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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러지다. 

주제: 알파 오메가 버스 세계관 

 

 

 

 

*무단배포 금지, 작가이름과 커플링 바꾸지 말아주세요. 알파 오메가세계관으로 설정 상 수위가 나올 수밖에 없는 픽이므로 수위가 다소 셀 수도 있습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안 보는 걸 추천합니다. 

 

 

 

 

작가: 젤리탱 

 

 

 

고스러지다. 

 

 

 

 

 

 

 

 

 

 

 

 

 

 

01. 

고스러지다. 

작가: 젤리탱 

※무단 배포 금지, 공유 금지, 커플링, 내용 수정 금지.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베타라고 길러왔다. 난 스스로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베타처럼 굴었다. 하지만 사춘기가 찾아오고서부터 내 몸이 뭔가가 이상하게 변했다. 몸부터 해서 마음까지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 

​이유 없이 주기적인 날짜에 몸에 열이 올랐다. 열 감기는 아니었다. 열이 찾아올 때면 학교에 나가지도 못했다. 결국 부모님은 괴로워하는 나를 보시기가 어려우셨는지 모든 사실들을 털어 놓으셨다. 그때 받은 느낌은 충격보다는 의외로 담담하게 행동했다. 

​ 

​내가 오메가라니 좀 허탈하긴 했지만 그걸로 내 꿈이나 목표를 꺾을 수는 없었다. 체념하지도 않았고 더 넓은 세상으로의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베타로 속여 온 지난날들이 헛되지 않게 스스로를 쉴 새 없이 담금질하고 채찍질 했다. 그리고 나를 베타라고 속였다. 어울리지 않게 베타처럼 하고 다녔다. 

​ 

​그렇게 남들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노력해서 나는 남부럽지 않은 학력을 쌓았고 자신만의 능력도 길렀다. 그 자신감과 무모함이 섞여서 대기업 중 하나인 세강 그룹에 지원서를 넣었다. 나를 가까이 봐 온 사람들은 포기하라고 계속해서 권유했다. 다들 걱정 하는 마음에서였겠지만 난 보란 듯이 세강 그룹에 서류를 넣어 1차 서류접수에서 합격했다. 

​ 

​쟁쟁한 합격자들을 제치고 2차 면접시험까지도 통과해서 출근하라는 통지서를 받아들고서야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었다. 

 

 

​ 

​ 

​ 

​미영은 간단하게 필요한 짐들만 들고 자신이 배정받은 팀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팀 내에는 미영 말곤 아무도 없었다. 조용히 주위를 훑고 책상 위로 가방을 올려놨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눌러 앉히고 알파의 존재부터 확인했다. 내 존재를 숨기고 숨겨도 한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미영은 잔뜩 경계했다. 미영의 기도를 무참하게 밟아버리려고 하는지 야속하게도 알파 향이 났다. 

​ 

​본능적으로 그 향기를 따라 들어가 보니 걸음은 중앙 사무 책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책상에서는 진하게 알파의 향이 요동쳤다. 알파가 누굴까 하는 호기심과 불안함에 명패를 봤다. 

​ 

​ 

-팀장 김태연.- 

​ 

​ 

​출근시간이 서서히 다가오자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원들이 하나 둘 씩 출근하는 모양이었다. 팀장의 책상에서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던 미영이 사원들이 온 걸 뒤늦게 알고 인사했다. 미영을 본 사원들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미영을 반겨주었다. 

​ 

‘새로 신입사원 들어온다고 했었지? 그게 너구나?’ 

​ 

‘예쁘게 생겼다. 일 잘하게 생겼어.’ 

​ 

‘만나서 반가워.’ 

​ 

​심심치 않게 미영의 소식을 들은 사원들은 칭찬을 해주었다. 미영은 바쁘게 인사했다. 알파와 베타만 입사 지원 자격을 주는 이 회사에서 미영은 마음이 흐트러질까 봐 다잡았다. 혼자 생각을 하다 얼떨결에 모든 사원들이 앉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앉았다. 사무실 안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가벼운 웃음소리도 들린다. 

