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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 틈> 들으면서 씀
라부가 졸업하고, 닝은 한동안 시라부를 잊었음. 닝에게 계속 좋다고 하는 잘생긴 사람도 많았고, 무엇보다 입시가 힘들었거든. 닝은 목표로 하는 대학이 있었음. 게다가 과도 명확했음. 명문 S대 공대. 하지만 현역 때 완전 망해서 떨어지고 다른 지방에 있는 학교를 붙었음. 왠지 닝은 그 학교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음. 어렸을 때부터 꿔왔던 꿈도 있었고, 부모님이 원하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음. 이 이유는 닝 자신도 몰랐다가 나중에 깨닫게 됨.
일단 새내기 닝은 새내기 배움터라는 새터에 가게 되었음. (K패치 심하게 되어있음) 일단 재수생이었기 때문에 자기 주량 정도는 아는 닝이었음. 하지만 일단 취하지 않으면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음. 이유는 바로, 선배 중에 끼어 있는 그 사람.
시라부 때문이었음. 닝은 맨 처음에 모이는 장소에서 시라부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깨달았겠지. 내가 왜 이렇게 이 학교를 염원 했는지. 왜 이렇게 이 과를 원했는지. 어렸을 때부터의 꿈? 정말 그게 다라고 말할 수 있나. 매번 오빠를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라부의 학교, 라부의 과는 이미 닝의 목표 아닌 목표가 되어 버렸겠지. 하지만 닝은 라부가 졸업하고 난 후인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재수할 때까지 너무 힘들었음. 왜냐하면 닝은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현역으로 S대에 붙을 줄 알았거든. 그래서 하루 빨리 시라부를 당당한 모습으로 보고 싶었는데 이미 글렀던 것. 그래서 닝은 뭔가 라부를 보기 떳떳하지 않았고 새터에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오게 됐음. 다른 동기들과 선배들은 새터에 무장을 하고 왔는데도 예쁨을 감출 수 없는 닝에게 더욱 관심을 가졌지만 뭐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겼음. 하지만 시라부는 닝 보자마자 알았겠지. 그리고 학생회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학생회 하지 마세요 제발제발 -학생회 쓰니가) 명단을 받았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음. 하지만 일부러 아는 척 하지는 않았지.
그리고 다시 무박 2일의 첫번째 날, 술자리.
술자리가 되어서야 모자와 마스크를 벗은 닝을 보고 사람들은 아주 난리가 났음. 올해 우리과 여신은 닝이라면서 벌써 눈독들인 사람들이 많았겠지. 하지만 닝은 저 구석에서 화석 선배들이랑 술 홀짝 마시는 시라부 빼고는 관심 외였음.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 닝아 올 때 메~~~ro나!!!"
어느 새 조금씩 친해진 동기들과 선배들이 닝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음. 닝은 속으로 '지치지도 않나...'하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음. 그런데 문제는 편의점이 근처에 없었다는 거임. 엄청 멀리 있었음. 혼자라도 가기 위해 편의점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바닥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봤음. 바로 켄마였음. 코즈메 켄마. 오늘 하루 종일 닝의 버스 옆자리, 뭐 게임 짝 등등 계속 붙어 있긴 했는데 동기 중에 ㄱㅏ장 말을 안 섞어 본 사람. 나이도 몰랐음. 이름은 가슴팍에 붙어 있던 종이 명찰 아니었음 몰랐을 것.
"어, 저기. 여기서 혼자 뭐하세요?"
"...아, 그냥. 고양이를 보고 있었어."
"아, 네. (뭔데반말이야진짜나알아?)"
"넌 어디가."
"저는 저기 편의점에 아이스크림 사러요."
"...너무 멀지 않나?"
"괜찮아요. 저 걷는 거 좋아해요."
닝의 말에 끄덕인 켄마는 조용히 일어나서 닝과 함께 편의점에 가게 되었음. 닝은 처음에 호의로 생각해서 '같이 안 가주셔도 되는데 ㅎㅎ.' 했다가 켄마의 담배사러 간다는 말에 입 다물고 갔음. 편의점에 가자마자 닝은 2+1하는 아이스크림을 인원 수대로 사고, 켄마는 담배를 샀음. 가는 길에는 말을 잘 안 했는데 오는 길에는 이런 저런 말을 하게 되었음.
"몇 살이세요?"
"...너보다 한 살 많잖아."
"아, 말씀해 주신 적 없는데."
"말한 적 있어."
"네? 오늘 저랑 거의 말 안 했잖아요."
