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찬 바람이 불때면 잊고 지내던 한 사건이 떠올라 익명으로 글을 써봅니다. 2013년쯤이였던거 같은데 독서실 마감 아르바이트를 할때라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마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독서실과 집은 보도로 25분정도 걸어야하는 곳이였는데 제가 다니던 길은 새벽시간에 대리기사 몇몇 분들빼곤 통행이 없는 아주 조용한 거리였습니다. 그날도 날씨가 쌀쌀해져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을 향하고 있었는데 제 앞에 왠 여자애 한명이 (나이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습니다) 길을 걷고 있는것입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보호자도 없이 혼자 걷고있는걸 이상하게 느낀 저는 솔직히 고민에 빠졌습니다..나말고도 누군가 도와주겠지? 오지랖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상황을 무시하고 집으로 향하면 너무 찝찝할것 같아서 그 친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왜 이 시간에 혼자니? 차마 가출했니? 라는 질문은 할수없었기에 그 당시 20대 초반에 제가 생각해낼수 있는 최선의 질문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러서 여자애가 이 시간에 혼자 걷고있다라고 그 친구 앞에서 이야기 하면 도망갈수도 있다라는 생각에...퇴근 후 자주 가던 포장마차로 데려가서(포장마차라고 했지만..엄청 인상이 좋으시고 친절하신 노부부가 하던 새벽맛집 이였습니다..) 먹을걸 사주며 그애를 쉬게 한뒤..전 경찰에게 전화를 해 사정을 설명한후 도착한 경찰분들에게 그 친구를 인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으로 돌아갔죠.. 그때 저는 경찰분들에게 맡겼으니 잘 해결되겠지 라는 생각뿐이였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많은 사회 문제와 뉴스를 접하면서 내가 했던 행동이 과연 올바른 것이였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텐데...좋은쪽으로 생각해서 부모님이 그 친구를 애타게 찾았고,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갔다면 제일 이상적이겠지만.. 나쁜쪽으로 돌아가고 싶지않은 곳을 제가 그 친구를 발견함으로써 저로 인해 다시 돌아가게 되버리는..그런 상황이 일어나버렸다면 전 과연 올바른 행동을 한것일까요. 찬 바람이 불면 가끔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오르게 되네요. 어디선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