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으로 전학온 키가 큰 아이가 우연히 같은 동이라는 걸 깨닫고 오늘 같이 등교하기로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언제까지 만나자는 말을 안했더라. 아이는 핸드폰도 없고, 아침부터 메일을 확인 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했어. 우리는 중학생이기 때문에 등교는 8시 20분까지야. 근데 학교랑 집이랑 거리가 좀 있어서 적어도 7시 40분에는 나와야 아슬하게 지각을 안 해. 아이가 언제 일어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잖아. 적당히 샌드위치를 싸고 7시부터 아이의 집 앞에서 20분정도 기다렸더니 아이가 나왔어.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나. 아마 혹시 더 일찍 갔으면 어쩌지하고 걱정했었던것 같다. 아이는 손에 단팥빵을 들고있었어. 등굣길에는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어줬는데, 씹으면서는 절대 말을 안하더라. 괜히 기분 좋았어. 어쩐지 존중받는기분. 아이는 말을 살짝 우물우물하는 편이야. 말을 굉장히 집중해서 들어야 했는데, 괜히 설레더라. 아이가 새로 전학온 기념으로 (사실 이건 반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애들이 억지로 붙인 핑계야. 전학온 지는 좀 지났거든.) 우리반은 자리배치를 바꿨는데 아이와 내가 짝이 되는 영화같은 일은 없었어. 오히려 끝과 끝.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고개를 들면 아이가 바로 보이는 위치라 나름대로 만족해. 아무리 학교는 체육대회가 얼마 남지않았기 때문에 체육시간을 비롯해 시간이 남을 때마다 반이 전체로 연습을 하러가. 연습할 때 아이는 나랑 짝이 됐어. 반장과 선생님께서 내게 부탁을 했거든. 겉으로는 친구와 하지 못 해 아쉬워하는 척을 했지만 사실 기뻤어.
아이는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해. 그리고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을 때가 많아. 이건 사람을 무시한다기보다는 그냥 답을 하기까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어. 왜냐면 나중에 하나씩 대답을 해주거든. 아이의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라서 바쁘셔.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쭉 아이의 집에서 함께 있었어. 아이는 책을 읽었고 나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슨 책을 보는지 구경하고, 어린 시절의 앨범도 봤어. 내일은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으니 매우 기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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