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02
전봇대 브라더스와 도경수씨
(사진 많음 주의)
카페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는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니 죽을 거 같다. 내가 그동안 너무 속 편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다크서클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었다.
맨날 10시까지 자는 건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8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하고 지하철 타고 강남까지 와서 매장 오픈 준비하고... 다시금 돈 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체감한다. 원두를 로스팅해놓고 커피 머신에는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다 체크하다 보면 또 시간은 금방 가고,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멍 때리며 손님 기다리기 ^0^ 개꿀
오늘 개시는 잘생긴 손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쁜 손님도 괜찮구 ㅎㅎ 그냥 암나 왔으면 좋겠다!!!!!!!!!!심심하니까!!!!!!!!!
딸랑-
생각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 ㅎㅎ... "
" 하이 "
억 시볼탱
아무나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저런 잉여들이 오길 바란 건 아닌데
아침부터 의외의 손님을 만나니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확장되었다.
" 오세훈이 오자고 졸라서 온 거지 절대 시간이 남아돌아서 온 거 아니니까 너무 좋아하지 마 "
" 맞아 내가 졸랐어 "
미친놈들... 너네들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주겠니, 저런 또라이들에게 말을 할 에너지도 아깝기 때문에 얼굴로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저 녀석들은 멍청해서 도저히 알아 듣지 못한다.
" 우리 ○○가, 심심할 때 딱 우리가 와줘서 우리 얼굴 보니까 또 좋아가지고 저런다"
박찬열 진심 죽여버리고 싶다. 군대 갔다 오더니 원래 애가 저런 건가 싶기도 하고 참... 저런 상태로 어떻게 소개팅을 시켜줘, 얼굴로는 통과되겠지만 여자애가 너 한 번 만나보고 나 죽이려고 살인 청부 업자 고용할지도 모를걸...물론 군대 갔다 오더니 이상해진 건 박찬열뿐만이 아니다.
" 얔ㅋㅋㅋㅋㅋㅋ니가 커피를 만든다고? 존나 안 어울려 야 그러면 그 카라,, 어 카라멜 여자애들이 좋아하는거 "
" 카라멜 마끼야또 "
" 오 그래 맞아 그거, 밖에 추우니까 카라멜 마끼야또 한 잔 따땃하게 말아와봐 "
" 그럼 나는 카페모카 "
히터대 레전드 냉미남으로 1학년 입학하고 군대 가기 전까지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오세훈을 꼬신다느니 오세훈 이상형은 어떻다느니 말이 많았었는데 그런 애가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혹시 군대에서 사람이 개조되어온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눈을 쭉째고 저 두 마리의 호구들을 바라보니 뭐하냐며 빨리 커피 만들라고 재촉한다.
근데 애들아 너네들 처먹기 전에
계산은 하고 먹어
" 카라멜 마끼아또 5300원 카페모카 5100원 입니다. 손님 "
방긋방긋 웃으며 의자에 널부러져있는 미역들을 쳐다보았다.
미역들은 가격을 듣고 한참을 서로를 보며 멍 때리다가 곧 손가락을 접으며 무언갈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아 내 커피는 너네가 먹을 클라스가 아니야
왜냐하면 난 고급 인력이니까 흥
콧방귀를 끼며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하는데 역시 대한민국 대학생에게 돈이 어디 있으랴, 둘다 메뉴판을 바쁘게 훑어보며 가장 싼 커피를 찾고있다.
그렇게까지 해서 꼭 내 커피를 먹어야겠니...?
" 아 미친 커피에 금이라도 탔나, 제일 싼게 아메리카노야 저거 써서 뭔 맛으로 먹어 "
근데 그 뭔 맛으로 먹는 단골이 우리 카페에는 있어 찬열아,
오세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 지인 DC없습니까? "
염병
" 없습니다~ "
"제기랄"
그렇게 한참을 커피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둘 다 선택한건 아메리카노,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커피를 마셔야 하냐고 물어보니 내 커피에서는 왠지 ○○○맛이 날 것 같아서란다. 차라리 내 커피에서는 똥 맛이 날 거 같아서라고 하지 그래
커피를 뽑으려는데 커피 가격에 혼이 뺏긴 듯 앉아있는 저 중생들이 괜히 안쓰러워 보인다. 하긴 나보러 여기까지 와주고 커피까지 사 마셔주는데 까짓거 기분이다!