 

 

 

 

“팀장님이 늦으시네, 원래 제 시간에 오시는 분이신데...” 

 

 

 

 

한 사원이 시계를 쳐다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미영은 바로 옆에 자리했기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팀장’이라는 단어에 미영은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알파를 신경 쓰고 있는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고 손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왜 이렇게 떨어? 긴장 하지 마. 괜찮아.” 

 

 

 

 

맞은편에 있던 선배가 미영을 보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아마 첫 출근에 부담을 가지고 떠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때 입구로 태연이 손목시계를 보며 팀실 문을 열었다. 사원들은 일제히 태연에게 인사했다. 미영도 뒤따라서 인사했다. 

​ 

​잠시 스치듯이 본 팀장의 얼굴은 하얗고 깨끗해 보였으며 결코 다 큰 어른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상은 날카로웠고 차가웠다. 태연이 구두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며 걸어 들어 왔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태연은 사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서류를 먼저 살폈다. 많은 서류들 중 맨 위에 가지런히 놓인 서류 파일을 열었다. 태연은 서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꼼꼼하게 훑었다. 

 

 

 

 

“황미영 씨?” 

 

 

 

 

미영은 컴퓨터에 시선을 올인 하다가 저를 부르는 약간의 저음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누가 불렀나 하고 상황파악하다 부른 사람이 팀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미영은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피하면서 대답했다. 

 

 

 

 

“이번에 온 신입사원이네요. 뭐 다 괜찮고 그런데...” 

 

“......” 

 

 

 

 

미영은 불안한 마음에 침을 삼켰다. 눈치 빠른 알파가 벌써부터 자신이 오메가라는 걸 알면 힘들게 들어 온 이 회사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쫓겨날 게 뻔했다. 

 

 

 

 

“베타 맞아요? 베.타.” 

 

 

 

 

태연의 입꼬리가 차갑게 내려앉은 것 같기도 하고 말려 올라간 것 같기도 했다. 미영이 아예 시선을 피해버렸다. 눈을 보면 거짓말이 안 나올 것만 같았다. 

 

 

 

 

“네, 베타 맞습니다.” 

 

“그래요?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괘념치 말아요.” 

 

 

 

 

내내 시선을 피하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태연과 시선이 부딪혔는데 태연은 씩 웃고 있었다. 미영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예의 상 눈짓으로 인사하고 컴퓨터로 시선을 돌렸다. 미영은 몸을 잔뜩 움츠리고는 자신의 옷가지를 집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 

​입사 첫 날부터 알파에게 ‘베타 맞아요?’ 라는 질문을 받고 긴장이 풀려서 미세하게 손끝이 떨렸다. 이 더러운 사회에서 열성 오메가가 성공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 것이었다. 억척스럽게 공부해서 학력, 실력으로 오메가라는 신분의 현실을 덮고 싶었다. 

​ 

​사람들에게 베타라 속이고 스스로도 베타라 여기며 살아왔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오메가라는 불변의 존재는 미영에게 커다란 콤플렉스로 자리 잡게 했다. 미영의 경험을 삼아서 안 좋은 예를 들자면 미영 말고도 베타로 위장한 오메가 한 명이 명문대에 합격했었다. 다행히 미영의 신분은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발각되어 퇴학당하고 사회에서 매장 당했다. 

​ 

​반대로 미영처럼 운이 좋게 베타로 위장하고 무사히 졸업한 오메가도 여럿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학 동기들끼리 만나 자연스레 그 이야기만 나오면 미영은 가슴 한 구석이 시렸다. 

 

 

 

 

‘오메가 주제에 재수 없어.’ 

 

‘학교 위상 깎아 먹었잖아.’ 