"4년 전에, 말해준 적 있어."
4년 전이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닝은 켄마를 만난 기억이 없었음. 그래서 켄마에게 꼬치꼬치 캐물었고, 결국 알아냈음. 켄마와 닝은 배구부 전국 대회 때문에 만난 적이 있었음. 닝은 오빠 때문에, 켄마는 쿠로오가 하도 보러가자고 해서 봄고 시합을 보러 간 적이 있었던 것. 그 때 닝이 켄마의 게임기를 찾아주었고 켄마와 통성명을 했던 것.
"그 때는 푸딩 머리 아녔나?"
"지금은 다시 뿌리염색 했어."
알고보니 켄마는 다른 학교 갔다가 반수해서 닝과 동기가 된 것. 닝은 그렇게 켄마와 배구라는 공통점, 고등학교 때 만났었다는 우연, 그리고 편의점 사건을 계기로 엄청 친해지게 되었음.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고 들어 온 둘을 보고 동기들이 몰아 간 건 말할 것도 없었음. 닝은 저도 모르게 시라부를 바라봤지만 시라부는 등을 돌리고 여전히 화석선배들과 소맥을 말고 있었음. 닝은 자기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제 자기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음. 이렇게 풀 죽어서 대학 생활 망칠 바엔 내가 재수를 한 번 더 한다. 나도 시라부 너 같은 건 신경도 안 쓴다 이거야.
"와, 닝 술 엄청 잘 마신다?"
"저 재수생이잖아요. 원래는 잘 못 마셨어요ㅋㅋㅋㅋ."
"재수생은 원래 다 그러냐? 어? 켄마?"
"저는 재수생 아닌데요."
"아, 그래..."
원래 켄마도 그냥 빨리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이스크림 다 먹은 닝이 술게임에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엄청 술을 마시니까 곁을 지키게 되었음. 내 기준 켄마는 스며들듯 사랑을 시작한다기 보단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서 아마 켄마는 게임기 찾아 준 닝을 계~~속 짝사랑하고 있었을 듯. 그래서 일부러 닝한테 말 거는 사람 계속 째려보고 그 사람이 자기한테 말 걸면 틱틱대길 반복하는데 자꾸 어디선가 미묘한 시선 느끼겠지. 바로 라부의 시선. 켄마도 라부를 알고 있었음. 전국에서 손에 꼽는 강호교 시라토리자와의 주전 세터. 그런데 그 사람이 왜 닝을? (켄마는 닝이 시라토리자와 학생인 걸 모름)
"닝, 저 사람이 자꾸 너 째려 봐."
"아, 시라부 선배? 저 선배 원래 나 싫어해."
"왜?"
"내가 잘못을 좀 했거든."
"오늘 처음 만났으면서 무슨 잘못."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게."
켄마는 직감적으로 알아챘음. 시라부와 닝이 과거에 뭐가 있었구나. 그리고 시작되는 연상 둘(시라부,켄마)의 닝쟁탈전.
새터가 끝나고 오티도 있었지만 닝은 오티는 나가지 않았음. 시라부가 자길 반기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척도 안할 줄은 몰랐기 때문. 나름 상처를 받은 것도 있고, 그리고 굳이 다른 동기들이랑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기도 했음. 닝은 켄마에게 마음을 많이 연 상태였고, 켄마랑만 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그래서 수강신청도 켄마와 함께 했는데 역시 신의 손인 켄마가 올클도 해줌. 둘은 그렇게 같은 강의를 듣고 계속 붙어다니게 되었는데 문제는 동아리였음. 닝은 꼭 코딩 동아리에 들고 싶었는데 켄마는 동아리까지 따로 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던 것. 매일 업데이트 되는 신작 게임을 하기도 바쁘다는 게 켄마 의견이었음. 닝은 치사하다며 혼자 동아리 입부서를 들고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음.
예쁘고 성격 좋은 닝을 다른 부원들은 친절하게 받아주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소개를 하는데 부장이라는 여자가 갑자기 낯선 이름을 꺼냄.
"야, 시라부 어디갔어? 얘 또 학생회 끌려 갔니?"
"아닐 걸요 누나. 우리 라부 오늘 잠깐 들렀다가 온다고 했는ㄷ..어, 왔다."
닝은 낭패라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분명 시라부가 맞았음. 라부도 놀라서 저도 모르게 닝의 이름을 불렀음.
"닝?"
"아, 안녕하세요. 시라부 선배님..."