카라멜 마끼야또, 카페모카 별거 있냐 기다려
손이 좀 가는 커피지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이 친하게지낸 정도 있고 밥도 여러 번 얻어먹었고 꼴에 남자라고 과 애들끼리 분열이 있을라치면 그때마다 나서 주는 건 찬열이와 세훈이었다. 그거에 비하면 내가 해주는 건 소소하지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하나하나 만들고 보니 금세 커피 두 잔이 나왔다. 트레이에 얹어 애들을 불러도 못들은 듯 아직도 햇볕에 말려놓은 미역마냥 늘어져있는 꼴이다. 정말 못 볼 꼴이다 못 볼 꼴 하긴 비싼 돈주고 쓴거 먹으려고 생각하니 좀 그렇겠지
" 야, 커피 나왔어 "
다시 한 번 힘주어 부르지 그제야 박찬열이 ㅇ..으..어? 하며 호구같이 대답했다. 그리고 트레이 위에 커피 한 번 나 한 번 번갈아 보더니 느리게 상황 파악을 하고서는 얼굴에 화색을 띈다.
" 오~ 뭐야! ○○○!!"
" 뭐긴 뭐야 "
" 완전 상여자네!! 감동이다 좀 "
헤헤거리며 커피 두 잔을 가져가고 나서야 세훈이 카라멜 마끼야또를 보곤 환희를 했다. 진짜 눈치도 더럽게 없는 놈들
그래도 좋아하며 마셔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뿌듯하고 아들들 먹이는 거 같달까
카운터 가장 가까이 자리를 잡은 애들과 농담을 나누고 있는데 어느새 이야기는 애인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 나는 왜 여친이 없을까, 나같으면 벤츠아니냐 "
어 아니야 찬열아 벤츠는 너한테 붙이는거 아니야
" 그러게 그럼 나는 완전 페라리급 아니냐 막 4억짜리 그런겈ㅋㅋㅋ "
그 말에 찬열이와 나는 세훈이를 뚫릴 듯이 노려보았다. 정말 뚫려버렸으면 좋겠다 이 샛기야
"큼, 그럼 ○○○, 너는 요즘 그 뭐 썸? 그런거 타는 남자 없냐? 최안나는 남친이랑 남이섬도 갔다던대, 에에에에 "
아 존나 짜증나 진짜 오세훈,
" 야 이래뵈도 남자한테 샌드위치 받은 몸이야! "
저번에 그 손님이 나한테 비록 던져주고 갔지만 샌드위치를 주시고 가셨지 그래 그것도 나에 대한 관심 아니겠어 쿳..^_^
남자한테 샌드위치를 받았다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관심을 가져주는 녀석들, 후후 슬슬 내 무용담을 풀 때가 왔군
그 날은 유난히 추웠던 날이었지, 로 시작해서 배가 꼬르륵 거렸던 거, 남친 있냐구 물어보았던 거 ,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갈 때 샌드위치를 주고 나갔던 것까지 모두 이야기하니 애들은 생각보다 시시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어, 왜 반응이 그 모양이야? "
" 그건 관심이 아니야 ○○야 "
" 관심이 아니면 뭔데 "
그러더니 서로 다시 마주 보며 낄낄거리며 웃는다. 박찬열이 안되겠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입을 열었다.
" 그거 혹시 유통기한은 봤니? "
"뭐? 유통기한? "
" 출출할 때 먹으려고 했는데 딱 유통기한이 그날인 거야, 근데 자신은 밥을 먹어서 더이상 먹을 수도 없고 버리려고 했는데 그때 네가 꼬르륵 거리는 걸 들은 거지! "
".... "
"그래서 남자는 나이스! 저 알바생한테 호감도 따고 샌드위치도 처리하고! 그런거 아니겠어? "
...
"...정말? "
(끄덕끄덕)
재수없어..존나 맞는 말 같아서 더 재수없어...!!!!!!
으아아아아아아ㅏ아아ㅏㄱ!!!!!!!!!!!!!!!!!!!!!!!!!!!!!!!!쪽팔려!!!!!!!!!!!!!!!!!!!!!!!쪽팔린다구웃!!!!!!!!!!!!!!!!!!!!!!!!!!!!!!!!! 나는 병신같이 그런것도 모르고 남자한테 샌드위치 받았다고 좋아하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마냥 축 늘어져있으니 인연은 곧 생길 거라며 위로같지도 않는 위로를 한다. 내가 평생을 인연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지
근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 그냥 커피나 빨리 마시고 꺼져버려 "
" 뭐야 기껏 연애상담까지 해줬더니 "
"맞아 훈이 섭섭 "
훈이고 나발이고 그냥 좀 꺼져, 라는 표정으로 녀석들을 쳐다보니 이제 얼굴로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커피만 쪽쪽 빤다.