 

 

 

 

사람들의 말은 비수가 되어 미영의 가슴에 푹푹 박혔지만 미영은 내식 하지 않았다. 남들의 시선과 말이 어떻든 간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고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렇기에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 

​미영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서 약통이 있나 살펴보았다. 침침한 가방 내부에 하얀 약통이 보이자 미영은 급 화색을 띄웠다. 한 번 만지작거리고 도로 넣었다. 

 

 

 

 

 

 

 

 

 

 

 

 

점심시간이 되고 짬이 생기자 선배들은 그 틈을 타 미영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입사 첫 날인데 받는 일마다 척척 잘해낸다고 선배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다. 모두가 미영에게 웃어줄 때 태연은 미영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미영은 선배들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 

​미영은 스스로 자신의 커피만 빼고 선배들의 커피를 타서 선배들 앞에 내놓았다. 선배들은 어쩜 속이 깊으냐고 또 칭찬을 늘어놨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야기는 미영에겐 있어서 생소한 팀장인 태연의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님은 어떤 분이세요?” 

 

 

 

 

한 선배가 손으로 턱을 쓸더니 말을 꺼냈다. 

 

 

 

 

“일처리도 똑 부러지시지. 얼굴도 예쁘시고 능력이나 계급 모든 게 킹왕짱이시지.” 

 

 

 

 

저 선배는 다 좋은데 가끔씩 한참 지난 유행어를 써서 싫단 말이야. 미영이 속으로 씹었다. 

 

 

 

 

“하나 엄청난 걸 알려주자면 집안인데, 집안이 세강 그룹이야. 즉 다시 말해서 회장님 딸.” 

 

“네?” 

 

 

 

 

미영은 놀라 커다래진 눈을 감추지 못했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우성 알파야. 대한민국의 1% 특권. 단점이라면 특유의 알파 성질 때문에 콧대가 높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쉽게 깔 봐.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바람둥이 기질도 다분히 들어있지.” 

 

“내가 듣기로는 사람이 일주일에 몇 번이나 바뀐다더라.” 

 

 

 

 

선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영은 속에서 욱하고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에도 뭐 먹은 게 없어서 체한 건 아닐 텐데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설마 하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억제제 효과가 떨어질 시간이었다. 

​ 

​선배들에겐 그냥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 미영은 화장실로 들어가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냈다. 원래는 세 알씩만 먹었었는데 예상치 못한 알파의 등장에 혹시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섯 알을 삼켰다. 

​ 

​서둘러 약통을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마주친 얼굴에 미영은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왜 그렇게 놀라요? 못 볼 꼴을 봤어요?” 

 

 

 

 

미영은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태연을 가까이에서 보니 키는 자신보다 조금 작았고 얼굴에는 은근히 장난 끼가 많이 웃돌고 있었다. 태연은 숨을 고르며 미영에게 물었다. 

 

 

 

 

“밥 먹었어요?” 

 

“아니요, 아직.” 

 

“그럼 나랑 먹을래요? 내가 사줄게요. 아닌가? 저기 선배들이랑 먹기로 했어요?” 

 

 

 

 

태연이 선배들이 있는 휴게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빙긋 웃었다. 미영은 거절도 긍정도 못하고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태연은 미영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덥석 미영의 손을 잡았다. 미영은 태연에게 끌리듯이 따라갔다. 

​ 

​태연과 도착한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미영은 이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처음이어서 저절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자리에 앉았다. 첫 출근부터 팀장과의 일대일 점심식사라니. 말로 들어도 정말 끔찍하다. 저 같이 이런 입사 첫 날부터 팀장과 점심을 함께하는 불운한 신입사원은 저 혼자 밖에 없을 거라고 미영은 생각했다. 

​ 

​미영은 타 들어가는 목에 물을 들이켰다. 태연은 핸드폰을 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뭔 할 말이 있어서 점심을 먹나 했는데 아무런 말이 없으니 미영도 핸드폰을 들어 구경했다. 구경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태연이 말을 걸어왔다. 

