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하고 코도 했는데 코는 한 티도 안나고(원래 코가 짧고 작아서) 쌍수도 했는데 그냥 줄 하나 더 생긴 정도가 끝이더라 얼굴은 작은데 얼굴형이 완전 망해서 광대 남들보다 심하게 발달하고 심지어 이마도 가운데 움푹 들어감 각진턱도 아닌데 턱 끝이 유난히 발달해서 툭 튀어나왔고 키 150대 초반에 표준체중인데 신체 비율도 안맞아서 다리 엄청 짧고 굵어 이 외모 스펙으로 26년간 살았는데 정말 중고등학교때가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여중 여고 나왔어 나는, 공부 정말 열심히 했고 학교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냈고 그나마 다른 애들이랑 원만하게는 지냈던 것 같아 예쁜애들 사이에는 잘 못 꼈지만, 조용조용한 친구들이랑 잘 지냈고 다들 지금도 가끔 연락 하고 지내 고등학교 내내 선생님들이 늘 하시는 대학 가면 예뻐진다 남자친구 생긴다 소리에 들떠도 봤고, 수능만 잘 보면 성형시켜주시겠다던 부모님 말 듣고 정말 빡세게 공부해서 수도권 내 손꼽히는 최상위 대학 원하는 과에도 진학 성공 했다 근데 딱 한명 눈에 밟히는 애가 있었어. 걔는 얼굴이 되게 청순하게 예쁜 애였는데, 나랑 같은 대외 활동 하면서 자주 마주쳤었거든 성격도 좋았고, 예쁘고,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아서 솔직히 정말 질투나더라 근데 그랬던 애가 나랑 같은 학교, 나보다 입결이 더 높은 학과에 덜컥 붙었었어. 과는 달랐지만 얼추 비슷한 계열의 과라 건물을 같이 쓸게 뻔했고, 걔도 웃으면서 나한테 축하한다고 했는데 그날 정말 집에서 펑펑 울었다. 대학 갈 때 쯤 되니까 걔랑 나랑 외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걔는 과 여신 소리 들으면서 온갖 대외활동에 선배들 관심 독차지를 했는데 적당히 사람들 대하면서 되게 잘 지냈고 나는 아무리 친해지려고 다가가도 주변에 사람들이 다가와주지도, 굳이 나한테 남아 있어 주지도 않더라고. 그래도 괜찮았어, 내가 좀 더 다가가면, 내가 좀 더 밝게 인사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근데 나중에 들린 소리가, 와 쟤는 성형한거 저만큼 티나는데도 못생겼냨ㅋㅋㅋㅋㅋ 진짜 저러면 자살 각이겠다. 야 저런애가 너 좋다고 하면 어떨 것 같음?ㅋㅋㅋㅋㅋ 미쳤냐 진짴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날 너무 멍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그때부터 더 악착같이 공부했어, 내가 살 길은 공부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근데 아무리 내가 그렇게 노력을 해도, 정작 기회는 다른사람들한테 넘어가고, 항상 너무 외롭고 서럽기만 한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정말 나가기 싫은 학교. 나만 바라보는 부모님 생각에 어쩌지도 못하고 꾸역 꾸역 나갔다. 졸업장 따고 좋은 스펙으로 취업 잘 하면 되겠지 싶어서. 근데 그거 알아? 외모도 스펙이더라. 수십군데 찔러넣어도 죽어도 안 되더라고. 면접에서 다 떨어뜨리는데 어떻게 하겠어. 결국 거의 1년 반 정도를 간간히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버티다가 고시촌으로 들어왔다. 공무원은 얼굴 안 보니까. 근데 얼마전에 우연히 그냥 너무 세상 돌아가는게 궁금해서 페이스북을 확인했는데 그 애 페이스북을 보게 됐어. 걔는 여유롭게 석사과정 밟으면서 세계 여행도 다녀오고, 능력 좋고 키 크고 잘생긴 남자친구에, 수도 없이 많은 친구들 틈에서 엄청 밝게 웃고 있더라. 근데 정말 그 순간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더라고 나는 있던 친구도 다 떠나고,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으로 벌벌 떨면서 몇 평 되지도 않는 고시촌에서 고시 준비 하고 있는데. 긴 여행, 로맨스, 그 흔한 문화생활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부모님 눈치 보면서 내 청춘을 죽이고 있는데. 쟤는 왜 다 가지고 있을까. 소름끼치는거 아는데 걔 친구 다 눌러서 구경해보고 그랬는데 죄다 잘 사는 집 애들에, 같이 해외여행 다니다가 친해지고. 다 예쁘고 잘 생기고, 자기들끼리 중간 중간 뭐 파티다 뭐다. 나는 정말 왜 살지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더라. 정말 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나는 평생 그 흔한 남자친구 한번 못 사귀어 보고, 아르바이트도 겨우 겨우 구하고 어딜 가나 성형까지 한 못생긴 애 눈총 받고 나는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거지? 내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그때는 내 삶이 조금은 달라질까? 난 너무 무서워 이제, 지긋지긋한 이 삶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 지. 시험 합격해도, 어짜피 난 쟤들인 즐기는 삶의 반의 반도 못 즐길걸 알아서. 정말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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