아 정말 나는 연애로 안 될 년일까,
딸랑-
한동안 울리지 않았던 종소리가 들려왔다. 인사를 하기 위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 안녕하세요 "
샌드위치다. 샌드위치!!!!!!!!!!!!!! 녀석들이 그런 말을 해주고 난 뒤로 그가 내게 샌드위치를 준게 아니라 버렸다는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던 와중 이렇게 얼굴을 보다니, 괜히 심통이 난다. 원래 같았으면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받아주었을 테지만 오늘은 받아주기에 내가 너무 성격이 더러워서 안되겠다.
묵묵히 포스기에 눈을 내리 깔고 아메리카노를 찍는데 그도 내가 오늘 인사를 안받아줘서 당황했는지 계산도 안하고있다.
" 3800원이요 손님 "
내가 가격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아,,, 하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낸다. 미안해요 나한테 샌드위치를 버린건 용서 할 수 없어
계산을 하고나서도 내 눈치를 보며 잠깐 카운터를 어슬렁거리다가 뒷머리를 긁쩍거리고는 자기 자리로 가는 손님
혹시 나한테 샌드위치를 버린게 아닐까 내가 너무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샌드위치를 버렸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심통을 주체 할 수가 없다.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커피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 아~ 다 마셨다~ 커피 맛있다~ "
"와~ ○○가 만들어준 커피 너무 맛있다~ "
그새 커피를 들이마시고는 컵을 짤랑짤랑 흔들어 보인다. 걍 다 마셨으면 조용히 갈 것이지...
굳은 표정으로 녀석들을 흘깃 쳐다보니 가려는지 벗었던 외투를 챙긴다.
" ○○야! 너가 만들어준 커피 오늘 진짜 짱짱맨이었어! 사랑해! 나 갈게 뿅! "
" 맞아 커피 진짜 맛있었어,○○○ 너가 히터대 바리스타해라,훈이도 갈게 뿅! "
아 진짜, 저 비글들, 난데없는 애교에 풋,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래 잘가라,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고 녀석들이 앉은 자리를 보니 시끄러웠던 카페가 빈 것 같다.
*
카페 밖을 나온 세훈과 찬열
" 야 찬열아 혹시 아까 들어온 남자 샌드위치 아니냐? "
" ㅇㅇ ○○○ 눈치 보니까 그런 듯 "
역시, 하며 휘적휘적 움직이던 다리를 멈추고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세훈
" 아까 계산 할 때 보니까 샌드위치 ○○○한테 관심 있던 거 같은데 "
" ㅇㅇ 눈치 보니까 그런 듯ㅋ "
세훈은 얼척이 없었다.
" 너가 ○○○한테 관심없고 걍 샌드위치 버린거라며 "
" 나는 버린 줄 알았지ㅋㅋ "
(멱살잡이)
*
( 근거도 없는 ) 찬열이의 말 덕분에 기분은 땅을 뚫고 내려간다. 좀만 더 파고내려가면 아마 지구 내핵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음식물 쓰레기통인가? 나한테 음식을 버리다니 물론 받아서 좋다고 맛있게 먹었지만 도대체가 아니 하..참 진짜
지금 당장 저 사람한테 뛰어가서 나한테 음식 버리니까 음식물 쓰레기 봉지 값 안나가서 좋았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래 나년 주제에 관심을 바라다니 내가 드디어 쳐돌았군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는데 여기에 침을 뱉어볼까 하는 나쁜 생각이 또 들었지만 나는 쿨녀니까 그냥 넘어가으으아ㅏ아아ㅏ!!!!!!!!!!!!!!!!!!!진짜 짜증나!!!!!!!!!!!!!!
도저히 안되겠어!!!!!!!!!! 가서 물어볼래!!!!!!!!!!!!!!!!!!!!!!!!!
다 완성 된 아메리카노를 들고 그에게 달려가든 공격적으로 걸어갔다. 비교적 큰 걸음걸이에 그도 놀란 토끼 눈을 하며 날 올려다본다.
