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아빠랑 40살 차이 나는데, 세대 차이도 차이지만 아빠가 정말 필요한 거 외에는 돈 안쓰는 사람이라 내가 틀리고 이상한 사람이 된다. 아빠는 그 흔한 외식도 살면서 거의 안하고 집에서 밥만 먹고, 여행 가도 옷 한 벌만 들고 가는 사람이야. 취미도 없고 친구 만나서 술마시고 이런 것도 없어. 집에서 티비만 봐 이번에 기숙사 가야돼서 드라이기를 하나 사려고 했어. 기숙사 살았던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드라이기는 하나 사는 게 낫다고 하기도 하고, 원래 쓰던 것도 머리 말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그리고 원래 것 들고 가면 집에 가끔 올 때 그걸 맨날 들고 올 수도 없잖아. 분명 드라이기 사고싶다고 하면 창고에 있는지 찾아보라고 할 거야. (우리 집 창고에 물건 천지거든 몇십년 전부터 쓰던 물건 아빠가 버리지도 않고 다 모아놨어. 무슨 응팔에 나오는 쌀통같은 것도 있을걸) 그럼 한 십 년 전꺼 바람도 잘 안나오는 거 나한테 쓰라는 거겠지? 그럼 난 또 설명을 해야돼.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기숙사 갈 때 새로 하나 사는 게 더 편하대요. 그리고 저 머리 짧은데도 머리 다 말리려면 30분이 넘게 걸려요. 알아본 게 있는데, 금방 마른대요." 뭐 살 때마다 이런 순간의 연속이야. 회사에서 결재받는 것처럼. 설명만 하면 다행인데, 워낙 자신이 돈을 안쓰는 사람이다보니 이해를 시켜야 하고 내가 틀린 사람이 되는 게 짜증나. 스무 살이면 한창 꾸미고 옷 사고 그럴 시기잖아. 가뜩이나 이제 교복도 안입으니까 옷도 절대적으로 더 필요하고. 근데 어제 무슨 얘기하다가 엄마랑 싸웠는데 갑자기 옷 얘기를 꺼내면서 '옷도 다른 사람 신경쓰지말고 유행 지난 옷도 그냥 입어라' 이랬대. 장담하는데 나 진짜 옷 많이 사지도 않고 비싼 옷도 안 사입어. 절대적으로 옷이 많지도 않아. 그걸 들은 순간 결심했지. 아 나는 앞으로 아빠한테는 옷 사달라고 말 못하겠구나. 이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뭐 화장품을 산다고 하겠어 옷을 사달라고 하겠어. 난 주변 친구들이 아빠한테 애교 부리고 살살 말해서 용돈 받고 그러는 거 진짜 부럽더라. 가난해서 그런 건 아니야. 국가장학금 신청해보니 분위는 9분위 나오더라. 한 80대 할아버지랑 사는 기분이야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