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 태어났다.
내 위로 4명의 언니들과 2명의 오빠들이 있었고 그중 7번째 막내가 나였다.
난 선천적으로 몸집이 작고, 소심하게 태어나서 어미 고양이에게 버려졌고 그런 나를 주운 건 머리를 빡빡 민 승려였다.
승려는 성실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불상에 절을 하고 마당을 청소하다가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나를 발견하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내게 구운 생선을 던져주곤 본인은 맛 없는 야채를 먹는다. 어느 날은 계속 저렇게 풀만 먹다 몸이 상해 죽는 것 아닌가 싶어 내 몫의 생선을 승려의 발 아래 놔 두었는데, 승려는 웃으며 본인은 생선을 먹지 못한다고 나 많이 먹으라며 생선을 하나 더 구워줬다.
그렇게 고양이 나이로 20살이 되자, 난 죽었다.
두 번째는 바다거북이었다.
넓고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며 자유럽게 여행했는데 이번엔 웬 검은 비닐봉지가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 숨 쉬기가 어려웠다. 바둥바둥 거리며 움직이다 순간 몸이 위로 쑥 끌어당겨지는 기분에 고개를 들려 하니, 어느새 비닐봉지는 벗겨진 뒤였다. 가만히 눈만 꿈벅이는 내 앞에 구릿빛 피부에 개구져 보이는 소년 하나가 하얀 이를 보이며 씩 웃고 있었다. 그 애의 이름은 보쿠토 아야토였다.
세 번째는 뱀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 다 20살이 되자 죽었던 것을 생각하니 아마 이번에도 20살이 되면 죽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전부 이 파충류관에 바쳐야 한다니. 짜증났지만 파충류관 사육사가 마음에 들기에 견딜 수 있었다. 아마 그 애는 보기보다 마음이 여려 내가 죽을 때 펑펑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네 번째는 까마귀였다.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의 사체나, 이따금 찾아오는 소년이 던져주는 열매를 먹고 살았다.
다섯 번째는 고라니, 여섯 번째는 여우, 일곱 번째는 대나무, 여덟 번째는 돌고래.
그리고 마지막 아홉 번째는...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네요. 수고하셨어요 산모님!"
인간으로 태어났다.