" 아, 직접 가져다 주셨.. 감ㅅ "
" 저기요 "
" 네? "
" 혹시 저번 샌드윗ㅊ.. 아니 하 "
아 진짜 이 놈의 혀는 정작 중요할 때에 도움이 안된다. 흥분한 숨을 후- 하고 뿜어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저번 샌드위치 혹시 저한테 버리신거에요? "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역시 나한테 버린게 맞구만? 이럴 줄 알았어!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 함부로 받아 먹지 말랬는데! 못난 딸을 둔 엄마한테 미안하다!!!!!!!
" 버렸다뇨? "
그런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고 어?나한테 어? 말을 해도 어? 소용이 없어요 어? 이잇 싸람아!!!!!!!!
" 누가 그래요? 버렸다고? "
그러더니 오히려 자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한다.
그럼 버린 게 아니면 뭔데 대체... 어떤 미카엘이 카페 노예한테 그런 선심을 쓴다구
아까 내가 갑이고 이 사람이 을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을, 그가 갑이 되어버렸다.
" 아까 그놈들이 그래요? 전봇대브라더스? 내가 샌드위치를 준 게 아니라 버렸다고? "
" ㅇ..어 그게 "
오세훈과 박찬열은 순식간에 전봇대브라더스가 되었다.
" 하 진짜, 어떻게 사람 마음을 ... "
그는 정말 쿠크다스가 깨져버린 정도가 아니라 심신이 으스러진것마냥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샌드위치를 나한테 버린게 아니면 됐지.. 왜 울고 그러지.. 이 정도면 정말 내가 썅년이 된건데, 남자 손도 제대로 못잡아 본 내가 남자 손을 잡기 전에 남자를 울렸다. 그러면 정말 이러다 평생 남자들 울리기만 하고 시집을 못 가는 건 아닐까,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 아, 저기 미안해요, 의심하려던 건 아닌데, "
" 도경수 "
" 네? "
" 도경수에요 내이름, ○○씨 "
소오름, 내 이름은 언제 알았대, 여기서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냐며 추궁 할 수도 없을 노릇이니 그의 어깨를 토닥거려주며 울음기 가득한 얼굴에 손부채질을 해주었다.
아 진짜 박찬열 그 새끼때문에.... 따라가서 어퍼컷을 날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바끝나면 보자 이 개스끄으...
" 진짜 죄송해요, 도경수씨, "
"..."
" 그냥 카페 알바하면서 어떤 분이 나한테 샌드위치를 준 적이 있다. 하면서 자랑하니까 애들이 유통기한 거의 다 된거 버린거라구 막 그러고... "
"..."
" 그래서 정말 그런건가해서 혼자 심통부렸어요. 정말 미안해요 "
도경수씨는 한참을 손에 쥐고있는 커피를 내려다보다가 힘들게 힘들게 입을 열었다.
" 정말 버린거 아니에요. ○○씨 배고픈거같아서 준건데 "
" 저도 이제 알아요. 저한테 마음쓰신거, 함부로 사람 의심하고 단정 짓고 제가 많이 나빴네요 "
나는 대체 언제까지 빌어야할까.
" 그럼 하나만 알려주세요 "
?
그는 고개를 숙여 수줍게 자신의 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다이얼 화면이 켜진 채로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버린다. 대체 뭘까, 하고 눈을 굴리며 한참을 생각한 끝에 폰 + 알려주세요= 폰번호라는 걸 겨우 알 수 있었다.
내가 당신에 대해 이름이 도경수라는 것 말고 뭘 안다고 폰 번호를 줘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 카페에 몇없는 단골을 놓치게 생겼는데 내 폰번호 따위야.
폰을 받아들고 폰번호를 친절히 하나하나 눌러주는데 도경수씨도 내가 진짜 폰번호를 눌러 줄주는 몰랐던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본다.
" 자 여기요, "
"..."
폰을 다시 돌려받을 때까지 그의 눈은 땡그랬다.
도경수씨는 내가 찍어준 번호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무언가 급히 입력하더니 핸드폰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는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ㅁ..뭐야
"가시게요? 혹시 아직 화 덜풀리셨어요? "
" 아뇨"
뭐가 아니야 표정이 굳어있는데, 그렇게 안봤는데 도경수씨 쪼잔이네, 그렇게 볼 것도 없었지만
" 그냥 더 계셔도 되는데.."
