종대 전화 안 받아.”

“야, 보영이는 남장 거의 다 끝났는데, 얜 어디 갔어.”

“..... 씨발, 김종대 토꼈나봐.”

 

아, 싫어~!! 애초에 정색해서 후보에서 제외된 백현 대신 반강제로 뽑혔을 때도 찡찡거렸던 종대였다. 어쩐지 불안하던 예감이 적중했다. 한창 카페 준비 막바지에 다다른 반, 파티션 뒤에서 종대를 돕기로 한 애들의 표정이 썩어가기 시작하던 그 때.

 

“야, 김종대 여장 다 했냐? 나 박찬열한테 DSLR 빌려옴!”

 

뒷문을 열고 백현이 해맑게 웃으며 등장했다. 손에는 찬열의 카메라를 든 채로.

 

 

 

*

 

 

 

찬열은 생각했다. 백현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업보가 틀림없다고. 그것도 아주 큰. 찬열이 후, 한숨을 쉬며 백현을 고쳐 업었다. 이정도로 흔들면 일어날 법도 하지 않나?

 

“..... 다쳤으니까 봐주는 거지.”

 

야, 박찬열. 변백 취했어. 대뜸 테이블로 다가온 도경수가 말했다. 경수의 등장도 그랬지만,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말에 한참이고 멍하니 있던 찬열이 어디? 하고 경수에게 물었다. 한창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어색하게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고갯짓으로 저 멀리 떨어진 테이블을 가리킨 경수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테이블에 머리를 쳐 박은 백현을 버려두고. 벌떡, 일어난 찬열을 향해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가?

 

“변백구, 진짜 일어나기만 해봐.”

 

잠깐이라도 인사를 나누려던 찬열이 다급하게 가방을 챙겨든 것은, 그 순간에도 벌떡 일어나 자꾸만 마실 나가려고 발동을 거는 백현 때문이었다. 가관이다, 진짜. 어디서 다쳐온 것인지 발에 깁스를 한 백현이 불편한 다리 탓에 버둥거렸다. 곧 기어서라도 밖으로 나갈 태세인 백현을 들쳐 업다시피 한 찬열이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 어, 취한다.”

“취한다가 아니라 취했다지. 아, 잠깐. 너 숨 쉬지 마. 아, 술 냄새.”

“후~ 후!”

 

있는 힘껏 숨을 내쉰 백현이 발작하듯 버둥대기 시작했다. 야, 박찬, 나 내려줘!! 비틀거리던 찬열이 얼굴을 찡그리며 백현을 고쳐 업었다. 야, 잠깐, 또 도망가려고 그러지, 이 똥강아지야.

 

“... 나 토할 것 같아.”

 

그 말에 찬열이 바로 백현을 버스정류장 벤치에 내려놓았다. 쉬었다 가자 백현아.

 

“... 야, 박찬열.”

 

이미 막차도 끊긴 버스정류장은 고요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백현이 풀린 눈을 끔벅거리며 찬열의 이름을 불렀다. 찬열은 방금까지 백현을 업고 왔던 어깨며 팔이 온통 뻐근했다. 그 와중에도 백현이 벌떡 일어나 도망을 갈까, 팔목을 단단히 잡은 상태였다.

 

“나 다리 부러졌어.”

“알아.”

“아는데 너는 친구가 죽어 가는데 혼자 미팅이나 쳐하고 있었냐.”

“이 입을 어떻게 막아.”

“찬녈아.”

 

주머니에 든 담배를 필까 말까 찬열이 고민하는 사이, 백현이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야, 박찬열, 또 씹냐! 발을 쿵쿵, 습관적으로 구르던 백현이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깜짝 놀란 찬열이 라이터를 떨어트렸다.

 

“야, 미쳤어? 넌 다리 다친 애가,”

“... 아파, 흐엉.”

 

찔끔 눈물까지 맺힌 백현을 보며 한숨을 내쉰 찬열이 백현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다리를 살폈다. 어차피 봐도 모르겠지만. 찬열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백현을 쳐다봤다. 병원 갈까?

 

“싫은데. 꺼져. 도비. 넌 해고야. 이거나 받아.”

“... 언제적 해리포터야. 그만 좀 해라, 어?”

“혼자 가야겠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 어차피 병원도,”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던 찬열이 그 말에 그대로 도로 담배를 집어넣었다. 마구 구겨 넣은 담배는 오늘도 피우지 못할 것 같았다.

 

“병원 혼자 갔어?”

“도갱은 존나 이기적이라서 귀찮으면 다 씹지, 어, 또 누구 있냐... 아무튼 이 나이에 부모님 부르겠냐, 그럼.”

“부르지, 나.”

“불렀어. 카톡도 문자도 니가 다 씹었잖아, 임마. 야, 나라면 친구 그렇게 안 놔둔다. 너라면 내가 업고도 갔지.”

“... 아, 폰 고장 났어. 전화도 잘 안 터지고, 액정 터치도 안 돼. 내일 수리 받으러 가려고 했는데.”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찬열이 백현의 깁스를 만지작거렸다. 꽤나 아팠을 텐데 혼자 갔다 왔다니, 이게 씩씩하다고 해야 할지, 독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그게 서운했어?”

“... 존나 삐돌이 만드네.”

“오늘은 말 막 해도 봐준다.”

“그래? 그럼 씨~ㅂ.. 웁!”

 

또 입 근육을 풀고 욕에 발동을 거는 백현을 보고서 찬열이 다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심심하면 욕을 하려고 해. 욕쟁이가. 입을 가로막은 찬열의 손을 이로 콱 물어버린 백현이 또 혼자서 히죽 웃음을 지었다.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또 백구처럼 집에 기어들어가지 말고.”

“... 야, 나 초코우유...”

“알았어, 너 집에서 씻고 있으면 사다줄게.”

 

업혀, 찬열의 말에 백현이 냉큼 매달렸다. 야, 버둥거리지 좀 마. 찬열의 구박에 백현이 좋다고 웃어댔다. 야, 얼른 달려라, 도비.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75.226
으왕ㅠㅠㅠㅠㅠㅠㅜ 자까님 오셨다 ㅠㅠㅠㅠㅠ 담화에는 백현이 여장한거 볼 수 잇는거에여????두근두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분량 짱땅 ㅎ헿헿ㅎ 작가니ㅁㅁ미리굿밤하ㅛㅔ용
8년 전
gonna
헣헣... 다음편 확인해주세요 ㅋㅋㅋ
8년 전
독자1
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둘이 분위기가..ㅠㅠㅜㅠ기다렸어요ㅠ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gonna
히힣 감사해요 ㅠㅠㅠ 저도 댓 기다렸어영 ㅠㅠ ㅋㅋㅋ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트위터랑 포스타입에서 천사님을 모신다가 많은데 그게 뭐야?1 05.07 16:5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4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4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5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4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3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5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3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 꽁딱 01.30 03:34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그루잠 12.26 14:00
방탄소년단 2023년 묵혀둔 그루잠의 진심4 그루잠 12.18 23:35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상대?182 이바라기 09.21 22:41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콩딱 09.19 18:10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26 콩딱 09.16 19:40
지훈 아찌 금방 데리고 올게요5 콩딱 09.12 23:42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9 그루잠 09.07 16:5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임창균] 유사투표2 꽁딱 09.04 20:26
이동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하트튜브 08.23 20:4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채형원] 유사투표2 꽁딱 08.15 06:49
전체 인기글 l 안내
5/12 20:48 ~ 5/12 20:5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