"뭐야, 우리 라부랑 닝이랑 아는 사이야? 그럼 얘기가 편해지지. 닝, 얘는 시라부 켄지로고 우리 동아리 부회장이야. 차기 회장이지."
"그렇구나..."
"회장인 나보다 부회장이랑 대면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꼭 소개시켜줘야 했어. 다음주 쯤에 신입생 환영회 할 건데 시간 돼?"
"아마도...될 것 같은데."
"그럼 따로 문자로 자세한 사항 알려줄게. 그치 시라부?"
"...어."
그렇게 닝과 라부는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되었음. 닝은 그 날 집 가는 길에서도, 양치할 때도, 자기 전에도 계속 라부의 전화번호를 바라봤음. 이거 꿈인가? 내가 재수를 열심히 해서 신이 선물을 준 건가? 너무 좋아서 이불킥 몇 번 하다가 닝은 라부에게 문자를 보내봄.
[선배, 저 전기전자과 1학년 닝입니다. 늦은 시간에 문자드려 죄송합니다. 아직 신입생 환영회 일정 안 나왔나요? 알바 스케줄 때문에 일찍 알면 알수록 좋아서요.]
좋아, 용건도 있고, 명분도 있고, 이건 무시를 할 수 없는 문자다!
하지만 닝의 생각과는 다르게 새벽 4시가 되어도 답은 오지 않았어. 다음 날 강의가 마치고 오후 4시가 되어도 답은 오지 않았지. 같이 늦은 점심을 먹던 켄마가 한숨을 쉬는 닝에게 물었어.
"무슨 일이라도 있어? 왜 한숨을 쉬어."
"아니, 용건 있는 문자에는 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내가 싫어도."
"설마, 시라부 얘기야?"
"엑, 선배님이라고 해야지."
"나 그런 위계질서 안 좋아해."
"체육계였던 주제에."
"그게 여기서 왜 나와. 지금은 아니잖아."
"아~어쨌든. 진짜 짜증나 ㅠㅠ 어제 이거 답 기다리느라 새벽 4시에 잤단 말이야."
"니가 그 선배한테 용건이 어디있는데."
"같은 동아리더라고. 게다가 우리 동아리 부회장."
"...나도 할 걸 그랬나."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 때 문자가 오겠지.
[늦게 답장해서 미안. 장소는 XX호프고 시간은 다음주 금요일 8시야. 시간 괜찮아?]
"헉 답장왔다!"
[괜찮아요. 그럼 그 때 봬요.]
신나게 시라부에게 답장을 쓰는 닝을 보며 켄마가 물었어. 너 그 사람 좋아해?
솔직히 켄마는 닝이 이 질문을 듣자마자 당황하며 아니라고 답할 줄 알았음. 아직 확신을 가질 만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닝은 바로 답했지.
"응, 좋아해."
켄마는 닝을 좋아하지. 하지만 켄마는 누굴 좋아한다고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스타일은 아니야. 오히려 그 사람이 좀 불행하더라도 내 곁에 두는 게 좋다는 타입이지. 어차피 연애란 이기적이고, 내가 좀 더 행복한 게 나한테 더 좋으니까.
그래서 켄마는 시라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해. 뭘 불법적으로 조사하는 게 아니라 들려오는 소문이나 그런 것들. 켄마는 기본적으로 조용하게 다니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염탐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거든.
켄마가 정리 한 시라부의 소문은 이거였어.
1. 시라부는 예전부터 좋아 한 여자가 있다.
2. 그 사람이랑 사귀는 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손에 반지를 끼고 다니는 걸 보니 그 좋아 하는 여자랑 사귀는 게 아닐까 의심 된다.
3. 과탑을 1학년 때부터 놓치지 않음. + 수석 입학.
4. 과학생회에 코딩동아리 부회장에 굉장히 부지런하게 살고 있음.
5. 하지만 인싸는 아님. 술자리에도 잘 안 나옴.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도 나오고, 3학년 이상은 잘 나오지도 않는다는 새내기 배움터를 오지? 켄마의 마음 속에서는 설마하는 생각이 피어올랐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지.
켄마는 닝에게 1번과 2번을 말해주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음. 아무리 그래도 닝이 허공에 삽질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최대한 저 혼자 접길 원했음.
그리고 대망의 신입생 환영회가 되었음.
++ 1탄 초록글 감사합니다~~~ 그대들의 성은에 힘입어 2탄을 빨리 가져왔습니다~~~~~~
3탄은 다음에 또 가져올게요~~~ 빨리 라부가 질투 했으면 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