" 아뇨, 바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 "
그는 정말 거짓말을 못치는 성격인가보다. 구라도 칠꺼면 잘쳐야지.. 뻔히 바쁜 일은 무슨..
그래도 여기서 구라치지 말고 화는 다 풀고가! 이럴 수는 없으니 순순히 뒤로 한발짝 물러나 길을 터주었다.
" 그럼 안녕히가세요. "
살짝 목을 까닥거리며 인사를 하다가 문뜩 혹시 하찮은 알바생 때문에 난 화가 아직 안풀려서 앞으로 안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저기요 도경수씨! "
그렇게 뒤 돌아보는 그의 눈은 아직도 동그랬다. 동공이 금방이라도 안구를 이탈해 굴러갈것만 같다.
" ... 앞으로 계속 오실거죠..? "
" 제 연락 받으면요 "
그는 눈을 이쁘게 휘어접어보이고는 다시 카페를 나간다.
정말 화가 다 풀린걸까
*
토요일 아침, 7시, 비교적 이른 시간에 경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왜냐하면 오늘 하루종일 알바생이 카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오픈 시간은 10시로 시간은 널리고도 널렸다. 하지만 경수는 부지런하기 때문에 지금 빨리 준비하지않으면 불안해서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아침밥을 위해 거실로 나가니 역시 이 집 안에서 가장 부지런한건 경수였다. 가사도우미 아주머니께서는 8시부터 출근이라 아침을 늦게 먹거나 평일에는 항상 엄마가 일찍 일어나 챙겨주시곤 했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후후 하지만 엄마가 없으면 밥도 못차려먹던 어릴 적의 경수가 아니었다. 어제 먹던 밥과 냉장고만 있으면 만사가 오케이, 원래 크게 반찬 투정 없이 배만 채우면 되는 경수라 어제 먹다 남은 밥조차 감사했다.
밥을 먹으며 오늘은 무엇을 물어볼까 고민했다.
그래, 오늘은 가서 이름하고 나이를 알아오는게 경수의 목표, 이름은 얼마나 이쁠까 하는 생각에 멋대로 얼굴 가득 헤실헤실 웃음이 번졌다.
" 어머 아들 오늘 일찍 일어났네? "
" 아 어쩌다보니... "
원래 주말에 빨라도 8시까지는 항상 잠들어있던 경수였는데 물 마시러 거실로 나온 경수의 엄마는 이른 시간에 식탁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곤 감격했다.
" 우리 아들~ 요즘 퇴근하고도 바로 안들어오고~ 여자가 생겼나~? "
자기 자식 제일 잘 아는건 엄마라고 경수는 내심 놀랐지만 눈을 한 번 굴려주고는 밥숟가락을 들었다.
경수는 자신이 속마음을 못숨긴다는걸 알긴 알까.
"응? 아들 여친 생겼지? "
" 아, 그런거 아니야 "
하지만 곧 만들 예정이다.
"누구야 리주야?"
" ...? "
" 얘 모르는 척 하는거 봐라! 저번에 단둘이 만난 아가씨! "
경수의 기억에는 리주고 설주고 그런 여자따위 기억에 없다. 이름 모르는 이쁜 여자는 있지만
팔꿈치로 계속해서 경수 옆구리를 찌르는 엄마에게 묵묵부답으로 의사를 전달하니 경수의 엄마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연신 어머어머 거리기 시작했다.
" 리주 아니야? 그럼 어떤 기지배야? "
어떤 기지배라니, 갑자기 빈정이 확 상한 경수는 마지막 한 술 남은 밥까지 입에 넣어버리고 아무말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거울로 본 경수 자신의 모습은 최상급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오늘 이름이나 학교 말고 번호도 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슬며시 거울을 통해 자신에게 만족의 미소를 지어준 뒤 머리를 탈탈 말리며 화장실을 나섰다.
다시금 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드라이기를 드는데 뒤에서 으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대체 어떤 기지배길래 그래, 우리 아들 "
" 아 진짜 엄마! 좀! "
경수는 저번과 다른 의미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정말 심장이 멎을 뻔해서 세상을 뜰 뻔 했다.
경수가 무의식적으로 낸 큰소리에 경수의 엄마는 색다른 충격을 받았다.
