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중등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야. 더군다나 과목이 역사지. 애들이 수업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선생님. 우리학교 사회선생님이 국정교과서 그거 반대한다고 시위?같은 거 하던데 그거 왜 하는 거예요?" 이러는 거임. 안그래도 요즘 진도가 세계사만 나오는 부분이라 핵노잼인데(개인적으로 세계사보다 한국사를 더 좋아함ㅋㅋ) 저 말을 듣는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너네 선생님이 옳은 거야!!! 그래 물론 이걸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데는 내 주관이 들어간 것이고, 내 주관을 너희에게 이입시킬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너희보고 옳다고 생각하라는 건 아냐. 근데 잘 들어봐. 지금 너네는 이게 무슨 일인지도 잘 모르지? 이게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도 모르잖아? 근데 선생님은 단번에 옳다 그르다 입장을 표명하지? 이거처럼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개인이 개인의 주관적 가치관에 의해 입장을 판단하는 그 기준을 '사관'이라고 하거든?? 그런데 이런 사관은 누가 어거지로 막 심어준다고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수많은 역사 사실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정립해야 해.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는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앞으로 이 국가의 일원인 국민으로 자라면서 우리 역사에 대해 개인적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야. 사람이 적어도 고민을 하려면 선택지가 둘 이상은 있어야 하잖아. 여러가지 선택지가 놓여있을 때 이것들에 대해 개인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본 뒤에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한 가지를 고르는 거잖아. 근데 그냥 하나밖에 없어. 아무것도 없고 그냥 딱 하나야.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아무도 생각하려 들지 않잖아. 생각을 안 하면 어떻게 되니? 바보 되잖아. 심지어 그 선택지 하나가 잘못된 거면 어떡할래? 아무것도 모르는 거에서 넘어서서 잘못 알고 세뇌당하는 거면 어떡할래? 국정교과서가 쉽게 말하자면 그런 거야." 이렇게 진짜 랩처럼 말함. 근데 애들이 잘 이해 못하는 눈치여서 다시 비유를 함. "야 니네 잘 생각해봐. 물론 나는 엄청 좋은 선생님이고 니네가 나를 엄청 좋아하는 거 다 알고있어^-----^ 근데 예를 들어서 내가 수업은 엄청 잘 하는데 성격이 완전 깽깽이라고 해봐. 잘 가르쳐서 너네 다 백점 맞고 막 족집게 선생이라고 소문나서, 학원에서 막 광고지에 선생님은 백발백중 잘 가르치고 백점을 이렇게 많이 만든 최고의 선생이다 이렇게 써놨다고 생각해봐. 그럼 니네 열받지? 니네 머릿속으로 저 선생님 겁나 싹퉁바가지에 맨날 애들 패는데 사람들은 그런 거 하나도 모르고 무조건 성적 잘 올려준다고 그 얘기만 하고 앉았네. 이런 생각 할 거 아냐? 국정교과서는 그런 광고지를 만드는 거랑 똑같다고. 알겠어?" 이랬더니 단박에 이해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떠드느라 오늘 진도 반밖에 못나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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