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 게시된 글입니다 l 설정하기차비가 없어서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은 내게 씨앗이 되어 절망의 뿌리를 자라게 했다 나는 가난이 부끄럽지 않다 남들보다 조금 덜 먹고 덜 자기를 위해 투자하면 된다 이제는 주말에 밥 한 끼 안 먹고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떼우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내가 친구들 앞에서 가장 부끄러운 시간은 차비가 없어서 집에 못 들어갈 때이다 단 돈 이천팔백 원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몇 번씩이나 엄마의 불화로 집을 들어가지 않는다 거짓말 쳤었나 그것이 죄악으로 돌아와 자꾸만 나를 집어삼킨다 새벽 두 시가 되면 나무가 공룡이 되는 기적을 믿었던 그 순수한 때에는 부끄러운 것 하나 없었지 원룸촌 사이 벽지 잔뜩 낀 타르 더미가 있는 아빠 집에서는 꿈을 꾸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내 머리 맡에 바퀴벌레가 기어가던 끔찍한 기억을 도저히 지울 수 없어 또 눈물만... 해수면에 닻이 떠오를 때쯤 삶이란 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