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정폭력 심했던 아빠 밑에서 자랐어. 지금은 부모님 이혼하셔서 나는 엄마랑 사는 상태고. 근데 마냥 철없던 때랑은 달라지더라고. 아빠는 잘 일하시다가 40대 중반에 퇴직하셨어. 아빠 병원 원무국장이셨거든. 아직도 허름한 집에서 살아 근데. 이 나이에 퇴직하시면 갈 데는 있으실까? 점점 초라해지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미치겠어. 너무 걱정이 되는데 아빤 갈 데 많다고 걱정 말라고만 해. 늘 그랬음... 나 아빠 진짜 밉기는 해. 엄마 자주 때리고 나는 장녀라는 이유로 부담을 막중하게 줬어. 근데 또 돌아보면 나쁜 추억만 있는 게 아니야. 좋은 추억도 분명 있어서 마냥 미워하기가 힘들어. 난 이제 20대 사초에 변변한 직장도 못 구해서 알바야. 나 하나 챙기기도 벅찬 상황인데 너무 많은 걸 떠안은 것 같아. 아빠 미워하기도 힘든데 또 지극정성으로 살필 여유도 없다? 난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막막해서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나쁜 추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진짜 사람 미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