경수가 한창 사춘기 때 키도 커야되고 학원때문에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자지 않은 걸로 싸울 때 이후 아들이 큰소리 내는 건 처음 들었기때문이다.
경수의 엄마는 궁금했다. 대체 우리 아들을 질풍노도의 시기로 이끈 기지배는 누구인가.
" 아유 엄마가 좀 궁금해서 그런다! 왜! 엄마가 아들 여친도 모르고 살아야하니? "
그 말에 드라이기 코드를 연결하던 경수는 고개를 돌려 엄마를 빤히 바라보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와는 다르게 성숙한 반항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 엄마, "
경수의 엄마는 당황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와는 다른, 평소와는 다른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 나 어릴 적부터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쓰러질 때까지 공부해서 엄마가 원하는 대학교도 갔어 "
" 그건 다 너 좋으라ㄱ "
" 지금도 회사 물려받으라고 해서 경영 공부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
" ... "
경수의 엄마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어릴적부터 약한 경수에게 억지로 보약을 먹이며 공부를 시키고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하면서 자식에게 바라는 욕심은 더 커져만 갔으니까,
" 애인, 아니 사랑하는 사람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
"... "
" 나도 쉴 곳이 필요해, 엄마 "
자신이 할 말은 다 하고 엄마의 대답은 듣기 싫다는 듯 경수는 곧바로 드라이기의 전원을 켰다. 경수의 엄마도 할 말이 없는 지라 경수의 방을 나오는데 마지막 말이 가슴에 박혀 아린다.
쉴 곳이 필요하다니, 기억 속의 경수는 집에서 조차도 마음 놓고 쉬고있는 모습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문뜩 엄마 자신의 20대가 스쳐지나갔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반대, 서로가 좋다는 데도 할 수 없었던 결혼을 퇴짜맞을 때는 얼마나 세상이 무너지던지, 강에 투신해버릴까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만해도 세상을 잃는 것 같아서 내 자식한테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머리까지 싹싹 빗고 카라깃까지 각도를 맞추던 경수는 결과물을 보고 감탄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 오늘 완전 괜찮은데
그런데 자꾸 마음에 걸린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감정에 휩쓸려 안하던 속마음까지 말하다니, 괜히 했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이번 일로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 내 연애사에는 참견을 안해주었으면 좋겠을 뿐이다.
머리가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다 준비해놓고선 침대에 풀썩 누워버렸다.
그냥 빨리 카페가서 알바생 보고싶다.
아니 알바생이라고 부르기에도 싫다. 빨리 이름을 알아내서 이름 불러주고싶다.
카페 오픈 시간은 10시, 지금은 8시 40분, 빨리 일어난 탓일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준비하려면 1분 1초가 아깝다.
음,
다른 애들은 여자애들한테 관심받으려고 막 오글거리는 말 잘하던데
그래 인터넷으로 좋은 작업 멘트를 검색해보자
한참 작업멘트 중 여러개를 골라내던 경수는 시간이 궁금해서 소매를 걷었다.
9시 40분, 미쳤군, 경수의 손목에 달린 나 조낸비싸요 라고 고급진 아우라를 풍기는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이었다.
경수는 순간 시계가 고장난 줄 알았다. 원래 9시 30분에 미리 가서 기다리려고했는데...
황급히 일어나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오는데 오랜만에 경수의 엄마가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항상 나갈 때 마다 다녀올게요. 라고 말했던 경수였지만 아까 그 말을 하고나니 다녀올게요는 무슨 쳐다보기도 민망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엄마가 혹시 자신을 쳐다볼까 후다닥 현관으로 가 가장 아끼는 운동화를 꺼내 신고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집을 빠져나오자마자 경수는 후회부터했다. 옷 좀 더 껴입고 나올 껄, 칼바람이 옷을 찢을 듯 불어왔다.
아침부터 설레발치고 여러 일이 있어서 차마 확인하지 못했던 오늘 날씨를 오들오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에 쳐보니 겨우 영상 1도다,
다시 집 안에 들어가기에도 뭐한 경수는 옷을 꼭꼭 여미고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
예상 시간보다 카페에 늦게 도착했다. 그 놈의 작업멘트때문에 시간이 지체 되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내게 훌륭한 피가 되고 살이 될 지식들이니 후회는 없다.
당당하게 카페로 들어가야지 들어가서 물어보는거야, 혹시 이름이 미카엘이냐고,그럼 아니라고 하겠지? 그럼 그때 물어봐야지, 이름이 뭐냐고!