 

 

 

 

“왜 세강 그룹에 들어왔어요? 미영 씨 실력이면 여기보다 훨씬 나은 다른 회사 가도 됐을 텐데.” 

 

“이전부터 세강 그룹에 관심이 많았고 제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이곳에 쏟고 싶었어요. 그냥 그 뿐이에요.” 

 

 

 

 

그리고 다른 대기업들은 알파만 입사 지원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베타도 가능하잖아요. 태어났을 때부터 나고 자라기를 베타라고 의식하며 살아왔는데 그건 일도 아니죠. 라는 말은 목구멍 아래로 억지스럽게 삼켰다. 말을 해선 안 된다. 곧이어 그들 앞으로 음식이 나오고 직원은 인사를 하며 뒤돌아 갔다. 

​ 

​미영은 물을 마시고 포크를 들었다. 태연도 식기를 들고 파스타를 말아 올렸다. 미영은 포크를 들어 올린 지 얼마 안 돼서 내려놨다. 직원을 불러 비워진 컵으로 물을 받았다. 태연은 미영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안 먹어요? 입맛에 안 맞나?” 

 

 

 

 

태연의 표정이 굳었다. 입 꼬리에 잔뜩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비꼬는 말투에 미영은 참을 수 없어서 물을 또 마셨다. 

 

 

 

 

“아니에요,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래요. 죄송해요.” 

 

 

 

 

미영의 낯은 태연이 보기에도 썩 좋지는 못했다. 태연은 포크로 돌돌 말아 놓은 파스타를 미영 앞으로 건넸다. 

 

 

 

 

“한 입이라도 먹어요. 그렇다고 아예 점심을 안 먹고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미영은 태연의 태도에 호감 또는 강한 경계심을 내비치며 받아먹었다. 태연은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먹다가 천천히 말했다. 

 

 

 

 

“나 원래 베타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미영이 그래서 어쩌라는 표정으로 심기가 불편하다고 드러냈다. 다행스럽게도 태연은 미영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미영 씨는...” 

 

“.....” 

 

 

 

 

태연이 조그맣게 비소를 흩트렸다. 미영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베타니까 재미없겠다. 미영 씨는 모르죠? 오메가들이랑 노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태연이 웃으면서 혀로 입술을 축였다. 미영은 태연의 말 한 마디에 울컥했다. 태연의 말은 누가 봐도 오메가는 가지고 놀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럼 가지고 노신다는 거예요? 오메가니까 알파들이 반인륜적인 행동을 해도 눈 감고 용서해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할 수 있고.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죠?” 

 

 

 

 

태연이 미간을 아까보다 더 구겼다. 태연은 식기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태연은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오메가는 알파의 성 내는 모습만 봐도 본능적으로 떨고 두려워했다. 미영은 당장 제 몸이 그럴 것 같아서 손깍지를 꼭 끼고 심호흡을 했다. 

 

 

 

 

“미영 씨는 살면서 대체 뭘 느낀 거예요? 오메가 어떻게 해봤자 누가 신경 써준다고. 그게 지금 이 사회예요. 나만 그러나? 다른 알파들도 다 그러고 놀아요. 얼마나 재밌는데 그걸 포기하라고 그래.” 

 

“......” 

 

“베타라고 내가 무시 안 할 것 같아요?” 

 

“......” 

 

“베타도 내 딴에서는 하찮아. 그냥 오메가보단 더 사람 대우 해주는 것뿐이지.” 

 

 

 

 

화 낼 것 같았던 태연은 미영의 예상과는 다르게 크게 성을 내지 않고 오히려 차분했다. 

 

 

 

 

“그리고 오메가는 원래 그러려고 태어난 거잖아. 안 그래? 알파 아래서 앙앙 거리려고. 알파가 그걸 충족시켜 주겠다는데 그게 가지고 노는 건가?” 

 

“......” 

 

“고마워해야지. 알파가, 그것도 우성 알파가 관심 있다고 그러는데.” 

