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17
달로 가는 지름길을 아세요?
꿈 하나를 꾸었다. 아주 긴 꿈을. 절벽 끝에는 둥그스름한 달 하나가 떠있었다. 그리고 그 달에 대장이 위태롭게 서있었다. 나는 대장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려오라 했지만 대장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있기만 했다. 결국 내가 대장이 있는 쪽으로 가려 하자 내 뒤에서 갑자기 내 목에 부채를 드미는 세훈이 나타났다.
"갈거야?"
"대장이 위험해, 잠깐만 놔줘."
"나를 타고 가. 내가 너의 종이 되어줄게."
"세훈아!"
세훈은 내 큰 소리에 특유의 마른 미소를 머금고는 내 목을 대고 있던 부채를 펼치더니 천천히 자신을 향해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난 늘 너의 옆에 있을거야, 바람처럼."
세훈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나는 주변의 방해물이 없다 생각하곤 다시 발을 뻗어 대장에게로 다가가려 했다. 그 때 나와 전에 부딪쳤던 눈이 큰 사내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안아버리고 말았다. 사내의 품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졌다. 안겨 있어도 안긴 것 같지 않은 무언가의 부족함 덕에 내 눈은 계속 대장을 향해 있을 수 있었다. 사내는 내 어깨의 자신의 얼굴을 묻어버리곤 두 손으로 내 등을 쓸어 만졌다.
"마지막이오."
"무엇을 말입니까."
"난 다른 이들과 달리 쉽게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소. 내 마음을 다시 그대에게 돌려주려는 것이오."
그때였다. 사내는 나를 품에서 떼어내곤 두 손으로 내 귀를 막곤 입을 맞추었다. 사내의 얼굴이 달빛의 역광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그렇게 나를 계속 눈에 담아두려는 듯 하다가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경수……,"
잠깐, 경수가 누구지. 사내가 지나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 할 때 갑자기 옆 풀숲에서 누군가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보니 그 사람은 잔뜩 헤진 옷을 입고 있는 현이었다. 현은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울부짖으며 말했다.
"어떻게 너가 그럴 수 있어! 내 모든 것을 그렇게 다 가져가야 했어! 너가 어떻게 내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어!"
"현아, 나는……"
"찬열이가 보고싶어."
나는 찬열이 보고싶단 현의 말에 내가 입고 있던 비단 옷을 벗어 현에게 입혀주었다. 내가 입혀주는 옷을 아무 말 없이 입었던 현은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난 갈 수 없어."
현은 내가 입혀주었던 옷을 벗어버렷다. 그리고 그 찰나에 현의 얼굴이 찬열의 얼굴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찬열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럼에도 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대장에게로 가려 했고 찬열은 그런 나를 보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곤 말했다.
"널 기다리고 있는 저 자의 이름을 말해."
"뭐?"
"대장 말고, 설나비란 이름 말고 저 자의 진짜 이름을 말해!"
저 자의 진짜 이름. 달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대장의 이름. 오랫동안 대장을 대장이라고 불러왔던 내게 지금에서야 이름을 부르라고. 나는 나와 눈이 마주친 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 아주 긴 꿈에서 깨어났다.
"민석."
눈을 떠보니 옆엔 꿈에서 나를 보며 처절하게 울부짖던 현이 앉아있었고, 현의 옆엔 이상한 항아리를 든 채 있는 세훈이 있었다. 꿈이었나, 내가 눈을 깜빡이자 현은 세훈의 어깨를 방정맞게 때리기 시작했다.
"너 진짜 약초학 배운거 맞구나! 폼 잡는줄만 알았는데."
"나 무시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야! 이름이 뭐라그랬지, 아이? 아이야! 정신이 좀 드냐?"
내게 말을 걸어오는 현과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훈. 나는 창을 타고 들어오는 환한 햇살을 맞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갑자기 북받쳐 오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울음에 현과 세훈은 당황한 듯 움직이다 결국 내 등을 천천히 쓸어주기 시작했다.
"어제 많이 놀랐나, 아직도 진정을 못하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장, 아니 민석이 너무 보고싶었다.
+
암호닉 입니다!
아리스토뗄레스, 낰낰, 비야 나비야, 여리, 궁금이, 됴아됴아님 외의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화도 많이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