좋았어 오늘도 카페에 늦게 도착한 것 외에는 내 계획은 완벽하다.
따뜻한 공기를 들이쉬며 들어간 카페에는 언제나 이쁜 그녀가 있었다.
근데 좀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 안녕하세요 "
오늘도 이쁘네요.
하지만 그녀는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혹시 못들은건가? 안돼 나는 꼭 인사를 듣고 싶단 말이야.
다시 한 번 인사를 해볼까 하는데
" 3800원이요 손님 "
그녀는 오늘 좀 쌀쌀맞다.
대체 왜 그럴까,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름은 커녕 성씨도 못알아낼 판이다.
오늘 왜그렇게 기분이 안좋은걸까, 어영부영 카드를 내밀고서도 한참동안 카운터 앞을 떠나갈 수가 없었는데
호로로로로롤로록-
어디선가 방정맞은 빨대 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이 카페는 나 하고 그녀만의 공간은 아니니까,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고정석으로 향했다.
하, 진짜 어쩌면 좋지, 오늘 그녀의 기분이 왜 저럴까, 집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그녀가 커피 만드는 모습만 바라보는데
" 아~ 다 마셨다~ 커피 맛있다~ "
"와~ ○○가 만들어준 커피 너무 맛있다~ "
아까 그 방정맞게 음료수를 마시던 놈들이다. 뭐야 아는 사람이었어?
" ○○야! 너가 만들어준 커피 오늘 진짜 짱짱맨이었어! 사랑해! 나 갈게 뿅! "
" 맞아 커피 진짜 맛있었어,○○○ 너가 히터대 바리스타해라,훈이도 갈게 뿅! "
드디어 알아냈다 그녀의 이름, 아니 이게 아니라
열이 솟구쳐 오른다. 대체 저 자식은 뭔데 ○○씨한테 사랑한다고 그러는ㄷ
○○씨 대학교는 히터대, 아니 이것도 아닌데
저것들은 뭔데 뭐야!!!!!!!!!!!!!!!!!!
그런 키가 천장을 뚫을 것같은 전봇대 브라더스를 향해 ○○씨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나한테도 손인사는 안 해주는데...삶에 회의감이 든다.
대체 저놈들은 뭔데 ○○씨와 친한 척을 하는 걸까? 나는 내 모교를 원망한다. 히터대나 갈 걸
짜증 나... 전봇대 브라더스...
그렇게 그놈들이 나간 문만 노려보고 있는데 아메리카노를 다 만든 그녀가 이번에도 직접 카운터 문을 열고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 아, 직접 가져다 주셨.. 감ㅅ "
그녀는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 저기요 "
" 네? "
" 혹시 저번 샌드윗ㅊ.. 아니 하 "
내가 저번에 준 샌드위치에 너무 감동을 먹은 걸까, 앞으로 편의점 샌드위치란 샌드위치는 다 털어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면 직접 편의점 하나를 차려 줄 수도 있ㄷ...
" 저번 샌드위치 혹시 저한테 버리신 거예요? "
...?
" 버렸다뇨? "
너무 얼척이 없다. 갑자기 내가 그녀에게 샌드위치를 버렸다니, 지나가던 노숙인에게 기부하면 기부했을지 모를까 버릴 데가 없어서 꽃 같은 그녀에게 버렸다니
" 누가 그래요? 버렸다고? "
내가 그때 던져줘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럼 나는 여기서 무릎을 꿇고 그게 아니라고 해명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바람을 넣은 거라면...
내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
" 아까 그놈들이 그래요? 전봇대 브라더스? 내가 샌드위치를 준 게 아니라 버렸다고? "
" ㅇ..어 그게 "
역시나 그랬다. 그놈들... 그놈들 때문에 ○○씨한테 인사도 못 받고!!!!!!!!!!!!!!!!!!!!!!!!!!!! 아침에 엄마한테 큰소리 낸 것도 자꾸 신경 쓰이는데 그놈들 때문에 ○○씨도 오해하고
오늘은 뭔가 안되는 날인가 보다. 너무 서러운 나머지 울컥 가슴 속 깊이 무언가 올라온다. 진짜 ... ○○씨 앞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 하 진짜, 어떻게 사람 마음을 ... "
절대 ○○씨를 원망하는 말은 아니었다. 단지, 그냥 내 마음이 그렇게 생각되었다는 게 너무 억울 할 뿐이었다. 내 물기 가득한 목소리에 그녀는 안절부절못했다.
