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불편하신분 뒤로가기~ㄱㄱ
W.니가모르게감아
1.서강준(전편과 이어짐)
그 날 새벽이후, 우리는 가까워진 듯 더 어색해졌다
애써 나는 그 사람을 오빠라 부르려 노력했고, 오빠는 그 전과 같이 나에게 쓸데없이 친절했다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그와 너무 눈이 자주 마주친다는 것
눈이 마주칠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어,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먼저 씻어”
동시에 화장실 문고리를 잡은 우리 둘의 손은 그 때 처음 맞닿았고, 잠시나마 그의 차가운 손을 느꼈다
샤워 후 노곤해진 나는 침대에 먼저 누웠고,
몇 분후 어둠 속에서 들리는 내 방문이 열리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그 날 밤과 같은 향기와 모습으로 내 방문 앞에 조심스레 서있는 오빠는 나를 유혹하는 듯 보였다.
“오늘만 같이 자자”
캄캄한 어둠 속 외로워 보이는 그의 표정, 그리고 그의 갈색빛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내 마음엔 이유모를 죄책감과 불안함이 다시 폭풍처럼 휘몰아쳤지만, 나는 더 이상 그를 밀어낼 자신이 없다
그래, 어쩌면, 다 핑계일지도
“딱 오늘만 이야”
“응 빨리 자자”
아이처럼 내 옆으로 꼬물꼬물 기어 들어오는 그가 귀여워 나는 웃음이 터져나왔고, 그는 살며시 내 손을 잡는다
역시, 차갑다
이러면 안되는 줄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의 차가운 손을 핑계 대며 나는 차가운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잡은 뒤,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누워 잠을 청한다
놀란 듯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유려히 빛나는 그의 갈색 눈이 이내 어둠속에 자취를 감춘다
“잘자-.”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서 들려오는 그의 속삭임은 내 귓볼에 닿아 나를 긴장 시키게 만들었고,
그 뒤에 숨막히는 몇초 동안의 정적은 이복남매라는 역겨운 우리 둘 사이를 깨닫게 해주기 충분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오빠라는 그 사람과 나의 숨소리는 우리 몸을 대신해 섞여 허공에 아쉬운 듯 공허히 흩어진다
그 때부터였을까 다시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기 싫어진 때가
2.김우빈
눈을 뜨자 내 숨통을 조여 오는 쾌쾌한 악취와 소름 돋는 한기
주위를 둘러보자 나만을 빤히 응시하며 서있는 그는 그제서야 얼굴을 풀고, 웃어보였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선 공간, 낯선 이의 차가운 웃음이였다
“이제서야 눈 떴네”
나에게로 다가오는 몽롱한 그의 얼굴과 마주하자, 저려오는 팔과 다리,
그리고 터져 나오는 눈물은 더 이상 나의 통제 범위를 벗어선 듯 보였다
가소롭다는 듯 다시 한 번 냉소를 터뜨리는 의문의 저 남자는 내 앞으로 서서히 다가온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차 흐릿하게 그의 실루엣만이 보일뿐이다
“돈을 빌렸으면, 어떻게든 갚아야지 그치?”
보채는 듯 내게 말하는 그는 미세하게 떨리는 내 턱을 감싸 쥐고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담배연기를 나를 향해 내뿜는다
그의 향과 담배향이 불쾌히 섞여 머리가 지끈거리고, 안개처럼 자욱히 퍼지는 담배연기는 내 목까지 깊숙이 파고들어와
내 숨을 가쁘게 만든다.
그리고 등 뒤에서 다시 들려오는 그의 낮은 음성.
“돈을 가져오던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그는 어느새 내 상의를 내려 나의 어깨선을 기어코 드러내었고,
사악한 그의 입술은 한기에 덜덜떨리는 나의 어깨에 조심스럽고도 농밀히 입을 맞추었다
“나랑 같이 자던가”
3.지창욱
형사가 된 후, 이렇듯 힘들었던 취조가 있었던가
위협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고, 한번만 대답해달라며 천하의 형사가 범죄자 따위한테 애절하게 부탁도 해봤지만,
굳게 닫힌 그의 입은 열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그 큰 눈으로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기만 하는 너
사실, 나는 그게 더 신경 쓰여 취조에 집중을 할 래야 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름 나이 빨리 대”
“..........”
역시나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더 흥미로운 듯 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너의 큰 손을 가둔 빛나는 수갑이 짤랑거리며 움직일 뿐 너는 세상 가장 태평한 웃음까지 지은 뒤, 지루하다는 듯 하품까지 한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그래, 맞아 이런 걸 주객전도라고 하는 거구나
참다못한 나는 열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거추장스러운 책상을 걷어내고 범죄자 주제에 거만한 그의 앞에 서서
그의 축축한 머리를 톡,톡 하고 기분 나쁘게 치며 묻는다
“대체 왜, 왜, 말을 안하는건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수갑이 채워진 채로 내 손을 덥석 잡아채는 너를 감당할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너의 시선은 여전히 내 눈을 향하고, 강인하고도 부드러운 눈빛은 집요하게 나를 는다
드디어 떨어지는 너의 윗입술과 아랫입술
“그래야, 당신이랑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제서야 너의 입술은 오물거리며 움직이고,
며칠 밤을 지새운 것 같지 않은 생생한 너의 목소리는 반대로 내 몸과 정신 전체를 유치장 속에 가둔 듯하다
“그래야, 내가 더 궁금할 거 아니야”
그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그의 공간에 나를 가두며 나를 이리저리 농락한다
나의 귓바퀴에 닿는 노골적인 그의 숨소리는 이제 나를 완전히 어지럽히고,
나를 아득히 만드는 그의 눈 끝은 내 몸 전체를 탐하며 지나간다.
아, 이렇듯 아찔했던 취조가 있었던가
망상은망상으로만즐깁시다^^,,
10편을다올리는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