 

 

 

 

태연이 갑자기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나랑 잘만하면 신분상승이잖아. 나랑 잘하려고 안달 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태연은 작게 웃었다. 태연은 베타로 위장한 미영 앞에서 음담패설을 가리지 않고 막말을 했다. 미영은 수치심에 주먹을 꽉 쥐었다. 태연은 먹다 말고 일어섰다. 미영도 따라 일어섰다. 

​ 

​차 안에 나란히 앉은 둘은 아까와 다르게 어색함과 침묵만이 맴돌았다. 운전을 위해 전방만 주시하던 태연이 신호에 걸리자 조수석에 앉은 미영을 쳐다봤다. 미영은 옆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슬쩍 돌아봤다. 

 

 

 

 

“아. 아까 말하려다가 만 게 있었는데 마저 말할게요. 내가 베타에 관심 없다고 그랬죠?” 

 

 

 

 

미영이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영 씨는 분명 베타일 텐데 자꾸 관심이 가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 알고 싶고.” 

 

 

 

 

미영의 고개가 저절로 떨어졌다. 

 

 

 

 

“팀장님, 초록 불이에요.” 

 

 

 

 

태연은 진득하게 보던 시선을 거두고 운전에 집중했다. 

 

 

 

 

 

 

 

 

 

 

 

 

팀 내로 복귀한 둘은 각자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예정 된 점심시간보다 늦게 복귀했지만 미영이 태연과 함께 대동해서 그런지 팀원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미영 옆에 앉은 선배가 찝쩍대며 미영에게 물어 왔다. 팀장님이랑 어딜 갔었냐, 무얼 했냐, 왜 같이 갔었냐 등등. 막 쏘아붙이는 물음들에 미영은 거절하기도 선뜻 대답하기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때 흑기사처럼 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영주 씨, 지금이 딱 내가 당신한테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예요. 그만 물어봐요. 돌아 버리기 전에.” 

 

 

 

 

미영에게 대했던 말투보다 더 낮았고 시렸다. 그리고 제 소유물이라는 듯이 으르렁 거렸다. 미영이 태연을 보니 태연은 무표정이었다. 태연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미영을 구해준 셈이나 다름없었지만 미영은 그에 대한 감사인사는 하기 싫었다. 그래서 먼저 돌아섰다. 

​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미영은 억제제를 챙겨 팀실을 나섰다. 다섯 알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조용했던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영은 숨을 죽여 발걸음을 옮겼다. 화장실 끝 칸으로 가니 한 문이 잠겨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흐으으...” 

 

 

 

 

안에서는 울음소리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나지막이 들리는 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피임 잘 해야 돼. 알겠지? 안 해서 후... 사람 귀찮게, 하는 일 생기게 하지 말고.” 

 

 

 

 

문을 여는 소리에 미영은 억제제를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미처 화장실을 못 벗어난 미영은 문 안에서 나온 사람과 마주쳤다. 미영은 그대로 굳었다. 천천히 눈알을 굴리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태연은 목이랑 허리가 뻐근한지 스트레칭을 했다. 태연이 미영을 보고 씩 웃었다. 

 

 

 

 

“황미영 씨, 들었어요?” 

 

 

 

 

장난 끼 가득한 목소리에 미영은 대답도 못하고 멍을 때렸다. 너무 무서웠다. 정적이 맴돌다가 미영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는 억센 손길에 미영은 지레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사람이...들었냐고 묻잖아요. 다시 묻게 하지 마요. 짜증나려 그러니까. 들었어요?” 

 

 

 

 

미영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미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연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오해는 하지 말아 줘요. 헤어진 지 좀 됐는데 자꾸 찾아오잖아.” 

 

“......” 

 

“하도 박아달라고 하잖아요. 힘드네. 나 이상해 보여요?” 

 

 

 

 

미영은 바들바들 떨었다. 태연은 미영의 턱을 강하게 아래로 던지듯 놓고 치명적이게 웃었다. 미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시선은 갈 곳을 잃어 방황 했다. 태연은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 방치되어있는 오메가를 확인했다. 