" 아, 저기 미안해요, 의심하려던 건 아닌데, "
" 도경수 "
" 네? "
" 도경수에요 내 이름, ○○씨 "
저기, 손님, 이봐요. 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원했다.
" 진짜 죄송해요, 도경수씨, "
"..."
" 그냥 카페 알바하면서 어떤 분이 나한테 샌드위치를 준 적이 있다. 하면서 자랑하니까 애들이 유통기한 거의 다 된 거 버린거라구 막 그러고... "
"..."
" 그래서 정말 그런 건가 해서 혼자 심통 부렸어요. 정말 미안해요 "
그녀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어깨를 토닥거려준다는 것에 이미 마음은 눈 녹 듯 사르르 풀려버렸다. 오히려 다시 헤실헤실 웃음이 방긋방긋 나올 것 같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 보기로 했다. 맞아 나는 욕심쟁이야
" 정말 버린 거 아니에요. ○○씨 배고픈 거 같아서 준 건데 "
" 저도 이제 알아요. 저한테 마음 쓰신 거, 함부로 사람 의심하고 단정 짓고 제가 많이 나빴네요 "
그녀의 모습에 정말 웃음이 새어 나와버릴 것만 같아서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말 더 욕심내도 되겠죠.
" 그럼 하나만 알려주세요 "
이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웃음에 고개를 홱 돌렸다. 미안해요 오늘 원래 이름하고 대학교만 알려고 했는데 욕심이 나서 그만,
하지만 다이얼을 열고 핸드폰을 건네는 그 순간까지 나는 나 자신에게도 반신반의했다. 그녀가 정말 내게 번호를 줄까.
하지만 결과는 YES,
" 자 여기요, "
"..."
사실 정말 번호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예상과는 다르게 알게 된 번호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 떠있는 번호를 보니 너무 기뻐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그녀를 안아버릴 것만 같아 나 자신을 자제시키고자 빨리 이 자리를 뜨기로 했다.
"가시게요? 혹시 아직 화 덜 풀리셨어요? "
" 아뇨"
화는 풀리다 못해 있었던 것도 모를 지경인걸요.
" 그냥 더 계셔도 되는데.."
" 아뇨, 바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 "
사실 바쁜 일 같은 거 없어요. 하지만 조금, 조금만 자제할 시간이 필요해요.
" 그럼 안녕히 가세요. "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평생 못 받을 것만 같았던 그녀의 인사를 받고 일어섰다.
내일은 언제 올까,
" 저기요 도경수씨! "
인사로 끝인 줄 알았는데,
" ... 앞으로 계속 오실 거죠..? "
우물쭈물 거리며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 그녀의 모습은 작고 이뻤다.
아, 미치겠다.
더 이상 웃음을 자제할 수가 없다.
" 제 연락받으면요 "
빨리 집에 가서 연락해야지
*
카페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톡을 열어보니 또라이조, 광고 외에 다른 이의 톡이 도착해있다.
연애 고자지만 연애의 신이 돕는 도경수 X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카페 노예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
즐거운 평일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아니요..ㅎㅎ....주말동안에 0편,1편 총 두 편을 하루에 하나씩 연재하고 그리고 오늘! 분명 일요일 밤부터 작업하고 월요일 밤부터 다시 작업했는데 어느새 화요일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평일에는 아무래도 개인적인 스케쥴도 있고 컴퓨터 할 시간이 거의 없다보니 작업하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서 잘써봤자 1,2편이 다 일 것같아요ㅠㅠ 마음같아서는 하루에 한 편씩 쓰고싶은데..
그래서 거의 주말에 폭연 할 예정이구요.
예상외로 경수시점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한 노동이 헛 된 노동이 아니라는 거라는 의미기에 너무 기쁩니다!!!!!!!!!!!!!!!!!! 그래서!!!!!!!!
소설 한 편에는 여러분들 시점하고 경수 시점이 함께 들어갈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쭝우ㅜ우ㅜㄱ!
경수 시점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ㅎㅎ
아직까지 2편하고 이제 한편 연재한게 다지만 한편 쓸때마다 여러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거 다 느껴집니다!
댓글달아주시고 구독해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다음 편을 위해서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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