 

 

 

 

“미영 씨는 베타라서 향을 못 맡겠네요. 일어나요, 같이 퇴근합시다.” 

 

 

 

 

미영을 힘으로 일으켜 세우고 잡아끌었다. 태연이 미영의 자리로 가서 미영 짐을 챙겨 주고 팀을 벗어났다. 태연이 미영을 차에 우겨 넣듯이 태우고 자신은 운전석에 앉았다. 태연이 호흡을 고르다가 미영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일은 잊어줄 거죠?” 

 

 

 

 

미영은 태연의 눈을 보며 긍정으로 답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고마워요.” 

 

 

 

 

태연에겐 부탁이었으나 미영에겐 협박으로 느껴졌다. 미영은 속으로 기가 찼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알파의 기에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 중 하나였다. 화장실에서 차마 봐선 안 될 걸 봐버렸고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어버렸다. 이런 게 바로 현실인가 싶어서 멘붕이 곧바로 찾아왔다. 

​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고 제 옷에 코를 박아 깊게 들이쉬었다. 

​ 

​아무 냄새도 나질 않았다. 아니 아무 냄새도 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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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ㅜㅜ자까님 사랑해여
7년 전
독자2
사랑합니다♡♡
7년 전
독자3
2부는언제나와여?
7년 전
독자4
작가님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요..
7년 전
독자5
작가님 잘보고가요♡
7년 전
독자6
작가님 잘보고가요!!헿
7년 전
독자7
직ᆞ가님..작가님...아아..
7년 전
독자8
와 신알신!!!!!
7년 전
독자9
아 자까님.. 사랑합니다
7년 전
독자10
어머 작가님!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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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태니. 고스러지다 감독판 044 젤리탱 07.15 18:06
소녀시대 [태니] 변화 033 젤리탱 03.01 16:27
소녀시대 [태니] 변화 02 젤리탱 01.22 23:06
소녀시대 [태니] 변화 013 젤리탱 01.11 23:20
소녀시대 [태니] 고스러지다 감독판 0310 젤리탱 01.03 01:43
소녀시대 티탱 알파오메가 쪘다!37 젤리탱 01.02 21:16
소녀시대 [태니] 고스러지다 감독판 0221 젤리탱 01.01 23:11
소녀시대 [태니] 고스러지다 감독판 0110 젤리탱 01.01 22:52
소녀시대 [소녀시대/태니] 카페에서1 마카다미아 07.15 02:13
소녀시대 [소시/태니] 4 너나봄 06.05 13:35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63 뒷북 04.05 18:35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55 뒷북 03.31 23:52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46 뒷북 03.23 16:06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36 뒷북 03.20 21:36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26 뒷북 03.20 11:14
소녀시대 [소녀시대/태니] 여행3 너나봄 03.20 11:06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16 뒷북 03.11 17:37
소녀시대 [소녀시대/윤탱] 동네북 004 뒷북 03.10 23:27
소녀시대 [소녀시대/태니] Crush6 잠식 02.15 11:19
소녀시대 [소녀시대/티탱싴/태니율] 솔체꽃6 02.12 11:57
소녀시대 [소녀시대/티탱싴/태니율] 솔체꽃7 02.11 16:15
소녀시대 [소녀시대/티탱싴/태니율] 솔체꽃8 02.11 13:11
소녀시대 [소녀시대/태니] In Bus 8 잠식 02.11 02:48
소녀시대 [소녀시대/티탱싴/태니율] 솔체꽃6 02.10 20:11
소녀시대 [소녀시대/티탱싴/태니율] 솔체꽃 8 02.10 19:24
소녀시대 [소녀시대/태니] 꽃은 울지 않는다 012 자운영 01.12 23:48
소녀시대 [소녀시대/태니] 꽃은 울지 않는다 001 자운영 01.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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